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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 현감선족 볼 예정이라면, 뒤로 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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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 제미니 2.5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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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장: 내 도를 내가 보리라 (하) (我视我图(下))
‘묘도화생진군…’
끝없는 어둠이 천지를 삼키고, 오직 하늘과 땅을 잇고 아래로는 저승까지 닿는 현묘한 빛줄기만이 남아 있었다. 발밑의 동천은 붕괴를 멈추었고, 암담한 잿빛이 모든 신통력을 지닌 자들의 시야를 뒤덮었다.
그 찰나, 해수면 위에 늘어선 신통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 일제히 몸을 굳혔다. 마치 각양각색의 자세를 한 수천 개의 조각상처럼, 그들과 함께 휘몰아치던 뇌성과 폭우까지도 진군이 손을 쓰는 바로 그 순간에 멈춰 섰다.
하늘에 떠 있는 그림자가 움직였다.
천지를 가득 메운 거대한 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채 입가에서 피를 흘리던 이룡이 눈을 뜨자, 그윽한 핏빛이 새어 나왔고, 천지를 꿰뚫을 듯한 위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녀…’
그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르며 넘실거리는 도운과 함께 어둠을 꿰뚫었다. 놀라지도, 노하지도 않은, 그저 평온하고 냉담한 음성이었다.
‘너는 천하의 비난을 받을 짓을 하려는 것이다.’
아홉 글자는 마치 거칠게 범람하는 강물 같았고, 배를 가르는 날카로운 검과도 같았다. 어둠 속으로 하나하나 내리꽂히며 천지를 뒤흔들고 사방을 들끓게 하는, 그야말로 의심할 여지 없는 위엄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동방합운은 그저 고요히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난 균열은 이마에서부터 몸 안쪽까지 뻗어 나가, 마치 산산조각 난 도자기 같았다. 갈라진 틈새로는 반짝이는 합수의 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그 빛에 의지해 한 걸음 한 걸음 허공을 밟고 올라가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녀…”
가뜩이나 요사스러운 그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동공이 가늘게 수축하며 칠흑 같은 세로 동공으로 변했다. 뾰족한 송곳니가 으드득 소리를 냈고, 그의 분노는 얼굴 위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늙수그레한 얼굴에는 기쁜 기색과 불안한 기색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양금신!
그는 마침내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위로 세우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허공을 감싸 쥔 현묘한 인을 맺어, 지극히 우아하게 몸 앞에 놓았다.
천지가 뒤집히는 이 순간, 저승의 양 판관은 온몸의 신묘한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두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묵색으로 변해, 눈앞의 동방합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용군의 사자, 동방합운의 얼굴에서 색이 바래고 두 눈의 흉포한 기운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극한까지 수축해 세로 동공으로 변했던 눈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양금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어르신… 이곳의 일은 이룡의 후예와는 무관합니다.”
“손 뗄 필요는 없으실 겁니다.”
빈수가 꾸미는 일을 알아차린 순간, 줄곧 구경만 하며 대릉천을 탐하던 이 판관은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였다.
적기의 감응!
양금신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빈수가 도를 증명한다고?
감수가 넘치는 것을 막는다고?
이 모든 변화는 분명 저승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운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수덕의 순환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초정은 예전과 달랐다!
그에게는 도를 이룰 가능성이 매우 컸다!
감수!
물의 정도(正道).
망월을 떠보느니, 차라리 낙하를 떠보는 것이 낫지!
비록 북방은 저승의 영역이 아니고 적기의 영향도 제한적이며, 처음부터 빈수와 교류한 적도 없었지만, 양금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편을 바꿨다. 그는 묘도화생진군, 구천현빈낭랑의 뒤에 서기로 결심했다!
동방합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고, 빛이 번쩍였다. 평범하게 돌아온 그의 동공에는 섬뜩한 냉기가 서렸다.
“양금신, 너 혼자서는 날 막을 수 없다.”
“똑!”
가벼운 빗방울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멈춰 있던 동천의 모든 빗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며, 굳어버린 신통의 광채 위로 투둑투둑 떨어졌다.
동방합운은 몸은 가만히 둔 채, 고개만 맹렬하게 뒤로 꺾었다. 칠흑 같은 뒤통수가 몸 앞으로 오고, 얼굴은 정반대 방향을 향했다. 그는 하늘과 땅을 꿰뚫는 푸른빛을 보았다.
‘두… 청……’
녹수진군!
