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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성인 문학 분류】 (완결) 작가: 빗속의 물에 빠진 생쥐
근대 에로티시즘 문학의 시조를 논하자면, 단연코 수년 전 모진 고문 속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았던 사드(Sade) 후작 아저씨를 꼽아야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비록 상식을 뛰어넘는 기괴한 망상으로 가득 차 있어 읽는 이의 혈관을 펄펄 끓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는 기묘하고도 쓸쓸한 파편들이 독자의 가슴을 예고 없이 훅 하고 베어버리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죄악과 물욕이 넘쳐흐르는 곳이었고, 그의 글은 그 세상을 무한한 처량함과 황무지 같은 허무로 뒤덮어 버린다.
사람들은 그를 배덕자라 손가락질하며 등을 돌렸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문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그것은 바로 '정욕(情慾)'이라는 것을 역사 속에 활자로 응고시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사실 우리 중화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에로티시즘 문학의 뿌리는 실로 깊고도 길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금병매(金瓶梅)》는 대아(大雅)의 반열에 오른 이 분야의 으뜸가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등초화상(灯草和尚)》이나 《옥보단(肉蒲团)》 같은 류의 서적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교(禮教)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옭아매고 잡아먹던 족쇄를 잠시 벗어던지고 과거의 관념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중국인의 삶 속에서 '성(性)'이란, 근대처럼 그렇게 쉬쉬하며 감춰야 할 금기 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우리 중화민족의 시조이신 황제(黄帝) 대인께서도 《소녀경(素女经)》을 통해 소녀(素女) 누님과 방중술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시지 않았던가.
그분께서는 수천 년을 이어온 "오락은 곧 구(球, 남근)에 달려 있다"는 정요(精要)의 진리를 그야말로 통쾌하고 명쾌하게 설파하셨다.
그 아래로 내려오면 백낙천(白乐天) 노우(老友)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천지교환음양대락부(天地交欢阴阳大乐赋)》를 비롯하여,
《동현자(洞玄子)》, 《도옥대(捣玉台)》, 《벽옥루(碧玉楼)》, 《치파자전(痴婆子传)》 같은 침실의 환락을 다룬 글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진다.
이 글들은 남녀 간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천태만상의 풍정으로 묘사하여, 읽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밤낮으로 그 짓만 생각하다가는 상당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성세항언(醒世恒言)》 중 <금해릉종욕망신(金海陵纵欲亡身)> 편이다.
미녀를 탐하다 강산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과정과 교훈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가.
단지 소위 말하는 성리학(程朱理学)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중국인들은 그 행위를 천지가 용납하지 못할 죄악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숨기기 시작했고, 그 답답한 세월이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에로티시즘 문학은 인간의 본능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엄연히 문학의 한 갈래로서 그에 상응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성 묘사가 나온다고 해서 미간을 찌푸리고 침을 뱉는 행위는, 내 소견으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알다시피 그 암울했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지금 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소녀의 마음(少女之心)》 같은 "음란 서적"이 널리 유포되지 않았던가.
당시 '수초본(필사본)'이라는 단어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는 통치자가 인민의 머리는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민의 호르몬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방증한다.
에로티시즘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 인민이 팍팍한 삶 속에서 아주 작고 평범한 즐거움을 찾기 위함이지, 툭하면 사상 검증을 들이대며 "음탕하고 파렴치하다"고 매도할 일이 아닌 것이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20세기 말, 인터넷이라는 어디든 닿지 않는 곳이 없는 도구의 힘을 빌려, 중문 에로티시즘 문학은 웹상에서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인터넷이 보급된 7년 동안 에로 문학에 대한 개념과 이해는 급격히 변모했다.
봉황성(凤凰城) 정보국에서 시작하여 원원(元元)으로, 그 뒤를 이어 무극(无极)으로, 다시 풍월대륙(风月大陆)으로 이어지다 이제는 평담(平淡)으로 귀결되었다.
이 기간 동안 나 역시 에로 문학에 관한 많은 자료를 축적할 수 있었다.
사실 인터넷상의 야설 작가들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축되거나 저급한 인간들이 아니다.
또한 에로 문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아앙, 하으응" 하는 신음 소리만 적어놓은 것도 결코 아니다.
네트워크 세상에는 수많은 영웅호걸이 숨어 있다.
