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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공주의 달콤한 유혹
광대한 대지에 내려 쌓인 눈, 얼어붙은 호수에 휘몰아치는 폭풍.
‘실드 유리시아’는 그런 얼음에 갇힌 극한의 대지에 세워진 대도시이다. 본래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지만, ‘천후 제어 결정’과 ‘온도 제어 결정’이라는 거창한 두 마도구를 통해 도시 범위를 온난한 기후로 만들었다. 극동의 섬나라를 모방한 ‘화(和)’의 문화에 기반한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고, 도시 중앙에는 ‘앵화성(櫻花城)’이라는 훌륭한 성을 갖춘 그 도시는, 시기만 잘 맞으면 ‘오로라와 벚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도시’로서 한때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마리의 마족에게 성을 점거당한 이 도시는, 바깥 기온이 ‘겨우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되고 성의 한 방만을 따뜻하게 데우도록 개조되어, 완전히 도시 자체가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어째서인지 점거당한 도시의 주민은 단 한 명도 모험가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관광하러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가 걱정되어 찾아갔던 길드 조사원이 도시에 들어가기 전 이변을 눈치채고 길드에 연락하면서 겨우 전말이 드러나게 되었다. 참고로, 그대로 도시에 들어갔던 길드 조사원은 그대로 행방불명 상태다.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 길드는 용사인 나 ‘릭스’에게 연락했고, 나는 곧장 원흉이 된 마물을 토벌하라는 명을 받았다――.
“……에취!!”
나는 지금, 문제가 된 실드 유리시아의 앵화성 내부, 한 방을 목표로 올라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계절에 이렇게 추운 곳까지 굳이 오게 되다니…….”
나도 모르게 푸념이 새어 나온다. 나는 원래 추운 것에 약하다. 임무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시의 해방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역시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여기 인간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물에게 점거당한 도시의 인간이라면 먹이가 되었거나 본보기로 살해당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고 온전한 대접을 받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슬쩍 주위를 둘러본다. 그곳에는 사람이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의 기온 속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있었다.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는지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이곳 인간들은 말을 걸어도 멍하니 정신이 나가 있다. “공주님, 공주님” 하며 잠꼬대하듯 중얼거리며, 도저히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노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노예와도 같았다.
‘공주님’이라는 존재가 아마도 마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여성형 마물, 혹은 환각을 보여주는 마물 같은 종류다. 그런 부류와 싸워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미호와의 싸움에서는 둔갑술 때문에 고전했고, ‘퀸’을 자처하는 마물은 대개 여성형으로 강력한 힘과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외부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설녀(雪女)일 가능성도 있다. 어찌 됐든 격전이 될 것은 분명하다.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면 좋겠는데.”
그런 일어날 리 없는 환상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나는 앵화성 내부를 계속 나아갔다. 이윽고, 명백히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다른 방 하나를 발견했다.
“이곳인가.”
마력의 흐름이 이 방에 집중되어 있다. 틀림없다. 여기에 마물이 있다. 나는 언제든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검을 뽑아 들고 미닫이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거기까지다! 사악한 마물 놈!”
기세 좋게 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분홍색 연기가 확 퍼져 나간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코웃음을 치며 반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점차 연기가 걷히고 방 안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도시 하나를 지배하에 둔 여성형 마물. 그리고 그 마물이 둥지를 튼 방. 과연 그 정체는――.
“으응~~? 그거 치사하지 않아아? 무우…… 그런 짓을 하면 히메(공주)가 이길 수 없는데에…….”
“……아잉.”
“아아~~! 안 돼! 그거 안 돼 지게 생겼어! 진단 말이야아!!”
“아잉!!”
“음냐아~~!?!?”
화려한 장식은 없었다. 위엄을 갖춘 장식도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지저분한 방’에 해당하는 좁아터진 방 안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 게임을 하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래서? 네가 이 성을…… 아니, 이 도시를 가로챈 녀석이냐. 마물이라고 봐도 되는 거지?”
“으응…… 그래애. 히메는 마물…… 서큐버스라는 녀석이야.”
만약을 위해 경계하며 방 밖에서 질문하자, 방금까지 게임을 하던 ‘히메’라고 자칭한 소녀는 자신이 마물이며, 정확히는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랄까, 이 녀석, 서큐버스였던 건가.
……약간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서큐버스. 그것은 이성을 매료하고 세뇌하여 조종하는 마물이다. 일부 서큐버스는 동성도 매료해 조종한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아마 그런 부류일 것이다. 관광객도 도시 주민도 이 녀석이 매료해서 부려먹고 있었다면 납득이 간다. 사실로서 앞뒤가 맞는다. 맞기는 한데.
“……이 녀석의 어디에 매력이 있다는 거야. 그냥 지저분한 오타쿠잖아.”
“아아~~! 아아~~! 하면 안 될 말을 해버렸어! 히메,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거든!?”
“……그럼 적어도 방이라도 깨끗하게…… 아니, 됐다.”