남쪽에서 온 금단진인이 어느새 깊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하늘의 비가 더욱 거세졌다. 정금처럼 단단한 해수면을 두들기며 흩어지는 빗방울은 가벼운 청색을 피워냈고,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뼛속까지 시린 냉소가 피어올랐다.
푸른빛이 물결치는 사이, 칠흑 같던 하늘에 또 다른 색이 더해졌다.
한 줄기 흰빛.
살별이 당도했다.
그 흰빛은 마치 예리한 검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칠흑 같은 어둠을 둘로 갈랐다. 전쟁과 재앙의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며 소용돌이치자, 푸른빛은 더욱 찬란해졌다.
태월.
두 줄기 빛이 동시에 이르자, 하늘 바깥과 연결된 기운이 끊어지고 무한한 합수의 빛이 강림하지 못했다. 그 여파로 동방합운의 모습이 순간 흐려지더니, 연기처럼 천지 사이에서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흐릿해진 그의 얼굴에는 냉소가 더욱 짙어졌다. 시야 속에서 변화무쌍한 녹수를 바라보며,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입을 열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군.”
“너희는 감히 날 쫓아내지 못한다.”
그랬다.
두 명의 진군과 한 명의 판관이 이곳에 있었기에, 동방합운의 이 화신은 마땅히 연기처럼 흩어져 동해로 돌아가야 했지만, 여전히 한 가닥 현묘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들 사형제군.’
두청은 녹수진군으로서 용의 혈족에게 억눌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아무런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두청이라는 이 막내 사제는 바로 중명 육자(六子) 중 가장 수단이 뛰어난 자였다!
그가 빈수를 도와 참된 용의 위업을 무너뜨리러 온 것일까?
‘물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으니, 빈(牝), 감(坎), 녹(渌), 합(合), 부(府)라. 그는 녹수를 주관하지… 비록 물의 자리바꿈은 비교적 평온하다지만, 그는 마음이 높고 교만하여 오랫동안 변화를 꾀해왔다.’
‘빈수’인 현녀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호한해를 감추고 ‘감수’가 도를 이루도록 돕는다면, 소초정이 성공하는 순간 그녀는 빈수의 공적을 지키기 위해 ‘호한해’를 어디에 숨기든 반드시 숨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청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히 불완전할 ‘부수’와 이룡의 후예가 만 년 동안 지배해 온 ‘합수’뿐이다.
빈수가 도태를 이루는 것은 이룡의 후예의 기세를 꺾는 일이다. 이 점에 대해서 두청은 더할 나위 없이 찬성할 것이다. 이 녹수진군의 입장에서 보면, 이룡의 후예가 실패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빈수’에게 패배하는 방식으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가 어찌 자신이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것을 용납하겠는가?
그렇다면 그는 용을 도와 도를 막으러 온 것인가?
‘아니.’
동방합운의 눈에 냉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는 목숨을 거두러 온 것이다.’
용의 혈족 사자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 두청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양패구상(兩敗俱傷).
‘빈수’가 매우 위태롭게 성공하고, 소초정은 도를 이루자마자 완전히 스러지는 것. 용의 혈족의 기상과 빈수의 공적이 동시에 손상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목적이다!
감수가 도를 이루는 순간, 동방합운을 풀어주어 용군이 이 판에 개입하게 함으로써 ‘합수’와 ‘빈수’가 서로 싸워 둘 다 상처를 입게 만들어, 그 두청 자신에게 숨 쉴 틈을 더 많이 남겨두려는 속셈이다!
그리고 북가는—설령 이를 알더라도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그의 추측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모든 감수가 한 점으로 응축되었다. 백발노인은 더 이상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고, 그의 앞에 놓인 금성은 여전히 빛나며 더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천지의 모든 빛깔이 그에게로 모여들어 현묘한 기운을 이끌어내려 했다.
이 모든 변화에 동방합운의 표정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는 그저 고요히 하늘을 응시하며 어둠 속에 감춰진 금덕의 환상적인 빛을 바라보았다. 싸늘했던 얼굴이 깨지고, 눈가에 문득 미소가 스쳤다.
‘이게 끝이 아닌 모양이군.’
번개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판세 속에서, 모든 계획은 각 진군들의 목적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저 깊고 높은 하늘에 자리한 찬란한 빛깔을 향하고 있었다.
천하.
‘정도(正道)가 도를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도태도 하나 있군… 옛 청현의 도태가.’
‘그렇다면.’
모든 것이 다시 멈춰 섰다.
