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주소 :
https://fanqienovel.com/page/7485558369739082777
aHR0cHM6Ly9raW8uYWMvYy9iX2FqUEVqUWFMSm1IWDUtMFB0UDBi
한달 국룰
작품 소개 :
이 몸은 후젠(枫染). 비록 전설적인 조사원이며 최고급 AI '고스트(Ghost)'의 보좌를 받고 있긴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무력은 평범하기 그지없고, 집에는 전기를 먹어 치우는 거수까지 부양해야 하는 처지라, 공동을 헤쳐 나갈 압도적인 전투력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어라, 오늘이 마침 실버 소대가 필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날이었던가?
미안해, 니콜. 엔비는 이제부터 내 사람이야!
잠깐, 네가 트위기라고?
제1장 공동에 엔비를 주우러 가다, 지금 거신 번호는 공동 안에 있어...1화
달이 숨고 바람이 거센, 별빛마저 희미한 밤.
검붉은 폐허 속에는 반군의 피와 살이 흐르고, 외환선의 황무지 위로는 오니족의 잿더미가 흩날리고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소년이 거대한 공동 앞에 발을 멈췄다. 용의 연못이나 호랑이 굴처럼 험악한 공동을 눈앞에 두고도, 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든 듯 표정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의 전화가 울렸다.
검은 코트의 소년은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 정보를 쓱 훑어본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우리 하루마사 군, 나 지금 엄청 바쁘니까 용건만 짧게 해."
검은 코트 소년의 가벼운 말투에, 전화기 너머의 아사바 하루마사는 그야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바쁘다고요? 공동 에테리얼들 특식이라도 차려주느라 바쁘시려나요? 토마토케첩이라도 좀 챙겨다 줄까요?"
전화기 너머 하루마사의 말은 평소의 나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날카로웠다. 거의 욕설이 튀어나오기 직전의 험악한 말투였다. "후젠! 내가 지금 전화기를 귀에서 뗄 테니까, 이 소리가 무슨 축제 폭죽 소리인지 직접 들어봐라!"
하루마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후젠은 전화기가 멀어지는 소리와 함께 짐승을 도축할 때나 날 법한 날카롭고 찢어지는 경보음이 매섭게 귓전을 때리는 것을 들었다.
전화기를 거쳐서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후젠은 만 명의 사람이 칠판을 긁어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고막에서 고스란히 느꼈다.
후젠은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하루마사 군. 한밤중에 웬 초상난 소리야?"
예상대로 수화기 너머에서는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젠은 하루마사가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전화기를 노려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한밤중 야근이 만든 그의 원한은 귀신보다도 깊을 것이 뻔했다.
역시나, 하루마사가 소리쳤다. "후젠, 당장 돌아와!"
"네가 전설 조사원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라?! 네 공적을 인정해서 H.A.N.D(주1)에서 널 공허 사냥꾼으로 지명하려고 했단 말이야!"
"이 중요한 시국에 꼭 사고를 쳐야겠어? 전설 조사원이 무단으로 공동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기나 하냐고!"
"얼마나 심각한데?" 후젠이 되물었다.
"네 공허 사냥꾼 지명이 날아갔다고! 네가 공동 앞에 서서 CCTV에 찍힌 순간, H.A.N.D 전체에 1급 경보가 울렸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니네베가 제로 공동(주2)에서 뛰쳐나온 줄 알 정도였다고!"
하루마사가 분노를 터뜨렸다. "게다가 난 이따가 너 데리러 외환선까지 가야 해! 이유도 없이 야근이 두 시간이나 늘어났다고!"
"아, 고작 그거 때문이야?"
후젠은 손톱 밑에 낀 모래를 튕겨내며 태연하게 말했다. "지명 날아갔으면 날아간 거지 뭐. 공허 사냥꾼이라는 그 거창한 타이틀, 나 같은 독고다이한테는 너무 무거운 산이야."
"다른 일 없으면 끊는다. 그리고 데리러 올 필요도 없어. 내 예상이 맞다면, 오늘 밤 나는 은발의 미소녀와 아주 솔직하고 내밀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거든.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미소녀... 야야, 잠깐, 잠깐만! 후젠 너 전화 끊지 마, 끊지..."
뚜~ 뚜~
전화가 끊어지고, 하루마사는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렸다.
통화 연결음이 끊긴 후, 안내 멘트 하나가 흘러나왔다.
[지금 거신 고객님은 공동에 있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하루마사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고, 올리브 같은 목젖이 위아래로 꿈틀거렸다.
후젠이 진짜 공동에 들어갔다!
그 말인즉슨, 야근해서 사람을 데리러 가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공동 안까지 들어가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아아아!!!
