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vix 20086812
긴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간다. 벽에는 장엄하면서도 어딘가 불길한 장식들이 붙어 있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새삼 의식하게 만든다.
용사가 된 지 5년.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내 이름은 쥬에스. 용사로서 마왕 타도를 내걸고 계속 싸워온 남자다. 각지를 여행하며 마물과 싸웠고, 지금은 마왕성에 단신으로 쳐들어온 상태다. 마왕성을 지키는 문지기를 쓰러뜨리고, 사천왕을 물리치고, 지금은 이 끝없이 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솔직히 이미 체력도 기력도, 마력도 한계다. 약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일부 디버프도 해제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이미 만신창이. 그래도 마왕까지 고작 한 걸음 남은 곳까지 왔다.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음……? 저건…….”
계단을 다 올라간 끝에 거대한 문이 보였다. 문 너머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 저기에는 분명 마왕이 있을 것이다. 그 오른쪽 옆에, 부자연스럽게 빛나는 문이 보였다. 던전 안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그 빛.
“살았다……! 세이프 룸(Safe Room)이다……!”
녹초가 된 몸을 채찍질하며 빛이 새어 나오는 문으로 뛰어들었다. 넓은 방에 침대가 하나. 틀림없다. 여기는 세이프 룸이다.
세이프 룸이란 특수한 치유 마법으로 감싸인 방이다. 침대에서 잠을 자면 체력과 기력, 마력은 물론 모든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으며, 게다가 마물은 이 방에 들어올 수 없다.
평소의 세이프 룸보다 침대가 유독 크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겠지. 지금은 어쨌든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쉬고 싶다.
“마왕성에도 세이프 룸이 있을 줄이야……. 살았어…….”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한 나는 딱히 아무 생각 없이 그 침대에 누웠고,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이때의 나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곳은 마왕성이라는 것을. 다른 던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각 던전에 어째서 세이프 룸이라는 것이 존재했는지, 그 진짜 이유를.
그 방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는 사실을.
***
“음…….”
반나절 정도 잔 것일까. 밝았던 밖은 이미 해가 저물어가는 것이 보였다. 일어나려던 나는 몸에 닿는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을 눈치챘다.
부드럽고 매끄럽고 따뜻하다. 그런 감촉이 내 양팔에 닿아 있었고…….
““깨어나셨나요? 주인님♥””
“으아아아앗!?!?”
나도 모르게 괴상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느새 침대에는 붉은 머리의 소녀와 푸른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둘 다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았고, 무척 사랑스러운 용모를 하고 있었다. 둘 다 똑같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으며, 똑같이 좌우에서 내 팔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은 머리색이 다르다는 점 빼고는 모든 것이 완전히 똑같았다. 눈의 크기도 체격도, 추호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이건…….
“쌍둥……이?”
“맞아요. 루리의 이름은 루리라고 합니다. 루비 언니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주인님♥”
“그 말대로야. 루비의 이름은 루비라고 해. 거기 있는 루리의 쌍둥이 언니야, 주인님♥”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호흡이 척척 맞게 말하는 푸른 머리 메이드 ‘루리’와 붉은 머리 메이드 ‘루비’.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두 사람의 이름은 외웠다. 그나저나 주인님? 그게 무슨 소리지? 난 이런 귀여운 메이드를 동료로 삼은 기억이 없는데.
“왜 내가 주인님이지……?”
“네, 주인님. 이 성의 주인이자 루리의 창조주님께서 내리신 명령 때문이에요. 이 방에 들어온 자를 주인님으로 모시고, 최대한의 대접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네, 주인님. 이 성의 지배자이자 숭고하신 분께서 내리신 명령 때문이에요. 이 방에 들어온 자를 주인님으로 모시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성의 주인이자 지배자?
잠깐, 푹 잠들었던 탓에 잊고 있었지만 여긴 마왕성이 분명하다. 즉 그녀들이 말하는 창조주, 숭고하신 분이란 마왕 본인. 다시 말해 그녀들은 마왕이 만든…….
“마물……!?”
“네, 루리 일행은 마물입니다. 그 증거로 꼬리와 날개가 있어요.”
“정확히는 루비 일행은 서큐버스라는 종류의 마물이랍니다.”
루리의 말과 함께 두 사람 모두 등에 작게 돋아난 날개를 움직이고 꼬리를 휘둘렀으며, 루비가 말을 보충했다. 역시 둘 다 마물이다. 그렇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빠져나가서…….