반짝이는 금성, 잿빛의 빈수, 휘몰아치는 영기…
금성의 과위에 점점 다가가는…
하늘에 우뚝 선 진군…
모든 것이 이 순간에 응축되었다.
용군 사자의 눈에 가득했던 분노와 냉기는 마치 얇은 얼음이 언 호수 밑으로 돌멩이가 던져진 듯 산산이 부서져 연기처럼 사라지고, 오직 평온함만이 남았다.
‘일이 이미 산에서 신단 하나… 심지어 금단 하나를 움직여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어둠은 여기까지였다.
끝없는 하늘에 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광활한 대지가 시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밖에서 현묘한 음성이 들려왔다.
“현녀.”
“네가 선을 넘었다.”
하늘의 빈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손을 썼을 때처럼 고요했다. 가장 고요하고 소리 없는 곳에서부터 천하의 풍운을 일으키고, 각 세력의 힘을 빌려 천하를 드높이다가, 비로소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녀의 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속세에 물들려 하십니까.”
그녀의 마지막 글자가 떨어지자, 거센 빈수가 천지 사이에서 솟아올라 모든 노을빛과 대지를 삼켜버리고, 이 세계를 다시금 암흑 속으로 몰아넣었다!
“본존은 스승의 명을 어기지 않으리라.”
어둠 속에서 콩알만 한 열두 개의 노을빛이 밝아졌다.
단 열두 점.
하지만 그 열두 점의 노을빛은 쌀알만 한 크기에서 눈부시게 찬란해지더니, 아주 먼 곳에서부터 다가와 열두 줄기 채색 실로 변했다. 짙디짙은 어둠과 잿빛은 모두 그 열두 점의 노을빛에 의해 갈라졌다.
그러자 하늘 가득 노을이 흩날렸다.
감수도, 녹수도, 적기도, 수월도,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늘과 땅을 잇는 열두 줄기 광채뿐, 모서리들이 서로 맞닿아 마치 수정 유리 속에 있는 듯했다.
하늘 끝에 한 점의 잿빛만이 남았다.
빈수인가?
소초정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고, 마침내 하늘에 울려 퍼지는 현묘한 음성을 들었다.
“본존의 개입을 원치 않는다면, 옛 세상에게 판결을 맡기리라.”
그는 유리 같은 채색 빛이 진동하는 것을 보았다. 아득한 하늘 저편에서 무언가가 감응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씩 손발을 뻗으며, 금색과 자색을 동시에 뿜어내 그의 눈앞에서 형체를 갖추었다.
그 물건은 길이가 두 자, 둥근 면은 네 자에 달했으며, 온몸이 자금색과 청동색을 띠고 있었다. 수많은 청금색 현묘한 무늬가 북 표면에서 끊임없이 일렁였고, 금은으로 된 긴 막대가 주변에 세워져 찬란하게 빛났다.
법보!
현뢰법보!
그 물건이 나타나는 순간, 하늘의 금성은 요동을 멈추었다. 은색 긴 막대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색색으로 물결치는 북 표면을 세차게 내리쳤다. 그러자 즉시 청금색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거울처럼 끝없는 핏빛을 비추었다. 시산혈해가 그 안에서 넘실거렸다. 큰 군이 합병되고, 가문이 몰살당하는 모습, 홀로 힘겹게 싸우다 원통하게 죽어가는 모습, 마의 구름이 자욱하여 열에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는 모습…
수많은 광경이 그의 눈에 비쳤다. 드넓고 낮은 북소리가 퍼져나가며 끊임없이 이어져, 한 줄기 한 줄기 자금색 뇌霆으로 변해 세차게 내리꽂혔다. 하늘의 금성은 계속해서 진동했고, 채색 빛이 깎여나가며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가 쌓아온 기반은 실로 너무나도 깊었다.
하늘의 기운 한 조각 한 조각이 그의 기상을 키워주고 있었다. 고금을 통틀어 감수를 닦은 자들 가운데, 그 소초정은 이미 ‘위험 속에서 자리를 얻는’ 경지의 극에 달해 있었다!
뇌霆이 몇 번이고 내리쳐 그의 금성에 깃든 채색 빛을 겹겹이 벗겨냈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신묘한 기운이 솟아나 하늘의 감수 과위를 굳건히 끌어당기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금색의 긴 막대가 환하게 빛났다.
