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활성화를 위해서 올려보는 첫 영양가 있는 게시글.
글은 잘 못쓰니까 중간중간 지루하거나 어색해도 참아주시길. 아무튼 바로 시작!
그때는 내가 막 수능 끝나서 눈까리 돌아가 있는 상태였음. 하루 종일 뭐라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나 기대하고 있었지.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매번 빨빨거리면서 나가서 이틀이나 지나야 돌아왔었음.
그래도 그런 걸 매번 하는 건 아니고, 한번 놀면 한 삼일에서 일주일 정도는 쉬었음. 내가 에너지가 그렇게 넘치는 편이 아니라...
암튼 그렇게 집에서 눕방하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 중에 하나가 갑자기 카톡을 보낸 거임.
'오빠, 수능 잘 끝났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지. 사실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어쨌든 사이버 지인이라 그렇게 가깝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거든?
그래도 나 수능 본 거 기억하고 축하해 주니까 기분 진짜 좋더라ㅋㅋㅋㅋㅋ사실 그때는 기분 안 좋을 게 뭐가 있겠냐만은.
아무튼 그래서 말 나온 김에 한번 안 보겠냐고 물어봐서, 걔 사는 지방 근처에 사는 아는 애들 모아서 동물원 겸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음. 너무 진도가 빠르다고 뭐라고 하지 말아줘, 원래 그때는 그냥 머리에 생각나는 게 있으면 해버리는 때였음.
아무튼 아침부터 모여서 다른 사람들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걔가 저 멀리서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들면서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음.
와, 근데 진짜 옷이 무슨...
내가 선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지금은 그런 복장 수 없이 봐서 익숙해졌지만 그때의 아직 고딩 티를 벗지 못한 내게는 너무 큰 자극이었음.
그때가 겨울이었거든? 근데 배꼽 다 드러나는 크롭티에 짧은 청반바지 차림으로 왔더라고. 춥지도 않은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한테 좀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입고 온 걸지도 모르겠음. 걔도 그때는 겨우 고딩이었으니까. 귀여운 거지.
아무튼 그렇게 동물원에서 호랑이랑 코끼리 보고, 놀이공원에서 꺅꺅 비명 지르고.
원래 나는 디팡 같은 곳은 쳐다도 안 보는데(노잼임) 걔가 가자고 가자고 난리를 쳐서 디팡도 다녀오고. 그렇게 시간 보내고 있으니까 진짜 시간이 빨리 가더라.
'야, 나 이제 막차 슬슬 끊길 시간이라 가봐야 할 듯.' '어, 들어가라. 다들 시간 확인해봐! 들어갈 사람은 이제 들어가자!'
난 어차피 거기서 대충 모텔 잡고 자고 가기로 해서 별 걱정 없었는데, 문제는 이 여자애도 슬슬 버스가 끊길 시간이었다는 거임.
그래서 택시 타고 버스 터미널로 날듯이 달려갔지. 근데 문제는...예약을 안 해서 도착하고 보니까 버스 자리가 없더라.
'어떻게 하지?'
'그러게, 난 괜찮은데 모텔이면 너랑 나랑 동시에는 안 들여보내 줄 것 같은데.'
믿져야 본전이라고 예약한 모텔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분증 없으면 못 들여보내 준다고 퇴짜 맞음.
근데 이해가 되긴 하는 게 나도 얼굴이 고딩 티 좀 났었고 걔는 말할 것도 없어서...
아무튼 그렇게 어떻게 할지 몰라서 편의점 근처에서 죽때리고 있다가, 입이 심심해서 먹을 걸 좀 샀음. 걔도 배불리 먹게 든든한 양으로.
'반은 내가 낼게.'
'뭔 소리야, 내가 시간을 좀 더 잘 체크했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니까 이건 내가 사는 거다. 다음은 없어.'
그렇게 서로 좀 지쳐서 묵묵히 소시지랑 삼각김밥을 까먹고 있었는데, 걔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더라.
'오빠, 우리 무인텔 가면 안 되나?'
'엥? 무인텔?'
부끄럽지만 난 그때까지 모텔이 뭔 종류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음.
근데 얘는 확실히 학교에서 댄스부를 해서 그런가. 단체로 여기저기 별의별 방법으로 다 놀러다녔더라고.
