“헤에, 네년 정말 오이란로이드가 아닌 거냐?” 건장한 체격의 보초는 뭐가 그리 의심스러운지 금발의 코카소이드를 곁눈질해댔다. 눈을 멍청하게 껌뻑이며 두리번거리다 이따금 거친 콧김을 훅훅 불어대는 모양이 그저 의심 때문이 아니란 심증을 더했다. 우키요에에서 금방 걸어 나온 듯한 미녀 앞에서 왈패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부름을 받고 찾아온 오이란이와요. 보스께선 안에 계신가요?” “칙쇼! 보스는 운도 좋군. 이게 실리콘 바디가 아니란 말야! 믿을 수 없어. 당장 검사해 봐야지!” 녀석은 기모노 위를 거칠게 더듬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만지기 좋게 가슴 절반쯤 드러나는 형태의 기모노는 꼭 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손바닥 가든 전해지는 풍성한 가슴의 모양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만. 참아.”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보다 검사는 다 끝나셨을까요?” “끝나긴 뭐가 끝나. 오 Fuck! 이쪽으로 와서 추가 검사 받아!” “후딱, 후딱 들어와!” “재촉하지 마셔요. 사내답지 못하답니다.” 오이란은 살짝 간드러지게 말하면서도 손길을 피하진 않았다. 오히려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할 테면 해보라는 듯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오! Fuck. 존나게 박음직한 몸매군. 끝장나는 오파이야. 이 오파이에 친포를 끼워서 나데나데 하면 친포가 녹아내리고 말 거야.” 기모노 위로 손을 넣고 밑에서 받쳐주는 구조의 브래지어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옷 위에서 만질 때보다 한층 쫀득하게 달라붙는 가슴.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형태를 바꿔 가는 물컹한 감촉을 두고 실리콘 바디라고 떠들 사람은 없다. 손을 약간 더 집어넣어 살며시 고개를 든 봉오리를 집었다. 손가락으로 툭툭 쳐서 일부러 세워 일으키며 추잡한 미소를 지었다. 외부의 자극을 받은 유두가 조금씩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오오! 유두가 섰잖아! 오, 베이비! 너도 내가 좋은 거지? 당장 나랑 하고 싶은 거지! 기모노는 밖에서 Fuck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장이잖아?” 오이란이 보초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었다. “단순한 생리 현상이랍니다. 당신의 물건이 제 손이 닿는 순간 서버리듯이요. 그보다 괜찮으시겠나요? 저를 의뢰한 보스의 순서를 가로채도?” 하극상으로 가장 처참하게 죽기 싫으면 알아서 사리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었으나 녀석에게 그 속에 담긴 비웃음과 경고를 알아차릴 지능이 없었다. 여전히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시며 희롱하는 손을 포기하지 않았다. “보스가 손대기 전에 먼저 손대면 안 되겠지! 오, 이런 엉덩이도 만만찮군.” 가슴에 뒤지지 않는 크기에 훨씬 탄탄한 엉덩이에 제 사타구니를 가져다 대고 문질러댔다. 정확히는 불룩해진 바지 너머로 나름의 존재감을 제 물건을. 보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당장 눕혀버리고 남았으리라. 오이란은 익숙한 것인지 훈련받은 것인지 엉덩이에게 남근이 비벼지는 상황에서조차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하아, Fcuk. 지금 당장 벗겨서 범하고 싶군!” 가슴을 주물 대는 오른손은 그대로 둔 채인 걸 보면 이놈이 흉기나 수상한 물건을 찾아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끝나고 한번 대달라고. 많이 비싼가? 엉?” “정식으로 요청을 하셔요. 그럼 이만.” 벗은 옷감을 들고 당당하고 입구를 통과하는 오이란. 보스가 정말 대단한 계집을 섭외했구나. 