그것은 공중으로 솟구쳐, 오랫동안 들끓었던 듯한 조바심과 원한을 담아 빠르고 매섭게 북의 정중앙을 내리쳤다. 마치 아흐레 하늘의 신뢰(神雷)처럼 신속했고, 짙은 금빛이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뒤틀렸다.
그곳은 구름을 찌를 듯이 솟은 선산, 멀리서 서로를 마주 보는 한 쌍의 현묘한 봉우리, 맑고 투명한 연못, 감도는 영기, 산림 사이를 흐르는 새하얀 운기였다. 이 지극히 익숙한 풍경 앞에서, 소초정은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
“소초주, 네가 나를 원망하느냐.”
일곱 글자는 하늘의 금색 뇌霆보다도 더 크게 울리는 듯했고, 노인의 얼굴을 어둡게 비추었다. 그는 온화한 목소리를 들었다.
“원망할 것 없다, 어쩔 수 없었을 뿐… 그해 내가 가족을 버리고 떠났으니, 네가 나를 더 원망했겠지.”
소초정은 이곳이 어디인지,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그 시절의 함우봉.
형, 소초주.
“콰르릉!”
분노한 뇌성이 귓가에서 울려 퍼지며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 듯했다. 그는 문득 자신의 얼굴이 환한 뇌광에 비치는 것을 보았다. 그 얼굴은 그때도 이미 늙어 있었고, 지금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태허 속의 그늘이 너무나 짙어, 그때부터 나는 놀랍고 두려웠다.”
“수많은 고통스러운 밤을 지새우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했다. 소초정, 오늘의 너는 너인가, 아니면 어떤 자부 금단이나 마하 법상의 손인가.”
“콰르릉!”
금색 뇌霆이 순간 모든 것을 비추었다. 노인은 불타오르는 신통 속에서 금빛이 명멸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평생을 바쳐 분투하고 추구해온 금성이 마침내 굴복하고 갈라지며, ‘장운암’에 속한 잿빛이 가차 없이 뽑혀 나갔다.
비웃는 듯한 미소가 노인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 대화들은 구불구불한 시냇물처럼 잔잔히 흘러나오고, 하늘 가득 눈꽃이 흩날렸다. 소초정은 그 시절의 자기 곁에 서서, 형의 몸이 스러져 앙상한 뼈 무더기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빌려온 이 신통은 그가 가족을 이끌고 발을 딛게 해주었고, 양대 도통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며 조금씩 자신의 설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근원은 오늘로 끝을 맺었다. 스러져간 형을 따라, 번쩍이는 현뢰 아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존귀한 자리는 그토록 가까웠건만, 이 순간 완전히 손에 닿지 않는 영원이 되어버렸다. 아득한 뇌전 속에서 형의 목숨과 함께 사라져, 그의 길고 복잡한 회상 속 한 점의 종결이 되었다.
“형님.”
그는 고개를 돌려, 저 위 안개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았다. 두 쌍의 늙은 눈에는 똑같은 비애와 숙연함이 가득했고, 천천히 감겼다. 입술이 살짝 움직이자, 이백 년의 시차를 둔 두 목소리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너와 나에게는 갈 길이 없고, 너와 나에게는 물러설 길이 없다.”
“댕——”
소가(蕭家)의 소초정… 형의 신통을 빼앗아 제 것으로 삼은 효웅, 남쪽 작은 군에서 일어선 대진인, 한미한 신분으로 각 도통을 희롱한 천재, 외로운 몸으로 금단과 도태의 문턱까지 다가섰던 천교(天驕)는 채색 빛 속에서 한 줌의 검은 안개로 흐려졌다—뇌성벽력 아래 먼지처럼 흩날리는 검은 안개로.
빈수가 먼 곳으로 물러가고, 뇌성의 소리는 산맥을 떠돌고 노을 속에서 일렁이며, 하늘과 땅을 뒤덮었다. 흩날리는 눈발 아래 감춰진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모든 부정한 것을 쓸어버렸다.
오백 년의 울음과 웃음, 한과 눈물, 꿈과 환상은 결국 구름과 연기가 되어, 흐르는 부정함과 함께 사라져갔다.
재가 되어 연기처럼 흩어졌다.
