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피집 주의
|일반| 또레나 이새끼들 집단으로 고자 수술이라도 받는 거냐? |
부모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자신의 몸 상태와 심리를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며, 오직 승리만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
우마무스메들에게 트레이너는 단순한 지도자를 넘어, 자신들의 영혼을 기댈 유일한 안식처이자 영원히 독점하고 싶은 단 하나의 전리품이다.
레이스를 위해 쌓아온 모든 금욕의 시간은, 트레이너의 다정한 격려 한마디나 무심한 손길 한 번에 무너져 내리며 집착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낳는다.
그렇기에 우마웹에는 이 위태로운 낙원을 지키기 위한 엄격한 세 가지 철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 우마웹에서의 일은 절대 우마웹 밖에서 언급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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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매운맛에 심연의 것들이 허용되는 무법지대였지만, 이 규칙만큼은 학원의 규율보다도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우마무스메들에게
이곳은 자신들의 모든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낙원이자 도피처였기 때문이다. 그녀들 스스로도 이곳의 존재가 외부에
밝혀진다면, 폐쇄 혹은 그에 준하는 조치가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온갖 마이페이스인 우마무스메들이라도 이
규칙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이러한 규칙 아래에 온갖 심연의 글들을 올리는 우마무스메들이 있지만,
그 정점에는 일명 '파딱'이자 '검은 성녀'라 불리는 닉네임 '#191970ROSE'가 군림하고 있다.
그녀는 익명의 수많은 우마무스메들에게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선사하는 살아있는 신화이자, 심연 그 자체가 의인화된 존재로 통했다.
그녀가 작성하는 게시글은 우마웹 내에서 '성전 혹은 '심연의 정수'라고 불리며 모든 우마무스메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191970ROSE'의 필력은 기성 작가조차 울고 갈 만큼 압도적이었으며, 그 내용은 이성적인 분석을 거부하는 뜨겁고 축축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글은 독자의 뇌를 마비시키고 오로지 본능적인 갈구만을 남기는 마력이 있었고, 제목만으로도 유저들의 아랫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글은 다른 우마무스메들의 상스러운 배설물과는 격이 달랐다.
그녀는 욕망을 단어로 나열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오라버니'라는 신을 향한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전례를 집전할 뿐이었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고요한 기도문처럼 시작된다.
#191970ROSE
겉으로는 화사해 보이지만 이미 뿌리 끝부터 검게 타 들어가는, 구원받을 수 없는 병에 걸린 꽃 한 송이를 오라버니에게 선물했지. '오라버니를 생각하며 골랐어요'라고 수줍게 웃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꽃잎이 하나둘 힘없이 낙화하기 시작했을 때, 오라버니의 그 절망 어린 눈빛이란... 아아, 오라버니는 그게 내 정교한 악의인 줄도 모르고,자신의 관리가 소홀했다며 자책하며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어. 이미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려 야윈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영양제를 주사하고,잎사귀 하나하나를 눈물겨운 정성으로 닦아내는 그 처절한 고행. 나라는 독에 중독되어 서서히 망가져 가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그 숭고한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파르르 떨며 실금해 버릴 뻔했어. |
그녀의 글이 무서운 점은 그 '순결한 광기'에 있었다.
그녀는 트레이너의 고통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고통이 자신을 향한 '증명'이라고 믿기에 숭배하는 것이었다.
#191970ROSE
'XXX가 만든 건데 당연히 맛있지' 라며 웃는 오라버니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지켜보았지.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경련하는 오라 버니의 목울대, 속이 뒤집히는 걸 참으려 꽉 쥔 그 주먹... 오라버니는 XXX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그 독덩어리 같은 쿠키를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전부 삼켜버렸어 오라버니의 위장이 내 비틀린 애정으로 난도질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아아, 오라버니. 나를 위해 기꺼이 병들고, 나를 위해 기꺼이 망가져 주는 나의 구원자. |
하지만 글의 말미에 다다르면, 그 고귀하던 '성녀'의 가면은 일순간에 깨져나간다. 기도문은 비명으로 변하고, 억눌렀던 포식자의 본능이 문장 사이로 피처럼 터져 나왔다.
이런 글이 올라오면, 평소 거칠게 욕설을 내뱉던 우마무스메들조차 경외심에 휩싸여 숨을 죽였다.
| 아아, 하지만 역시 견딜 수 없어. 나를 위해 고통받는 오라버니를 보면 내 안의 짐승이 미친 듯이 날뛰어. 오라버니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그 가느다란 경동맥이 공포와 애정으로 파들거리는 걸 느끼고 싶어. 오라버니를 개따먹고 싶어. 아니, 그냥 오라버니의 사지를 찢어서 내 몸속에 하나하나 바느질해 넣고 싶어. 내 안쪽 가장 깊고 뜨거운 곳에 오라버니의 모든 걸 쏟아부어 줘. 오라버니의 정액으로 내 안을 코팅하고, 오라버니의 비명으로 내 고막을 찢어줘. 오라버니 개따먹고 싶다. 진짜 미칠 것 같아. 오라버니가 '라이스'라고 부를 때마다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
그것은 단순한 성욕이 아니라, 영혼을 통째로 으깨어 바치는 순교의 기록이었으니까.
그녀의 글은 무거운 족쇄와 같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끈적한 점액처럼 독자의 이성을 옥죄고, 그 빈자리에 '나의 파멸은 오직 그를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뒤틀린 감성을 채워 넣었다
.