빠져, 나갈, 수가, 없다.
몸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이런 소녀들에게 내가 힘으로 밀릴 리가 없다. 무언가, 당한 모양이다.
“……윽! 젠장…… 내가 자는 사이에 무슨 짓을……!? 애초에 여기 세이프 룸 아니었어!?”
“네, 여기는 세이프 룸이 아닙니다. 세이프 룸과 아주 비슷하게 만든 함정이에요.”
“애초에 이곳에 오기까지 여러 던전에 세이프 룸을 만든 건 루비 일행이에요. 마왕 토벌을 목전에 둔 모험가나 용사님을 이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죠. 딱 지금의 주인님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주인님이 주무시는 동안 루비 언니와 루리 둘이서 주인님께 마법을 걸어두었습니다.”
“동생인 루리는 봉인 마법으로 마법을, 루비는 마비 마법으로 움직임을 봉인했답니다. 저항해도 소용없어요♥”
이럴 수가. 나는 감쪽같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마법 봉인에 마비 마법. 이래서는 육체적인 저항도 할 수 없고, 심지어 그것을 고치기 위한 마법도 쓸 수 없다. 어느 한쪽이 해제될 때까지는 속수무책이다. 큰일이다. 어쨌든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금이라도 빨리 마비나 봉인이 풀리도록…….
“그러면, 주인님♥”
“우리의 진정한 주인님의 명령에 따라♥”
“지극히 존엄하신 분께 대항하는 어리석은 자인 주인님께♥”
“우리의 창조주께 대드는 지능 낮은 주인님께♥”
““극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상태 이상을 고치려 시도하기도 전에, 두 서큐버스 메이드가 나를 덮쳐왔다.
“루비 일행의 목적은 주인님이 우리의 진정한 주인님과 싸우지 못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루리 일행의 능력은 그리 높지 않아서, 지금의 용사님께 공격을 가해봤자 무의미하겠죠♥”
마비와 봉인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회복 마법도 외울 수 없는 나를 향해, 루리와 루비 두 메이드 서큐버스는 좌우에서 딱 달라붙어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듯한 그 달콤한 목소리의 속삭임에 내 몸이 미세하게 떨리자, 그것을 느낀 두 메이드는 싱긋 웃으며 거리를 더 좁혀왔다. 밀착도가 높아지며 내 몸에 압박해오는 두 사람의 가슴은 더욱 뭉개졌고, 달콤한 향기가 콧속을 자극했다.
“무슨 짓을……!?”
“통상적인 공격은 무의미해요. 하지만 루리 일행은 서큐버스랍니다♥ 서큐버스다운 공격으로 주인님이 마왕님과 싸우지 못하게 해드릴게요♥”
“네, 분명 주인님도 루비 일행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서 푹 빠져버릴 거예요. 마왕님 토벌 같은 어리석은 생각은 잊어버리게 될걸요♥”
“무, 무슨 소리야……!? 대체 뭘 할 작정으로……!”
““조~~~~……아♥♥””
“윽~~~~!?!?♥”
내 질문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만약 억지로라도 말을 하려 했다면, 내 입에서 나온 것은 질문 내용이 아니라 한심한 신음이었을 것이다.
방금 그건 뭐지. 아니, 무엇을 당했는지는 알고 있다. 두 사람이 귓가에 속삭였다. 그뿐이다. 그뿐일 텐데. 그런데도 그녀들의 목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온 순간, 사고가 찰나의 순간 하얗게 점멸했다. 하얗게 변해버린 뇌 속에 뒤늦게 두 사람의 감미로운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하얀 공간 속에 ‘좋아’라는 말이 몇 번이고 반향했다. 그럴 때마다 비정상적인 행복감과 쾌감이 몰려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몸 안쪽에서 쾌감을 느끼는 신경을 훑어 올리는 듯한, 그런 기묘한 감각이었다. 겨우 소리를 내지 않고 버텼지만, 지금도 몸에는 소름 돋는 쾌감이 계속 일렁이고 있다.
“이것이 루리 일행의 공격이랍니다♥ 주인님♥”
“무척 기분 좋은 루비 일행의 공격……. 실제로 기분 좋았죠? 주인님♥”
“어, 어떻게 된 거지……윽♥ 무슨 짓을 한 거야……♥”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방금 전 속삭임 정도는 아니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대화하던 느낌과도 다르다. 무언가 좋지 않다. 들켜서는 안 된다. 본능적으로 스쳐 지나간 직감에 따라, 나는 자신의 반응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두 사람에게 질문했다.