그들이 창조해낸 상당수의 에로 문학은 웬만한 기성 문학보다 백배는 더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며, 개중에는 현대 문학의 걸작이라 칭송받아 마땅한 작품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듯, 에로 문학이 걷는 노선 또한 천차만별이다.
출처를 기준으로 크게 나누자면 '창작파'와 '번역파'로 나눌 수 있고, 창작파는 다시 여러 세부 유파로 갈라진다.
먼저 소생이 '번역파'의 이야기부터 풀어보겠다.
왕소파(王小波)가 언급했던 《O의 이야기(Story Of O)》는 표준적인 사도마조히즘(SM) 문학이면서도, 동시에 당당한 걸작이다.
애매모호한 의미가 가득 담긴 행간에서, 잔인하기 그지없는 대화 속에서, 그리고 뼈와 살을 파고드는 묘사 속에서.
우리는 뼛속까지 시린 절망의 냉기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맛보게 된다.
이것은 위대한 번역가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극한의 향유이자, 상상력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선물이다.
사실 인터넷 에로 문학의 범주에서 외래 번역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일본 계열이든 구미 계열이든, 일정 수량 이상의 극상품 대작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인터넷 음란 백성(淫民)들에게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타카기 세 자매(高树三姐妹)》는 일본계 번역 작품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수작이다.
치밀한 사건 서술, 생생한 장면 묘사, 그리고 정교한 심리 묘사는 독자의 호르몬을 요동치게 만드는 동시에 타카기 자매의 기구한 운명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타카기 미카의 남편인 후지모리에 대한 심리 묘사는 가히 압권이다.
공허하고 유약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는 강렬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그의 본성을 아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그 외에도 교활하고 음험한 교전(협전), 안하무인에 독선적인 미나코 등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모난 돌처럼 뚜렷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이비 종교를 사건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이야기의 구조를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제를 더욱 어둡고 혼란스러운 심연으로 끌고 들어가 비참한 결말을 위한 복선을 완벽하게 깔아두었다.
한마디로 《타카기 세 자매》는 전형적인 일본계 에로 문학으로서, 인터넷 에로 문학의 비조(鼻祖)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외국 달만 둥근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작가들의 자질이 향상되면서, 오늘날 창작 에로 문학의 역량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그 발전과 파생의 양상은 실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지면을 빌려 창작 에로 문학의 유파에 대해 종합적인 개요를 서술하고자 한다.
다소 간략할 수도 있겠으나, 이 글의 목적은 에로 문학에 대한 요점을 정리하는 것이지 심층적인 학술 토론이 아니다.
혹여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독자 제현의 양해를 구하며, 고귀한 의견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1. 정통파 (正统派)
대표작: 《소년 아빈(少年阿宾)》, 《소청의 연인(小青的情人)》
건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환락과 사랑을 즐기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정통 건강파'는 언제나 에로 문학의 거대한 주류를 형성해왔다.
경쾌하고 해학적이거나, 혹은 화려하고 호화로운 문체 속에 티 나지 않게 적절한 성애 묘사를 녹여내는 것이야말로 이 유파의 장기이다.
《소년 아빈》의 경우, 과거 원원(元元) 게시판의 기록에 따르면 작가 아Ben은 집필 전부터 전체적인 스토리 구조를 완벽하게 구상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대학에 입학하여 결혼하고 정착하기까지 수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이 작품은, 그 스케일이나 등장인물의 방대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반 소설이라 해도 상당한 공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하물며 복잡한 육체관계가 얽히고설킨 에로 소설임에랴.
작가의 치밀한 사고력과 한 땀 한 땀 공들인 성실한 태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글 전반에 흐르는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은 독자로 하여금 육욕 너머에 있는 청춘의 무한한 매력까지 느끼게 한다.
반면 《소청의 연인》은 온화하고 우아한 필치의 주완정(朱莞葶) 선생이 집필하였다.
마치 오나라의 부드러운 사투리(吳儂軟語)처럼 나긋나긋한 문체로, 중년에 접어든 귀부인의 공허하고도 방탕한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인칭과 3인칭을 교차 서술하는 방식은 이 작품에 색다른 매력을 부여했고, 이야기 속에 짙은 생활의 향기를 불어넣어 지취와 향락이 넘치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옥에 티라면 주 선생의 플롯 장악력이 다소 부족하여 전후의 마무리가 느슨하고, 분량이 늘어지며 지루해지는 감이 있다.