(이 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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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 제미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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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장: 아시아도(我视我图) (하)
'묘도화생진군(妙道化生真君)…'
끝없는 어둠이 천지를 집어삼켰다. 오직 하늘과 땅을 잇고 저 아래 유명(幽冥)까지 닿은 현광(玄光)만이 존재할 뿐, 발밑의 동천(洞天)은 붕괴를 멈추었고 칙칙한 회색빛이 모든 신통(神通)들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그 찰나, 바다 위에 숲처럼 늘어서 있던 신통 고수들의 형상이 굳어버렸다. 마치 수만 개의 조각상처럼 제각기 다른 자세로, 쏟아지던 뇌정과 폭우마저 진군(真君)이 손을 쓴 그 순간에 멈춰 섰다.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법구(法躯)가 움직였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이룡(螭龙)이 눈을 뜨자 그윽한 핏빛이 뿜어져 나왔고,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위력이 천지간에 응집되었다.
'현녀(玄女)…'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고 넘치는 도운(道韵)이 어둠을 뚫고 모여들었다. 놀라움도 분노도 없이, 그저 평온하고 차가운 기운만을 내뿜었다.
'너는 천하의 대불위(大不韪)를 범하려 하는구나.'
아홉 글자가 마치 범람하는 강물처럼, 때로는 배를 가르는 예리한 검처럼 어둠 속으로 하나하나 떨어져 내렸다. 천지를 뒤흔들고 사방을 들끓게 하는, 의심할 여지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동방합운(东方合云)은 어둠 속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마에서 시작된 균열이 몸통까지 이어져 마치 깨진 도자기 같았고, 그 틈새로 합수(合水)의 빛이 번뜩였다. 그는 허공을 밟고 올라 끝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현녀…!"
그의 본래 요사스러운 눈이 점점 커지더니 동공이 수축되어 칠흑 같은 세로 동공으로 변했다. 뾰족한 이빨이 득득 갈리는 소리를 냈지만, 그의 분노는 불현듯 얼굴 위에서 굳어버렸다.
검은 옷의 사내가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늙은 얼굴에는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양금신(杨金新)!
그러나 그는 끝내 손을 뻗어 두 손가락을 세우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허공에 쥔 현인(玄印)을 맺어 우아하게 가슴 앞에 두었다.
천지가 뒤집히는 이 순간, 음사(阴司)의 판관 양금신은 온몸의 신묘한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깊은 먹빛으로 변한 두 눈이 눈앞의 동방합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용군(龙君)의 사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눈에 서려 있던 흉포한 기운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극한으로 수축되어 세로로 갈라졌던 동공 또한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양금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깔렸다.
"대인… 이곳의 일은 이예(螭裔)와 상관없습니다."
"수고롭게 끼어들지 마시지요."
빈수(牝水)의 도모를 알아챈 순간, 줄곧 구경꾼처럼 서서 대릉천(大陵川)을 탐내던 판관이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한 것이다.
적기(谪炁) 감응!
양금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빈수의 증도(证道)?
감수(坎水)의 지일(止泆)?
이 모든 변화는 물론 음사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지만, 어찌 보면 놀라운 반전이 아니겠는가. 그는 수덕륜(水德轮)의 변화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소초정(萧初庭)은 예전과 달랐다!
그는 성도(成道)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감수!
물(水)의 정위(正位).
망월(望月)을 시험하느니, 차라리 낙하(落霞)를 시험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비록 북방이 음사의 구역이 아니고 적기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며, 처음부터 빈수와 교류한 적도 없었지만, 양금신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 묘도화생진군, 구천현빈낭랑(九天玄牝娘娘)의 뒤에 섰다!
동방합운의 몸에서 기운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다시 빛이 번뜩였고, 정상으로 돌아온 그의 동공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양금신, 네놈 혼자서는 나를 막지 못해."
"뚝!"
가벼운 빗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멈춰 있던 동천의 빗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더니 굳어버린 신통의 광채 위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동방합운은 몸은 그대로 둔 채 머리만 기괴하게 뒤로 꺾어 칠흑 같은 뒤통수를 앞으로 돌렸다. 정면을 향한 시선 끝에 천지를 꿰뚫는 청색 빛이 보였다.
'두… 청(杜青)……'
녹수진군(渌水真君)!
남쪽에서 온 이 금단(金丹)은 순식간에 깊은 어둠 속에 우뚝 섰다!
찰나의 순간, 천지의 빗줄기가 맹렬해지며 금정(金精)과도 같은 수면에 쏟아졌다. 가벼운 청색 빛이 피어올랐고, 뼈에 사무치는 냉소가 그의 눈동자 속에서 꿈틀거렸다.
청광이 넘실거리는 사이, 칠흑 같은 하늘에 또 하나의 색채가 더해졌다.
한 줄기 백색.
패성(孛星)이 도래했다.