“방금 그건 ‘참 보이스(Charm Voice)’라고 하는 루리 일행의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이에요♥ 달콤한 목소리를 귓가를 통해 주인님의 뇌 속으로 흘려보내서…… 주인님의 사고를 미치게 하거나 마음을 홀려버리는 야릇한 쾌락 마법이랍니다♥”
“주인님의 뇌수에 달콤한 목소리를 쏟아부어서…… 주인님을 매료시키거나 황홀경에 빠뜨려 조종해버리는 야릇한 쾌락 마법……. 물리 공격도 마법 공격도 아닌 기분 좋은 공격……. 맛본 적 없으시죠?♥”
루비의 말대로 맛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었다. 어떤 스킬이나 마법 공격도 마법 공격 아니면 물리 공격으로 나뉜다. 용사가 아니더라도 병사나 모험가를 지망하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투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틀에 담기지 않는 마법이 존재하다니.
“서큐버스나 그에 준하는 종족의 마물밖에 쓸 수 없는 데다, 전투에서 쓸 수 있는 상황은 지금의 주인님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뿐이라 모르시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기에…… 용사님은 그걸 막을 방도가 없으시죠?♥”
“주인님의 방어구나 액세서리는 전부 물리 내성이나 마법 내성을 올리는 것뿐이니까요……. 쾌락 공격을 억누르는 것 따위는 할 수 없답니다♥”
“윽……!♥”
이제야 신변의 위험을 느꼈다. 미지의 공격에 미지의 마법. 공격을 막을 방법도 없고, 밀려오는 쾌락을 억누를 수도 없으며 도망칠 수도 없다. 지금의 나는 체력이 조금 있는 슬라임 같은 존재다. 아니, 행동할 수 없으니 슬라임 이하라고 할 수도 있다.
안 좋다. 빨리 마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명 아직 마비를 고치는 마법이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에는 몸을 움직이려 계속 저항함으로써 빠르게 마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해본 적은 없지만 여기에 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는 분명 그녀들에게…….
“보세요, 루비 언니♥ 주인님, 마비에서 빠져나가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어요♥”
“그러게, 루리♥ 주인님, 마비에서 벗어나려고 헛된 노력을 하고 있네♥”
“그런 짓을 해도 이미 늦었는데♥”
“그런 짓을 해도 루비 일행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데♥”
“시끄러, 워…… 어떻게 해서든 난…….”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헛수고라고 해도, 늦었다고 해도 지금의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두 사람의 목소리에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해야만 하는 사명도, 이곳에 온 목적도 잊어버리고 쌍둥이 메이드 서큐버스에게 빠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인류는 끝장이다. 용사인 내가 이 상황을 타개하고, 그리고…….
““조~~~~아♥ 좋아해요 주인님~♥””
“윽♥ 루, 루리! 그, 그만……♥”
내 사고를 방해하듯 루리의 속삭임이, 참 보이스가 흘러 들어왔다. 소리의 형태를 한 쾌감은 고막을 달콤하게 애무하며 떨게 하고, 뇌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그 말을 울려 퍼뜨린다. 뇌 속에서 쾌감이 타닥타닥 스파크를 일으킨다. 사고가 핑크색 물감으로 칠해져 지워질 것만 같다. 안 돼. 버텨야 해. 생각을 멈추지 마. 상황. 그래, 상황을 타개. 타개. 타개해야……♥
“주인님♥ 루리에게 속삭여져서 기분 좋아 보이네요♥ 루리나 루비에게 속삭여지는 게 그렇게 【좋아】♥한 거구나……♥”
“히익♥ 아♥ 루비, 이……♥”
루리의 참 보이스 쾌감이 가시기도 전에 루비의 참 보이스가 쏟아진다. 전신에 흐르는 기분 좋은 전류. 그와 동시에 【속삭여지는 게 좋아】라는 루비의 말이 뇌 속에서 몇 번이고 반향한다. 마치 뇌에 그 말을 주입하는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속삭여지는 게 좋다는 따위 생각할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좋아♥】하시는 거죠? 주인님은 루리나 루비 언니에게 속삭여지는 게 【좋아♥】. 루리와 루비 언니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 주인님은 루리 일행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루리 일행의 목소리가 【좋아♥】하게 돼♥ 【너무 좋아♥】하게 돼♥”
“아히♥ 아♥ 아, 아냐……♥”
“뭐가 아니라는 거죠? 루리와 루비의 속삭임에 이렇게 얼굴을 흐물흐물하게 풀고서……. 루비 일행의 목소리가 【좋아♥】하다는 증거예요♥ 아니면 좀 더 루비 일행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해달라는 새로운 응석인가요? 주인님♥”
“으♥ 아♥ 아♥ 이거 위험……♥”
두 사람의 속삭임이. 목소리라는 독이. ‘좋아’라는 맹독이 뇌수를 범한다. 형편 좋은 말들이 주입되고 그것이 반향하며 지금까지의 사고를 도발적인 분홍색 페인트로 덧칠해 나간다. 좋아. 좋아. 두 사람의 목소리가 좋아. 속삭여지는 게 좋아. 아니야. 그게 아니야. 내가 생각하던 건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내가 생각하던 건…….