또한 동일 인물에 대한 묘사가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건조해졌는데, 《소년 아빈》에 비해 생동감 넘치는 박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평하자면, 정통파의 작품들은 청춘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호화로운 상류 생활을 소재로 삼는다.
직접적인 묘사에 치중하고 대화의 비중이 높으며, 에로 문학의 유파 중에서도 가장 건강하고 개방적인 일족을 대표한다.
이들은 앞으로도 분명 계승되고 발전할 것이다.
2. 교환파 (换派, 스와핑)
대표작: 《부부 낙원 시리즈(夫妇乐园系列)》
정통파의 한 갈래로서, 교환파는 주로 부부 간의 파트너 교환(Swapping)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이로 인해 작품의 묘사 범위나 공간적 배경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상상력이 풍부한 창작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부부 낙원》이 바로 그 전형적인 예시다.
작중 주인공 부부는 다른 부부와 단독으로 파트너를 교환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교환 클럽에 들어가 대규모의 다중 교환을 즐기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작가는 특유의 대만식 필치로 아주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성적인 묘사의 수위(농도)는 옅은 편이지만, 독자를 끌어당기는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건강한 마인드 덕분에 교환파 최고의 걸작이라는 왕관을 놓치지 않고 있다.
현실 생활에서도 교환파는 세속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지하 세력과 같다.
구미에서는 부부 교환이 매우 흔한 성적 유희로 자리 잡았지만, 전통 도덕관념이 강한 중국에서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교환파 문학은 성 문화를 소개하는 전도사의 사명을 띠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은 중화인들이 이에 대해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말이다.
3. 패륜파 (乱派, 근친/난륜)
대표작: 《패륜 대가족(乱伦大家庭)》, 《십일담: 해상기정기(十曰谈之海上旖情记)》
'어지러울 란(乱)' 자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졌는가!
마치 전통에 저항하려는 듯, 또 한편으로는 핏줄의 친밀함을 과시하려는 듯, 패륜파는 에로 문학에서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금기(Taboo)라는 점, 그리고 세속의 도덕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패륜파 문학은 정통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패륜 대가족》은 비교적 특이한 패륜파 작품이다.
특이하다고 하는 이유는, 이곳의 '난륜'이 이익 분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인물과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린 것은, 세상의 이치가 용납하지 않는 가족 집단의 집단적 방종이었다.
가까운 혈육이라는 점이 물질적 이익을 둘러싼 다툼을 유발했고, 욕망은 도덕과 충돌한 끝에 도덕을 철저히 파괴하며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국 가족 구성원들은 물질과 육체 양면에서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상을 유지하기엔 충분한 결과를 얻게 된다.
작가 VT는 기발한 전개로 승부하는 데 능하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복선을 깔아두고, 글 속에 녹아 있는 세상만사의 묘사는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특히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호색하고 굶주린 여성 캐릭터들의 묘사는 그야말로 입목삼분(入木三分)의 경지다.
반면 《해상기정기》는 1930년대 상하이탄(上海滩)을 배경으로 한 대작이다.
신비롭고도 방탕했던 그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글 전반에 짙은 생활의 향기와 달콤하고 환락적인 정취를 드러낸다.
일반적인 패륜파 작품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육욕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모자(母子)나 남매간의 애틋한 정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성분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패륜파 작품 내에서 '가족애(Parental Love)'라는 요소가 확고한 지위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 포옥헌(抱玉轩)의 필치는 섬세하고 심오하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정성 들여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에 특별한 정취가 흐르는 배경 묘사까지 더해져, 가정의 온정 속에 낭만적인 정회(情懷)를 한 스푼 더했다.
이 외에도 《정위하물(情为何物)》, 《신혼모자(新婚母子)》 등 상당수의 대표작들이 패륜파 에로 문학의 이정표로 남았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패륜파는 에로 문학의 독특한 유파로서, 계속해서 수많은 애호가들을 문자로 빚어낸 황홀한 세계로 유혹할 것이다.
4. 동인파 (同人派, 패러디)
대표작: 《김용 시리즈 동인지》, 《미소녀 전사 시리즈》
명작은 언제나 독자의 눈길을 끄는 법. 명작에서 태어난 동인(Fan Fiction) 시리즈는 에로 문학의 별미와도 같다.
원작이 뛰어난 플롯과 선명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면, 개작(각색)은 원작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고 음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성공을 거둔다.