보초 녀석은 오늘따라 그가 부러웠다. * 문을 하나 더 지나 인기척이 사라지자 옷매무새를 다듬을 시간이 생겼다. “정말 어쩌려고 그랬어. 거기서 죽였으면 만사 끝이었어.” 아무도 없는 복도에 도달하자마자 고풍스러운 말투를 때려친 오이란, 아니 낸시. 기녀의 가면은 부패 기업과 연관된 야쿠자의 아지트에 잠입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하마터면 입구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실패할 뻔했다. 독극물에 중독되어 산채로 녹아내릴 뻔한걸 그 얼빵한 보초는 알까? “몇 번이나 강조했을 거야. 녀석들을 처치하기 전에 정보를 빼내는 게 우선이라고.” ‘내가 다 암살하고 정보를 빼내도 상관없다.’ “녀석들의 범행 자료를 모아보면 배후에 닌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아, 물론 당신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 끌리는 사이 파기해버릴 가능성이 있단 말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 “정말... 99호상. 내 남편은 당신뿐이라니까.” “당연하잖아.” 도대체 언제 접근한 걸까? 복도의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남편의 등장에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쪽 방법 장비는 외부에서 해킹이 가능해서 무력화시켰지만. 저 안에선 이러면 들킬 거야.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줘.” “.....” “정말... 당신은 질투가 너무 심해.” “누구든 널 알게 되면 그럴 수 밖에.” “후후. 나쁘지 않은 대답인데. 제법 로맨틱한 말도 할 줄 알게 됐잖아.” 빙긋 웃으며 남편의 손에 들린 슈트 케이스를 받아들었다. 익숙한 라이더 슈트. 낸시의 임부복. “이거라도 보고 참아줘요. 호색한 단나.” 보초 녀석의 눈을 호강시켜준 기모노 탈의가 텅 빈 복도를 무대로 또 한 벌 펼쳐진다. 한층 노골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애정을 담아서.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남편에게 다가가 등을 돌린다. 오비 매듭 좀 풀어주시와요라고 말하는 듯이. 말이 없어진 그가 매듭을 풀자 빙글 돌면서 떨어뜨리고 코시모노와 기모노가 뒤를 이었다. 살갗이 은은하게 비쳐 보이는 얇은 쥬반. 눈에 실컷 담아두라는 듯 양팔을 벌려 자세를 잡아주곤 떠나보냈다. 늘 착용하고 나온 모습만 본 라이더 슈트는 99호의 생각보다 더 꽉 끼는 재질이었다. “넌 살아있는 예술품이다. 어떤 우키요에 화공도 널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 타이트한 슈트에 허벅지가 조여들며 한껏 팽창한 엉덩이. 씰룩이며 흔들리는 엉덩이와 몸의 방향을 따라 출렁대는 가슴을 본 사내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 좀 당겨주겠어?” 왜 굳이 도움을 요청했는지도 곧 알게 되었다. 가슴이, 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풍만한 가슴을 슈트 아래 가두는 작업은 가히 인술의 영역. 숨을 참고 한껏 당겨야 했다. 지퍼까지 채우려던 무모한 도전은 여지없이 실패했다. “미안, 못 참겠군.” 임무에 돌입하려는 아내 앞에 볼록하게 솟은 하반신을 들이미는 닌자의 태도는 일견 무책임하나 사내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진짜 못 말리겠네. 잠입 임무 중인 건 알지?” “조금만 부탁한다.” “하아.... 입으로만 이야. 다음은 마치고 나서. 알겠지?” 1절 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2절로 넘어가 버린 사례가 워낙 잦아서 몇 번이나 신신당부한 다음에야 자지를 해방했다. 툭! 닌자복 아래 팽팽하게 눌려 있던 수컷이 방금 낚아 올린 물고기처럼 솟아올라 뺨과 콧잔등을 후려치는 느낌은 늘 겪는데도 짜릿한 흥분을 주었다. “이번엔 밑에서부터.” 평소에는 혀로 요도와 귀두 주변을 살살 적셔주다 아래로 내려가는 애무를 선호하는 낸시지만 지금은 구슬부터 자극해 단번에 끓어 올리기로 했다. 