"이 글을 읽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더 이상 못 보겠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로지 내 담당 T의 냄새만 그리울 뿐이다"
라는 유저들의 반응은 그녀가 선사하는 '욕망의 전염'을 증명했다.
낮에는 트레센의 구석에서 "라이스는... 괜찮아..."라며 겁에 질린 눈으로 구석을 찾던 가냘픈 소녀. 하지만 밤이 되면 그녀는 태블릿의 푸른 빛 아래서 학원의 모든 욕망을 지배하는 검은 성녀가 되었다.
그러나 태양이 높이 뜬 낮의 트레센 학원에서, #191970ROSE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엔 오직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가냘픈 소녀,
라이스 샤워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늘 사람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그림자 속에 머물렀다.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고, "죄송해요...
라이스 때문에..."라는 사과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주변의 활기찬 우마무스메들 사이에서 그녀는 마치 잘못 놓인 유리
인형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트레이너, 그녀가 '오라버니'라 부르는 존재 앞에서의 라이스는 세상 그 누구보다 헌신적인 아이였다.
트레이너실의 먼지 하나까지도 자신의 불행이 묻어있을까 봐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꼼꼼히 닦아냈고,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차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손등이 데이는 줄도 모르고 잔을 쥐고 기다렸다.
"오라버니, 라이스가... 차를 타 왔어. 맛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라버니가 힘내줬으면 좋겠어서..."
수줍게 뺨을 붉히며 차를 건네는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줄 때면, 라이스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발치에 고개를 묻고 싶다는 충동을 억눌렀다.
오라버니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면 라이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온기를 만끽했다.
겉으로는 그저 어리광 부리는 작은 아이 같았지만, 그 순간 라이스의 머릿속에서는 오라버니의 지문 하나하나가 닿는 감각이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그가 무심코 뱉는 칭찬, 따뜻한 격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무모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그 선량함. 라이스는 그 모든 것을 '수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라이스를 보며 "정말 착하고 가련한 아이야", "트레이너를 정말 잘 따르는구나"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헌신적인 소녀가 밤이 되면 태블릿의 차가운 푸른 빛 아래 앉아, 낮에 오라버니가 보여준 그 모든 다정함을 어떻게 뒤틀린 성전의 재료로 삼고 있는지를.
학원의 모든 갈망을 지배하는 '검은 성녀'은, 낮에는 오라버니의 신발에 묻은 흙조차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가장 비천한 종복의 모습으로 숨어 있었다.
어느 맑은 날 오후, 라이스는 정원의 벤치에 앉아 하루 우라라와 함께 소박한 간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우라라는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당근 쿠키를 오물거리다 갑자기 라이스를 돌아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있지, 라이스 쨩... 사랑이라는 건 어떤 맛이야?"
라이스의 손이 멈췄다. 우라라는 답답한 듯 말을 이었다.
"발렌타인
데이 때,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고 들었거든! 그래서 우라라도 트레이너한테 초콜릿을 주려고 했는데...
킹 쨩이 '우라라가 트레이너를 좋아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그랬어. 그건 조금 다른 거래. 사랑은 좀 더... 막, 엄청
뜨겁고, 상대를 막 먹어버리고 싶고 그런 거래. 라이스 쨩, 정말이야? 우라라는 트레이너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이건 사랑이
아닌 거야?"
그 천진난만한 의문이 라이스의 폐부를 찔렀다.
사랑? 라이스가 아는 사랑은 그런 햇살 아래의 당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눅눅한 지하실의 곰팡이 냄새였고, 상대의 목을 조르는 쇠사슬의 차가움이었으며, 서로의 상처를 후벼 파며 하나가 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라이스는... 라이스는 잘 모르겠어, 우라라 쨩..."
라이스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손끝이 파들거렸다. 만약 '상대를 먹어버리고 싶은 것'이 사랑의 정의라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트레이너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일 터였다.
오라버니의 뼈마디 하나까지 씹어 삼키고 싶어 하는 자신의 이 비틀린 갈망이, 우라라가 말하는 그 '진짜 사랑'의 실체라면.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할 때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 사람 없이는 숨도 못 쉴 것 같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 거야. 라이스에게
사랑은... 너무 무서운 거라서... 그저 오라버니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라이스는 충분하니까..."
우라라는 "에헤헤, 역시 어렵네! 그래도 라이스 쨩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라며 다시 해맑게 웃었지만,
라이스의 가슴 속에서는 이미 시커먼 어둠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날 밤, '#191970ROSE'는 우마웹에 새로운 글을 올렸다.
#191970ROSE
그 아이는 자신의 순수한 호의가 '사랑'이 아니라는 말에 상처받았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 그 아이가 말한 '상대를 먹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서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으니까. 오라버니, 그 아이는 몰라. 진짜 사랑은 당근처럼 달콤한 게 아니라, 서로의 심장을 갈아 만든 붉은 잼 같은 거라는 걸. 오라버니의 희생으로 내 불행을 덮고, 내 집착으로 오라버니의 자유를 옥죄는 것. 혀끝이 마비될 정도로 짜고, 목구멍이 타들어 갈 정도로 뜨거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맛이야. 아아, 그 순수한 질문을 던졌던 아이의 머릿속을 내가 아는 이 진득한 심연으로 가득 채워주고 싶을 만큼, 오라버니가 그리워. |
오늘도 그녀의 글은 게시물이 올라온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추천 수는 백 개를 돌파하며 순식간에 '개념글'을 넘어 실시간 베스트의 최상단을 점거했다. 댓글창은 경외심과 전율에 휩싸인 우마무스메들의 탄식으로 도배되었다.