공경동(孔庆东) 선생은 일찍이 "너희들의 몸과 이름은 멸할지라도, 김용의 강물은 만고에 흐르리라"라고 읊으며 김용 무협소설을 극찬했다.
하지만 김용 노선생께서 과연 상상이나 하셨을까?
'후세 사람들'이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작품에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내용이 아주 요염하고 질펀한 에로 걸작으로 재탄생시킬 줄을 말이다.
그렇다. 바로 '큰누나와 지적장애 소년'이라는 부부 작가 팀의 명작 《김용 시리즈 동인지》 이야기다.
과거 유명했던 《신조외전(神雕外传)》이 있었으나, 그 작품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신(神)이 닮지 않아 김용 무협 특유의 풍만한 성격과 시대적 기백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동인지》는 이러한 결함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원작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 위에 합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성애(Sex)를 덧입혀, 작품을 더욱 리얼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소재 선택과 스타일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이 부부 작가가 너무 일찍 은퇴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문장력과 이해력으로 볼 때,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대협(侠之大者)"이라는 주제를 담은 불세출의 에로 무협 대작을 써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소녀 전사(세일러문) 시리즈》는 원작자 타케우치 나오코 여사가 피를 토하고 쓰러질 만한 대작이다.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청순하고 귀여운 미소녀 전사들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뿐, 그 속을 적나라한 색정으로 꽉 채워 넣었다.
독자들은 음미하고 타락한 기운이 넘치는 장면을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의 감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강렬한 괴리감은 정상적인 독자라면 누구나 거친 숨을 몰아쉬고 혈관이 터질 듯한 흥분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 작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원작 순정만화의 밝고 명랑한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점이다.
작가 Sunary가 던진 이 '소녀'라는 카드는 어떤 의미에서 초월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덕분에 상대적으로 평이한 묘사와 다소 거친 필력조차 별로 중요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동인파 작품은 원작이 가진 거대한 독자 시장을 등에 업고 있기에, 필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고 적절한 성애 묘사만 곁들인다면 성공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원작의 스타일과 캐릭터 성격을 제멋대로 짓밟는 작품은 성공할 수 없다.
이미 대중에게 인정받은 원작의 취지를 배반하는 것은, 곧 작품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5. 학대파 & 혈성파 (虐派 & 腥派, SM & 고어)
대표작: 《간마(奸魔) 시리즈》, 《나의 4년 노예 생활》
모든 인간의 뇌리에는 평화와 안정을 거부하는 인자가 잠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근원적인 악(惡),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나온 '폭력욕'이다.
유약함과 순종을 상징하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성적 환상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폭력 판타지, 그리고 가학(S)과 피학(M)이라는 성애의 존재로 인해 학대파 문학은 자연스럽게 인터넷 에로 문학의 중견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원로 작가 흑지야(黑之夜)와 습료야(湿了耶, 젖었어예)가 합작하여 바친 거대한 제물, 《간마 시리즈》는 폭력 성애 문학의 기둥과도 같다.
이 작품은 신비로운 용모를 지닌 채 꽃을 무참히 꺾어버리는 강간범을 탄생시켰다.
그는 범행을 저질를 때마다 모욕적인 언사와 극도로 폭력적인 수법으로 피해자를 고문하여, 육체와 정신 양쪽 모두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작품 후반부에 이르면 작가는 주인공과 이 사건을 담당한 여형사를 일반적인 대결과 성적인 대결, 이중의 전장으로 몰아넣는다.
그 과정에서 계산조차 불가능한 은원과 원한의 엉킨 실타래가 만들어진다.
결국 주인공은 같은 취향을 가진 동지를 찾고 미인까지 품에 안으며, 스스로 창조한 폭력 환상의 세계 속에서 전통적인 도덕관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작가의 노련한 심리 묘사와 짧고 간결하면서도 '강자의 언어'가 느껴지는 대사는 이 글에 강렬한 남성 패권주의의 향기를 불어넣었다.
작품 발표 후 수많은 네티즌이 속편을 써서 덧붙였고, 원작자도 이에 적극 호응했다.
주인공은 '복면(蒙面)'에서 '천면(千面)'으로 발전하더니, 급기야 뜻을 같이하는 '동맹'을 결성하여 학대파 문학의 반(反)도덕적 기관(奇觀)이 되었다.
여담이지만,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을 볼 때 나는 작중의 동맹과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전통 도덕을 전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학대파의 분파인 '혈성파(腥派)'는 폭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장르다. (마치 록 음악의 하드코어나 그라인드코어처럼 말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정통파와는 물과 불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다.
