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주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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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국룰
작품소개 :
텐노상(봄)에서 사행(斜行)으로 인해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사쿠라 시로메는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로 전향했다.
삼관 우마무스메 토카이 테이오와 텐노상(봄) 3연패를 달성한 메지로 맥퀸을 키워낸 후, 트레센 학원에는 또다시 새로운 우마무스메들이 입학했다.
입학식 당일, 사쿠라 시로메는 아키카와 이사장의 집무실을 찾았다가, 자신의 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키타산 블랙과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만났다.
"훌륭하군! 이번에는 누굴 자네의 다음 삼관 우마무스메로 키워볼 텐가?" 아키카와 이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사쿠라 시로메가 막 입을 열어 대답하려던 순간, 그녀의 눈에 아키카와 이사장 머리 위로 떠오른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들어왔다.
[아키카와 야요이 : 육성 난이도 (C)]
사쿠라 시로메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 책상 뒤에 서 있는 오렌지색 긴 머리의 '나이 든 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 뭣이?! 나를 선택하겠다고?!"
"그... 그건 당연히 안 되지!"
"다시 잘 생각해 보게나!!!"
제1장 아키카와 이사장도 우마무스메?!1화
춘사월, 산들바람의 애무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허공에서 쏟아지며 분홍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따스함 속에서, 남색 교복 치마를 입은 두 소녀가 바닥에 깔린 분홍빛 꽃잎을 밟으며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쫑긋 솟은 귀와 달릴 때마다 가볍게 흔들리는 꼬리는 두 소녀의 정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우마무스메'였다.
규칙적인 숨소리 사이로, 눈에 띄는 땋은 갈색 머리를 한 소녀가 앞서 달리는 흑발의 소녀를 향해 가볍게 불평했다.
"그래서 내가 중요한 날 전날 밤에는 일찍 자야 한다고 했잖아!"
"어젯밤엔 너무 긴장해서 도저히 잠이 안 왔는걸!"
흑발 소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어느새 트레센 학원 교문 앞에 다다랐다.
학교 입구에 선 두 사람은 은빛 편자 마크가 걸린 커다란 건물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청춘이 넘치는 두 사람의 예쁜 얼굴에는 약속이나 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드디어 이 날이 왔네, 다이아 짱."
어깨까지 오는 흑발에 앞머리 한 가닥을 하얗게 브릿지한 키타산 블랙이 곁에 선 단짝 친구에게 말했다.
"응, 같이 힘내자, 키타 짱."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오처럼."
"맥퀸처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모아 말하곤, 나란히 어깨를 맞대며 교정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
오늘은 일본 최고의 우마무스메 교육 기관, 트레센 학원의 입학식이다.
키타산 블랙과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오늘부터 트레센 학원의 일원으로서 이곳에서 배우고 훈련하게 된다.
일본 경마 역사상 최초의 무패 전설을 쓴 삼관 우마무스메이자 '황제'라 불리는 트레센 학원 학생회장 심볼리 루돌프의 개회사에 이어, 사토노 다이아몬드 역시 신입생 대표로서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들을 위한 답사를 낭독했다.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마음속 우상인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의 모습을 찾아 나섰다.
"내도 토카이 테이오랑 메지로 맥퀸이 어데 있는지 모른데이."
머리에 길다란 빨강 파랑 배색의 머리띠를 묶은 타마모 크로스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질문에 대답했다.
키타산 블랙은 타마모 크로스의 말을 듣고 아쉬운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녀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귓가로 얼굴을 바짝 다가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이아 짱, 길을 물어보려거든 선배 우마무스메한테 물어봐야지. 저 애는 우리보다도 어려 보이잖아."
"어이! 니들 말하는 거 다 들린데이! 내가 니들 선배구마! 내는 단지 키가 쪼매 작을 뿐이데이!" 타마모 크로스가 간사이 사투리를 구사하며 큰 소리로 정정했다.
"아,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그럼 혹시 그분들의 트레이너 씨가 어디 계시는지 아시나요?" 키타산 블랙이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엉? 니들이 우째 그 사람을 찾는데? 와 그라노?"
키타산 블랙의 말을 들은 타마모 크로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니들한테만 말하는 긴데, 그 사람 쪼매 이상하데이. 웬만하믄 가까이 안 가는 기 좋을 기다. 여게서 쫌만 지내보믄 알게 될 기다."
"괜찮아요, 선배님은 그냥 사쿠라 씨가 어디 계신지만 알려주시면 돼요. 저희는 테이오 선배랑 맥퀸 선배의 팀에 들어갈 거거든요."
"그렇구마... 그라믄 지금쯤 아마 인터뷰를 하고 있을 긴데. 찾을라 카면 이사장실에 가서 기다려보래이."
"이... 이사장님이요? 왜 이사장실로 가야 하죠?"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타마모 크로스의 말을 듣고 놀라움이 섞인 말투로 되물었다.
"그 이유는 내도 모른데이. 우째 이사장님이랑 억수로 친한 거 같드라. 좀 있다 인터뷰 끝나믄 아마 이사장님한테 보고하러 갈 기다. 안 그라믄 니들 둘이서 그 사람 찾기 힘들 끼다."
