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원이 펜션 입구 쪽의 파쇄석 위로 가방을 내려놓자, 묵직한 마찰음이 짧게 일었다. 그는 곧바로 발걸음을 물려, 웅성거리는 무리의 맨 뒷자리로 물러났다.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으려는 듯한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무리의 외곽을 통제하듯 훑어보던 박미나의 시선이 그 궤적을 쫓았다. "거기 입구 쪽에 짐 두신 분." 단호하고 명료한 목소리가 소란을 뚫고 날아왔다. 미나의 시선이 종원의 발치에 놓인 가방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 들고 있던 프린트물을 가볍게 쥐며 덧붙였다. "통행로 막히니까 짐은 안쪽 지정된 장소로 옮겨주세요. 뒤에 서 계시지만 말고." 명백히 그를 향한 지시였다. 그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몇몇 학생들의 고개가 힐끗 돌아갔다. 김보라는 종원 쪽을 한 번 슥 쳐다보더니, 이내 흥미가 없다는 듯 곧장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무리의 앞쪽,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보라의 어깨가 종원의 곁을 스치듯 지나쳤으나, 그녀는 멈칫하거나 사과하는 기색조차 없이 잰걸음으로 멀어졌다. 반면, 다른 동기의 짐을 돕느라 뒤처져 걷던 지하연은 뒷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종원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입가에 머무는 옅은 미소는 누구에게나 보여줄 법한, 철저히 의례적이고 상냥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빨리빨리 좀 움직입시다! 방 배정부터 해야 하니까 1학년들은 과대 앞으로 모이고!" 어디선가 선배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파쇄석을 밟는 발소리와 캐리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한층 더 어수선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무리는 점차 펜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이동하고 있었고, 통행로 입구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은 종원과 그의 짐, 그리고 여전히 인원들의 동선을 예의주시하며 서 있는 미나의 꼿꼿한 자태였다. |
| 종원은 인파가 뿜어내는 소란스러운 물결에서 한 걸음 비켜섰다. 자갈이 깔린 마당을 가로질러 펜션 입구 쪽에 자신의 무거운 짐가방을 소리 없이 내려놓은 뒤, 뒤로 물러나 무리의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강원도의 서늘한 산바람이 겉옷 자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앞다투어 버스에서 내린 삼십여 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와 싸구려 방향제 냄새가 바람에 섞여 코끝을 스쳤다. "자자, 다들 주목! 짐은 일단 거실 한쪽에 모아두고, 방 배정부터 할 테니까 모여봐요!" 박미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산장의 공기를 갈랐다. 그녀는 버스 짐칸 앞에서 인원들을 통솔하며 거침없이 손뼉을 쳤다. 맨 뒷자리에 선 종원의 시야에, 입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선 이유민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동기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지나가든 말든, 그녀는 허리를 꺾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브이 자를 그리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중이었다. 액정 화면 위로 빠르게 타이핑을 치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아, 진짜... 벌레 꼬일 것 같아." 이내 날카로운 투덜거림이 종원의 귓가에 닿았다. 주혜은은 펜션의 낡은 목재 기둥에 붙은 정체불명의 나방을 보곤 질색하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녀는 자신의 명품 크로스백이 혹여나 벽에 닿을세라 가슴 품으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신발 바닥으로 애꿎은 흙바닥만 긁어대는 동작이 신경질적이었다. 그때, 까치발을 든 김보라가 인파의 틈바구니를 헤집으며 종원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작고 단단한 어깨가 짐가방 손잡이를 쥔 채, 보라는 일행이 모인 곳이 아니라 주차장과 이어진 진입로 쪽으로만 고개를 이리저리 빼고 있었다. 박미나가 다시 한번 출석부를 쥔 손을 높이 치켜들며 입을 여는 순간, 펜션 본관 뒤편 숲길 쪽에서 바스락거리는 둔탁한 파열음이— |
| 종원은 목조 펜션의 낡은 데크 위로 조용히 짐을 내려놓았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학생들의 인파를 지나 맨 뒷자리로 물러나 서자, 무리를 매의 눈으로 살피던 박미나의 시선이 그 조용한 움직임을 따라붙었다. 단정한 옷차림의 미나는 들고 있던 인원 체크용 명단을 가볍게 톡톡 치더니, 인파 너머 맨 뒤에 선 종원을 향해 고개를 돌려 "거기 맨 뒤. 짐은 통행에 방해 안 되게 벽 쪽으로 완전히 붙여주세요." 하고 또렷하게 말했다. 미나의 목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잠시 뒤쪽으로 쏠렸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이내 흥미를 잃은 듯 휙 하고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반면, 근처에서 동기들의 가방을 한데 모아 정리하던 지하연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짐을 내려놓고 무리에서 한 걸음 떨어져 뒤로 물러선 종원의 모습을 본 하연은, 들고 있던 에코백의 끈을 매만지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 사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첫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던 이유민은 뒤쪽의 상황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스마트폰 렌즈를 얼굴 높이로 치켜든 채, 배경에 펜션 간판과 산봉우리가 완벽하게 담기도록 이리저리 각도를 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
완벽하게 통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