혈성파의 글 속에는 잔혹한 고문, 학살, 식인(食人) 등 짐승보다 못한 궁극의 폭력 행위가 난무한다.
낭자한 선혈과 찰나의 쾌감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나의 4년 노예 생활》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자전적 소설로, 마약왕의 손에 떨어진 마약 단속 관리 아내의 비참한 조우를 1인칭으로 묘사했다.
글 속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고문의 실상이 비일비재하며, 그야말로 '참무인도(慘無人道, 사람의 도리가 없음)'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가장 전율스러운 점은 서술자나 가해자 모두에게서 인간적인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가 갈릴 만큼 끔찍한 만행의 묘사 속에서 우리는 인간성의 차가운 추악함과 극악무도한 인심의 밑바닥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 YYY의 필력은 상당한 내공을 자랑한다.
그가 조성한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분위기는 숨이 막힐 듯 무겁고, 일말의 측은지심도 없는 고문과 성적 학대 장면은 뼈에 사무치는 한기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문학의 범주 안에 있다 해도 마땅히 '제한 등급(R-18+)'에 속하며, 혈성파 문학의 전형적인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강력히 경고한다.
피비린내 나는 장면, 폭력, 살육, 식인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 혹은 심장병이나 고혈압이 있거나 전통적인 도덕관념이 투철한 독자는 부디 혈성파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돌발적인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학대파와 혈성파 작품 대다수는 남성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만, 물론 남성이 피학적인 위치에 놓이는 작품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표작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타카기 세 자매》나 《인처 4부곡》 역시 이 계열에 속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일본인들의 성 심리와 성 문화는 확실히 독보적인 면이 있는 듯하다.
어쨌든 학대파와 혈성파는 에로 문학의 독특한 요새로서, 특수한 벽(癖)을 가진 이들에게 충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6. 전설파 (传奇派)
대표작: 《십경단(十景缎)》, 《금린기시지중물(金鳞岂是池中物, 금린이 어찌 연못 속의 물건이랴)》이곳에서 정의하는 '전기파(傳奇派)'는 크게 고대 전기와 현대 전기라는 두 가지 줄기로 나뉜다.
고대 전기류는 정통 무협 소설의 궤적을 충실히 따른다. 남녀의 뜨거운 정사 장면 못지않게 탄탄한 서사와 가독성에 공을 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무공의 심오한 경지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격투 묘사는 이 장르의 핵심이다. 질펀한 에로티시즘과 화려한 무협 액션이 황금 비율로 버무려진, 그야말로 문학적 색채가 짙은 장르라 할 수 있다.
반면 현대 전기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행보에 자신을 투영하며 훨씬 쉽게 몰입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굴곡지고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 속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그곳에 있다.
이 두 갈래는 소재와 기법, 내용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협객의 기질을 가진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들을 '전기파'라는 하나의 커다란 울타리 안에 묶어두기로 한다.
방촌광(方寸光) 선생의 저작 《십경단(十景缎)》은 독자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에로 무협의 거작이다. 작가는 집필을 위해 실제 역사적 배경을 철저히 고증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의 치밀함과 엄격함을 기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순히 남녀가 몸을 섞는 묘사나 캐릭터 조형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다.
무협이라는 장르가 마땅히 갖춰야 할 거대한 기개를 품고 있다. 스토리의 구조와 전개 방식, 인물들의 입체적인 성격 설정에 작가는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이 작품은 김용(金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통 무협의 정수를 보여준다. 오히려 '에로'라는 수식어가 뒤로 밀려날 정도로 문학적 완성도가 높다.
그렇다고 해서 《십경단》의 정사 장면이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넘쳐흐르는 애욕의 묘사와 관능적인 분위기는 인물의 특징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여인의 젖가슴이 출렁이고 뜨거운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묘사 하나하나가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한다. 독자는 그 생동감 넘치는 묘사 속에서 인물의 숨결을 느낀다.
《금린기시치중물(金鳞岂은池中物)》은 그야말로 거대한 잡탕찌개 같은 작품이다. 에로 문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작 기법 면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에로 문학계의 정점을 찍겠다는 기세가 실로 대단하다.
작가 몽키(MonKEY)가 창조한 주인공은 실로 경이롭다. 제임스 본드의 유능함과 위소보의 영악함, 나폴레옹의 야망을 한 몸에 담은 결정체다.
