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파랜드 택틱스가 아닌 미연시에 SRPG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 게임.
투하트 시리즈 만들었던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또 충격 받았던 그 게임.
스토브에서 한글판 묶음 판매하는 거 세일하길래 몇 달 전에 주워 담아 틈틈이 플레이 해옴.
1편은 초창기 미연시 버전으로 2회 달렸고 2, 3편은 스팀 영문판으로 1회차 했었는데 역시 한글판이 편하더라.
스토리 RPG 중에서 서양 판타지가 아닌 동양 판타지 좋아하면 추천하는 작품임. 제작진이 홋카이도의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을 컨셉으로 잡고 만든 거라 기존 중국, 일본 배경인 동양 판타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음. 다만 2편의 배경인 '야마토'는 국명만 봐도 알 듯이 일본산인데 느낌은 중화 제국임. 그렇다고 짜장향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고 일본산 내용물에 중국산 포장지 씌운 느낌임. 물론 SF가 좀 섞이긴 하지만 나름 핍진성 있어서 뜬금없는 전개는 아니라 몰입을 크게 해치진 않음.
스토리 진행도 너무 진지한 파트만 파고들지 않고 중간중간 개그씬을 넣어줘서 플레이어들 지치지 않게 나름 배려도 해놨더라.
예전에 영문판 했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도 한글로 다시보니 웃기는 부분 꽤 많았음. 개인적으로 개그씬으로 떡밥 은근 슬쩍 던져두고 후반 가서 게임 핵심 스토리로 회수하는 것은 참 기똥찼음.
전투는 여타 SRPG인데 속성과 연타만 신경 쓰면 웬만해서는 다 해결됨.
1편의 경우 공격 방향에 따라 데미지가 다르고 힐러도 매우 적은데다 처음 주어지는 힐러는 공격 기술 없고 이동거리도 짧은데 회복 스킬 범위도 짧아 보완책이 마땅한 게 없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음. 2편부터는 게임성이 좀 달라지는데 기력(SP)으로 스킬을 쓰되 100에 도달하면 한 턴 더 행동 가능한 동시에 필살기 사용이 가능해져서 잘 활용하면 게임이 쉬워짐. 그리고 ZOC라고 상대방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는 패시브 스킬도 존재해서 잘만 활용하면 구석으로 몰아넣고 뚜까 팰 수 있음. 힐러 같은 경우 맨 처음부터 주어지고 공격기 존재하고 이동거리도 양호한데 데미지 회피나 방어기도 갖추고 있어서 OP급임. 나중에 동료들 많아지면 협공기, 협공필살기 사용도 가능해지는데 힐러도 많아지고 턴 단축 스킬도 생겨서 어지간하면 최종보스도 하드 난이도에서 문제 없이 잡아낼 수 있음. 무엇보다 전투에서 '무르기' 기능이 존재해서 SRPG 초보도 쉽게 할 수 있음. 즉 해당 턴에서 실수해서 판 조져놔도 턴 되돌리기 키 누르면 1턴부터 쭉 나열돼 있고 선택해서 원하는 턴으로 무르기 가능함.
BGM은 동양 판타지 색채를 지키면서 웅장하고 아련한 사운드 잘 뽑아냄. OST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감동적이거나 슬픈 장면에서 BGM 활용 잘 하는 게임임. 성우들 열연도 더해져서 몰입감 좋았음.
사운드 부가 기능으로 1편의 경우 2,3편에서 사용된 BGM or 오리지날 BGM 선택이 가능했음. 가장 좋은 점은 풀더빙이라서 사운드가 비는 경우가 거의 없음. 그리고 남주 목소리가 몰입에 방해되면 남주 보이스만 꺼버리는 옵션도 존재함.
근데 개인적인 의견이긴 한데 1편은 너무 아쉬운 게 리메이크라면서 배경 이미지 손 보고, 전투 3D로 바뀐 것, UI 변경 말고는 거의 변한 게 없음.
스탠딩 CG나 주요 CG 등 약간의 손만 보고 미연시 시절 CG 그대로 박아놨더라. 2,3편 이후 나온 거라 그 수려한 그림체로 재탄생한 1편 주역들 보고 싶었는데 좀 실망이었음. BGM도 2편과 3편에서 썼던 것들 대부분 재활용됨. 3D 연출도 2편과 3편에서 썼던 기술 다 어디로 갔는지 진짜 맥 빠지고 몰입감 해치는 수준으로 저해된 수준임. 심지어 떡신도 싹 다 잘려나갔으니 스토리 감상이 목적이라면 미연시 버전으로 플레이 하는 것도 염두에 두면 좋을 듯. (*그나마 리메이크에서 다행이라면 PS2 버전에 추가된 스토리도 포함됐다는 점과 풀프라이스가 아니라면 점?)
여담으로 Lossless Scaling(일명 '오리') 있으면 꼭 쓰는 게 좋음.
1~3편 전부 최대 30fps에 해상도 엿바꿔 먹어서 QHD나 UHD나 뭐로 올려도 눈꼽 낀 화면임.
아무리 콘솔 기반 게임이 PC로 포팅됐다지만 프레임 최대 30은 진짜 너무하더라. 사양도 낮은 게임인데.
차기작 나왔으면 좋겠지만 '칭송받는 자'라는 주제로 깔끔하게 골수까지 뽑아먹은 것 같고, 세계관의 문제도 대부분 해결됐으니 기대하기는 힘들 듯.
여튼 즐거운 시간이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