“【좋아】져라♥ 【너무 좋아】져라♥ 주인님은 우리가 【너무 좋아】져라♥”
“자, 【좋아】하게 돼♥ 【너무 좋아】하게 돼♥ 【좋아】한다는 마음이 멈추지 않아♥ 주인님은 【좋아】한다는 마음을 멈출 수 없어♥”
“주인님은 루리가 【좋아】♥”
“주인님은 루비가 【좋아】♥”
“루리가 【좋아】서 【좋아】서 견딜 수 없어♥”
“루비가 【좋아】서 【좋아】서 이상해져 버려♥”
“아♥ 아♥ 아♥ 아아아앗……♥”
잇달아 주입되는 속삭임. 그 ‘좋아’라는 단어가 뇌 속에 스며들 때마다, 그것은 온몸에 달콤한 마비를 보내는 쾌감으로 변환된다. 들어서는 안 될 속삭임이 쾌감으로 불어 터진 뇌수에 말을 새겨 나간다. 그것이 기분 좋다. 기분 좋아서, 기분 좋아서 사고가 고정되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지? 무엇을 생각해야만 했더라? 모르겠다. 이 기분 좋은 속삭임 말고는 모르겠다. 두 사람 말고는 생각할 수 없다. 복잡한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되고, 뇌의 자원을 루리와 루비의 목소리를 듣는 데 멋대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있죠, 주인님? 문제 하나 낼게요♪ 10+14는?”
“10+14야. 자, 주인님, 대답해봐.”
“후에……? 어, 아, 24…….”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온 덧셈 문제. 아무리 자원이 부족해도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 간단한 계산 문제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즉답한다. 두 사람은 정답이라며 기쁜 듯이 대답하지만, 그 미소에는 무언가 뒷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간단한 문제를 느닷없이 내는 의미가 대체 뭐지? 만약 있다면 어떤 의도가 있는 거지?
“이, 지금 질문의 의미는 뭐야!? 뭘 측정한 거야!?”
“주인님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에요♥”
“맞아요, 주인님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에요♥”
“그렇게 말해도 방금 그건…….”
“불필요한 건 생각하지 말고 루리 일행에게 집중해 주세요♥ 주인님♥”
“주인님은 루비 일행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자…….”
내 질문을 가로막고 두 사람은 참 보이스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대로…….
“낼름낼름♥ 낼름……♥”
“응츄♥ 낼름낼름♥ 레로……♥”
“윽윽……♥ 아, 히익……!?♥”
미끄러운 감촉. 타액을 듬뿍 머금어 젖어 끈적이는 혀가 양쪽 귀에서 외설적인 소리를 내며 침입해온다. 소름 돋는 쾌감 뒤에 이질적인 행복감이 마음을 점령한다.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아야 할 몸이 덜컥 뛰어오른 기분이 들었다.
루리와 루비의 다음 공격은 귀 핥기. 타액을 귓벽에 바르고 마치 민달팽이처럼 기어 다니는 집요한 쾌락 고문. 그 달콤한 공격에 노출된 귀가 점점 열을 띠어간다.