그는 못 하는 게 없고, 간덩이가 부어오른 것처럼 대담무쌍하다. 현대 전기형 에로 소설로서,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에 뒷골목의 가십 같은 스타일을 가미했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일품이다. 현대판 만능 주인공이 세상을 휘저으며 벌이는 모험은 독자의 말초신경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그야말로 장르의 정수를 꿰뚫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금린》의 문체에는 북경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진하게 배어 있다.
지역색이 선명한 덕분에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전기파 안에는 집필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천타무림》, 《풍진겁》, 《강산여차다교》, 《타락경찰》 등이 대표적이다.
필력의 깊이나 구성의 치밀함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표작들이 세워놓은 전형적인 틀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결국 고대든 현대든 전기파는 탄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주류 분파다. 협의와 현실 사이의 충돌, 강산과 미녀 사이의 갈등.
그 모든 번뇌와 욕망이 이 파벌의 작품들 속에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7. 기환파(판타지). 대표작: 《용전사전기》, 《아리부다연대기》
판타지 문학은 최근 몇 년 사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거대 시장이다. 《반지 전쟁》, 《드래곤랜스》, 《다크 엘프》 같은 서구권 대작들이 인기를 끌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판타지 창작물 또한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것이다. 당연히 에로 문학 작가들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탄탄한 세계관과 묵직한 서사, 그리고 화려하고 생생한 성애 묘사가 어우러진 대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용전사전기》는 정식 출간까지 된 작품인 만큼, 그 필력과 구성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유색판(성인용)'과 '무색판(일반용)' 두 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 반척청와(半只青蛙)의 자조 섞인 고백은 이 작품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척청와, 이놈은 구제 불능의 변태이자 색정광이다.'
'나는 폭력적인 섹스 묘사를 즐긴다. 내 글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챘을 것이다.'
'양우생 스타일의 답답한 비극은 질색이다. 그러니 결말만큼은 안심해도 좋다.'
'주인공의 성격은 곧 나의 성격이다. 나 역시 썩어빠진 전통 관념을 혐오한다.'
'그래서 내 글에는 신(神)을 파렴치한 잡놈으로 묘사하는 등 불경한 내용이 가득할 것이다.'
'부디 독자들이 이 파격을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런 호언장담은 차치하더라도,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경탄할 만하다. 치밀하게 설계된 복선과 짜임새 있는 전개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관능적인 장면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화룡점정으로 끌어올린다. 에로 판타지 문학의 진정한 대표작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아리부다연대기》는 어떤 의미에서 전통적인 판타지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쓰레기이자 비열한 소인배, 양아치 그 자체다.
흔히 말하는 '풍류를 아는 건달' 축에도 못 끼는 인간 말종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놈에게 기상천외하고 향긋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진다.
정통 판타지 설정 위에서 유머러스한 필치와 굴곡진 서사가 춤을 춘다. 그 와중에 수많은 미녀를 짓밟고 유린하는 주인공의 행보는 독자를 경악케 한다.
참으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작가 농옥(弄玉)은 이 작품이 기존의 여러 저작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겸손을 떨었다.
《암흑마법사수기》나 《천타무림》, 《음수성보 2099》 같은 작품들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와 설정을 뜯어보면 판타지의 기본 요소가 탄탄하게 박혀 있다.
독창적인 성애 묘사와 유기적인 연결성은 독자를 깊은 수렁으로 끌어당긴다. 에로 판타지 문학의 이정표이자 후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기념비적인 수작이다.
이 밖에도 기환파에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소자의 《풍월대륙》 시리즈나 흑월의 《크리스티안 전기》 등이 대표적이다.
수려한 문장과 환상적인 풍광 묘사가 일품인 가작들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기환파는 에로 문학의 신흥 강자로서 기존 파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8. 기타 분파
에로 문학의 세계에는 여전히 독특하고 이질적인 파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소재와 비범한 필치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편의상 '기타'로 분류하긴 했지만, 결코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문학 작품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음악의 장르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조교파(調敎派): 이 계열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작가들 대부분이 일본의 서브컬처와 문학에 조예가 깊어 문체에서도 진한 왜색이 묻어난다.
이들은 주로 순결과 자연의 상징인 미성년 남녀에 대한 집착과 동경을 드러낸다. 글 속에는 짐승 같은 폭행과 지극한 보살핌이 공존한다.