보기보다 부드러운 가죽 주머니를 손으로 감싸 안고 쥐었다 폈다 하다가 위, 아래로 완만하게 쓸어내렸다. 진즉 부풀어 있던 고환 속 액체가 끓는 점에 도달해 팽팽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츄읍....음....으읍...하아... 예열을 마쳐 맑은 액체를 토하는 성기를 입에 물었다. 끈끈한 쿠퍼가 타액과 섞여 목구멍으로 통과하는 순간 낸시의 뱃속도 후끈 달아올랐다. 으음....츄읍! 츄르릅....쭈읍 고개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상기된 뺨이 남근의 형상을 따라 팽창하다 수축하기를 반복했다. 입안의 점막이 거친 기둥을 부드럽게 감싸고 육중한 질량에 깔릴 뻔한 혀는 귀두 아래를 조심스럽게 쓸어냈다. “푸하....하아....이따가 낼 때 입안에 전부 부어야 하는 거 알지? 혹시라도 흘리면 곤란하니까.” 워낙 사정 양이 많이 미리 얘기하고 합을 맞춰놓지 않으면 다 흘려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가슴으로 해주겠나?” 이 와중에? 못 말린다 생각하면서도 가슴을 물려주려 지퍼를 내렸다. “가슴 빨고 싶어?” “아니, 가슴 사이에 끼워서 해줬으면 한다.” 가슴에 성기를 끼워 즐기는 게 물론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원하는 것은 좀 달랐다. 바닥에 누운 낸시의 위에 올라탄 그는 일부러 지퍼를 반만 내린 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쓰윽 쓰윽 낸시의 입술과 이어진 은색 실이 채 끊어지지 않은 남근이 커다란 가슴 사이 골짜기를 매끄럽게 오갔다. 부드러운 버터처럼 감싸오는 가슴을 사이를 불에 달군 나이프처럼 찌르길 수차례 지퍼가 조금씩 아래를 향했다. “이건 나만 만져야 한다.” 무례한 졸병 녀석의 손장난이 어지간히 열어 뻗쳤던 모양. 살짝 씩씩대면서 가슴에 손을 올렸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젖꼭지는 벚꽃색 유륜 위로 솟아난 꽃봉오리 같았다. “아, 으응...”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젖가슴이 남근을 후려쳤다. 젖가슴 따귀를 맞은 귀두에서 쿠퍼액이 새어 나왔다. 크기도 형태도 완벽한 가슴 사이를 누빈다는 기대와 흥분에 심하게 껄떡대는 자지를 가슴 사이에 끼워 넣자 어느새 땀이 차올라 흥건해진 피부가 부드러운 압박을 가해왔다. 중량감 있는,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살덩이가 사방에서 쓸어올리며 부드럽게 밀고 당기니 남근 전체로 기분 좋은 자극이 들어왔다. “으윽....” 낸시는 혀를 길게 뻗어 이슬처럼 맺힌 쿠퍼를 홀짝였다. 살짝 불규칙한 애무가 이어질 때마다 99호는 아래에 쏠린 혈류가 점점 더 빨라짐을 느꼈다. “좋군....” 단단한 강직이 형해화하는 감각에 몸을 맡기며 애무에 열의를 더했다. 자신의 의사 대로 형태를 바꿔 가는 모습에 송사리에게 불쾌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으음....하아...!” 낸시도 그의 그런 질투가 아주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커다란 쌍둔을 하나로 끌어모았다. 최대한 가까워진 계곡을 통고하는 남근의 옆을 유두가 스쳤다. 단단하면서도 말랑한 감촉이 귀두에 닿는 순간 창의 끝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강직의 경도가 최대로 상승했다. 쓱, 쓱 “끝내주는군.” 질 수 없다는 듯 허리를 흔들고 젖꼭지에 손을 올렸다. 평소처럼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대신 살짝 밑에서부터 쥐어짜듯이 쭉 밀어 올렸다. “아앙!” “지금은 이렇지만 다음엔 모유가 나오겠지.” “아윽....으....아아!” 비단결처럼 미끄러지는 피부 위를 스케이트 타듯 누비며 아낌없이 가슴을 밀어 올리고 봉오리에 자극을 더했다. 충분히 훌륭한 가슴이 더욱 팽창해 성기를 얼싸안나 싶더니 남근의 뿌리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몰려왔다. “낸다!” “자, 잠깐만! 입에 다 하라니....꺄앗!” 