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대충 3.0 프로로 살짝 테스트 번역해봤는데 어떠냐
제1장 뭐? 9년 의무교육 낙오자라고! 제1장 뭐? 9년 의무교육 낙오자라고! 제1장 뭐? 9년 의무교육 낙오자라고! 정진관(净尘观)의 향재가 처음으로 산처럼 쌓였다. 진습안(陈拾安)은 상물(喪盆)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부(師父)가 생전에 즐겨 만지작거리던 모서리 깨진 구리 방울로 재를 뒤적였다. 그 동작이 어찌나 능숙한지 마치 찬밥을 볶는 것 같았다. 그는 사부를 따라 수많은 장례 법사를 주관해 왔지만, 열여덟 인생의 첫 천도재가 자기 사부의 것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습안이 가진 수많은 재주 중 가장 능수능란한 것이 바로 천도 법사였다. 평소 사부가 이에 대해 유독 가르침을 많이 주더라니, 아마도 이때 그를 위해 써먹으라고 준비해 둔 모양이다. 빛바랜 도포(道袍)를 입은 열여덟 살 소년의 소매 끝에는 지전을 태우다 묻은 검은 재가 묻어 있었다. 그는 빈소를 가득 메운 새까만 인파를 바라보며, 문득 사부가 참으로 얌체같이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 도관 운영은 거지 소굴 분타처럼 해놓고, 빚은 산꼭대기에서 산기슭까지 깔릴 만큼 져놓고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설마 제자에게 ‘종합 선물 세트’를 남기는 걸 잊지 않으셨다니. 그렇다. 사부는 오랫동안 도를 닦느라 속세의 친인척과는 연이 끊긴 지 오래였다. 오늘 조문을 온 수많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거의 다 빚쟁이들이었다……. 영감탱이가 자신이 학을 타고 떠날 시간을 미리 예측하고, 이 사람들을 전날 밤에 미리 전화해서 불러 모은 것이다! [습안아, 우리 사제지간이 진 빚은 갚아야 하는 법이다. 신용이 없으면 사람이 설 수 없으니, 사람 됨됨이가 그러하고 도를 닦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스승이 그동안 안 갚은 게 아니라, 잠시 미루고 천천히 갚으려 했을 뿐이다. 허나 결국은 갚아야 하는 법이니, 이 일은 너에게 맡기고 스승은 이만…….] [사부! 잠깐만요! 일단 멈춰봐요! 우리 사제지간이 진 빚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동촌 유 아저씨(东村头老刘)네 돼지고기 반 마리, 네가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먹었는데요.] [동짓달에 바꾼 침대, 네가 잤느냐 안 잤느냐?] [잤는데요.] [그럼 스승의 빚이 곧 네 빚이니라.] 사부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더니, 진습안이 대꾸할 틈도 없이 학을 타고 냅다 도망쳐 버렸다. 진습안에게 남겨진 건 편지 한 통, 장부 한 권, 그리고 이렇게 외진 곳에 있어 전각은 낡고 이름도 없으며 매년 적자만 나는 다 쓰러져가는 도관 하나뿐이었다. 편지와 장부는 아직 열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빈소를 가득 채운 채권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안색이 흙빛이 되고 비통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사부! 제자를 아주 구렁텅이에 빠뜨리셨군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도대체 빚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방금 전까지 침착하고 담담하던 소년은 관뚜껑이 닫히려는 순간,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며 관 위에 엎드려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사부!! 저만 혼자 두고 가시면 어떡해요!!" "사부!! 저도 데려가세요, 사부!!" 이토록 사제 간의 정이 깊은 광경을 보고 조문 온 조객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 어린 도사가 진 도장이 말했던 그 제자인가 보군?" "그래요, 습안이도 참 기구한 아이죠. 옛날에 진 도장이 유랑하다 주워 온 버려진 아이라는데, 말로는 사제지간이라지만 친손자나 다름없는 정이었으니 오죽하겠소……." "나이도 별로 안 많아 보이는데?" "올해 딱 열여덟이라더군." "그나마 다행이네, 자립할 나이는 됐으니. 그럼 진 도장이 떠나고 나면 이 정진관은……." "관에 저 사제 둘뿐이었으니, 당연히 습안이가 물려받겠지?" "그래도 아직 어린 소년인데…… 괜찮을까?"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진습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사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아직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관뚜껑이 천천히 내려올 때도 진습안은 멍하니 딴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점점 좁아지는 틈 사이로, 베개에 눌린 사부의 듬성듬성한 흰머리가 마치 덜 쓸린 눈처럼 내려앉은 것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한 줄기 빛마저 두꺼운 나무판자에 가려지고,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가슴을 때리고 나서야 그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제 아침마다 "경전 필사할 시간이다"라며 문을 두드려 깨울 사람이 없다. 