"와... 진짜 벽 느낀다. 우리는 고작 '뾰이하고 싶다' 수준인데 이 분은 그냥 체급 자체가 다르네." |
유저들은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자신들의 얄팍한 집착을 반성했고, #191970ROSE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기분 좋은 패배감을 맛보았다.
낮의 라이스는 늘 사람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그림자 속에 머물렀지만, 밤의 그녀는 오직 문장만으로 학원의 모든 욕망을 무릎 꿇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우마웹 게시판 상단에 관리자 권한의 공지사항이 고정되었다.
[공지] 우마웹 v2.0 'Project: Mirror' 리뉴얼 업데이트 상세 안내
이번 리뉴얼은 '은닉'과 '기만'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아래 내용을 필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담당 트레이너가 바로 옆에서 화면을 슬쩍
보더라도, 여러분은 그저 평범하게 '친구의 일상 사진'을 보거나 '트레이너의 홍보 게시물'을 구경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유저 여러분의 스마트폰에 진짜 우마스타 앱과 우마웹 앱이 공존할 경우, 극심한 혼동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소중한 커뮤니티를 스스로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이상. |
라이스 역시 자신의 태블릿에 적용된 새로운 UI를 만족스럽게 훑어보았다.
화면 상단에는 'Umalive'라는 로고 대신, 교묘하게 폰트를 비튼 'Umastive'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고, 게시물들은 우마스타 특유의 사각형 피드 형태로 나열되었다.
"후훗... 이제 더 안전해졌어. 라이스의 이 소중한 보물상자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야."
라이스는 침대 위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새롭게 바뀐 '플러스' 버튼을 눌러보았다.
우마스타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은 입력창이 나타났다.
익숙한 조작감, 익숙한 배치. 라이스는 이 '거울' 같은 UI가 사실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거대한 함정이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의 스마트폰 홈 화면에는 방금 리뉴얼된 '우마웹' 앱과, 실제 트레이너와 소통하며 일상적인 사진을 올리는 진짜 '우마스타' 앱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앱의 아이콘 색상마저 미묘하게 비슷해진 것을, 라이스는 그저 운영진의 센스라며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리뉴얼된 우마웹의 UI는 라이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도감을 선사했다.
이제는 트레이너실 소파에 앉아 오라버니가 차를 마시는 옆에서도, 당당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동료들의 '심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가 슬쩍 화면을 보더라도, 그저 우마무스메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진 공유 앱을 즐기는 기특한 담당마로 보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라이스에게는 그 어떤 날보다 기록하고 싶은 '성전'의 재료가 넘쳐나는 날이었다.
화창한 오후의 외출. 오라버니는 평소보다 더 다정했다.
그는 라이스의 손을 꼭 잡고 거리를 걸었고, 꽃집 앞을 지나다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라이스의 눈동자를 닮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장미 한 송이를 사서 그녀에게 건넸다.
"라이스, 예전에 나한테 들려줬던 동화 이야기... 기억나?"
그는 꽃집 쇼케이스 안에서 가장 빛나는 푸른 장미를 가리키며 부드럽게 웃었다.
라이스가 예전에 수줍게 들려주었던, 세상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는 신비로운 '파란 장미'의 이야기였다.
"라이스는
항상 자신이 불행을 몰고 온다고 말하지만, 나한테 라이스는 그 동화 속에 나오는 파란 장미 같은 존재야. 네가 달릴 때마다,
네가 웃을 때마다 나는 정말 행복해지거든. 그래서 이 꽃의 꽃말은 '불가능의 극복'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라이스가 가져다준
행복'이기도 해."
그 순간 라이스의 심장은 멎는 듯했다.
오라버니는 모른다.
그가 건넨 이 순수한 긍정과 사랑이, 라이스의 내면에서 얼마나 거대한 가시덩굴을 키워낼지.
그가 자신을 '행복을 주는 파란 장미'로 정의하는 순간, 라이스라는 괴물은 그 행복을 영원히 박제하고 독점하기 위해 오라버니라는 제물을 탐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었다. 기숙사의 불이 꺼지고 룸메이트인 젠노 롭 로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오자, 라이스는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스마트폰을 켰다.
"후훗... 오늘의 오라버니를... 기록해야 해."
라이스는
습관적으로 홈 화면 세 번째 줄, 두 번째 칸에 있는 보라색 아이콘을 눌렀다. 아니, 눌렀다고 생각했다. 화면이 밝아지며 익숙한
UI가 나타났다. 하단 중앙의 플러스(+) 버튼. 라이스는 낮에 찍어둔 푸른 장미 사진을 한 장 선택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의 글은 평소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날것이었으며, 더 미쳐 있었다.