뒤늦은 만류도 헛되이 백탁의 무더기가 얼굴과 가슴, 배에 쏟아졌다. 양도, 끈기도 하나같이 넘쳐나서 손바닥으로 문지른 정도로는 기별도 가지 않았다. “아, 정말! 어떡할 거야! 급한데 씻고 들어가야 하잖아!” “네가 너무 매력적인 탓이다.” 끝까지 자기는 잘못 없다는 뻔뻔한 남편이었다. * 이런 연유로 낸시가 불법 개조 IRC 단말의 안테나를 내민 건 목표 시간으로부터 30분이나 더 지나서 가능했다. IRC 단말에서 뻗어나온 LAN 케이블을 오른쪽 귀 앞쪽 위에 묻어놓은 사이버네틱 LAN 단자로 접속시키고 사이버스페이스로 다이브했다. 곧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극히 일부의 해커들만이 볼 수 있다는 전설의 영역. IRC 코토다마 공간. 무한의 지평으로 넘어간 낸시 리의 정신은 전자암호적 시크릿 페이지를 연달아 돌파하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전두엽의 뉴런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전뇌공간에 맞춘 새로운 복장으로 변해갔다. 쇄국의 여파로 일본에선 무척 생소해진 근세 코카소이드 전통 복장, 한없이 연한 하늘색의 은색 점들이 알알이 날아가 박힌 드레스. 전뇌 공간의 빛을 받아 반짝이며 빛나는 드레스는 가슴과 등이 V자로 파여있어 대지의 여신 같은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허리를 꽉 조인 코르셋이 가슴과 대비되는 허리를 한층 가냘프게 만들고 아슬아슬한 높이의 하이힐은 코토다마 공간 아래서 또깍 또깍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게 기밀 자료인가.... 좋아, 지금이라면.” 조금 지체되긴 했어도 괜찮다. 방해꾼은 없다. 마음을 다 잡고 나아가려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도-모. 낸시 리 상이지요?” 돌아본 곳에 시커먼 닌자가 서 있었다. 99호나 코카트리스와는 다른, 우동 면발을 연상시키는 LAN 케이블 다발이 길게 늘어져 등에 짊어진 통신 디바이스로 이어져 있었다. 눈가는 360도 감시가 가능한 고리형 사이버 선글라스에 가려져 그의 표정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큐리티 담당자. 다이달로스입니다.” 정중하지만 불길한 기계합성음. 낸시의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들켰다! 죽음의 예감과 패배감 속에 남편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다시 만나지 못하고? “당신의 실력도 제법이라 하겠으나 저의 해킹 능력 앞에서는 후스마도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이달로스는 연체동물 같은 움직임으로 손을 움직여 낸시의 목을 붙잡았다. 고글을 쓴 머리가 깊이 파인 드레스 안을 향했다. “어...어떻게....?” “당신은 쭉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요로시상 제약 소유 연구소의 파괴와 실험체 탈출, 코카트리스의 사망. 전부 보았습니다. 당신이 그런 실험체와 넨고로하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목을 움켜쥔 힘이 점점 강해졌다. 다이달로스의 고글에 비친 낸시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점점 커져 갔다. “안심하십시오. 당신을 고로시 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이제부터 나의 전자색시가 되어 IRC 코토다마 공간에서 넨고로 합시다. 그 실험체보다 더 우수한 남자라고 자부합니다.” 낸시의 얼굴과 가슴에서 구슬같이 땀이 떨어져 흘렀다. 어떻게든 놈을 떨쳐내고 LAN 접속을 해제하면... “포기하십시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나의 상정 범위 안에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정신 파이어월을 부수길 원합니까?” 무시무시한 엄포와 함께 검은 형체가 쪼개졌다. 네 명의 다이달로스가 낸시를 에워쌌다. “윽....” “이곳에서 나는 무적입니다.