후젠, 이 망할 자식아!
한편, 사람의 슬픔과 기쁨은 통하지 않는 법.
하루마사가 심야 야근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후젠은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공동에 발을 들였다.
공동에 들어선 첫 1초, 피비린내 가득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후젠의 들떴던 기분은 순식간에 반으로 꺾였다. 주변을 둘러보자 반군과 오니족의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들은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수 미터 높이로 겹겹이 쌓인 시체 더미가 있는가 하면, 선인장에 엉덩이가 찔린 채 나뭇가지에 홀로 매달리거나 반쯤 모래에 파묻힌 시체도 있었다.
바람이 다시 불자 핏자국마저 모래에 덮여버렸다. 그들의 생명처럼, 소리 소문 없이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갔다.
후젠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참 나, 살아있는 게 그렇게 싫은가? 종족 세력도 쥐꼬리만 하면서 기어코 반란군이랑 손을 잡다니."
군부의 대표격인 H.A.N.D나 시장을 필두로 한 시청 체계 모두, 오니족이 부락 형태로 모여 사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란군과의 결탁?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선이었다! 힐끗 보기만 해도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질 지뢰밭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건 후젠이 이곳에 온 목적과는 무관했다.
그저 현장의 참혹함에 잠시 감상에 젖었을 뿐, 이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든 그의 알 바는 아니었다.
이번 공동 탐색의 목적은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아니, '그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다.
실버 소대의 대장, 엔비!
"빙의한 지 20년이 다 돼가는데 이 스토리 라인을 기억하고 있다니. 이 몸은 역시 천재라니까!"
후젠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엄청난 기억력에 감탄했다.
그는 211 프로젝트(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였으나 감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뉴 에리두의 어느 직업학교 여자 화장실 천장이었다.
화장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클럽 음악 소리마저 묻혀버릴 정도로 아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아주 훌륭한 흙수저 시작이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적어도 전생의 재능은 잃지 않았다.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낡아빠진 초등학교에서 명문 중학교,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진학했고, 마침내 전설 조사원이라는 자리까지 올랐다.
순탄치만은 않은 인생이었지만, 후젠은 오로지 자신의 두 다리로 탄탄대로를 개척해 냈다.
부모님?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그 금발 머리 부부는 후젠이 12살 때 첫 장학금을 받아오자, 그 돈을 빼앗아 공동으로 스릴을 즐기러 떠나버렸다.
솔직히 후젠은 그들이 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고작 2천 데니를 쥐고 공동 안에서 8년 가까이 호의호식하며 살아남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중에 무덤에 고급 지전이나 좀 태워드려야겠다.
후젠은 고개를 저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떠오른 듯, 오른쪽 귀에 꽂힌 검은 이어폰에 손을 얹었다.
"고스트(Ghost), 가장 가까운 데이터 포스트에 연결해서 해킹해."
고스트(Ghost). 뉴 에리두 4대 AI 중 하나로, 핵심 능력은 해킹이었다. 어린 시절 후젠이 우연히 얻게 된 기연이자, 그가 전설 조사원이 될 수 있었던 핵심 조력자였다.
[고스트: 허무 속에서 침묵하던 본관, 아득함 속에서 주군의 그림자를 엿보았으니, 주군의 강림을 찬양하노라!]
곧이어 이어폰에서 약간 쉰 듯하면서도 중2병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젠은 등 뒤의 배낭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희미한 불빛이 그의 눈을 밝혔다.
잠시 후, 고스트가 데이터 포스트를 해킹해 얻은 데이터 정보가 노트북 화면에 띄워졌다.
후젠은 손가락을 움직여 전설 조사원으로서의 특기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공동 내부의 공간 변화 정보를 분석하여 실버 소대의 위치를 계산해 낸 것이다.
"음... 정보로 유추해 보면 이 위치에서 극심한 에테르 활성 반응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공간 균열의 위치까지 밀려났군. 그렇다면 실버 소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뜻이네!"
후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덮었다.
전설 조사원답게 후젠의 정보망은 아주 넓었다.
그는 군부와 실버 연구소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군부가 수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군비 지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군부와 실버 연구소는 회의를 통해,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0 호(零號) 실험체인 '엔비' 단 한 명만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실버 소대원 11명은 전원 폐기 처분될 운명이었다.
어차피 폐기할 거, 군부는 그녀들이 죽음으로써 조금이나마 가치를 증명하길 바랐다.
그래서 이번 뉴 에리두 대(对) 반군·오니족 전쟁에 실버 연구소는 엔비를 제외한 11명의 복제 실험체 전원을 파견해 필사(必死)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원작 스토리에서 엔비는 차마 11호가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그녀 대신 임무에 나섰다.