이 백색 광망은 마치 예리한 검처럼 화려하게 하늘을 가르며 칠흑 같은 어둠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병재(兵灾)와 동란의 소리가 하늘을 뒤덮으며 소용돌이쳤고, 그로 인해 청광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졌다.
태월(太越).
두 줄기 빛이 동시에 닥치니, 천외와 연결된 기운이 끊어지고 무궁한 합수의 빛은 강림하지 못했다. 동방합운의 형상은 순식간에 흐릿해지더니, 하마터면 구름과 연기처럼 천지간에서 흩어질 뻔했다!
하지만 흐릿해진 그의 얼굴에 냉소는 더욱 짙어졌다. 시야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녹수를 바라보며,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입을 열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군."
"너희는 감히 나를 쫓아내지 못해."
그렇다.
두 명의 진군과 한 명의 판관이 이곳에 있으니, 동방합운의 육신은 마땅히 연기처럼 사라져 동해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말의 현기(玄机)가 남아 있었다.
'저 사형제들이군.'
두청은 녹수진군으로서 용속(龙属)의 억압을 받아 해내(海内)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청, 이 사제야말로 중명육자(重明六子) 중 가장 수단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가 빈수를 도와 진룡(真龙)의 기반을 무너뜨리러 온 것일까?
'물에는 오덕(五德)이 있어 빈(牝), 감(坎), 녹(渌), 합(合)이 부(府)를 이룬다. 그는 녹수의 주인… 비록 수(水)의 변위(变位)가 비교적 안정적이라 하나, 그는 자존심이 강해 오랫동안 변화를 꿈꿔왔지.'
빈수의 현녀가 한 발 더 나아가 호한해(浩瀚海)를 숨기고 감수의 성도를 돕는다면, 소초정이 성공하는 순간 빈수의 공적을 지키기 위해 호한해는 어디에 있든 반드시 숨겨져야만 한다.
그럼 두청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히 불완전한 '부수(府水)'와 이예가 만년 동안 장악해 온 '합수'뿐이다.
빈수가 도태(道胎)를 이루는 것이 이예의 기상에 해가 된다는 점에는 두청도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녹수진군의 입장에서 이예는 실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빈수'에게 패배하는 방식의 실패여서는 안 된다!
그가 어찌 자신이 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을 용납하겠는가?
그렇다면 그가 도(道)를 막고 용(龙)을 도우러 온 것인가?
'아니.'
동방합운의 눈에 서린 냉소가 짙어졌다.
'그는 죽이러 온 것이다.'
용군 사자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두청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양패구상(两败俱伤).
빈수가 극도로 위태롭게 성도하고, 소초정은 성도하는 즉시 완전히 멸망하여 용속의 기상과 빈수의 공적이 동시에 손상을 입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진짜 목적이다!
감수가 성도하는 순간 동방합운을 풀어주어 용군이 이 판국에 개입하게 함으로써, 합수와 빈수가 공멸하게 만들어 두청 자신에게 더 많은 숨 쉴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리고 북가(北嘉)는, 비록 이를 뻔히 알면서도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마치 그의 추측에 화답하듯,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감수가 한 점으로 응집되었다. 백발의 노인은 더 이상 방해받지 않았고, 눈앞의 금성(金性)은 여전히 광명 하여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천지간의 모든 색채가 그에게로 모여들어 현기를 끌어당기려 했다.
이 모든 변화에 동방합운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그저 조용히 하늘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 숨겨진 금덕(金德)의 환채(幻彩)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서 냉기가 부서지고, 눈동자 속에 뜻밖에도 한 점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보아하니 이것이 끝이 아니구나.'
번개처럼 교차하는 포석들의 충돌 속에서, 모든 안배는 각 진군의 목적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저 깊고 높은 하늘에 앉아 있는 명매한 색채를 향하고 있었다.
천하(天霞).
'정위(正位)의 성도뿐만 아니라, 도태가 하나 더 있었군… 고(故) 청현(青玄)의 도태.'
'그렇다면.'
모든 것이 다시 엉겨 붙었다.
번뜩이는 금성, 회색빛 빈수, 흉용하는 영기(灵机)…
금성의 과위(果位)에 끊임없이 접근하는 존재…
하늘에 우뚝 선 진군…
모든 것이 이 순간에 응결되었다.
용군 사자의 눈에 서려 있던 분노와 냉기는 본래 호수처럼 무거웠으나, 마치 살얼음 낀 호수 위로 돌멩이가 떨어진 듯 산산조각이 나더니, 이내 연기처럼 사라지고 평온함만이 남았다.