안 되겠다. 기운이 빠진다. 예쁘게 대량으로 장식된 피규어와 포스터. 그와 대조적으로 바닥에 흩어진 게임기 상자들.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말 그대로의 ‘쌓아둔 게임(積みゲー)’들. 정작 본인은 확실히 얼굴은 반듯하게 생겼다. 머리카락은 분홍색이고 아마 허리 높이까지 올 것 같은 긴 머리는 확실히 아름다운 축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반대로 말하면 그 외에는 일절 불명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대화하는 지금도 이불로 몸을 똘똘 감싸고 있으니까.
밖이 혹한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나 또한 사실 지금도 춥다. 하지만 그녀만이 예외인 것은 틀림없다. 방의 조명처럼 장식된 그것이, 본래 도시 하나를 온난한 기후로 만들 수 있는 ‘온도 제어 결정’이라는 것은 딱 봐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있는 방…… 아니, 틀리다. 저 녀석이 있는 이불 부분만 아마 포근하고 따뜻한 기온으로 설정되어 있을 것이다. 즉, 그녀가 이불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단순한 게으름 때문이다.
서큐버스와는 몇 번 전투 경험이 있었다. 그녀들은 확실히 ‘마성’의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유혹에 넘어가고 싶어지는, 마치 술이나 담배 같은 중독성 높은 것을 억지로 참게 만드는 듯한 감각. 성벽 그 자체를 비틀어버릴 것 같은 공포와, 그에 상반되게 보는 것만으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듣는 것만으로 안심되고 짜릿한 쾌락을 달리는 신체와 목소리.
서큐버스 특유의 ‘쓰러뜨리고 싶지 않다’, ‘더 그녀들에게 유혹당하고 싶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하고 달콤한 분위기.
그런데 그녀에게서는 그런 기색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특유의 기색’을 숨길 수 있는 것은 마물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 개체. 그게 아니면 반대로 그런 기색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나보다 약한 마물 중 하나다. 이 녀석은 틀림없이 후자다. 왜 도시 녀석들이 매료당해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으으…… 딱히 오타쿠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데? 히메는 게임 좋아하고 피규어도 모으고 있고……. 하지만 히메는 더럽지 않은걸. 방은 좀 지저분하지만 히메는 더럽지 않은걸.”
볼을 부풀리며 항의의 시선을 보내는 히메. 뭐, 말하려는 의도는 알 것 같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 녀석의 얼굴은 반듯하다. 게다가 방은 지저분하지만 냄새는 나지 않는다. 오히려 달콤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약간 진득할 정도로 달콤한 냄새지만 불쾌감은 없다. 이것이 이 녀석의 냄새라면 과연 서큐버스다운 냄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굴 이외에는 이불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서큐버스답지 않지만, 눈은 초롱초롱하니 보석처럼 아름답고, 분홍색 머리카락은 방의 빛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 보일 정도다. 게다가 입술은 도톰하고 싱그러워 마치 잘 익은 과실 같다. 더불어 이 녀석의 목소리는 듣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어라……?
“……어, 라?”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이 녀석을 쓰러뜨리러 온 것일 텐데. 그렇다. 그럴 텐데, 그런데.
“으음~~……? ♥ 왜 그러어니……? ♥”
아름다운 눈동자, 탱글탱글한 입술, 분홍색 머리카락, 잡티 하나 없는 매끄럽고 하얀 피부. 서큐버스답지 않은 그녀를 서큐버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유난히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꿀에 설탕과 바닐라를 듬뿍 넣어 졸인 듯한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간질이고, 귀에 착 달라붙는 듯한 끈적한 목소리가 한층 크게 고막을 애무하며……. 마치 바로 근처에 히메가 있는 것 같은……?
“……음~~……? ♥ ……앗. 위험해. 들켰다.”
“……윽!? !?”
틀리다. 마치 그런 게 아니다.
실제로 눈앞에 그녀가 있다. 아니, 그것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어느샌가 나 자신이. 방에 들어가 그녀의 바로 옆까지. 게다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 하고 있었다.
아니, 안 돼, 안 돼, 안 돼.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당장 여기서 거리를――.
“안 돼애~ ♥ 놓치지 않을 거야아 ♥”
“윽!? 아, 아앗……!? ♥”
거리를 두려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 사고가 몸을 움직이기보다 먼저. 히메는 내 손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이불 위로 자신의 알몸에 내 손을 갖다 댔다.
말랑, 하고 손바닥 안의 무언가가 형태를 바꿨다. 그것이 이불 너머로 느껴지는 유방의 감촉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손바닥과 팔로 전해지는 그 체온과 쾌락.
닿아 있는 손에서 느껴지는, 뜨거울 정도의 체온. 그리고 이불이라는 두꺼운 덩어리 위인데도 손에 느껴지는 그 감촉은 마치 얇은 셔츠 위로 만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드럽다. 부드러워. 닿아 있는 손이, 손가락이 제멋대로 그 감촉을 음미해 나간다. 사고가 마비되고 머리가 멍해진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손가락이 마치 폭주하는 것처럼 이불 위에서 히메의 가슴을 주물러대고 만다.
