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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부터 갑자기 샬레에 가자는 생각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불건강한 선생님에게 라면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어른은 역시 믿지 말았어야 했다.
계속, 처음처럼 했어야 했다.
……아마, 트리니티 아가씨였을 것이다.
머리는 긴 분홍색에, 하얀 날개에 예쁜 장식을 여러 개 단, 몽1글몽1글한 분위기의 학생.
……딱 봐도, 특별하다는 느낌의 학생.
언제나, 이렇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바다에서도, 무녀가 되었을 때도, 나는 항상 이렇다.
선생님과 함께 무언가를 즐기고 싶은데, 하지만, 나보다 더 돈이 많거나, 더 강하거나, 더 똑똑하거나, 더 재미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나 같은 애보다, 그런 학생과 지내는 것이 선생님도 더 즐겁지 않을까.
선생님의 얼마 없는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멋대로 생각해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선생님께 이끌려 처음으로, 나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런 일만 반복하고, 단물만 빠는 법만 배우고, 나는, 발전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공주님, 이라고 불리면. 꿈도, 꾸게 된다고.
나도, 여자아이니까.
……나 말고 아무도, 그렇게 불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내가 어딘가 특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너무해.
역시, 글러먹은 어른이었어.
알고 싶지 않았어, 이런 기분.
이렇게 괴로워질 거라면, 선생님을, 좋아하고 싶지 않았어.
괴로워.
죽을 것 같이, 가슴이 아파…….
공주님은, 몇 명일까.
네 명일까. 다섯 명일까. 더 많을까.
예전부터일까.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아이도, 그렇게 불렀을까.
…………….
왠지, 이유는 없지만 죽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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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카?」
「앗……!?」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선생님이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혹시 눈치챘나? 나를 따라와 준 건가?
사무실 창문 밖에서 보고 바로 돌아갔으니까…… 머릿속이 하얘졌고, 선생님은 나를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영차」하고 내 옆 그네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혼자 그네에 앉아 있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내버려 둬.」
「우는 여자아이는 내버려 둘 수 없지.」
「안 울어. ……안 울잖아? 나.」
선생님은 웃었다.
「응. 안 울어. 공주님.」
「…………」
「화났어?」
「……별로.」
「미안해.」
「사과할 거면 처음부터…… 하지 마.」
아아, 바보 같다.
애초에…… 그냥, 별명이잖아.
이렇게 신경 쓰는 쪽이, 바보 같아.
「……싫어? 너 말고 다른 애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거.」
「…………괜찮아. 선생님이 치사한 사람인 건, 알고 있어.」
「이제 안 부를게. 너 말고는.」
「거짓말쟁이.」
「……세리카.」
「응.」
「나랑, 사귀어 줄래?」
그네에 살짝 흔들리던 느낌이, 사라졌다.
세상의 시간이 순간 멈췄다.
「…………엣?」
「후후. ……다르게 말할게. ……고등학생이랑 사귀고 싶어 하는 교사를, 받아들여 줄래?」
「…………정, 말?」
「응.」
「…………어째서.」
「완전 내 타입이고, 또 올곧고, 착하고…… 네 그런 점, 전부 좋아해.」
「…………」
교사와 학생의 연애는, 키보토스에서는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있던 세계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서, 선, 생님.」
「응.」
「…………사귀, 면.」
「응.」
「…………더, 같이, 있어 줄 거야?」
솔직하게 기대는 것이, 생각보다, 쉬웠다.
오늘까지, 그렇게 고생했는데.
「물론. 뭐 나도 바쁘니까, 네가 샬레로 와주면 좋겠어.」
「갈게.」
「정말? 기뻐.」
「………………선생님. 이, 이거, 꿈이야?」
「뺨을 꼬집어 봐.」
세게 꼬집었다. 아팠다.
「……선생님.」
「응.」
「좋아해. ……선생님을, 좋아해.」
말과 함께, 눈물도 흘러나왔다.
「나도 좋아해.」
「……정말 좋아해.」
「나도 정말 좋아해.」
「…………계, 계속, ……계속, 정말 좋아해.」
나는 아마, 엉망인 얼굴을 하고 있을 거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내게서 살짝 얼굴을 돌리고, 반복해 준다.
「나도 계속 네가 정말 좋아.」
「…………정말, 이니까, 응?」
「응. 정말.」
「………………바보.」
「너도. 아주 귀여운, 바보야.」
「…………공주님이라고…… 잔뜩, 불러줘.」
「공주님.」
「더.」
「공주님, 공주님.」
「더……」
「공주님, 공주님, 공주님, 공주님.」
바보 같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반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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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카 콩지식 그 두 번째…… 수영복 세리카 인연 스토리 메모리얼 편의 제목은 「공주 on the boat」이다. 또한, 공주님이라고 불리는 학생은 인연 스토리 제목에도 자주 「공주」가 붙는다.
세리카는, 인연 랭크 상승 시 대사가 속마음이 많은 편이죠. 부끄럽고 솔직하지 못해서. 다른 애들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와중에 꽤 드문 타입. 너무 귀여워.
번역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projectmx/15224557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496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