내가 오라버니에게 들려준 동화 속의 '행복을 주는 꽃'이라니... 아아, 오라버니는 정말 바보야. 오라버니가 나에게 준 건 꽃이 아니라, 오라버니의 목을 조를 수 있는 화려한 올가미인데. 이 장미를 오라버니의 입안에 가득 쑤셔 넣고, 그 가시에 찔려 흘러나오는 피를 내가 전부 핥아 마시고 싶어. |
라이스의 눈동자가 스마트폰의 푸른 빛을 받아 기괴하게 번들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오 라버니를 가지고 싶어. 진짜 당장이라도 오라버니를 침대에 묶어두고, 그 순진한 눈이 쾌락과 공포로 뒤섞여 나를 애원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뾰이하고 싶어.오라버니의 모든 곳을 내 집착으로 코팅하고, 오라버니의 뼈마디가 내 품 안에서 으스러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 오라버니 삼켜버리고 싶다. 진짜 미칠 것 같아. 오라버니가 나를 행복의 상징이라고 부를 때마다, 정말 오라버니의 모든 것을 먹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
숨이 가빠졌다. 라이스는 황홀경에 빠진 채 마지막 문장을 적고, 우측 상단에 있는 [공유하기] 버튼을 눌렀다.
[공유하기] 오라버니가 오늘 나에게 이 푸른 장미를 주었어. 내가 오라버니에게 들려준 동화 속의 '행복을 주는 꽃'이라니... 아아, 오라버니는 정말 바보야. 오라버니가 나에게 준 건 꽃이 아니라, 오라버니의 목을 조를 수 있는 화려한 올가미인데. 이 장미를 오라버니의 입안에 가득 쑤셔 넣고, 그 가시에 찔려 흘러나오는 피를 내가 전부 핥아 마시고 싶어. 오라버니를 가지고 싶어. 진짜 당장이라도 오라버니를 침대에 묶어두고, 그 순진한 눈이 쾌락과 공포로 뒤섞여 나를 애원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뾰이하고 싶어.오라버니의 모든 곳을 내 집착으로 코팅하고, 오라버니의 뼈마디가 내 품 안에서 으스러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 오라버니 개따먹어버리고 싶다. 진짜 미칠 것 같아. 오라버니가 나를 행복의 상징이라고 부를 때마다, 정말 오라버니의 모든 것을 먹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
평소라면 '업로드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마웹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갔어야 할 글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앱의 반응이 미묘하게 빨랐다.
하지만 글을 적느라 광기에 빠진 라이스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영혼을 쏟아낸 듯한 탈력감과 기묘한 충족감에 젖은 그녀는, 뜨겁게 달아오른 뺨을 식히기 위해 스마트폰을 침대 위에 던져두고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라이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이제 앱을 새로고침하면, 자신을 숭배하는 '우마웹' 유저들의 찬양 섞인 댓글들이 줄지어 달려 있을 터였다.
"...어라?"
하지만 화면은 고요했다.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해보았지만, 평소처럼 초 단위로 올라오던 댓글도, '파딱님 벽 느낍니다'라는 식의 열광적인 반응도 없었다.
고작해야
하트
두어 개가 찍혀 있을 뿐이었다.
"다들... 자고 있는 걸까?"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아무리 욕망에 찌든 우마웹의 유저들이라도, 내일 레이스 훈련을 위해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라이스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 은밀한 성전이 밤의 정적 속에 안전하게 보관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에 라이스는 눈을 떴다.
"으음..."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탓인지, 룸메이트인 롭 로이는 이미 일어나 외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라이스는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롭 로이에게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롭 로이 씨..."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들려온 것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거친 호흡 소리였다.
라이스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리자, 책상 앞에 서 있던 롭 로이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괴물을 본 듯한 표정으로 라이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고,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경악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로, 롭 로이 씨? 어디 아픈 거야...?"
"아, 아... 라이스 씨... 그, 저기..."
롭 로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차분하던 그녀답지 않게,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마치 라이스의 손이 닿기라도 하면 곧장 부서져 버릴 것처럼 겁에 질린 채, 황급히 가방을 챙겨 문쪽으로 달아났다.
"죄, 죄송해요 ! 라이스 씨! 저, 급하게 학생회에... 아니, 도서관에 가봐야 할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요!"
"아, 롭 로이 씨...!"
라이스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롭 로이는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쾅, 하고 닫히는 문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평소 자신의 '불행'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를 두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가장 가까운 룸메이트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기겁하며 도망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라이스가... 또 뭔가 잘못한 걸까..."
침울해진 마음으로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켠 순간, 라이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UmaStar] [Rice_Shower_Official] |
내 게시물에 좋아요 2,384개 |
알림창이 터져 나갈 듯이 붉은 숫자들을 띄우고 있었다.
우마웹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라버니와, 학원 친구들과, 그리고 수많은 팬과 연결된 그녀의 공식 '우마스타' 계정이었다.
"...에..?"
라이스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장 위에 떠 있는 알림을 눌렀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어젯밤 자신이 영혼을 갈아 넣으며 작성했던 그 '심연의 성전'이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고 아름다운 푸른 장미 사진 아래,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노골적이고 집착 어린 문장들이 라이스 샤워라는 이름과 함께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다.
[Gold_Ship_Victory]: 오우... 이건 맥퀸의 디저트 집착보다 훨씬 매운데? 이거 해킹이지? 해킹이라고 해줘 제발ㅋㅋㅋㅋ [User_9921]: 야 이거 라이스 샤워 진짜 본인이 쓴 거면 역대급 사건인데? '삼켜버리고 싶다'니 미친 거 아냐? |
그리고 그 게시물 바로 아래,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의 작성자 이름을 확인한 순간, 라이스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 [Happy_Trainer7]: 라이스...? 이게 무슨... |
그것은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고, 숭배하며, 따먹어버리고 싶다고 울부짖었던 오라버니의 계정이었다.
"아...... 아아아......."