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복종하면 됩니다.” 넷이 여덟이 되었다. 여덟이 되고 열이 되고, 열이 스물이 되었다. 마음대로 끝없이 수를 불린 다이달로스들은 낸시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인의 장벽을 구축했다. “지금부터 우리 전부가 넨고로 합니다. 우리 전부의 친포를 받고 나면 하찮은 실험실 닌자 따위는 잊게 될 겁니다.” 칫-찌익 양옆으로 당겨진 치마가 맥없이 찢어졌다. 레이스 장식이 달린 팬티는 두 개의 아치형 곡선을 그린 엉덩이를 모두 가리기엔 너무나 협소했다. 갈라진 균열만을 간신히 덮은 채 넓은 곡선을 따라 허벅지의 가터벨트와 이어졌다. “안 돼에!” “포기하십시오.” 무도한 손길은 다시 가슴을 향한다. 밑에서 받쳐주는 형태의 코르셋에 의지해 중력을 무시하고 팽팽하게 서 있는 가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다. 어떠한 배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앗!” 다이달로스는 무수히 늘어선 자신의 위로 낸시를 내던졌다. 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 손들은 여체의 부드러움에 맘껏 취했다. 알맞게 오른 허벅지살이 가터벨트와 만나는 경계선, 엉덩이의 지방에 중력에 눌려 허벅지에 저지당하는 경계선, 유두와 가슴을 중계하는 젖꽃판이 모두 그들의 표적이었다. “안 돼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팬티가 찢겨 졌다. 물건을 꺼내 삽입할 준비를 마친 다이달로스는 억지로 자극해 세운 젖꼭지를 손가락에 끼우며 희롱했다. “훌륭한 몸입니다. 당신은 분명 유방을 애무해주길 좋아하지요? 젖꼭지를 빨리면서 절정 하지 않습니까? 억지로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두의 강직 정도로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유두는 꼿꼿하게 서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쩔까요? 케이블 선으로 압도적인 기계적 자극을 전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져....” “뭐라구요?” “저리 꺼져!!” 낸시의 외침과 100번째 다이달로스의 폭발사산은 거의 동시였다. “뭐지? 무슨 일이냐?” 다이달로스가 구속을 풀고 침입자를 수색하는 짧은 시간에도 다중 로그인 논리 육체들은 소멸해 갔다. 99번째 분신이 생소한 문자열로 재구성되어 마침내 비밀을 알아냈을 때는, 이미 절반의 논리 육체가 소멸하고 말았다. “네 놈? 그 실험체? 어떻게... 직결능력자도 아닌 네 놈이 어째서!” 경악하는 다이달로스. 그러나 육체들의 소멸은 빨랐고 후방지원형인 자신이 그를 정면에서 이길 수 없음은 다이달로스가 가장 잘 알았다. 설상가상 99호의 수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글세... 어떨까?” 흉폭하게 중얼거린 99호가 넷으로, 여덟으로 쪼개졌다. 조금 전 자신이 사용한 분신술. 질서정연하게 0과 1로 최적화되어있는 회로가 패배를 선언하고 즉시 도주를 요구했다. “이에에에에에!” 괴상한 비명과 함께 마지막 다이달로스가 달아났다. 물리 파이워월 장치의 파괴만은 간신히 피한 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건져진 낸시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찢어진 옷을 재생시켰다. “어...어떻게 들어 온 거야?” “네 왼팔에 웨어러블 UNIX와 연결했다. 나머지는 간단한 응용이지.”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말을 너무나 쉽게 하는 그에게 무어라 항변하려던 낸시. 그러나 자신을 둘러싸는 그의 분신들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저기.... 고맙긴 한데 이제 빨리 일을 처리해야....” 99호는 여전히 못 박힌 듯 서서 낸시를 응시했다. 전방을 향해 뻗어가다 살짝 숙인 쌍언덕, 훤칠한 키의 극히 일부만 점유하며 나긋나긋하게 조여진 허리, 키의 대부분을 가져가며 눈살 찌푸리게 하는 휘어짐이나 돌출 없이 고혹적인 각선미를 과시하는 다리. 