결국 엔비 혼자만 살아 돌아왔고, 그녀는 11호를 살리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이용 가치가 끝난 무기는 싫증 난 장난감처럼 쓰레기장에 버려질 뿐이다.
후젠은 그 시체 유기 장소가 바로 눈앞의 이 공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후젠은 한 가지 더 아는 사실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6단지의 어느 분홍 머리 수전노가 귀신같이 이 오니족 전쟁터로 돈벌이를 하러 와서 전쟁의 잔해 속을 뒤적거릴 것이라는 점이다.
후젠이 해야 할 일은 그 수전노가 오기 전에 엔비를 자신의 손에 넣는 것이었다!
전설 조사원으로서 그에겐 전투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내가 명색이 전설 조사원인데, 공동에서 물건 찾는 속도로 나를 이길 사람이 있겠어?"
후젠은 주먹을 꽉 쥐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방향을 확인한 그는 한 길을 골라 앞으로 나아갔다.
20분이 지났다. 후젠은 모든 에테리얼을 피해 어떤 고립된 장소에 도착했다.
공간 균열을 넘어선 순간,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드는 찰나.
여러 구의 시체가 겹겹이 쌓여 있는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잘려 나간 팔다리, 으깨진 살점... 실버군의 영광은 먼지에 파묻혔고, 말라붙은 핏자국은 그 영광 위로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다.
갑자기 후젠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를 들은 것 같았다.
"살려... 줘..."
이어폰에서 희미하게 흐르는 화이트 노이즈보다도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목소리는 끈질기게 후젠의 귓바퀴를 파고들었다.
직감적으로 고개를 돌린 후젠은 곧바로 목소리의 진원지를 발견했다.
은발의 미소녀. 그녀는 힘겹게 눈을 반쯤 뜬 채, 앞을 향해 덜덜 떨리는 팔을 뻗고 있었다.
시체 더미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 깔린 채로.
그녀와 똑같이 생긴 9구의 은발 미소녀 시체들이 그녀의 몸 위를 겹겹이 짓누르고 있었다.
시체 더미가 겹겹이 한 사람 위를 덮고 있다?
후젠은 무언가 깨달은 듯 눈동자에 잠시 갈등이 스쳤고, 동작을 멈칫했다.
이내 눈빛이 교차하더니, 한참 뒤 결심을 굳힌 듯 힘껏 그녀 위에 쌓인 9구의 시체를 밀어냈다.
그리고 몸을 굽혀 은발 미소녀의 무릎 뒤로 손을 집어넣었다.
"'엔비', 지금 여기서 꺼내줄게."
말을 마친 후젠은 가장 빠른 속도로 공동을 벗어나기 위해 큼직한 보폭으로 내달렸다.
그는 직감했다. 지금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등에 업힌 "엔비"의 사지가 에테르 침식(주3)에 의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는 사실을!
(주1) HAND: 뉴 에리두의 공동 재해 대응 전담 기관인 '공동조사협회'를 의미합니다. 세계관 내에서 거대한 재난인 '공동(Hollow)'을 관리하며 에테리얼 억제 및 조사원 파견을 관장합니다.
(주2) 제로 공동과 니네베: 제로 공동(영호 공동)은 모든 공동의 시초이자 가장 흉악한 규모를 자랑하는 공동입니다. 니네베는 이 제로 공동 중심부/외곽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강력한 괴물(보스급 에테리얼)입니다.
(주3) 에테르 침식: 공동 내부에 오래 머물면 신체가 에테르에 오염되는 현상입니다. 방사능 피폭과 유사하며, 침식이 한계치에 달하면 인간성을 잃고 괴물인 에테리얼로 변이합니다. 사람마다 '에테르 적성'이 달라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다릅니다.
2. 주인공 이름은
枫染
으로 '풍염'이라 읽는데 '후젠'으로 바꿨습니다. 어디선가 염염이가 나와도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다들 명일방주 협동경기#2 잘 하고 계신가요? 프사부터 편성까지 아베무지카 인 사람이 있으면 아마도 저일 가능성이 높으니 능지가 처참해도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언젠가 시간 내서 제가 쓸 젠존제 용어집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잼미니 녀석이 젠존제 스토리가 구린건 아는지 젠존제 학습을 전혀 안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녀석은 심지어 '아스트라,비비안,의현이 오리지널 캐릭터 아님?' 이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테리얼 잡몹 중에 '고블린'이 있다는 것 아십니까? 이번에 용어집 정리하다가 알게됬습니다. 줘패는 놈들인데 처음 알았네요 ㄷㄷ
언젠가 패러디 업로더 고수가 될거야 뜌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