무자비한 능욕과 애틋한 연민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다. 물론 감정 따위 배제한 순수 가학물도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뿌리는 이곳에 닿아 있다.
대표작으로는 《신입 영어교사》, 《구속》 등이 꼽힌다.
사실파(寫實派): 현실 세계의 인물이나 사건을 교묘하게 버무리는 데 능하다. 마치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독자는 소설 속 사건이 바로 내 옆집에서,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처럼 느낀다. 거기서 오는 흥분과 공포, 전율은 그 어떤 장르보다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삼보시장》, 《옥녀》, 《성광반아음》 등이 이 파벌의 정점에 서 있다.
환상파(幻想派): 플라톤이 말한 '정신적 사랑'의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실제적인 육체 관계보다는 대상에 대한 부드럽고 향긋한 망상에 집중한다.
두 글자로 요약하자면 '의음(意淫)'이다. 문체가 우아하고 수식어가 화려하며 자극이 덜해, 결벽증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선택지다.
군파(群派): 대규모 인원이 뒤섞이는 난교 파티는 누군가에게는 축제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이다. 이 파벌은 작가의 통제력이 부족하면 자칫 가축 번식장 같은 천박한 광경으로 전락하기 쉽다.
인물의 성격 묘사보다는 거대한 정사 장면과 복잡한 관계망에 필력을 쏟아붓는다. 서구권 번역물이 많은데, 이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물파(戀物派): 특정 대상에 성적으로 집착하는 페티시즘을 다룬다. 스타킹, 발, 하이힐 등 취향의 세계는 끝이 없다.
주변 환경과 행위에 대한 세밀하고 집요한 묘사가 특징이다. 특수 취향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제복 판타지를 다룬 작품도 많은데, 이 역시 일본 문학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이 외에도 유방에 집착하는 유파(乳派),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유파(幼派) 등 수많은 갈래가 있다. 지면 관계상 일일이 열거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세상에서 천대받는 에로 문학의 영토가 이토록 방대하고 세밀하게 나뉜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합리적이다'라는 명제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거대한 중국 인터넷 에로 문학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하지만 좁은 구멍으로 표범을 보듯, 그 전체의 기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의 분류와 추천이 누군가에게는 하찮거나 가소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불완전한 소개를 통해 독자들이 한 가지 사실만은 깨닫길 바란다.
에로 문학은 결코 홍수나 맹수 같은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독약도 아니다.
그저 인간의 정상적인 욕구에 의해 탄생한 자연스러운 산물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는 있어도, 우리 안의 본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식색성야(食色性也)'. 먹고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기겁하는 것이야말로 호들갑일 뿐이다.
정상적인 생리적 욕구와 색정광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에로 문학은 엄연히 문학의 이름을 달고 있으며, 문학으로서의 실체 또한 분명하다. 대를 이어 읽힐 가작이 있고, 후세에 이름을 남길 불멸의 작가도 존재한다.
창의성이 필요하고, 수려한 필력이 요구되며, 예리한 감각과 뛰어난 두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이 장르가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서지 못하는가?
이제 에로 문학은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 전문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장르별 문법이 정립되고,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만약 에로 문학이 누구나 짓밟아도 되는 오물에 불과했다면 어땠을까. 이토록 억압되고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토록 찬란한 빛을 발할 수 있었겠는가.
《2002년 에로 문학 결산》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세상에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에로 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도 에로 문학은 지하에서만 숨죽여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거둔 성과를 정리하고 탐구하지 않는다면, 발전 속도는 더뎌질 것이고 퇴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일수록, 당당히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사람들이 그것을 똑바로 직시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두운 지하에서 밝은 지상으로, 몰래 즐기는 것에서 당당한 문화로 전환될 수 있다.
우리의 정상적인 욕망에 '아니오'라고 답해야 한다면, 이 행성의 인류는 진작에 멸종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편견을 버리고 에로 문학이라는 이 매혹적인 이단아와 마주하자. 동양 문화의 독특한 가지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더욱더 찬란하게 꽃피우게 하자.
인간이 멸하지 않는 한, 정능(情能)은 죽지 않는다.
참고 문헌: 《1999-2002 에로 문학 연간 결산》 - 종불란(從不亂) 저
모든 중국 에로 문학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과거의 봉황성 정보국, 원원, 무극, 풍월대륙, 그리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사이트에 감사를 전한다.
천하의 모든 에로 문학 애호가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전문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