“아아~…… ♥ 제법 정열적이시네…… ♥ 그도 그럴 게, 한 번 매료되어 버렸으니까아…… ♥ 이 사람, 혹시 그냥 모험가 같은 게 아니라 용사급 아니야……? ♥”
“그, 그으, 그렇다 하더라도, 뭐 어쨌다는 거야…… ♥”
“에? 진짜로 그런 거야아 ♥ 진짜 용사님인데에…… ♥ 서큐버스 가슴 주무르는 걸 멈출 수 없는 거구나아…… ♥”
“윽, 윽, 윽~~! ♥♥♥”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수치심과 분노 때문에 얼굴이 귀 끝까지 새빨개진 것이 스스로도 느껴진다. 젠장,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지금 당장 떨어져야 하는데. 이런, 이런, 이런 짓을.
“떠, 떨어, 지라고오옷!”
“으왓!? ……정말,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마아. 히메, 깜짝 놀랐잖아.”
가능한 한 전력으로 팔을 빼내 방 밖까지 도약했다. 손에는 아직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남아 있다. 사라지지 않는다. 얽혀든 독 꿀처럼 진득한 쾌락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에게 붙들려 있던 팔과 이불 너머로 느낀 체온이 찌릿찌릿 저리는 것처럼 울리고 있다. 손에 힘을 주려 해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손 자체가 황홀해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완만하다. 젠장.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흐음~~……. 평범한 사람이라면 벌써 못 도망갈 텐데, 아직 전투 의욕이 남아 있다니 역시 용사님이라는 느낌? 좀 귀찮아질 것 같네에……. 【유인 향기 프레데터 페로몬】도 풀려버렸고…….”
“유인 향기 프레데터 페로몬……? ……! 아까 내가 무의식중에 다가갔던 건……!”
“응? 맞아아. 【유인 향기 프레데터 페로몬】은 히메의 달콤한 페로몬 ♥ 냄새를 맡은 남자는 모두우, 점점 히메가 야하게 보여서 무의식중에 비틀비틀 다가오게 돼애 ♥ 어디까지나 무의식중에 하는 거니까, 의식하고 발을 움직이지 않게 하거나 발을 앞으로 내딛지 않으려 하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긴 하지만 말이야아…… ♥ 예를 들어 이렇게애…… 쪽 ♥”
히메가 대화 도중 돌연히 손 키스를 날린다. 이불 밖으로 살짝 내민 하얗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앵두 같은 입술을 튕기며 야릇한 키스 소리를 울린다. 그 동작, 그 소리. 둘 다 너무 귀엽고 야해서 넋을 잃을 뻔하고…….
“봐, 의식이 딴데로 샜어 ♥”
“윽!?”
그 말에 깜짝 놀란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 걸음이나 앞으로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젠장, 그런 거였나. 넋을 잃거나 귀여움에 못 박혀 아주 잠깐이라도 의식이 발에서 멀어지면, 나는 이미 앞으로, 히메 쪽으로 나아가 버리는 모양이다. 아무리 의식해도 히메의 달콤한 유혹에 걸려드는 순간 끝이다. 발은 더 이상 멈추지 않게 된다. 마치 식충 식물인 줄 알면서도 다가가는 곤충처럼. 히메라는 달콤한 꽃에 얽매여 버린다.
“――그렇다면!”
발도(拔刀).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완만해진 팔이었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미 히메에게 페이스를 빼앗겼다. 격하라 하더라도 이 흐름은 위험하다. 일각이라도 빨리 히메를 쓰러뜨려야 한다.
이 검은 성검이다. 마물을 상대로는 절대적인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격하의 상대에게 쓰는 일은 드물지만, 이 일격으로 한꺼번에 끝내는 수밖에 없다.
“으와아…… 그거 진짜 성검이야? 정말로 용사님이 용사님이었구나아……. 하지만 아마 그것도 무의미할 거야 ♥”
“……? 무슨…… 의미냐……?”
뭐지? 힘이 안 들어간다거나 움직임이 느리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손이 떨려서 멈추지 않는다.
“음~~……. 설명하기 전에 직접 체험하게 될 거라 생각해 ♥ 이미 발동하기까지 시간은 충분히 벌었으니까 ♥”
“뭐, 뭐뭐뭐뭐, 뭘 말하는 거…….”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 입이 떨리고 있다. 입이나 손뿐만이 아니다. 발도, 몸도 갑자기 차갑게 식어서…….
“……!? !? !? 윽, 위, 위험해……!?”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다 춥춥춥춥춥춥춥춥춥춥춥춥춥……!?
언제부터? 어느 사이에? 급격하게 차갑게 식어 가고 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오한이 멈추지 않는다. 철로 된 갑옷과 닿아 있는 몸이 아프다. 이런 걸 입고 있을 수 없다. 급히 갑옷을 벗어 던졌지만 벗는다고 해서 추위가 가시지는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춥다. 어쨌든 춥다. 이상해, 이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추워지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니…….
아, 아니. 설마…….