고대 그리스의 선인들이 보았다면 가장 완벽한 미의 구현이라 칭송했을 황금 비율을 목도하며 그냥 임무로 돌아가는 건 사내로서 불가능한 행위. “미안. 못 참겠다.” “무, 무슨 소리야... 좀 진정...꺄아!” 설마 낸시의 전뇌공간 복장이 99호의 성욕 타이머를 건드렸을 줄이야! 늘 보던 라이더 슈트나 알몸과는 다른, 코카소이드 전통 복식이 가진 위력 앞에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 놀랍도록 아름다워. 하긴 코카소이드에게 코카소이드 복장이 어울리는 게 당연한가?” “아....제발... 여기서 나가서 하게 해 줄테니까! 지금은...우, 우읍!” 거칠게 입을 틀어막은 걸 신호로 분신들은 각자 맞은 일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드레스 매듭을 풀고, 누군가는 꽉 조여진 코르셋을 헐렁하게 했다. 누군가는 치마를 떨어뜨리고, 어떤 분신은 팬티의 끈을 잘라냈다. 찰나의 시간 만에 낸시는 가터벨트와 스타킹, 하이힐만 남은 반라로 전락해 남편의 품에 안겼다. “아윽....이러며 안 돼는데....으윽!” 이성은 그를 진정시키라 부르짖지만, 99호는 일말의 여유 도 주지 않으며 몰아붙인다. 코토다마 공간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그의 남근을 핥던 몸. 자극하면 금방 달아오르리라. 충직한 분신들이 적절하게 낸시의 다리를 잡아 벌리고, 팽창한 암술이 그의 것으로 차오르는 때를 맞춰 허리를 휘감게 했다. 길고 늘씬한 다리는 교차하여 절대 풀리지 않을 견고한 자물쇠. 열띤 응원에 힘입은 수컷은 단 한 번의 삽입으로 자궁의 입구까지 도달했다. 마시멜로우처럼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속살이 귀두에 엉겨 붙었다. “아앙....앙....아윽......!” 거친 숨을 헐떡이는 젖무덤이 99호의 단단한 근육과 만나 빠르게 형태를 바꿔갔다. 본체를 지켜본 분신들은 몸이 달았다. 그들 모두 만들어진 존재일지언정 동일한 욕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정사에 여념이 없는 남녀를 에워싸고 항의하듯 번뜩이는 눈빛을 던졌다. “함께하지. 동지들.” 질투심에 넘쳐서 임무를 어그러뜨릴 뻔한 그였지만 자기 자신에게조차 인색하게 굴지는 않았다. 시원한 허락의 말에 닌자들은 즉시 각자의 방식으로 낸시를 품었다. “우웁!” 가장 불편할 것 같은 녀석은 허공에 매달린 채 낸시의 입에 남근을 물렸다. 전뇌공간에서만 가능한 진기명기에 여인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열고 뺨을 오므렸다. 목젖이 닿는 곳까지 익숙한 남근을 유도하자 진공 상태에 든 입이 강한 압력으로 성기를 빨아들였다. 성기가 육벽으로 감싸다 빠져나가는 순간 음순을 좁혀 압박하는 아래 입과 마찬가지로 성기가 빠져나가는 직전까지 빨판처럼 들러붙어 놓아주지 않는 입술과 혀가 전달하는 쾌감은 실로 말법적이고 농염한 것이었다. 또 다른 분신은 낸시의 배후를 점했다. 완전히 무방비하게 노출된 엉덩이. 갈라진 틈새 사이의 분홍빛 균열을 파고들었다. “우우읍!” 입안에 남근이 물려있지 않았다면 비명으로 고막이 쩌렁쩌렁 울렸으리라. 대신 가늘고 유연한 배와 허리가 앞뒤로 마구 요동쳤다. 엉덩이로 뜨거운 쇠몽둥이 들어오는 감각에 99호의 가슴에 유방을 문지르며 절규하다가, 자궁을 올려치듯 들이받는 자극에 허리를 활처럼 휘다 채 다 펴지 못하고 부딪쳤다. “우우....우우....우오오오옷!” 아래의 두 구멍이 동시에 채워지며 하반신이 너무나 답답했다. 내장이 말려 올라가는 것 같아 미치겠고, 아랫배의 그의 전진에 맞춰 볼록 솟아오르는 착시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낸시의 뇌를 지배하는 건 고통이 아니었다. 파이어월이 걱정될 정도로 과잉 분비된 도파민이 척수를 따라 발가락까지 전신의 수축과 팽창을 유도하며 가공할 쾌락의 해일을 일으켰다. 그 증거로 가슴 가운데 핀 꽃은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활짝 피어났고 숨이 막혀 눈물과 침을 줄줄 쏟아내면서도 목구멍 가장 깊은 곳으로 남근을 유도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자였다. “오곳! 커헉....흐어....오오!” “과연 명기군!” “우리를 이토록....!” 