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 시절,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그 아이를 정말로 사랑했고,
서로 성인이 되면 결혼하자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공인 커플처럼 보일 정도로,
놀림조차 받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사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죽었다.
목격자 말로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고 한다.
충격이었다.
마치
내 몸의 반쪽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그 이후로 솔직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살아 있었을 뿐이다.
내 영혼은
그녀와 함께 죽어 버린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차라리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기도 했지만,
마음이 움직인 적은 없었다.
아마 나는 이대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는 일 없이,
그녀를 마음에 품은 채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 껍데기 같은 나에게
어느 날,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헌신적으로
나를 보살펴 주었다.
아무리 밀어내도
언제나 나에게 상냥했다.
나는 그녀에게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 마음의 상처를 캐묻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어느새
그녀가 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고,
문득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와 함께라면
앞으로도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마음에 마침표를 찍자.
이번에는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하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러자 그녀는
“5년간의 사랑이
드디어 이루어졌네요”라며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자.
죽은,
한때 내 반쪽이었던 그녀의
묘 앞에서.
그녀가 죽고 나서
처음으로 찾는 성묘였다.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가운데
그녀의 묘를 찾고 있는데,
그때
옆을 걷던 그녀가 말했다.
“아, 찾았어요.
여기예요.”
나는
그녀와의 결혼을 파기하고,
평생 혼자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