“너, 너어어어어어너…… 무, 무, 무무무무슨 짓을……!? 내 모, 몸에 무슨 짓을……!”
“아잉, 벌써 말기 증상인데도 히메가 원인이라는 걸 잘 알아챘네에…… ♥ 보답으로 가르쳐줄게 ♥ 히메의 몸에는 항상 【피부 온기 매료 (핫 참)】이라는 마법이 걸려 있어 ♥ 이건 상대를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상태로 만들어서 체온을 갈구하게 만드는 좀 특이한 매료 마법인데 말이야…… ♥ 그 방식이 아아~주 흉악하거든 ♥”
“방, 방식이……?”
“응 ♥ 히메의 몸에 닿아서 조금이라도 따뜻하다거나 기분 좋다거나…… 뭐든 좋지만 체온을 느껴버리면 말이야…… ♥ 그 사람은 점점 추위에 약해져 ♥ 내한 성능이라고 하던가? 사람에게는 제각각 있잖아? ‘이 정도 추위라면 견딜 수 있다’는 한계선 ♥ 그게 점점 약해져버려…… ♥ 추위에 약해지니까 점점 추위를 강하게 느끼게 되는 거야. 말기가 되면 이 기온은 춥기는커녕 아플 정도로 약해져 버린단다 ♥ 그게 바로 【피부 온기 매료 (핫 참)】이야 ♥”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게 만들기 위해 추위에 약해지게 만드는 매료 마법? 그런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이렇게나 춥고……. 머리도 돌아가지 않고…….
“추위에 약해지면 정말 힘들지이 ♥ 집중하려면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이 정도 추위면 손발도 금방 얼어붙어서 뇌 기능이 점점 저하돼…… ♥ 게다가 이대로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뇌가 오해해서, 어쨌든 따뜻한 걸 찾게 된단다…… ♥ 뭐, 실제로는 착각이니까 죽지는 않지만 ♥”
“윽, 으, 윽…… ♥”
“음~ 요컨대 추위에 약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본능적으로 나를 갈구하게 되고, 머리는 안 돌아가니까 유혹에 대한 저항도 낮아져서…… ♥ 아아~주 약해진다는 뜻 ♥ 자 봐봐…… ♥”
스르륵.
히메는 싱긋싱긋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누워 있던 자세에서 무릎을 세운 자세가 되어 그대로 이불을 열어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이불 속. 처음 보는 히메의 알몸. 그것은…….
“아…… 윽…… ♥”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독이었다.
이불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몸은 그야말로 서큐버스 그 자체.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커다란 엉덩이에 탄력 있는 허벅지. 그것은 그녀가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의복은 이 추운 날씨에 마이크로 비키니 같은 최소한의 부위만 가린 속옷뿐. 비강을 달콤하게 태우는 농밀한 냄새. 피어오르는 증기. 그리고 이불과 그녀의 몸에 얽혀 있는 분홍색 점액. 모든 것이 음란하고 너무나도 맹독이었다.
“아하…… ♥ 역시 이제 눈을 뗄 수 없지이…… ♥ 아니면 이 점액이 신경 쓰이니? 이건 말이야…… ♥ 【감로 독 꿀 (허니 포이즌)】이라고 해 ♥ 나의 땀이라든가…… 침이라든가 ♥ 전부 멋대로 이 꿀로 바뀌어버리거든 ♥”
“포, 포이즌이라니……? ♥ 독이라는 뜻, 인가……? ♥”
“음~? 뭐, 독 일지도 모르겠네에…… ♥ 목숨을 뺏는 그런 독은 아니지만 말이야아…… ♥ 마음을 뺏는 독, 일까나…… ♥ 이 꿀은 말이야…… 미지근한 물 정도의 따스함이라서…… 미끌미끌 끈적끈적해서…… ♥ 마셔도 닿아도 점점 야한 기분이 멈추지 않게 되고…… 전신이 야들야들 민감해져서…… 나를 향한 연정이 샘솟고 샘솟아서 큰일 나버리는, 사랑의 맹독…… ♥”
보여주듯 히메는 그 꿀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꿀을 짓이겼다. 금방 손을 펴고 다시 쥐고, 다시 펴고 다시 쥔다. 잼잼 하듯이. 횟수로 치면 10번 정도 움직이고 나서 슥 하고 이쪽으로 그 손을 보여준다.
그것은 너무나 음란한 광경이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끈적하게 꿀이 얽혀 실을 긋듯 늘어나고 있다. 꿀은 옅은 분홍색이라 그런지 조명 빛을 핑크색으로 반사한다. 그것은 마치 히메의 손가락이나 몸이 분홍색으로 발광하는 것처럼 보여서 무척이나 야하다.