라이스의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입술이 파들거렸다.
라이스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쥔 채, 마치 쫓기는 짐승처럼 기숙사를 뛰쳐나왔다.
복도를 지나는 우마무스메들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는 소리, 경악에 찬 시선들이 가시처럼 온몸에 박혔다.
하지만 라이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라면... 착한 오라버니라면 라이스를 믿어줄 거야. 이건 실수라고, 누군가 라이스를 괴롭히려고 한 짓이라고 말하면... 오라버니는 분명...'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 절망 끝에서 붙잡은 가느다란 썩은 동아줄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 도착한 트레이너실 앞.
라이스는 평소처럼 문을 벌컥 열어젖히려 했다.
철컥.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늘 라이스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던, 결코 잠기는 법이 없던 그 문이 차가운 금속음을 내며 그녀를 거부했다.
라이스는 미친 듯이 문고리를 돌렸다.
"오라버니? 라이스예요! 오라버니, 안에 있죠? 라이스가 왔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오라버니!"
"포기하게, 라이스 샤워."
등 뒤에서 들려온 엄중한 목소리에 라이스의 몸이 경직되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키카와 야요이 이사장이 그녀의 눈빛은 평소의 활기참은 온데간데없이, 서늘할 정도의 진지함과 실망감이 서려 있었다.
"이, 이사장님... 오라버니는요? 오라버니는 안에 있죠? 라이스가 할 말이 있어서..."
"불가능! 자네의 트레이너는 오늘 새벽, 급작스러운 연차를 신청했네. 신변상의 이유로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더군."
이사장의 말 한마디가 라이스의 심장을 도려냈다.
오라버니가 연차를 냈다. 자신을 피해서. 어젯밤 그 글을 보고, 도저히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설명! 라이스 샤워, 자네의 우마스타 계정에 올라온 그 참혹한 게시물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네. 학원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 이것이 정녕 자네가 작성한 글인가?"
"아, 아니에요! 이사장님, 그거 해킹이에요! 라이스는 절대 그런 글 안 써요! 누군가 라이스를 나쁜 아이로 만들려고... 그래서 가짜 글을 올린 거예요! 정말이에요!"
라이스는 비명을 지르듯 부정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필사적인 거짓말을 내뱉었다.
이사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라이스가 손에 꽉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확인! 그렇다면 조사를 위해 자네의 단말기를 제출하게. 정보보안팀에 의뢰하여 접속 로그와 해킹 흔적을 조사하면 자네의 결백이 증명될 것이네."
그 순간, 라이스의 사고가 하얗게 마비되었다.
제출? 스마트폰을?
그럴 순 없었다.
이 스마트폰 안에는 우마스타와 소름 끼치도록 닮은 UI를 가진 '우마웹' 앱이 깔려 있다.
로그를 조사하는 순간, 자신이 그곳의 '파딱'이라는 사실과, 어젯밤 그 글을 작성하기 위해 보냈던 수많은 시간,
그리고 그보다 더 심연에 가까운 수백 개의 게시글이 전부 드러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징계를 넘어선, 영혼의 발가벗겨짐이었다.
"아...
그, 그게... 단말기가... 지금 좀 이상해서요! 아, 맞다! 아까 오다가 떨어뜨려서 화면이 잘 안 눌려요! 그리고
바이러스... 그래요, 바이러스가 걸려서 지금 만지면 위험해요! 이사장님, 나중에... 나중에 라이스가 고쳐서 가져올게요. 지금은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의문!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히 쥐고 있지 않았나? 어서 내놓게."
"아니에요!
이거 사실 라이스 폰도 아닐지 몰라요! 누군가 라이스 가방에 몰래 넣어둔 걸지도... 아, 아으으... 오라버니... 오라버니
도와주세요... 라이스 진짜 아니란 말이에요... 이거 그냥 장난감이에요! 그래요, 장난감 폰이라서 전원도 안 켜져요!"
횡설수설하며 뒷걸음질 치는 라이스의 입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들이 비참하게 흘러나왔다.
그녀의 손은 이제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거부! 변명은 불필요하네, 라이스 샤워! 자네의 결백을 입증할 유일한 방법은 그 단말기를 확인하는 것뿐이야. 어서 제출하게!"
이사장의 목소리가 복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손이 라이스의 스마트폰을 향해 뻗어왔다.
그 손길은 라이스에게 있어 영혼을 단죄하러 온 사신의 낫과도 같았다.
"안 돼요... 안 된다고요...!"
라이스는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가슴팍에 꼭 끌어안았다.
이 안에 담긴 수백 개의 심연, 오라버니를 향한 그 모든 구토 같은 욕망들이 빛 아래로 드러나는 것만큼은 죽어도 싫었다.
라이스는 이사장의 손길을 피해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정지! 라이스 샤워! 어디로 가는 건가!"
이사장의 고함이 등 뒤에서 멀어져 갔다.
라이스는 앞뒤 재지 않고 학원 정문을 향해 질주했다. 우마무스메의 각력으로 달리는 그녀의 속도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엔진이 터질 듯한 고통이 아니라, 머지않아 찾아올 파멸에 대한 공포로 요동치고 있었다.
학원을 빠져나온 라이스는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들어 후드티 한 벌과 마스크를 샀다.
땀범벅이 된 몸 위로 후드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렸다.
이제 그녀는 '푸른 장미' 라이스 샤워가 아니라, 그저 정체 모를 수상한 도망자에 불과했다.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만 같았다.