타마모 크로스는 애써 지어낸 미소를 띠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볼을 긁적였다. 다소 난처한 듯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
방금 전 입학식이 열렸던 강당 안. 한 무리의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든 채 단상 위를 향해 셔터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들의 타깃은 검은 긴 생머리에 늘씬한 키, 그리고 상당히 앳돼 보이는 한 트레이너였다. 기자들은 끊임없이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사쿠라 씨, 처음 트레이너가 되자마자 삼관 우마무스메 토카이 테이오를 키워내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삼관은 재능, 노력, 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이 모든 건 테이오의 노력 덕분이죠." 단상에 선 트레이너 사쿠라 시로메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쿠라 씨, 일본 최초로 텐노상 연패, 그것도 텐노상(봄) 3연패를 달성하고 작년 텐노상 춘추 연패까지 이룩한 메지로 맥퀸 양을 위해 본인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그녀가 자신의 주특기인 장거리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가을 텐노상의 중거리 경주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그녀의 피나는 노력 덕분입니다. 제가 한 역할은 아주 미미합니다."
"너무 겸손하시군요." 기자가 웃으며 말했다.
"메지로 맥퀸 양은 가을 텐노상에 이어 연말 아리마 기념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많은 팬들이 그녀를 '최강의 장거리 우마무스메'라고 부르는데, 사쿠라 씨는 이 칭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맥퀸이 장거리 경주에서 지배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건 사실입니다만, 최강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릅니다. 기껏해야 동기들 중에서 실력이 조금 눈에 띄는 정도겠죠."
"그리고 본인 역시 '최연소 천재 트레이너'라는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이런 성적을 내는 트레이너는 신인은 고사하고 베테랑 트레이너 중에서도 전무후무합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트레센 학원에 들어오자마자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이라는 두 천재 우마무스메를 만났으니까요."
"사쿠라 씨, 그리고..."
...
단상 위, 기자들이 떠받드는 '최연소 천재 트레이너' 사쿠라 시로메는 수많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대답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들에게 단 한 줌의 유의미한 정보도 흘리지 않았다.
사쿠라 시로메가 기자들에게 답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사실 이 한마디로 귀결되었다.
"모두 우리 우마무스메들이 천재인 덕분입니다.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30분이 지나자, 시종일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이 트레이너를 향한 기자들의 공세도 마침내 꺾이고 말았다.
사쿠라 시로메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채 자리를 뜨는 기자들의 뒷모습을 미소 띤 얼굴로 배웅했다. 그리고는 벚나무가 만개한 교정 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앳된 얼굴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새로운 우마무스메들이 또 들어왔네... 그나저나 테이오랑 맥퀸의 열성 팬이라는 그 두 꼬마들도 분명 내 팀에 들어오려 하겠지? 그 두 녀석의 '육성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까나?"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잰걸음으로 아키카와 이사장의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사쿠라 시로메의 등장은 당연하게도 학원 내 수많은 우마무스메들의 이목을 끌었다.
갓 입학한 후배들을 데리고 학교를 구경시켜 주던 몇몇 선배 우마무스메들은 빠르게 걸어가는 사쿠라 시로메를 발견하곤, 저도 모르게 흠칫 걸음을 멈추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팔을 뻗어 뒤에 있는 후배들을 감쌌다.
마치 자신들보다 나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이 트레이너가 언제라도 자신들의 귀여운 후배를 채어 갈 것 같다는 듯이.
하지만 오늘따라 사쿠라 시로메는 그녀들에게 장난을 칠 마음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그저 앞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사쿠라 시로메의 시선을 따라 앞을 내다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쿠라 시로메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오직 자신 외에는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인터페이스 창이었다.
인터페이스 창에는 임무 달성, 시스템 레벨업 같은 글자들이 떠올라 있었다.
"방금 전의 기자 인터뷰로 마침내 모자랐던 마지막 경험치를 꽉 채웠군. 3년 만에 드디어 시스템이 다시 레벨업을 했어..."
사쿠라 시로메가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어느덧 발걸음은 아키카와 이사장의 집무실 앞에 다다라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시스템이 레벨업 하면서 신체 접촉 없이도 우마무스메들의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지. 제법 쓸 만하네."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안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사쿠라 시로메는 아키카와 이사장의 집무실 문을 확 밀고 들어갔다.
오늘 아키카와 이사장의 집무실에는 유독 사람이 좀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여운 우마무스메 두 명이 더 있었다.
갓 입학한 꼬마 우마무스메, 키타산 블랙과 사토노 다이아몬드 두 사람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바로 그 순간, 그녀들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시스템 인터페이스 창이 떠올랐다.
[키타산 블랙 : 육성 난이도 (B+)]
[사토노 다이아몬드 : 육성 난이도 (A)]
육성 난이도 등급이 높을수록, 해당 우마무스메를 키워내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그녀들을 육성하여 얻을 수 있는 포인트 수치는 다소 적어지게 마련이었다.
이 두 꼬마 녀석들이 나타날 것은 사쿠라 시로메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예전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을 훈련시킬 때부터, 이 두 열성 팬들을 수시로 봐왔기 때문이다.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이 참가하는 경기라면 어김없이 이 두 꼬마 우마무스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쿠라 시로메는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그리고 집무실 책상 뒤에 앉아 있는, 흰색 브릿지가 섞인 오렌지색 머리를 한 그 '나이 든 소녀'에게 시선이 멈추는 순간, 그녀는 흠칫 굳어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발견하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심지어 꽤나 각별하게 지내왔던 아키카와 이사장의 이마 위로도 똑같이 반투명한 시스템 인터페이스 창이 둥둥 떠 있는 것을.
[아키카와 야요이 : 육성 난이도 (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