무인텔은 어차피 앞에 사람도 없으니까 아무도 안 잡을 거라고. 그래서 나도 그 방법을 믿어보기로 했지.
물론 택시를 타고 갔으니까 좀 불안하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택시 아저씨는 우리가 어딜 가는지 어떤 관계인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음. 물론 그런 걸 막상 물어봐도 좀 이상하긴 한데.
그렇게 둘이서 키오스크로 방 잡고 좁고 습한 느낌이 나는 희뿌연 하얀 조명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달하니까, 방 바깥으로 담배 냄새가 풍겨왔음.
좀 싫긴 했는데 그때의 나는 솔직히 긴장되서 그런 감상을 내비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음. 여자애랑 무려 모텔을 같이 처음 와 본 거였으니까.
'나 먼저 씻을게.'
걔는 진짜 뭐든지 나보다 빨랐음.
여자애라 이것저것 해야 할 시간도 있었을 텐데 진짜 후딱 씻고 후딱 나오더라, 나 빨리 들어가라고 등 떠밀기까지 하고.
욕조 하나 없는 조그마한 화장실 안에서 슬쩍 걔가 뭘 하고 있는지 훔쳐보니까, 머리 말리고 있다가 거울로 문 너머로 보고 있던 나랑 눈이 마주쳤음.
근데 와...나보고 살며시 웃으면서 손 흔드는데, 그때부터 진짜 본격적으로 의식하게 되더라.
가슴이 쿵쾅거리며 빨리 뛰기 시작하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음.
화장실 안에서 느낌 오려고 하는 주니어를 진정시키면서 계속 중얼거렸음.
'쟤는 동생이다, 동생이다. 믿을 수 있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쟤는 동생이다...!'
아무튼 그렇게 다 씻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바닥에 누웠음.
지금은 아무 감정 없는 여자애였으면 걍 가위바위보해서 침대빵 하는데, 그때의 나는 매우 스윗한 한남이었지.
근데 걔가 바닥에 눕는 날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위로 올라오라고 하는 거임.
'엥? 안 불편하겠어?' '왜 불편해? 침대가 좀 좁긴 한데 내가 몸이 작잖아.' '아니 그래도...'
내가 우물쭈물거리면서 천천히 침대에 누우니까, 걔가 피식 웃으면서 긴 생머리를 정리해서 배게 위로 올려놓았음.
'잘 자. 오빠.' '어, 너도.'
근데 시발 잠이 오겠냐고.
심장은 쿵쾅거리지 주니어는 계속 반응 중이라 속으로 계속 애국가 외우고 있고, 옆에서는 자꾸 샴푸 냄새인지 아니면 다른 건지 은은하게 좋은 향기가 넘어오고.
내가 원래 불면증도 좀 있는 편이라 이대로 가면 다음 날까지 절대 잠 못 잔다는 걸 직감해버림. 그렇게 되면 다음날에도 지장이 있을 거고...
애써 진정하려고 돌아서 몸을 눕히니까, 걔가 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왜 그런가 해서 봤더니 위로 올린 머리카락이 내 머리 아래에 깔려 있었음. 여자랑 자본 적이 없으니까 긴 생머리가 얼마나 여기저기 잘 끼고 불편한지도 몰랐던 거지ㅋㅋㅋ 근데 걔가 티 안내고 그냥 계속 누워 있길래, 나도 별 소리 안하고 그냥 돌아누워서 배게로 머리 끌어안고 숨만 쉬고 있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5분도 안 지났을 게 분명하지만, 나한테는 거의 영원처럼 느껴지던 그 시간이 천천히 지나고 뒤쪽에서 스르륵 하는 이불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음.
평소였다면 몰랐을 작은 소리였지만, 몸이 각성한 건지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동시에, 티셔츠도 안 입고 있던 등의 맨 피부에 부드러운 느낌이랑 함께 따듯한 체온이 느껴졌음.
그것만으로도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인데, 그 느낌이 이불 스치는 소리랑 함께 점점 커지더라. 귓가로 아까보다 살짝 상기된 것 같은 숨소리가 들려왔어.
-쓰다 보니 길어지네, 나머지는 다음화에서 이어갈게, 기대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