빠져드는 건 낸시만이 아니었다. 요동치며 다가오는 배와 가슴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99호도, 반쯤 휘어진 허리에 부닥치는 분신도. 고환 속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낼 기세로 조여드는 낸시의 구멍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처럼 허리를 흔들어 대진 않았으나 삽입을 지탱하기 위해서 다리와 허리에 잔뜩 힘을 줬다. 다이달로스를 격퇴하는 순간에도 이 정도로 심신이 소모되진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괄약근과 사투를 벌이던 분신이 갈라진 둔부 양쪽에 손을 올리고 거머쥐었다. 남근과 허리의 힘만으로 조이는 힘을 이기기 쉽지 않아 조금 벌려볼 셈이었다. “드...드디어!” 항육의 속박을 이겨낸 남근의 전진에 맞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을 열어갔다. 자궁으로 가는 길보다 훨씬 비좁고 쫀득한 성기를 비틀어 짜내는 듯한 자극을 전달했다. “크윽!” 숙련된 닌자조차 신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한껏 수축한 들어찬 뒤쪽의 주름은 단숨에 끝에 도달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온 힘을 다해 밀어젖히며 나아가야 했다. 남근의 형상으로 괄약근의 형상을 바꿔 가는 동시에 우뚝 선 클리토리스 아래로 세찬 애액의 물줄기를 분출했다. “아아...아아...어어어어!” 앞에서 전달되는 쾌락과 뒤에서 전달되는 자극이 상호보완적으로 서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삽입할 구멍을 찾지 못한 두 분신은 작고 부드러운 손에 성기를 끼워 넣었다. 유려하게 자판 위를 유영하던 손이 성기를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흥건하게 베인 땀이 윤활유 역할을 대신했다. 모공의 잡티를 찾으려면 현미경을 동원해야 할 백옥같은 피부로 성기를 감싸 쫀쫀하게 달라붙어 뿌리에서 귀두까지 오르고 내리는 동작이 연달아 이어졌다. 낸시는 본능적으로 손을 둥글게 말았다. 한창 허리를 흔드느라 바쁘던 분신들은 질육과 비슷하면서도 질육이 아닌 색다른 구멍의 존재를 알아채고 더욱 맹렬히 허리를 흔들었다. “훌륭하다! 정말 훌륭한 여자다!” “우리도 부탁한다.” 또 다른 두 분신은 99호의 허리를 감던 낸시의 다리가 풀려버려 틈이 생긴 사이에 가슴에 난입했다. 할짝, 할짝, 츄읍...츄읍....쭈우읍! 진즉 99호의 타액으로 절여진 꽃봉오리는 남자의 욕정과 여자의 흥분이 섞인 독특한 살 내음을 피어 올렸다. 사내의 발정을 유도하는 데 그보다 더 탁월한 물질은 없으리라. 두 분신은 게걸스럽게 핥아갔다. 중심부부터 젖꼭지 주변의 작은 돌기 하나하나까지 정성 들여서. 남자의 혀에 반응해 꼬물거리는 유두는 정말 살아있는 생물 같았다. 다른 두 분신은 말끔히 제모한 겨드랑이에 들러붙었다. 신체에서 가장 땀이 많은 부위의 시큼한 맛과 삶은 달걀의 표면처럼 미끈한 감촉을 즐기며 망중한에 잠겼다. “아아!” 그곳만이 아니었다. 다리와 일직선으로 이어진 발목. 그 끝에서 자극을 받을 때마다 뻣뻣하게 서는 발가락에도 분신들이 달라붙었다. 각자 발을 쥐고 유두를 괴롭힐 때와 마찬가지로 쪽쪽 소리 내어 핥아갔다. 그 누구도 발이나 겨드랑이에서 악취를 맡지 못했다. “좋아....간다! 코토다마 속이라 조금은 아쉽지만...” 푸슉! 푸슈슉! 푸슉! “으으읍....쿨럭!” 일찍이 유래가 없던 백탁의 홍수. 본체와 분신이 동시에 세찬 정액의 파도로 낸시를 뒤덮었다. 하얀 피부가 밤꽃 냄새나는 액체로 뒤덮였다. 낸시의 입과 뱃속, 항문, 가슴과 사지가 전부 우유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99호는 한 번 사정으로 만족한 적이 없었다. “넌 정말 매력적인 여자다. 이런 우리를 이해해줄 수 있겠지.” 성욕 발산을 받아낸 여체가 끈 떨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모든 구멍에서 진한 정액을 쏟아내면서 이따금 움찔하며 가쁜 숨을 내쉬는 것이 움직임의 전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