알고 있다. 이렇게 보여주는 것은 내 발에 쏠린 의식을 히메에게 돌리기 위함이다. 의식이 딴데로 새는 순간 【유인 향기 프레데터 페로몬】에 중독된 내 발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히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다음번에 저 거리까지 다가가면 패배는 확실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의 유혹과 그녀의 페로몬에 져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냥 있어도 춥고 추워서 사람 온기가 그리운데에…… ♥ 이런 야한 꿀이 미지근한 물 정도로 딱 좋은 온도라는 걸 알아버리면 말이야아…… ♥ 빨리 맛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되겠지이…… ♥ 이해해애…… ♥ 그게 목적이니까 ♥ 안 그래도 ‘야한 서큐버스에게 지고 싶어 ♥’ ‘껴안고 가슴 감촉을 다시 맛보고 싶어 ♥’라는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데, 추위 때문에 ‘사람 온기라도 좋으니 따뜻해지지 않으면 죽어버려어 ♥’ ‘위험해도 미지근한 물 같은 꿀에 안기고 싶어어 ♥’라며 생존 본능까지 떼를 쓰게 되니…… ♥ 참는 거 정말 힘들겠네에 ♥ ……그냥 멈춰버리면 좋을 텐데 ♥ 인내 같은 건 ♥”
“윽, 윽, 윽…… ♥♥♥”
“아 ♥ 아니면 인내를 멈춰버릴 핑계라도 필요한 거야? ♥ 그렇다면 말이야아…… ‘여기까지 함정에 빠졌다면 이길 수 없어도 어쩔 수 없어 ♥’라든가? ♥ ‘추위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니까 뻔히 보이는 유혹에 넘어가도 어쩔 수 없어 ♥’라는 것도 좋은 핑계 아닐까? ‘추워서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 따뜻해지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어 ♥’라는 것도 핑계로서는 훌륭하지이 ♥ ‘히메가 좋아져 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쪄어~~ ♥’는 역시 용사님은 고를 수 없으려나아 ♥ 하지만 하지만 히메로서는 네 번째 핑계면 기쁠 것 같은데에 ♥ 어느 쪽을 골라도 핑계라는 점은 변함없으니까 ♥”
요염하게 윙크를 보내며 히메가 적당한 핑계들을 나열한다. 바보 취급당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이제 분노는 끓어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쓸만한 핑계를 무의식중에 선별하기 시작하는 나 자신이 있었다.
눈앞의 히메를 적으로서 올바르게 인식하고 서큐버스라고 경계하는 내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히메가 어쨌든 너무 귀엽고, 요염하고, 아름답고, 요염해서 그녀의 쾌락에 빠지고 싶다고 바라는 나도 있다. 더욱이 자신의 몸을 때리는 통증마저 느껴지는 추위에서 도망치기 위해 히메의 온기를 갈구하는 내가 있다. 이제 자신의 사고를, 행동을, 말을 어느 쪽의 내가 지금 어떤 목적으로 제어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추위 때문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멍해진다.
그저 자신을 유지한다. 그것뿐인 단순한 일이 너무나도 어렵다. 그저 그녀의 페이스에 계속 휩쓸리는 수밖에…….
“아 ♥ 헤에 ♥ 그런 핑계를 골랐구나아 ♥”
“윽…… 무슨 소릴 하는 거야…… ♥ 나는 핑계 따위 고르지 않았어…… ♥”
그렇다. 핑계가 아니다. 싸우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녀의 잡티 하나 없는 부드러운 피부에. 말랑하게 흔들리는 가슴에. 분홍색 꿀이 흐르며 음란하게 빛을 반사하는 그 몸에. 검을 꽂아 넣을 뿐이다. 문제는 다가가면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거리라는 것. 다가간다면 한순간에 다가가 그녀의 가슴…… 아니, 부드러운 속살에 상처를 입혀야만…… ♥
“아아…… ♥ 핑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타입? ♥ 아니면 지적당하는 편이 흥분돼? ♥ 괜찮아아…… 착한 히메가 제대로 패배의 핑계 지적해줄 테니까아…… ♥”
“뭐, 라고…… ♥ 무슨…… 윽 ♥”
핑계 같은 건 대지 않는다. 핑계 따위 고르지 않았다. 실제로 나는 지금 이렇게 그녀를 쓰러뜨릴 수단을 세우고 있고. 안전한 거리에서 이렇게.
“그럼 한심한 패배 핑계 지적을 시작하겠습니당 ♥ 있지, 용사님아…… ♥”
안전한, 거리, 에서……?
……아 ♥
“【유인 향기 프레데터 페로몬】의 효과, 잊어버린 거야……? ♥♥”
“아 ♥ 아 ♥”
거리. 거리를 두고 있었을 텐데.