역광장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평범한 행인조차, 라이스에게는 자신의 '성전'을 읽으며 비웃고 있는 심판관처럼 보였다.
전철에 올라탄 라이스는 구석 자리에 몸을 웅크렸다. 후드 아래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마스크를 벗을 용기조차 없었다.
"야, 이거 봐. 라이스 샤워 걔 진짜 미친 거 아냐?", "와, 진짜 대박이다... 트레이너를 개따먹어버리고 싶다니 그런 말을 저렇게 적나라하게 해?"
건너편 자리에 앉은 여고생들의 속삭임이 고막을 찢는 비명처럼 들려왔다.
실제로 그녀를 알아보았는지, 아니면 그저 라이스의 환청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조차 "삼켜버리고 싶다, 삼켜버리고 싶다"는 자신의 어젯밤 문장을 반복하는 리듬으로 변해 라이스를 조롱했다.
라이스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수천 개의 하트, 수천 개의 욕설, 그리고 동정 섞인 해킹 의혹들. 라이스는 그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집에 가면... 오라버니가 문을 열어줄 거야. 그럼 무릎 꿇고 빌어야지. 다 거짓말이라고, 라이스는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제발... 제발 믿어달라고...'
이미 앞뒤가 맞지 않는 망상에 사로잡힌 라이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마스크 안쪽은 거친 호흡으로 금세 축축해졌고, 그녀는 전철 안의 모든 승객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신음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히익... 히이... 보지 마... 라이스를 보지 마세요..."
사람들이 하나둘 라이스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광기에 젖은 우마무스메의 기운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안내 방송에서 오라버니의 집 근처 역 이름이 흘러나왔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라이스는 튕겨 나가듯 전철에서 내렸다.
"오라버니!"
개찰구를 빠져나온 라이스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우마무스메 특유의 폭발적인 속도가 인도 위를 휩쓸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했고, 라이스의 뒤로는 강한 바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오직 하나.
오라버니가 숨어버린 그 좁은 아파트.
라이스는 자신의 발목을 조여오는 족쇄 같은 죄책감을 뿌리치기 위해, 아니, 그 족쇄를 오라버니의 목에 함께 걸기 위해 미친 듯이 질주했다.
후드가 벗겨져 검은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었지만 라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저 멀리, 오라버니의 아파트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스의 입가에 비릿하고 뒤틀린 미소가 번졌다.
"오라버니... 라이스가 왔어. 이제... 이제 다 끝날 거야..."
광기에 젖은 '파란 장미'가, 자신을 행복이라 불러주었던 남자의 마지막 안식처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오라버니! 라이스야! 문 좀 열어줘!"
라이스는 미친 듯이 문고리를 돌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철문의 울림뿐이었다.
평소라면 라이스의 발소리만 들어도 "라이스니?" 하며 반겨주었을 그 따스한 목소리가,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침묵이 되어 그녀를 난도질하고 있었다.
라이스는 문 앞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손톱이 깨져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안에서 오라버니가 자신을 두려워하며 숨죽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그녀를 미치게 했다.
자신이 그토록 숭배하던 신이, 이제는 자신을 '괴물'로 보고 있다는 공포.
"예상대로군요. 이곳으로 올 줄 알았습니다."
차가운 목소리가 계단 위쪽에서 들려왔다.
라이스가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메지로 맥퀸과 미호노 부르봉이 서 있었다.
맥퀸의 눈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고, 부르봉은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라이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맥... 퀸 씨? 부르봉 씨? 왜 여기에..."
"라이스 샤워 씨, 당신이 찾는 '오라버니'는 이곳에 없습니다."
맥퀸이 한 걸음 내디디며 선언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무거웠다.
"그분은 현재 저희 메지로 가의 저택에서 보호받고 계십니다. 당신이 벌인 이... 소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말이죠."
"보호...? 라이스로부터... 오라버니를...?"
라이스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오라버니가 자신을 '피해야 할 위험'으로 정의하고 메지로의 품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이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박살 냈다.
"라이스 씨. 당신의 현재 상태는 '사회적 붕괴' 직전입니다."
부르봉이 한 걸음 다가오며 차갑게 덧붙였다.
"더 이상의 돌발 행동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순순히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그것이 지금 당신에게 허용된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거짓말이야... 오라버니가 그럴 리 없어! 비켜! 오라버니한테 갈 거야!"
라이스는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녀의 돌진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막혔다.
부르봉이 라이스의 팔을 낚아채 정교한 압박으로 그녀를 제압했다. 맥퀸이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얌전히 따라 오세요! 지금 당신이 여기 있으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하기도 전에, 부르봉의 정교한 압박이 라이스의 의식을 짓눌렀다.
"아아아악! 놓아줘! 오라버니! 오라버니이!"
"조용히. 효율적인 이송을 위해 강제 수면 모드로 이행합니다."
부르봉의 손이 라이스의 목덜미를 가볍게 눌렀다.
이미 한계를 넘어서 달리고 심리적 붕괴까지 겪은 라이스에게는 더 이상 저항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라이스의 시야가 흐려졌고, 그녀의 몸은 인형처럼 힘없이 늘어졌다.
맥퀸은 힘없이 늘어진 라이스를 부축해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고급 세단에 실었다.
"이사장님께 연락하세요. '파란 장미'의 신변을 확보했다고."