보법(步法)을 틀릴 때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적해 줄 사람도 없다. 추운 겨울밤 이불 속으로 화로를 밀어 넣어 줄 사람은 더더욱 없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진습안은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산골짜기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다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이 추위가 아니라 질식이었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그 질식감이 폐부를 옥죄어 왔고, 눈시울은 향로의 열기에 훈증된 듯 시큰거리고 부어올랐다. 그는 사부가 늘 말하던 "생사는 밤낮이 바뀌는 것과 같다"라는 말과, 자신이 직접 필사했던 "천지는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지푸라기 개(刍狗)로 여긴다"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관뚜껑이 닫히는 순간, 그 모든 이치는 입안에서 맴도는 씁쓸한 모래알로 변해버렸다.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모래알. 이치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방금 전까지 목청 높여 울던 그는, 이제 오히려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잠시 소란스러웠던 빈소는 다시 엄숙한 정적 속으로 돌아갔다……. …… 비가 그쳤지만, 처마 끝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실내, 향로 속 남은 초가 위태롭게 타오르고, 연기는 습하고 찬 공기를 감싸 안고 위로 피어올라 거미줄과 먼지가 뒤엉킨 대들보에 부딪혀 뽀얀 안개로 흩어졌다. 동쪽 전각의 문지도리는 녹이 심하게 슬어 바람이 밀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진습안은 이제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그는 마당에 서서 평소 사부에게 배운 예법대로, 떠나려는 조객들에게 하산 길을 안내했다. "습안아, 상심이 크겠구나." 동촌 어귀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유 아저씨가 진습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유 아저씨." "네 사부가 생전에 늘 너더러 문곡성 하강(文曲星下凡: 학문의 별이 인간세상에 내려옴)이라면서, 책 냄새 맡을 기회가 없는 걸 아쉬워했지. 하지만 또 그런 말도 있지 않느냐…… 만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만 리 길을 걷는 게 낫다고? 내 생각엔, 습안이 너도 나가서 기분 전환이나 좀 하는 게 좋겠다. 그 오랜 세월 산에만 박혀 있었으니 이참에 나가서 좀 돌아다녀 봐라. 요즘 세상 변하는 게 얼마나 빠른데." 진습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론 '아저씨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제 몸에 밴 건 대부분 향냄새고, 지금 이 순간엔 아마 빚쟁이들의 원망까지 더해져 있을 겁니다……'라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진습안은 그제야 오늘 조문 온 채권자들을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살펴보니 조금 예상 밖이었다. 진습안이 나이는 어리고 일 년 내내 산속에 있어 세상 물정 모른다지만, 사람의 관상을 보고 파악하는 재주는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사람은 저마다의 기장(氣場)을 가지고 있어, 신분, 성격, 감정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사부의 장례에 온 빚쟁이들의 얼굴에서는 원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진심 어린 안타까움이 더 많이 묻어났다. 진습안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설마 이 세상에서 네가 죽지 않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이 바로 빚쟁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 채권자들의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니 하나같이 꽤 신분이 있어 보였다. 