“내 페로몬 마셔버리면 말이야아…… ♥ 발을 의식하지 않는 동안 무의식중에 발이 나에게 다가와 버린다고 설명해줬는데에…… ♥ 어째서 이런 거리까지 다가와 있는 걸까나아…… ♥”
“아 ♥ 아 ♥ 아 ♥ 아 ♥”
어느 사이에 이런 거리까지. 처음에 페로몬에 당했을 때보다 훨씬 가깝다. 가슴이. 히메의 가슴이. 눈앞에, 커다란 ♥ 어째서 이런 거리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그럴 리가 ♥
……아 ♥
“그렇지이…… ♥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이 ♥ 하지만 눈치채지 못한 걸로 하고 싶었던 거지이…… ♥ 그게 기분 좋아질 수 있으니까 ♥”
“윽, 윽, 윽~~…… ♥”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 ‘생각할 게 많아서 발이나 페로몬 생각을 깜빡했어도 어쩔 수 없어 ♥’ ‘이기기 위한 수단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라는 느낌일까? ♥ 용사님의 편의주의적인 피, 피, 핑, 계 ♥ ‘이겨야만 해애~~ ♥’라고 의식하고 있어도 뇌세포님은 이미 한시라도 빨리 나에게 빠지고 싶었던 거지이 ♥ 귀여워 ♥”
“드, 틀려…… ♥”
실수. 초조함과. 수치심과. 어쨌든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라 영문을 모른 채 나는 엉겁결에 반론하려 했다. 히메가 눈앞인데도. 아까조차 도망치지 못했는데도. 이번에는 도망치는 것조차 하지 않고 먼저 반론하려 했다. 하지만 엉망진창인 사고로 그런 반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고가 막히고 말이 멈추고. 새하얘진 머리로 도망치는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어서. 치명적일 정도의 틈을 만들었다.
“자, 꼬옥…… ♥♥♥”
“응, 히 ♥ 앗 ♥ 하아아…… ♥”
얼빠진 목소리가 샌다. 새하얀 머릿속에 짙은 분홍색 스프레이를 뿌린 것 같은 감각. 몸이 끌려가 껴안긴 나는 극한의 외부에서 따뜻한 이불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다.
미끈미끈한 따뜻한 꿀이 몸을 휘감는다. 햇볕에 데워진 듯한 포근한 이불의 온도가 힘을 녹인다. 무엇보다 그런 이불에서 데워진 히메의 체온이 내 사고를 지워버린다.
그것은 매료 같은 것보다 훨씬 흉악한 것. 추위로 죽을 것 같은 몸을 심장부터 데워주는 사람 온기의 온도. 전투 의욕이나 적의나 살의도 관계없다. 생존 본능 그 자체가 히메에게 장악당한 듯한 감각.
매끄러운 피부가 내 몸 위를 미끄러진다. 히메의 피부는 매끈매끈한데, 땀 대신 나오고 있는 이 꿀은 미끌미끌 끈적끈적해서 윤활유처럼 미끄러지면서 끈득하게 쾌락과 함께 몸에 얽혀든다.
이런 건. 안 돼.
이런 건. 안 되는 게 당연해.
안 되게 되어버리는 게 당연해.
“추웠지이 ♥ 사람 온기가 그리웠지이 ♥ 참지 않아도 된단다아 ♥ 용사님아 ♥ 자아- 서- 큐- 버- 스- 의 ♥ ……히메의 몸으로 듬뿍 따뜻해져도 되니까 말이야아…… ♥ 풉…… 쿠스쿠스쿠스…… ♥”
바보 취급당하고 있다. 농락당하고 있다. 그런 것이 아무래도 좋아진다. 생각할 수 없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생각하려 하면 할수록 걸쭉하고 따뜻한 꿀의 용암에 녹아내린다. 사고가 풀리고, 풀리고, 녹고, 녹아서 용해된다.
달콤한 꿀. 부드러운 마물의 살결. 따뜻한 체온. 뇌를 태우는 쾌락. 그 모든 것이 내 전신을 휘돌며 이성을 부패시키고 힘을 뺏고 마음을 융해한다.
행복해.
조금 전까지 추웠는데.
이렇게 따뜻한 게 행복해. 이렇게 기분 좋은 건 행복해. 히메가 데워주는 게 행복해. 히메와 같은 이불에 싸여 있는 게 행복해. 히메에게 안겨 있는 게 행복해. 히메에게 놀림당하는 게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감의 분류에 모든 것이 휩쓸려간다. 명백히 나와서는 안 될 양의 뇌내 마약이 넘쳐나서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질척질척하게 뭉개버린다. 아마 마약에 취한 인간은 이런 식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리라. 아니, 이건 분명 마약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뇌내 마약 양일 것이다. 어떤 인간이라도 반드시 망가질 정도의 뇌내 마약. 다행감(Euphoria) 속에서 지금까지 쌓아 올린 나의 모든 것이 오염되고 무너져가는 것이 기분 좋다.