차가 출발하고 의식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라이스의 망가진 사고 회로는 멈추지 않고 최악의 미래를 그려내고 있었다.
학원에서의 제명.
동료들의 경멸어린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이제 평생 '행복을 주는 파란 장미'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오라버니의 기억 속에 남은 라이스는 이제 수줍게 웃던 소녀가 아니라, 밤마다 그의 옷가지를 훔치고 뒤틀린 성욕을 배설하던 구역질 나는 포식자일 뿐이다.
'아아...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잠들 수 있다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조차 그녀를 비웃는 환각으로 변해갔다.
라이스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가둔 이 차갑고 견고한 어둠 너머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저 암전된 의식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배하던 우마웹의 심연보다 더 깊고 축축한 절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은은한 백차의 향기였다.
라이스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기숙사의 낡은 천장이 아니었다.
정교한 부조가 새겨진 높은 천장, 그리고 창밖으로 타오르는 노을빛이 방 안을 온통 금색과 선혈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여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라이스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라버니의 문을 두드려 피가 맺혔던 손가락에는 깨끗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
폭풍 같았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마웹의 리뉴얼, 푸른 장미 사진, 그리고... 자신의 모든 추악한 욕망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되었던 그 우마스타 게시물.
'꿈이었을까...?'
잠시 그런 어리석은 기대를 해보았다.
하지만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헛된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정신이 드셨군요, 라이스 샤워 씨."
메지로 맥퀸이 들어왔다.
그 뒤를 미호노 부르봉이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로, 라이스가 그토록 갈구하고 두려워했던 단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 아으으..."
라이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오라버니였다.
평소보다 수척해진 얼굴, 불안에 떨며 밤을 새운 듯 충혈된 눈동자.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라이스는 침대 시트를 꽉 쥐며 몸을 웅크렸다.
악몽이 아니었다.
세상은 이미 자신을 버렸고, 신은 자신을 심판하러 왔다.
"오, 오라버니... 라이스가... 라이스가 잘못했어요..."
라이스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울먹였다. 이제 곧 차가운 결별의 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라이스!"
거친 발소리와 함께 오라버니가 달려와 라이스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한 온기에 라이스의 몸이 굳어버렸다.
오라버니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라이스... 정말 미안해. 내가 정말 바보 같았어."
"오라버니...? 그게 무슨..."
라이스는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오라버니는 라이스의 등을 다독이며 가슴 아픈 듯 말을 이었다.
"네
계정이 그렇게 지독한 해킹을 당해서 괴상한 글이 올라왔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너무 놀라서, 무서워서 멋대로 도망쳐버렸어.
네가 가장 힘들었을 시간에 곁에 있어 주지 못하고 연차까지 내면서 숨어버리다니... 나, 정말 트레이너 자격이 없지?"
라이스의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해킹? 오라버니는 지금 그 '심연의 성전'이 라이스의 진심이 아니라, 정체 모를 누군가에 의한 악의적인 해킹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 아니... 오라버니, 그게... 라이스는..."
"말
안 해도 다 알아. 이사장님과 맥퀸에게 다 들었어. 네 단말기에서 이상한 우마스타 위장 프로그램이 발견됐다면서? 그런 위험한
해킹 툴이 네 폰에 깔려 있는지도 모르고... 너 혼자 얼마나 무섭고 억울했을까. 네가 학원을 뛰쳐나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오라버니... 라이스, 라이스는..."
진실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이 구원의 밧줄을 잡아야 할까?
라이스는 자신을 향한 트레이너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담긴 눈동자를 마주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혹감과 죄책감,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이 뒤섞여 눈물로 터져 나왔다.
"울지마, 라이스. 이제 다 해결됐어. 범인도 반드시 잡아낼 테니까. 다시는 너 혼자 그런 무거운 짐 지게 하지 않을게."
오라버니는 라이스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 한번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자신이 지배하던 차가운 심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태양 같은 따스함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라이스는 오라버니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생각했다.
이 따뜻한 거짓말 속에서, 자신은 이제 평생 '행복을 주는 파란 장미'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비겁하고도 달콤한 구원 속에 머물고 싶었다.
푸른 장미는 꺾이지 않았다. 대신, 오라버니가 정성스레 가꾼 가장 비틀리고도 아름다운 화원에서, '비밀'이라는 이름의 가시를 품은 채 다시금 숨을 쉬기 시작했다.
학원 이사장실 안쪽의 비밀 회의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아키카와 야요이 이사장이 평소의 활기찬 모습과는 다른,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앞에는 라이스 샤워의 단말기가 놓여 있었고, 화면에는 라이스가 어젯밤 우마스타에 배설했던 그 '심연의 성전'이 띄워져 있었다.
"보고! 맥퀸, 부르봉! 외부 여론은?"
"예, 이사장님."
맥퀸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메지로의
정보팀이 모든 커뮤니티의 여론을 장악했습니다. 라이스 씨의 게시물은 현재 '해킹 프로그램에 의한 강제 포스팅'이라는 논리로
세척되어 유포되고 있습니다. 주동적으로 비난을 쏟아내던 유저들은 이미 메지로의 법무팀으로부터 경고장을 수령했을 겁니다."
부르봉이 옆에서 무표정하게 덧붙였다.
"보안 프로토콜 가동 중. 라이스 양이 '#191970ROSE'라는 흔적은 서버 레벨에서 영구 소거되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계정은 순수한 피해자의 것으로만 보일 것입니다."