산길은 원래 험한 데다 비까지 와서 진창이었을 텐데, 차가 올라오지 못해 산기슭부터 줄곧 걸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와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걸어왔는데도 기꺼이 찾아왔다. 영리한 진습안은 어렴풋이 이 일이 간단치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이 채권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터라 누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 얼마나 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들 딱히 말을 걸려는 기색이 없기에, 그도 그저 예의를 갖춰 대하며 나중에 사부의 장부를 뒤져 채무 관계를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이 얼추 마무리되자,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안경 너머의 눈빛으로 낡은 도관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것이 마치 문화재 감정이라도 하는 듯하더니, 마침내 시선이 진습안에게 고정되었다. "안녕하세요, 진 소도장(小道長)님. 저는 운서(云栖)시 도교협회 직원 양요(杨耀)라고 합니다. 규정에 따라 도관을 승계하려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해서, 절차를 밟아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벌써요?" 진습안은 며칠 있다가 직접 처리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진 노도장(陈老道长)님께서 미리 저희에게 알려주셨거든요." "……." 좋아, 아주 좋아. 사람은 살아있을 때 이미 죽은 뒤의 일까지 챙기고 있었구나. 생사를 초월했다느니 어쩌니 하더니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사부님, 당신 낯짝이 이렇게 두꺼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관공서 직원이 직접 찾아와서 일을 처리해 주다니요? 우리 이 낡은 도관이 무슨 급이라고 이런 대우를 받습니까? 진습안은 방으로 들어가 도사증과 신분증, 그리고 사제 전승을 증명하는 전도증(傳度證)을 가지고 나왔다. "진 소도장님, 학력 증명서도 필요합니다." 진습안은 품에서 낡아빠져 쭈글쭈글해진 '도덕경' 한 권을 꺼냈다. 직원과 진습안의 눈이 마주쳤고, 분위기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진 소도장님, 죄송하지만 이건…… 학력 증명서가 아니라서 시스템에 등록할 수가 없습니다. 의무교육법에 따라, 소도장님께서는……." "잠깐만요." 진습안이 말을 끊었다. "제가 제 사부님의 도관을 물려받는데 왜 학위가 필요합니까? 전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데 어디서 학력 증명서를 구해오란 말입니까?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죠?" 이런, 9년 의무교육 낙오자일 뿐만 아니라 법맹(법을 모르는 까막눈)이었군! "진 소도장님, 사정은 이렇습니다. 도관은 특수성 때문에 사유 재산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합법적으로 승계하려면 규정에 맞는 자료를 제출하셔야 하는데……." "만약 제가 정말 제출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됩니까?" "제도에 따르면, 주인 없는 자산으로 분류되어 협회에서 처분하게 됩니다." 진습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교리와 경전을 줄줄 외우고, 수행, 인품, 전승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모범 도사인 자기가, 설마 종이 쪼가리 하나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나아가질 못한다고? "그럼 어떤 학력이 필요한데요?" "국가가 인증하는 중점 대학 졸업장이 필요합니다." 말하고 나서도 직원 스스로 믿기지 않았다. 보통 작은 도관은 고등학교 졸업장 정도면 충분하고, 이렇게 외진 곳에 있어 찾는 이 없는 낡은 도관은 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기 전에 시스템을 조회했을 때, 그는 세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이름도 없는 이 정진관(净尘观)의 시스템상 등급이 상당히 높아서, 합법적으로 도관을 승계하고 관주(觀主)가 되려면 정말로 중점 대학 학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진습안은 양손을 펼쳐 보였다. 없다는 뜻인지, 못 알아들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사부가 미리 연락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양반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알고 계셨습니다. 