“아 ♥ 아 ♥ 히메에 ♥ 히메에 ♥”
“아아앗…… ♥ 행복 스위치가 켜져 버렸네에…… ♥ 행복의 자폭 스위치가 계에속 온 상태…… ♥ 풉…… ♥ 정말 인간이란 재미있네에 ♥ 아픔이라든가 고통이라든가 인간을 망가뜨리는 마이너스 요소에 대해서는 견딜 수 있는데…… ♥ 기분 좋다든가 행복하다든가 ♥ 인간을 망가뜨릴 수 있는 플러스 요소에 대해서는 처언혀 견디질 못하네에 ♥ 자, 좀 더 행복하게 해줄게…… 용사님의 뇌세포 뭉개줄게에…… ♥ 이렇-게애…… 얼굴을 꼬옥 끌어안아서…… 무규우~~…… ♥”
“음, 아 ♥ 으, 아헤아아악!? !? …… ♥”
얼굴이 고깃덩어리의 바다에 잠긴다. 내 얼굴을 완전히 덮어버린 가슴은 분홍색 꿀 때문에 이불 섬유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요염하게 반사하고, 미끌미끌 끈적끈적 가슴의 살덩이가 얼굴에 얽혀들어 달콤하게 비벼진다. 다행감의 조절 다이얼이 한계까지 돌려지고, 뇌를 가슴이 달콤하게 주물러댄다. 쾌락과 행복감에 타버린 뺨의 근육이 녹아내려 반쯤 벌어진 입안으로 꿀이 주르륵 흘러 들어온다.
달콤하고 끈적해서 싫어도 혀에 얽히고 혀를 애무한다. 그것은 마치 키스로 밀어 넣어진 혀 같기도 하고, 유두에서 쏟아진 우유 같기도 해서 소름이 쫙쫙 돋는다. 사고가 어떻다느니 따뜻한 게 어떻다느니 그런 것조차 이제 생각할 수 없다.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바보가 된다. 그런 것들로 뇌는 가득 채워지고 파후파후 감싸여 쪄지면서 흐물흐물하게 무너져간다. 너무 삶은 고기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페로몬과 체온과 가슴 살결에 쪄지고 졸여진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간다.
그것이 이미 너무나 행복해서. 기분 좋아서.
이 이상의 행복 따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쿠스쿠스…… ♥ 자아 저항이 제로가 되어버렸네에 ♥ 착하다 착해애 ♥ 아하하핫 ♥”
“윽!? ♥ 푸히, 구, 아앗――…… ♥”
한계를. 히메가 가차 없이 비틀어 연다.
히메의 행동은 단순명쾌. 가슴에 감싸여 이제 뒷통수밖에 나오지 않는 내 머리를 마치 머리카락을 빗기듯 쓰다듬어 올렸다. 단지 그것만으로, 이 이상은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행복감은 다시 한 단계, 아니 두 단계는 더 나아간다.
쾌락과 다행감에 타버린 시야가 분홍색으로 흐려진다. 부드러운 유방의 바다 사이의 미세한 틈새로 히메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히메는 그것을 금방 알아채고 싱글벙글 놀려댄다. 바보 취급하듯이. 비웃듯이. 귀엽고 앙큼한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짓는다.
“우와아…… ♥ 표정 정말 한심해…… ♥ 쿠스쿠스…… ♥ 이게 용사라니 이제 아무도 안 믿겠지이…… ♥ 후훗…… ♥ 미안, 좀 웃긴 것 같아 ♥ 하하하핫 ♥ 하지만 용사 군이 나쁜 거야아? ♥ 그렇게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린 표정이나 짓고 ♥ 여기에 ‘님’ 자 붙이는 건 나도 싫다아…… ♥ 후훗 ♥ 용사 군, 이라고 불러도 되지? ♥ 용, 사, 구우, 운 ♥”
“아 ♥ 오으 ♥ 히 ♥ 히야 ♥ 히야아아…… ♥”
뒷통수를 쓰다듬어 올릴 때마다. 머리카락 사이로 두피를 손톱 끝으로 덧그릴 때마다. 파지직 터지는 행복함과. 뇌를 부패시키는 기분 좋음이. 점점 나를 망가뜨려 간다. 다정하게, 기분 좋게, 행복하게 망가뜨려 간다. 이제 이런 건 인간이 받아도 될 행복이 아니다. 인간이 맛봐도 될 기분 좋음이 아니다. 인간이 품어도 될 ‘너무 좋아’가 아니다. 이 이상 이런 것이 계속된다면…… ♥
“오? 아직 대답할 수 있나 보네에 ♥ 그럼 보상 추가해줄게 ♥ 에잇 ♥”
“!? !? ♥ 아 ♥ 아아아아아아아앗 ♥”
“오 ♥ 반응 좋네 용사 군 ♥ 자아, 인간의 말을 잊어버리기까지는 이제 얼마나 걸리려나아 ♥”
한계가. 다시. 무너진다.
이 이상은 없다고 생각한 그 한계를 히메가 달콤하게 허물어뜨린다. 가슴에 감싸여 얼굴이 주물러지고 있는 중에도 지금 내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허벅지. 이것은 히메의 허벅지다. 허벅지가. 나의 행복과 기분 좋음과 ‘너무 좋아’로 눅눅해진 거시기를 끼웠다. 이미 사정해버린 걸까? 아니면 이 끈적임은 전부 쿠퍼액인 걸까. 모르겠다. 이미 몇 번이나 뇌내 절정을 맞이했고 사고가 타버려 행복과 너무 좋아와 기분 좋음의 탁류에 계속 삼켜져서.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다. 이미 뇌 기능의 태반은 히메에게 지배당하고 가득 채워져 있다. 이제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나는 이제 히메의 곁에서 떠날 수 없다는 사실뿐. 이 기분 좋은 진흙탕의 따뜻한 늪 속으로 가라앉아 갈 뿐이라는 것뿐.