“응레……♥ 츄♥ 알고 계시나요? 주인님♥ 낼름낼름♥ 서큐버스의 체액에는…… 응츄♥ 닿는 것만으로도 남자를 민감하게 만들어버리는 미약 효과가 있답니다……♥”
“즉……♥ 낼름낼름♥ 응쥬르……♥ 주인님의 귀는 지금 서큐버스의 달콤한 미약 타액을……♥ 쥬르륵♥ 레론♥ 듬뿍 펴 발라진 상태라는 건데……♥ 츄♥ 츄♥ 츄♥ 그렇게 무방비하게 있어도 괜찮을까?♥ 낼름낼름레류……♥”
“그렇게 되면……♥ 루리 일행의 미약 타액으로……♥ 낼름낼름……♥ 레류레류……♥ 귀가 민감해져서……♥”
“루비 일행의 참 보이스 효과도 배가 되어……♥ 레쥬르……♥ 귀를 통해 전신이 지배당해버린답니다……♥ 후으으으……♥”
“히야♥ 아♥ 헤에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 말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귓속 깊숙이 꽂힌 혀가 달콤한 시럽 같은 점성을 띤 타액을 바르며 꿈틀거린다. 스며든 타액이 귀를 불리고, 마치 독처럼 서서히 귀를 과민하게 만든다. 쌍둥이의 가느다란 숨결, 요염한 혀의 움직임, 귓속에 울려 퍼지는 외설적인 물소리. 그것들이 사고를 녹이고 이성을 부식시키며 미치게 한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귀 안쪽을 유린하는 두 사람의 혀는 마치 뇌를 직접 핥아 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낼름낼름 혀가 꿈틀거릴 때마다 마치 캔디처럼 뇌를 핥아 녹여버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흘러 들어온 타액을 쥬르르 빨아들이면, 마치 핥아 녹인 뇌를 빨아 먹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버린다.
“어쩔 수 없네요♥ 주인님은……♥ 레류레류……♥ 루리 일행의 귀 핥기를 【좋아】하시니까요♥ 낼름낼름레류레류……♥ 츄♥”
“윽, 윽, 윽……♥ 아, 야, 그건……♥”
“츄♥ 츄♥ 그래요,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죠……♥ 주인님은 루비 일행의 귀 핥기를…… 레쥬르…… 【너무 좋아】하시니까요♥”
“아♥ 아♥ 아아아……♥”
귀 핥기와 함께 주입되는 【좋아】. 달콤한 목소리가 불어 넣어지고 혀로 녹아버린 뇌를 휘젓는다. 지금까지의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융해시키는 듯한 쾌락과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아지는 행복감. 어느새 나는 저항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왜 저항해야 했더라? 모르겠다. 그냥 루리와 루비가 귀엽고, 귀 핥기가 기분 좋고, 목소리가 【좋아】. 그 외의 것들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버려서…….
“주인님♪ 제2문입니다♪ 19+9는?”
“이번에는 19+9야. 쉽지? 주인님♥”
“에, 아……♥”
내뱉어지는 간단한 계산식. 간단한…… 그래, 간단할 터였다. 어라. 9 더하기 9니까 9를 1과 8로 나누고. 1 더하기 8 더하기 19가 되니까. 어라. 19 더하기 1에서 20, 에다가 8을 합쳐서…….
“28, 이지……?”
“아하♥ 정답이에요♥ 대단하시네요, 주인님♥ 이만큼이나 루리 일행의 달콤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혀에 녹아내리면서도 아직 계산을 하실 수 있다니♥”
“그래, 기특하네♥ 계산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긴 했지만, 루비 일행에게 이렇게나 빠져 있으면서 아직 지능이 완전히 녹아내리지 않았다니♥…… 만약 이대로 마왕님과 부딪혔다면 위험했던 건 마왕님 쪽이었을지도 모르겠는걸…….”
정답을 맞혔다.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뭐야? 녹아내려? 마왕님? 지능? 무슨 소리였더라? 어라.
“아, 주인님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주인님은 루리 일행을 좀 더 【좋아】하게 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쥬르레레류……♥”
“불필요한 건 생각하지 마♥ 주인님은 좀 더 루비 일행을 【너무 좋아】하게 되는 것만 생각하면 되니까♥ 응레♥ 낼름낼름츄우우우……♥”
“아♥ 아헤에에아……♥ 그거, 안 돼, 좋아아……♥”
두 사람의 ‘공격’이 재개되고, 내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은 다시 한번 애모의 바다에 가라앉는다. 뇌 자원으로는 처리하지 못할 만큼 끓어오르는 정욕. 사고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이 타오르는 애모. 그리고 외설적인 음색을 귓속 깊이 연주하며 이성을 가열된 치즈처럼 흐물흐물 녹여가는 미지근한 혀. 나라는, 쥬에스라는 존재의 근간 부분을 지키는 보호막이 그녀들의 타액으로, 말로, 혀로, 기술로. 차례차례 망가져 간다.