진 소도장님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직원은 말을 하며 서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진 노도장님께서 저희에게 수속을 부탁하실 때, 이걸 소도장님께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사부가 다른 사람을 통해 나에게 남긴 게 있다고? 진습안은 눈을 치켜뜨고 직원이 여는 서류 가방을 곁눈질했다. 붉은색의 딱딱한 종이 같은 물건이 나오고 있었다. 진습안은 눈을 깜빡였다. 역시 사부는 제자를 끔찍이 아끼는구나, 설마 바로 학위증을 구해다 놓은 건가? 마침내 그 붉은색의 딱딱한 종이가 그의 손에 들렸다. 그 위에 금박으로 새겨진 글자를 본 진습안은 멍해졌다. "운서시 제일중학(云栖市第一中学) 입학통지서……?" 학위증인 줄 알았던 것이 입학통지서로 바뀌자, 진습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듯한 황당함을 느꼈다. 그는 조금 믿기지 않아 통지서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사부가 전해달라고 한 게 이거 맞습니까? 잘못 가져온 거 아니에요?" "잘못 가져온 거 아닙니다." "진 노도장님은 규칙을 철저히 지키시는 분이셨죠. 소도장님은 문곡성 하강(文곡성 下凡)이라 대학 가는 건 일도 아닐 거라고, 저희더러 규정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허……." 진습안은 입학통지서에 적힌 ‘9월 1일 본 통지서를 지참하여 고등학교 2학년 5반으로 등교하시오’라는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문득 사부의 임종 전 눈빛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사부가 도관의 빚을 걱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야 알겠다. 자기가 가서 책이나 파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게야! "이건 어디서 난 겁니까?" "진 노도장님께서 소도장님을 위해 빌려온 학위(자리)라고 하셨습니다." 빌렸다……. 그렇다면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도 있습니다……." 직원은 말을 하며 배낭에서 또 '5년 수능 3년 모의고사(五年高考三年模拟)' 문제집 세트를 꺼냈다. "이건 진 노도장님께서 저한테 빌려 가신 겁니다. 소도장님께서 가져가서 쓰시면 됩니다. 이건 안 돌려주셔도 됩니다." "……." 그거 참, 정말 고맙수다! (본 장 끝) 제2장 진습안 제2장 진습안 제2장 진습안 밤이 깊었다. 낮 동안 소란스러웠던 정진관(净尘观)은 다시금 예전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사부가 없는 지금, 그 고요함은 한층 더 짙게 깔렸다. 향로의 마지막 푸른 연기도 가물가물 흩어졌고, 제단 위의 장명등(長明燈)이 깜박이며 진습안의 손에 들린 누렇게 바랜 장부와 사부가 남긴 편지를 비추었다. 소년은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곳에 남은 벌레 소리와 산바람 소리를 벗 삼아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다. [동촌 유림(刘林): 섣달, 돼지고기 열 근 여덟 냥 보냄…….] [읍내 서쪽 약재상: 복령, 당삼, 백출, 황기, 감초…….] 몇 장 더 넘기니 내용은 더욱 자잘해졌다. [왕 목수(王木匠): 동쪽 전각 창살 세 개 수리…….] [이 미장이(瓦匠李): 서쪽 행랑채 기와 스무 장 보수…….] 모두 진습안이 잘 아는 ‘채권자’들이었다. 대부분 산 아래 마을과 작은 읍내 주민들이었고, 장부에 적힌 것도 대부분 물품 외상이 주를 이뤘다. 더 뒤로 넘기자, 금전 빚들이 나타났다. [2013년 7월 16일, 향곤(向坤)에게 6,000위안 차용] 돈의 용도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진습안은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해 7월,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낡은 도관의 서쪽 담장이 무너졌었다. 날이 갠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새 담장을 쌓았었다. [……] [2018년 3월 6일, 임명(林明)에게 8,000위안 차용] 이 날짜는 좀 더 가까웠다. 진습안은 기억했다. 그해 3월, 도관에 있던 낡아빠진 책들과 헌 문구류를 거의 전부 새것으로 교체했었다. 금전 장부에는 한 건 한 건 기록이 남아 있었고, 용처는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진습안은 그 한 건 한 건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거기에 적힌 이름들은 진습안이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다행히 연락처 주소와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어 빚을 갚을 길은 있었다. 18년 동안 사부와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냈지만, 사부에게 자기가 모르는 교우 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도 다 옛 인연들이리라. 