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전화가 온 건 새벽 두 시였다.
"지금 어디야?"
"집이요. 왜요?"
"문 잠갔지?"
"네."
"확인해봐."
나는 현관으로 걸어가 도어락을 확인했다.
잠겨 있었다.
"잠겨 있어요."
"그래. 오늘 밤 누가 찾아와도 절대 문 열지 마."
"무슨 일인데요?"
"그냥. 꼭 그래."
아빠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침대로 돌아왔다.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빠한테 온 전화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 시쯤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일어나서 인터폰 화면을 켰다.
아무도 없었다.
카메라 각도 밖에 서 있는 걸 수도 있었다.
나는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네 시쯤 또 울렸다.
이번에는 화면에 남자가 보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다.
택배 기사 같았다.
"누구세요?"
"택배요."
"지금 새벽인데요."
"긴급 배송이요. 받는 분 계시면 문 열어주세요."
나는 아빠 말이 생각났다.
"택배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본인 확인 필요한 거라서요. 도장 받아야 돼요."
"안 받을게요."
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봤다.
"그럼 나중에 다시 올게요."
화면이 꺼졌다.
나는 112에 전화했다.
연결음이 길게 울렸다.
한참 만에 상담원이 받았다.
"신고 접수입니다."
"새벽에 이상한 사람이 집 앞에 왔어요."
"어떤 상황이신가요?"
"택배 기사라고 했는데, 새벽 네 시에 택배가 올 리가 없잖아요."
"지금 그 사람 아직 있나요?"
"아니요, 갔어요."
"그럼 일단 문 잠그시고, 다시 오면 바로 신고해주세요."
"지금 순찰 좀 돌아주실 수 없어요?"
"확인해볼게요. 주소 말씀해주세요."
주소를 말했다.
상담원이 뭔가 타이핑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접수했습니다. 이상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다섯 시쯤 아빠한테 문자를 보냈다.
'아빠 아까 이상한 사람 왔어요'
답장은 없었다.
여섯 시쯤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번엔 경찰이었다.
제복을 입고 있었다.
"신고 들어와서 왔습니다."
나는 안도했다.
"문 열어드릴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주변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혹시 CCTV 영상 남아 있으면 나중에 확인 부탁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경찰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일곱 시에 아빠한테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여덟 시쯤 아빠 회사에 전화했다.
비서가 받았다.
"지금 회의 중이세요."
"급한 일인데요."
"회의 끝나면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끊었다.
아홉 시쯤 집 전화가 울렸다.
오래된 유선 전화였다.
요즘은 거의 안 쓰는 거였다.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아빠 목소리였다.
"아빠, 아까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요?"
"미안. 바빴어."
"오늘 집에 일찍 와요."
"그래."
"아빠, 근데 아까 왜 그런 전화 한 거예요?"
"...뭐?"
"새벽에. 문 열지 말라고."
아빠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 오늘 밤 전화 안 했는데."
"네?"
"나 어젯밤에 야근했어. 지금 막 퇴근했고."
나는 통화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새벽 두 시.
아빠 번호가 맞았다.
"통화 기록에 있는데요."
"...잘못 본 거 아니야?"
나는 스크린샷을 찍어서 보냈다.
"지금 보냈어요."
한참 후에 아빠가 말했다.
"...나 지금 바로 갈게. 문 열지 마."
전화가 끊겼다.
나는 창문 쪽으로 갔다.
밖을 내려다봤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다 평범해 보였다.
인터폰 녹화 기록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 네 시, 여섯 시 영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네 시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남자가 서 있었다.
모자를 눌러쓴 남자.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나는 재생을 멈췄다.
여섯 시 영상을 재생했다.
경찰이 서 있었다.
제복을 입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며 돌아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다시 네 시 영상으로 돌아갔다.
남자의 얼굴 부분을 확대했다.
같은 사람이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을 켰다.
아빠였다.
"나야, 문 열어."
나는 손이 떨렸다.
아빠 얼굴이 맞았다.
목소리도 맞았다.
"아빠 지금 어디서 오는 거예요?"
"회사에서. 빨리 열어."
"회사 주소 말해봐요."
"...왜 그래? 빨리 열어."
나는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인터폰 화면 속 아빠 주머니에서 진동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 열어."
나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울렸다.
받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걸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인터폰 화면 속에서 아빠가 도어락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맞는 번호였다.
문이 열렸다.
통화 기록의 시간을 다시 보세요. 아빠가 전화한 날짜를 확인해보세요. 새벽 2시의 경고는 하루 늦게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문을 연 것은 화자가 아닙니다. 112는 끝까지 받지 않았습니다.해설
새벽 2시의 전화는 실제로 아빠에게서 온 게 맞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오늘 밤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화자는 오늘 밤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빠는 어젯밤에 야근했다고 했습니다.
112 신고는 접수되었지만,
누가 응답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