“그렇죠? 주인님은 루리 일행이 【좋아】……♥ 츄♥ 낼름낼름……♥ 【좋아】지는 게 기분 좋아……♥ 레류……♥ 왜냐하면 지금 주인님, 너~~~~무나 기분 좋으니까요♥”
“루비 일행을 【좋아】하게 됐으니까 기분 좋게 해주는 거야……♥ 레레레레류……♥ 【좋아】지는 건 기분 좋아……♥ 【좋아】지는 건 행복해……♥ 낼름낼름아……♥ 츄파♥”
“아♥ 오♥ 오♥ 히야아아아……♥”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귀 안쪽까지 파고든 혀가 달콤한 시럽 같은 타액을 바르며 꿈틀거린다. 스며든 타액이 귀를 불리고 마치 독처럼 귀를 민감하게 만든다. 쌍둥이의 가느다란 숨결, 요염한 혀놀림, 귓속에 울려 퍼지는 음란한 물소리. 그것들이 사고를 녹이고 이성을 부식시켜 미치게 만든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귓속을 유린하는 두 사람의 혀는 마치 뇌를 직접 핥아 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낼름낼름 혀가 꿈틀거릴 때마다 마치 뇌가 핥아 녹여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흘러 들어온 타액을 쥬르르 빨아올리면 마치 녹은 뇌를 빨아 먹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인님은 루리 일행이 【좋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좋아】하게 돼버려♥ 그건 주인님이 루리 일행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루비 일행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좋아】지는 건 당연하지♥ 그리고 주인님은 【좋아】하게 되는 게 기분 좋아♥”
“【좋아】지는 게 기분 좋아♥ 주인님은 루리 일행이 【좋아】♥ 루리 일행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좋아져♥”
“즉 주인님은 루비 일행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 루비 일행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의 쾌락 이상의 쾌감을 반드시 느끼고 말아♥ 그게 행복인 거야♥”
““주인님은 루리와 루비를 【너무 좋아】하니까♥””
“윽♥ 아♥ 그만♥ 덮어쓰지, 마♥ 후히아앗♥”
탁류처럼 밀려드는 말들이 내 마음에 새겨져 간다. 사고를 비틀고 말 그대로 나라는 존재를 재구성해 나간다. 마치 뇌라는 컴퓨터를 해킹당해 명령어가 재작성되는 듯한 감각.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자원 허용량을 대폭 초과한 【좋아】가 근간 시스템을 파괴하고 녹여간다.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변화. 그것이 루리 쨩과 루비 쨩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서 생겨난 공포가 아주 조금 남은 이성에 불을 붙여, 내 입에서 저항의 말을 자아내게 한다.
“저항하면 안 돼요, 주인님♥ 루리 일행을 【너어무 좋아】하는 주인님을……♥ 좀 더 타락시켜 드릴게요♥ 응…… 레레레레류……♥ 응, 쥬우♥ 쥬르르르르윽♥”
“저항해도 소용없어, 주인님♥ 루비 일행을 【너어무 좋아】하는 주인님을……♥ 지금부터 좀 더 헤롱헤롱하게 만들어 드릴 테니까♥ 낼름낼름♥ 레……♥ 레로레……♥ 페로레류레류레류……♥”
“아♥ 그건♥ 윽♥ 후아, 히야……♥ 기분, 히……♥ 좋아……♥ 좋아……♥”
필사적으로 긁어모은 이성을 땔감으로, 공포를 불씨 삼아 타오르게 한 저항의 의지는 순식간에 흘러 들어온 타액에 의해 꺼져버렸다. 끈질기고 끈적하게 얽혀 모든 것을 녹이는 두 사람의 귀 핥기에 있어, 그것은 오히려 남은 이성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었다. 공포를 달콤하고 부드러운 쾌감으로 뼈를 발라버리고, 남은 이성을 핥아 녹여 극상의 쾌감과 함께 나를 타락시키는 두 메이드. 루리와 루비의 수완에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좋아】를 인정하고 만다.