이사장은 만족스러운 듯 부채를 탁 접었다.
"다행!
우리의 '검은 성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파멸하게 둘 수는 없지. 애초에 내가 우마웹의 초석을 닦은 것은, 우리
우마무스메들이 짊어진 이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집착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라이스 샤워의 그 뒤틀린 열정은... 우리 우마웹의
보물이라네."
이사장은 라이스의 스마트폰에 미리 준비해둔 '가짜 해킹 어플'을 직접 심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이러니!
내가 만든 UI 리뉴얼이 우리 '검은 성녀'를 잡을 뻔했다니, 나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네. 그래서 이번만큼은 내가 직접
정보보안팀의 수장으로서 '해킹이 맞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지. 어느 누가 이사장의 공신력 있는 조사를 의심하겠나?"
"실제로 라이스 씨가 도망친 경위도 적절히 수정되었습니다."
맥퀸이 덧붙였다.
"부르봉 씨가 실수로 만진탓에 기기가 고장이 났고, 착한 라이스 씨는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제출을 거부하고 뛰어 나간 것... 사람들은 진실보다 이런 가슴 뭉클한 미담을 더 좋아하니까요."
회의실의 세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다.
그들 모두가 우마웹의 헤비 유저이자, 라이스의 광기를 동경하고 수호하던 '심연의 동조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라이스의 정체는 비밀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체를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성소를 지키는 일이었다.
"선포! 이제 곧 공식 성명을 발표하겠네. 라이스 샤워 군은 극악무도한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임을! 그녀를 향한 모든 악성 루머는 학원의 명예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근절하겠네!"
이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비밀
보장! 이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라이스 샤워 군은 다시 가련한 '파란 장미'로 돌아가는 걸세. 우리만 알고 있으면 돼. 그녀가
밤마다 얼마나 지독하게 트레이너를 탐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탐욕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이야."
"분석 완료. 라이스 샤워의 '성녀' 모드 복귀 확률, 100%입니다."
부르봉의 보고를 끝으로 비밀 회의는 끝이 났다.
세 주역은 문을 열고 나섰다.
학원 밖에는 여전히 라이스 샤워의 '심연'을 비웃는 잔해들이 떠돌고 있었지만,
이사장의 공식 발표가 시작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악랄한 범죄'라는 거대한 파도에 쓸려 내려갈 터였다.
오직 라이스 샤워만이, 그리고 이 회의실의 운영진들만이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 진실.
푸른 장미는 꺾이지 않았다.
대신, 운영진이라는 거대한 방패와 뒤틀린 동료애라는 이름의 온실 속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위험한 '결백'을 연기하며 다시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라이스는 떨리는 손으로 태블릿의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그녀의 뺨은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얇은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어, 어때... 부르봉 씨? 라이스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느낌인데..."
정적이 흐르던 도서관 구석, 라이스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미호노 부르봉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화면 가득 메워진 텍스트들을 빠르게 스캔했다.
"데이터 분석 완료. 라이스 샤워 양, 당신의 창작물은... 치명적입니다."
"히익?! 역시 너무 기분 나빴지? 미안해, 라이스가 주제 넘게 이런 상스러운 글을..."
"부정.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압도적'입니다. 특히 중반부의 '삼켜버리고 싶다'는 문장의 반복은 독자의 이성 회로를 단기적으로
마비시키는 강력한 멜웨어를 연상시킵니다. 또한, 이사장이 흑막이었다는 반전은 학원의 권력 구조를 이용한 훌륭한 서사적
장치입니다."
"히이이익! 부르봉 씨, 제발 그 단어는 소리 내서 읽지 말아줘!!"
부르봉은 진지한 표정으로 메모를 남기며 덧붙였다.
"당초 제가 요청했던 '우마무스메의 내면적 갈등과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이라는 주제에 200% 부합하는 결과물입니다. 덕분에 괴문서 작성 모드에 필요한 귀중한 감성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라이스는 부끄러움에 타는 듯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치만... 오라버니가 이걸 보면 정말로 라이스를 무서워할지도 몰라. '삼켜버리고 싶다'니... 라이스, 그런 말 평소엔 절대 안 쓰는걸! 이건 어디까지나 부르봉 씨가 요청한 '역할'에 몰입해서 쓴 것뿐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라이스 양은 그런 우마무스메이니까요."
부르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원고는 제가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학원 서버에는 업로드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고마워, 부르봉 씨... 다음부턴 조금 더 평범한 동화 같은 걸로 부탁해?"
라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르봉을 배웅했다.
멀어지는 부르봉의 뒷모습을 보며 라이스는 태블릿을 가방에 넣으려다, 문득 화면을 다시 켰다.
화면에는 아까 부르봉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소설의 '삭제된 초안' 폴더가 있었다.
그곳에는 소설 속에 등장했던 '우마스타 실수 포스팅'의 실제 캡처 화면과 소름 끼칠 정도로 흡사한, 임시 저장된 게시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소설 속의 문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더 축축하며, 오직 라이스만이 알 수 있는 오라버니의 은밀한 습관들이 적힌 글들.
라이스는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그 글들을 내려다보다가, 입가에 아주 작은, 정말 아주 작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후훗... 부르봉 씨. 라이스가 쓴 소설... 정말로 '허구'라고만 생각하면 안 돼?"
라이스는 전원을 끄고 태블릿을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도서관을 나서는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처럼 가냘프고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왠지 모를 진득한 장미 향기가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