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조용히 도시를 적시던 저녁의 키보토스.
트리니티 본관 앞 골목은 젖은 아스팔트 위로 은은한 불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우산 하나를 꼭 쥐고 걷고 있었다. 이미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이 도시 특유의 활기 탓인지 학생들이 삼삼오오 남아 있었다.
문득, 본관 출입문 앞.
난처한 표정을 지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마리?’
작은 체구에 수녀복을 곱게 걸친 그녀는, 비를 피해 문 안쪽에 서 있었다.
우산이 없는 듯했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리는 살짝 당황한 듯, 하지만 어딘가 기쁜 기색이 섞인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앗… 선생님.”
“같이 쓰자.”
망설임은 없었다. 다만 입을 떼는 그의 말투는 어딘가 무뚝뚝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비 맞으면 감기 걸려.”
마리는 조심스럽게 그의 우산 아래로 들어섰고, 그 순간 둘의 어깨가 살짝 맞닿았다.
조용히 웃으며 그녀가 속삭인다.
“고마워요… 선생님.”
맑은 눈동자에 비친 미소가, 그의 심장을 톡 건드렸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요즘… 이런 ‘우연’이 너무 많아.우산이 작아서일까, 아니면 신이 장난을 치는 걸까.
그가 생각에 잠긴 바로 그때였다.
“꺅!”
마리의 구두가 빗물 고인 웅덩이에 미끄러지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한 손으로 마리를, 다른 손으로는 우산을 단단히 붙들었다.
“괜찮아?”
“네… 전혀 문제없어요…”
볼을 붉힌 채 웃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그는 잠시 숨이 멎을 뻔했다.
말끝을 망설이다, 이번엔 존댓말이 아닌 낮고 조심스러운 반말이 흘러나왔다.
“…싫진 않았지?”
“...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비에 젖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귀끝이, 조용히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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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는 방 안의 불을 끄고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 마리는 시스터가 되겠다고 했잖아.
그런 마리를… 내가 사랑해서는 안 돼.’
하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은 너무도 따뜻했다.
마리가 건넨 손수건. 그 손수건에 배어든 향이, 그의 가슴을 다시금 저릿하게 만들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그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계속 우연처럼 마주치고… 자꾸 이런 일이 생기고…”
그리고 그가 모르는 곳.
현상으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신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이놈아… 떠먹여 주는데 왜 이걸 못 먹어어!!
신은 오늘도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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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또 그 다음날.
기이하게도 그 둘은 또
‘우연히’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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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키보토스는 시스터도 결혼 가능한데 선생은 모르는 설정
아우 처음으로 쓴 창작글인데 너무 허접해서 쪽팔린다..제발 돌 던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