“자아 자아아 ♥ 가슴으로 뇌세포를 부비부비하면서 허벅지로 거시기를 조물조물 ♥ 페로몬도 제일 진하게 해줄 테니까아…… ♥ 빨리 ‘짐승’으로 타락해버려어 ♥ 인간 그만두고오…… 히메의 마조견 강아지가 되어버려어 ♥”
“으으…… ♥ 좋아…… ♥ 히메 죠아아…… ♥ 아으오아아앗!? !? …… ♥”
거시기가 부드러운 살덩이에 달콤하게 뭉개진다. 허벅지일 뿐인데 그것을 감싸는 다리 살은 마치 손바닥처럼 영리하게 기분 좋은 곳을 정확히 포착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끈질기게 주물러 뭉개온다. 귀에 닿는 히메의 목소리가 고막을 진동시키면 그것만으로 뇌는 환희하고, 나와서는 안 될 종류의 뇌내 마약을 사정없이 분출시켜 전신에 히메의 목소리를 달콤하게 울리게 한다.
비강은 이미 히메의 페로몬에 완전히 물들어 있다. 아니, 그런데도 더욱 느껴질 정도의 농밀한 향기가 지금도 비강을 태우고 소름이 멈추지 않는다. 한심하게 벌어져서 닫히지 않게 된 입으로는 히메의 꿀이 꿀꺽꿀꺽 흘러 들어와 혀와 구강을 휘젓고 목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안쪽부터 따뜻하게 파괴해간다.
그리고 시야에 펼쳐지는 것은 히메의 마유(魔乳). 인류가 절대 이길 리 없는 두 개의 부드러운 과실이 꿈틀거리며 시야를 가득 채우고, 가끔 생기는 미세한 틈새로 히메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날아갈 것 같아진다.
오감이 나를 파괴해간다. 뇌를. 몸을. 사고를. 모든 것을.
히메의 체온과, 꿀과, 살결과, 페로몬과, 목소리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무너져간다.
“쥬큐으 ♥ 앗 ♥ 히, 메에~~잇!? ♥ 오 ♥ 아 ♥ 오아아 히이…… ♥”
“훗…… ♥ 아아 ♥ 인간의 말을 못 하게 되어버렸네에 ♥ 이해도 이제 못 하고 있으려나? ♥”
모르겠다. 히메의 말을 모르겠다. 이해할 여유가 없다. 히메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마성의 소리니까. 이미 너무 기분 좋아서. 말을 이해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어쨌든 좋아한다고 전해야 해. 너무 좋아한다고 전해야 해. 쌓여가는 ‘좋아’를 몸이 견딜 수 없다. ‘좋아’가 폭발할 것 같다. 그런데도 말을 엮을 수 없다. 엮는 법을 모르겠다. 이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아…… ♥ 아직 나오잖아 ♥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사정인데도 ♥ ……앗 ♥ 혹시 사정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
“아아~~ ♥ 히에에 죠아아아아…… ♥”
“음~~…… ♥ 미안 ♥ 이제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 이, 이이…… ♥ 쥬, 히이…… ♥ 히야아, 헤에…… ♥”
“음~~ 너무 망가뜨려 버렸나아…… ♥ 뭐, 괜찮겠지 ♥ 제대로 히메가 책임지고…… ♥”
“기분 좋게 녹여줄 테니까 ♥”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조, 아. 행복해. 기, 분 좋아, 아. 조, 아아. 행복해. 기분…… 좋아. 좋아……. 행…… 복…… 해……. 기…… 분…… 좋…… 아…… 좋…… 아…… 행……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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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대지에 내려 쌓인 눈, 얼어붙은 호수에 휘몰아치는 폭풍.
‘실드 유리시아’는 그런 얼음에 갇힌 극한의 대지에 세워진 대도시이다. 본래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지만, ‘천후 제어 결정’과 ‘온도 제어 결정’이라는 거창한 두 마도구를 통해 도시 범위를 온난한 기후로 만들었다. 극동의 섬나라를 모방한 ‘화(和)’의 문화에 기반한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고, 도시 중앙에는 ‘앵화성’이라는 훌륭한 성을 갖춘 그 도시는 시기가 맞으면 ‘오로라와 벚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도시’로서 한때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마리의 마족에게 성을 점거당한 이 도시는, 바깥 기온은 ‘겨우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되고 성의 한 방만을 따뜻하게 데우도록 개조되어 완전히 도시 자체가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밝혀지고 벌써 수년이 흘렀다. 길드는 그때까지 용사 릭스를 비롯해 다양한 인간을 보냈다. 모험가 파티, 새로운 용사, 심지어는 한 국가의 전 군대까지.
돌아온 자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용사도, 모험가도, 군대조차도.
이 서큐버스에게 녹아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