줄곧 진습안의 마음속 사부는 성격 괴팍하고 편협한 꼬장꼬장한 노인네였는데,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노인네의 인생 역정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나 보다. 더 뒤를 보자 날짜가 꽤 최근이었다. [2023년 8월 9일] 지난주 일이다. [임명(林明)에게 학위(학교 입학 자리) 하나 차용, 2년 학비 및 잡비 8,000위안] 진습안은 원래 임명이라는 사람을 몰랐지만, 이걸 보니 이 임명이라는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 보니, 마음속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사부님, 아, 사부님! 한 번 나가면 못 돌아올 먼 길 떠나시면서, 대소사는 참 꼼꼼하게도 준비해 두셨군요! 두툼한 장부에 기록된 온갖 것들이 거의 다 진습안과 이 다 쓰러져가는 도관을 위한 것이었으니, 이렇게 무거운 미련을 짊어지시고 엉덩이 밑의 학이 무게를 견딜 수나 있었겠습니까……. 진습안은 향을 하나 더 피우고 자리에 앉아 사부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집어 들었다. 이 편지를 다 읽으면 영감이 정말로 떠나버릴 것만 같아, 잠시 뜯어보지도 못하고 망설였다.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마루 밖에서 갑자기 '야옹' 하는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도관에 사는 늙은 검은 고양이였다. 이 고양이는 평소 사부만큼이나 게을러서 며칠씩 코빼기도 안 보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그의 도포를 밟고 올라와 품속에 자리를 잡았다. 사부가 정경(正經) 사부가 아니었듯, 고양이도 정경 고양이는 아니었다. 새까맣고 먹성 좋고 뚱뚱한 게, 마치 뛰어다니는 석탄 덩어리 같았다. 진습안은 사부가 주워 왔고, 고양이도 그랬다. 이름도 진습안과 같이 '습(拾: 줍다)' 자를 써서 '습묵(拾墨)'이라 불렀다. 사부가 유독 이 '습' 자를 좋아했는지, 아니면 그냥 배움이 짧아서 다른 그럴듯한 글자를 못 떠올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연차로 따지면 고양이 나이가 진습안보다 많았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진습안은 자신이 고양이와 같은 해에 사부에게 주워졌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 자신은 젖도 안 뗀 아기였고, 고양이는 이미 다 큰 고양이였다. 진습안이 검은 고양이의 턱을 긁어주자, 고양이는 목구멍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분 좋게 눈을 가늘게 떴다. 고양이 등을 쓰다듬으니 털에 솔잎과 풀씨가 묻어 있었다. 분명 뒷산에 가서 놀다 온 게다. "사부님 제사음식 훔쳐먹진 않았지?" "야옹." "습묵아, 습묵아. 이제 우리 둘만 남았다. 며칠 있으면 난 산을 내려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넌 갈래?" "……." 검은 고양이는 대답 없이 꼬리로 그의 손목을 감으며, 호박색 큰 눈으로 그가 손에 든 아직 뜯지 않은 편지를 바라보았다. 진습안은 편지 봉투를 뜯었다. 편지는 붓으로 쓰여 있었고, 먹물이 모서리에 번져 있었다. 내용은 꽤나 고상한 척 쓰여 있었는데, 분명 배움 짧은 노인네가 꽤나 머리를 굴려 쓴 티가 났다. [습안, 나의 제자야. 글자를 보니 얼굴을 보는 듯하구나(견자여면). 아침에 일어나 구름 기운이 서쪽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내 대기(大期)가 다했음을 알았다. 스승은 이제 학을 타고 돌아가려 하는데, 몇 가지 할 말이 있어 너에게 분명히 남긴다…….] 편지는 길면서도 짧았다. 진습안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고, 어느새 세 번이나 읽고 있었다. 사부의 임종 유언을 요약하면 몇 가지로 추려졌다. 1. 도관의 향불을 끊지 말라. 비록 향을 올리는 사람이 너 혼자일지라도. 2. 능력이 된다면 전각을 보수하되, 새로 짓지는 말라. 3. 산을 내려가 세상을 둘러보고, 대천 세계를 경험하라. 기왕이면 공부도 해라. 우리 신시대의 도인은 현학뿐만 아니라 과학도 알아야 한다. 4. 별일 없으면 천상에서 청수(淸修) 중인 스승을 방해하지 말라. 5. 도관이 그동안 진 빚은 잊지 말고 갚아라. [습안아, 스승이 가장 안심되는 것도 너고, 가장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도 너다.] [이제 붉은 먼지(紅塵) 가득한 세상 삼천장(三千丈)으로 나아가니, 본심을 잃지 말고 가거라, 어서 가거라!] 문득 빗방울이 낙엽 때리는 소리가 들려 검은 고양이가 뒤를 돌아보았으나, 마루 밖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한 방울씩 흘러내려 손에 든 편지 위로 떨어졌다. "이 꼬장꼬장한 영감탱이, 배운 것도 없으면서 감성팔이는……. 나, 진습안이 당신 기술의 구 할 구 푼을 배운 제자라고요! 꽁하게 걱정은 무슨 놈의 걱정? ……당신이 이겼어…… 당신이 이겼다고!" 