'이 일은 산 위의 신단(神丹)이나… 심지어 금단(金丹) 하나가 나와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군.'
어둠은 거기서 멈췄다.
끝없는 하늘에 구름이 피어오르고, 광활한 대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천외에서 현음(玄音)이 들려왔다.
"현녀."
"선을 넘었다."
하늘의 빈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처음 손을 쓸 때의 고요함 그대로, 가장 조용하고 소리 없는 위치에서 천하의 풍운을 휘젓고, 각방의 힘을 빌려 천하(天霞)를 호연하게 만들다가,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옥음(玉音)을 들려주었다.
"대인."
"홍진(红尘)에 물들고자 하십니까."
그녀의 마지막 글자가 떨어지자, 흉용하는 빈수가 천지간에서 떠올라 모든 노을빛과 대지를 집어삼키고, 이 세계를 다시금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빠뜨렸다!
"본존은 스승의 명을 어기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콩알만 한 열두 점의 노을빛이 밝혀졌다.
겨우 열두 점.
하지만 쌀알만 했던 이 열두 점의 노을빛은 극도로 찬란해지더니, 아주 먼 곳에서 눈앞으로 다가와 열두 줄기의 채선(彩线)으로 변했다. 짙디짙은 어둠과 회색빛이 그 열두 점의 노을빛에 의해 모조리 갈라졌다.
그리하여 하늘 가득 비하(飞霞)가 흩날렸다.
감수도, 녹수도, 적기도, 수월(修越)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늘과 땅을 꿰뚫는 열두 줄기의 광채뿐, 모서리와 모서리가 맞닿아 마치 수정 유리 속에 갇힌 듯했다.
하늘 끝자락에 한 점 회색만이 남았을 뿐.
빈수인가?
소초정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멈췄던 시간이 자신의 몸 위에서 다시 흐르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하늘을 뒤흔드는 현음을 들었다.
"본존의 개입을 원치 않으니, 구세(旧世)로 하여금 심판하게 하라."
그는 유리 같은 색채가 진동하는 것을 보았다. 먼 하늘가에서 무언가가 감응해 오더니, 천천히 손발을 뻗으며 금색과 자색을 동시에 뿜어내어 그의 눈앞에 응집되었다.
길이 두 자, 둥근 면은 넉 자에 달하는 자금색(紫金色) 물체로, 청동 빛을 겸하고 있었다. 수많은 청금색 현문(玄纹)이 북면 위에서 끊임없이 일렁였고, 금은색의 긴 몽둥이가 그 주변에 광명처럼 번쩍이며 서 있었다.
법보!
현뢰(玄雷) 법보!
그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하늘의 금성이 요동을 멈췄다. 은색 긴 몽둥이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색채가 일렁이는 북면을 굉음과 함께 강타했다. 그러자 청금색 빛이 즉시 떠올랐다!
그 색채는 마치 거울처럼 핏빛 세상을 비추었다. 시산혈해(尸山血海)가 그 속에서 일렁였다. 대군(大郡)을 병탄하고, 일족을 도륙하고 멸문시키거나, 홀로 힘겹게 싸우며 죽음을 거부하거나, 끝없는 마운(魔云) 속에서 열에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는…
수많은 광경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웅장하고 낮은 북소리가 퍼져 나가며 연이어 자금색 뇌정(雷霆)으로 변해 굉음과 함께 떨어졌다. 하늘의 금성은 끊임없이 진동했고, 색채는 깎여 나가며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축적은 너무나도 깊고 두터웠다.
하늘의 모든 기운이 그의 기상을 키우고 있었으니, 고금의 감수(坎水) 수행자들 가운데 그 소초정이야말로 '위종험(位从险)'의 극치였다!
뇌정이 몇 번이고 떨어져 내려 그 한 점 금성의 광채를 겹겹이 깎아내도, 여전히 웅후한 신묘함이 솟아나 하늘의 감수 과위를 단단히 붙잡고 흩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금색 긴 몽둥이가 빛을 발했다.
그 물건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마치 오랫동안 참아온 조급함과 원한을 담은 듯 빠르고 맹렬하게 북면의 정중앙을 강타했다. 구천(九天)의 신뢰(神雷)처럼 신속하게, 짙은 금광이 펑 하고 터져 나왔다!
주변의 모든 광경이 일그러졌다.
