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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나른한 날, 난 당번인 마리와 오전 근무를 끝내고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일은 마리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선생님 하나만 여쭤보아도 될까요?”
“그럼. 얼마든지.”
“선생님께서는 다른 동물 귀 학생분들의 귀청소를 해주셨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어... 사실이야.”
대체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마리는 자신의 귀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음... 마리도 귀청소 해줄까?”
우물쭈물하는 마리를 두고 내가 먼저 제안을 해보자 마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마리를 소파로 대려가 내 무릎에 눕혔다. 마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앞으로 누웠다.
“제 귀도 앞을 향해 있으니... 이렇게 누워야겠죠?”
그거까지 소문이 퍼졌나보다. 나중에 누가 소문을 퍼트렸는지 알아봐야겠다.
“저 근데... ”
마리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말하길 주저하고 있다.
“이렇게 제가 선생님을 독차지해도 될까요...? 그리고 귀청소라니 이제 생각해보니 불순한 생각인 것 같아서...”
늘 신실한 마리는 타인에게 귀청소를 받는 것이 불순한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음...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런가요?”
“그저 귀청소일 뿐이니까. 딱히 불순하거나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해.”
내 말에 마리는 다시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하지만 여전히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마리의 눈은 길을 잃은 것처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할게?”
마리의 베일을 벗기자 그곳에는 보송보송한 귀가 있었다. 앞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푹신푹신한 털이 있는 귀였다.
난 전처럼 마리의 머리를 팔로 감싸고 귀를 청소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팔에 마리의 볼이 닿았을 때 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마리의 볼은 말랑말랑하네? 찹쌀떡 같아.”
난 그렇게 마리의 볼을 가볍게 만졌다. 마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이 굳었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마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긴장을 너무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음 아무래도 긴장을 풀어줘야 하나?’
난 가벼운 장난으로 마리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마리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응핫!”
갑작스러운 간지럼에 마리는 몸이 벌떡 뛰었다.
“마리, 너무 긴장한 거 아니야?”
마리는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손 틈 새로 보이는 마리의 눈동자는 날 보고 있었다.
난 마리의 귀를 받히고 귀를 청소하려고 했다. 마리의 귓속 털 때문에 그냥 하기는 힘들어서 귀를 받힌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귀 속 털을 머리 쪽으로 정리했다.
귓 속 털을 만지자 마리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흐응...”
“아 미안 혹시 아팠어?”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라...”
난 다시 집중해서 마리의 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집중한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다니...’
평소에도 작업을 할 때도 집중을 하긴 하지만 옆모습으로만 보다가 가까이서 보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난 집중을 하고 있었지만 마리가 손 틈 사이로 살짝 살짝 보는 것이 느껴져 나도 마리의 눈을 보았다.
제대로 눈이 마주친 마리는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게 눈 가리고 아옹인가?
마리의 귀 가장자리를 솜으로 슥 훔쳐주자 마리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이 꿈틀 거렸다.
“히야읏!”
‘무무무 무슨 느낌이죠! 이...중독적인 기분...’
“마리 괜찮아?”
“네? 네...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되레 걱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학생들마다 약한 부분이 다 다르구나.’
이제 마리의 얼굴은 완전히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더 이상 해도 괜찮을지 의문이었다.
“저... 마리 괜찮은 거 맞지? 얼굴이 너무 빨간데?”
“네? 저...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내 걱정에 마리는 고민에 빠졌다. 이 귀청소를 더 느끼고 싶은 욕망과 선생님을 더 걱정 시키고 싶지 않은 시스터의 마음이 충돌한 모양이다.
“아뇨! 저는 괜찮으니 계속 해주시죠.”
‘이러한 욕망에 져버리다니... 역시 저는 시스터로서 자질이 없네요...’
반대쪽 귀를 청소하기 위해 얼굴을 더 가까이가자 마리의 향기가 느껴졌다. 향긋한 꽃향기는 어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향이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마리의 귀는 부들부들하네? 좋은 감촉이야.”
“감...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귓속 털을 정리하기 위해서 털을 만져주자 마리는 움찔하면서 숨을 내뱉었다.
마리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짠- 다됐다. 수고했어. 마리”
“선생님이야 말로 수고하셨죠. 감사합니다.”
귀 청소가 끝났지만 마리의 얼굴은 여전히 후끈후끈 빨간 상태였다.
마리는 후다닥 다시 베일을 썼다. 손부채질을 하며 자신의 얼굴을 식히는 마리는 너무나 귀여웠다.
“귀 청소라는 거 생각보다 더 불경한 것이었군요...”
“응? 그런가...?”
속죄를 하는지 혼잣말로 주기도문을 외는 마리였다.
“그러면 다음에도 부탁하면 해주려고 했는데 못하려나?”
다음에도 귀 청소를 해주겠다는 말에 마리는 당황하며 속으로 갈등하는 표정이었다.
“제가 부탁하면... 우우 하지만 이런 불경한 일을... 하지만... 저는 대체 어찌해야...”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난 마리가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 신앙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마리의 마음이잖아?”
이내 마리는 결심한 듯 수줍게 날 보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 마리가 말한다면 언제든지!”
나의 대답에 해바라기와 같은 마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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