진습안은 편지를 잘 갈무리해서 장부와 함께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 사부가 떠난 후, 이제부터 모든 일은 그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잠시 막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곧 진습안의 생각은 정리되기 시작했다. 우선 도관을 승계하는 일이었다. 오후에 협회 직원도 말했지만, 도관을 합법적으로 승계하려면 학위가 하나 부족했다. 영감이 자기를 키우고 가르친 게, 언젠가 이 의발(衣鉢)을 잇게 하려는 것 아니었겠나. 정진관이 아무리 낡아빠졌어도, 우리 부자(같은 사제)의 터전을 남에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하산해서 속세를 유람할 거라면, 겸사겸사 대학이나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공부하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 유람하면서 심심풀이로 하는 거지. 그리고 빚 문제다. 사부의 장부 분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고집불통이던 사부는 이 빚들을 아주 명확하게 구분해 놓았다. 물품 빚은 물품 빚대로, 금전 빚은 금전 빚대로. 인정(人情) 빚이 없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게 다 인정이었다. 진습안이 계산해 보니, 그동안 쌓인 빚은 대략 10만 8천여 위안이었다. 그리 큰돈 같지 않아 보이지만, 아직 돈을 벌어본 적 없는 그에게는 실로 적지 않은 액수였다. 비록 그동안 사부가 남에게 빚 갚는 꼴은 못 봤지만……. 사부 말이 맞다. 늦게 갚을 수도, 천천히 갚을 수도, 계획적으로 갚을 수도 있지만, 안 갚을 수는 없다! 이건 원칙 문제다! 그렇다면 빚 문제는…… 일단 잠시 미루자. 사부가 남겨준 카드에는 2만 4천 위안이 들어있다. 하산해서 유람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니, 무턱대고 빚부터 갚고 나서 쫄쫄 굶으며 북서풍이나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직 그는 소위 말하는 벽곡(辟谷: 곡기를 끊음)의 경지까지는 십만팔천 리나 남았으니까! 오늘은 벌써 8월 16일, 입학 통지서에 적힌 9월 1일까지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에 하산하여 유람하고 공부하러 가면, 다음엔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내일은 뒷산에 가서 솔잎을 좀 따다가 새 불진(拂塵: 먼지 털이개 같은 도구)을 엮어야겠다. 전각도 보수해야 하니, 우선 서쪽 행랑채의 문지방부터 단단히 박아두고. 며칠간 비가 계속 내려 마당에 무성해진 잡초도 정리해야겠고……. …… 보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진습안이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는 동안, 일 년에 한 번뿐인 가을 학기 개학일도 어느새 다가왔다. 8월 31일 이른 아침, 새 도복으로 갈아입은 진습안은 하산하여 유람과 배움의 길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어린 도사가 짐을 메고 산 어귀에 섰을 때,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안개가 돌계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정진관을 바라보았다. 새로 모신 위패 앞의 등불이 가물가물 흔들리고, 향재가 사르륵 떨어지는 것이 마치 누군가 소리 없이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사부, 저 갑니다. 할 말 있으면 꿈으로 연락하세요." "……." "진짜 갑니다!" 진습안은 텅 빈 전각을 향해 읍(揖)을 하고는, 마침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아래로 발길을 옮겼다. 산바람이 늙은 회화나무를 스치고 지나가자 나뭇잎이 사각거렸다. 이슬 맺힌 잡초가 이따금 그의 옷자락을 적셨다. 어깨 위의 캔버스 가방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고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도사는 아침 햇살을 밟으며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갔다. 산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저 멀리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작 발표~ 소장, 추천, 월정액 투표, 정주행 부탁드려요~! 이번 신작의 주제는 인간 세상 유람입니다. 주인공이 하산하여 학교에 다니는 것부터 시작하며, 장르는 여전히 도시 생활 일상물입니다. 청춘, 연애, 성장 모두 담겨 있으니, 신규 및 기존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작 기간에는 매일 2회 연재하며, 업데이트 시간은 정오 11시와 저녁 5시로 고정됩니다!) (본 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