구름 높이 솟은 선산(仙山), 서로 마주 보는 현봉(玄峰), 맑은 연못, 표류하는 영기, 산림 사이로 흐르는 새하얀 운기… 너무나도 익숙한 이 광경 앞에서 소초정은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
"소초주(萧初筹), 너는 내가 원망스럽느냐."
그 일곱 글자는 하늘의 금색 뇌정보다 더 크게 울려 퍼져 노인의 얼굴을 어둡게 비추었다.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망할 게 뭐 있겠느냐, 어쩔 수 없었을 뿐인데... 가족을 버리고 떠난 나를 네가 더 원망했겠지."
소초정은 이곳이 어디인지, 저자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 옛날의 함우봉(衔忧峰).
형님 소초주.
"콰광!"
분노한 뇌정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마치 그의 몸을 찢어발길 듯했다. 그는 문득 밝은 뇌빛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그때도 이미 늙어 있었고, 지금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태허(太虚)의 그늘이 너무 짙어 그때부터 나는 놀라움과 공포에 떨었다."
"고통스러운 수많은 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소초정, 오늘의 너는 너인가, 아니면 어느 자부금단(紫府金丹)이나 마하법상(摩诃法相)의 꼭두각시인가."
"콰광!"
금색 뇌정이 일순간 모든 것을 비췄다. 노인은 타오르는 신통 속에서 금광이 명멸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평생을 바쳐 분투하고 추구해 온 그 한 점 금성이 마침내 굴복하여 갈라졌고, '장운암(长云暗)'에 속한 회색 빛이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참히 뽑혀 나갔다.
자조적인 미소가 노인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 대화들은 굽이치는 시냇물처럼 흘러나왔다. 하늘 가득 눈보라가 흩날리는 가운데, 소초정은 그 시절의 자신 곁에 서서 형님의 몸이 시들어가고, 앙상한 뼈무더기로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빌려온 이 신통은 한때 그가 가족을 이끌고 기반을 다지게 했으며, 두 거대 도통(道统)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내게 했다... 그러나 그 전거(典据)는 오늘 종말을 고했다. 먼저 간 형님의 뒤를 따라, 번뜩이는 현뢰 아래 허무로 돌아갔다.
존위(尊位)는 그토록 가까이 있었으나, 이 찰나의 순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졌다. 몽롱한 뇌전 속에서 형님의 성명(性命)과 함께 사라져, 그의 길고 복잡한 회억(回忆) 속 하나의 종지부가 되었다.
"형님."
그는 고개를 돌려 상공의 연기 속에 서 있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쌍의 늙은 눈동자에 똑같은 비애와 엄숙함이 가득 찼다. 서서히 눈이 감겼다. 입술이 살짝 움직이며, 이백 년의 시차를 둔 두 목소리가 겹쳐졌다.
"너와 나는 갈 길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구나."
"댕——"
소가(萧家) 소초정… 형님의 신통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았던 효웅(枭雄), 남방의 작은 군(郡)에서 걸어 나온 대진인(大真人), 한문(寒门)의 몸으로 거대 도통들을 농락했던 천재, 홀로 금단과 도태 앞에까지 걸어왔던 천교(天骄)가 채광 속에서 한 줌 검은 안개로 흐릿해졌다. 뇌정 아래 먼지처럼 흩날리는 검은 안개가 되었다.
빈수는 먼 곳으로 물러갔다. 뇌정 소리는 산맥을 휘감고 노을빛 속에서 넘실거렸다. 하늘과 땅을 뒤덮으며, 흩날리는 눈보라 아래 숨겨져 있던 모든 것을 뽑아내고, 모든 불결한 것을 평정했다.
그 500년의 울음과 웃음, 한과 눈물, 꿈과 환상은 마침내 연기가 되어, 흘러가 버린 이 모든 부정한 것들을 따라 사라졌다.
회비연멸(灰飞烟灭).
(이 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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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3에서 대화문의 자연스러움이 늘고 한자가 출력되는 문제가 개선되었음.
프롬 조금 만지면서 "회비연멸(灰飞烟灭, 재가 되어 연기처럼 흩어졌다.)"처럼 2.5의 한자를 풀어주는 맛을 첨가하고
"남쪽 작은 군에서 일어선 대진인" "남방의 작은 군(郡)에서 걸어 나온 대진인(大真人)" >> "남방의 작은 군(郡)에서 일어선 대진인(大真人)" 이런 식으로
2개를 비교하면서 좀 더 맞는 표현 넣는 식으로 검수하면, 정식번역 발바닥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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