아아, 그렇다. 이제 루리와 루비를 좋아해. 너무 좋아. 정중한 말투로 어디까지나 달콤하게 녹여주는 루리가 좋아. 약간 나를 깔보는 듯한 어조로 내 약점을 정확히 분석해 몰아세우는 루비가 좋아. 루리의 부드럽고 큰 가슴이 좋아. 루비의 탄력 있고 큰 가슴이 좋아. 루리의 달콤하면서도 불쾌함 없는, 마치 바닐라 같은 향기가 좋아. 루비의 달콤하면서도 불쾌함 없는, 달인 시럽처럼 얽혀오는 향기가 좋아. 루리의 목소리가 좋아. 루비의 목소리가 좋아. 좋아. 좋아. 좋아좋아좋아…….
“좋아♥ 좋아……♥ 루리 좋아♥ 루비, 좋아아……♥”
“좋아요♥ 주인님♥ 좀 더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좋아】한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주인님은 더 루리 일행을 【좋아】하게 돼요♥ 【좋아】한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주인님은 기분이 좋아져요♥”
“주인님은 【좋아】한다고 말할수록 점점 감도가 높아져♥ 주인님은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도 루비 일행을 【좋아】하게 돼서 기분이 좋아져♥…… 지금 몇 번이나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더라? 주인님♥”
“아♥ 아♥ 아♥ 아♥ 아♥ 좋아♥ 둘 다 됴아아……♥”
한번 인정해버리자 멈추지 않았다. 결궤된 댐에서 쏟아져 나온 ‘좋아’는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좋아라고 말하면, 그리고 좋아라고 들으면 뇌 내에서 그 ‘좋아’는 쾌감으로 변환되어 분홍색 전류가 되어 전신을 질주한다. 좋아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온몸이 민감해지고, 좋아라는 단어로 터지는 쾌감의 양이 증대된다. 내 허리는 가늘게 떨리고, 만져지지도 않았는데 성기는 완전히 발기하여 쿠퍼액이 넘쳐흐르며 멈추지 않게 된다. 물론 그것은 루리와 루비의 눈에도 띄었고.
“아, 루비 언니? 주인님의 고추, 벌써 발기해서 쿠퍼액을 줄줄 흘리며 가버릴 것 같아요♥ 저희보고 『만져줘♥』라고 어필하는 것 같아서 귀엽네요♥”
“그러게, 루리♥ 주인님의 고추, 루비 일행에게 귀를 핥히고 좋아한다고 속삭여진 것만으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하얀 걸 참지 못하게 됐어♥ 무척 한심하고 꼴불견이야♥”
쿠츄리……♥
“히으윽……♥”
루리에게는 귀엽다는 칭찬을 듣고, 루비에게는 꼴불견이라며 매도당하자 그 온도 차에 뇌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매끄러운 손바닥이 내 성기를 감싸 안는다. 루리는 귀두와 소대에 다섯 손가락을 착 달라붙이고, 루비는 내 기둥을 가볍게 움켜쥔다.
“주인님♥ 루리 일행의 손으로 사정하고 싶으시겠지만…… 이번에 루리 일행은 손을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만약 주인님이 루비 일행의 손으로 뿌직뿌직 싸버리고 싶다면……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 주세요♥”
“【너무 좋아】하는 루리 일행의 부탁이에요♥ 허리 흔들어 주실 거죠? 주인님♥”
“【너무 좋아】하는 루비 일행의 부탁이야♥ 자, 주인님♥ 허리 흔들어봐……♥”
“하♥ 아, 아아아……♥”
너무 좋아하는 루리와 너무 좋아하는 루비의 부탁. 그런 것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는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허리를 내밀면 루리의 손가락이 귀두에 걸리고, 루비의 손바닥은 뿌리 부분을 자극한다. 허리를 당기면 루리의 손가락은 요도 근처를 간질간질 간지럽히고, 루비의 손바닥은 귀두와 소대를 문질러 올린다. 한 번 움직인 허리는 순식간에 두 사람의 손안에서 포로가 되어, 헐떡이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아아♥ 벌써 주인님 허리가 폭주해 버렸네요, 루비 언니?”
“그러게, 루리♥ 허리를 흔들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주인님은 이해하고 계시려나♥ 후훗……♥”
“아마 이해 못 하셨을 거예요, 루비 언니♥ 왜냐하면 주인님…… 아주 바보 같은 얼굴이 되셨거든요♥”
“정말, 한심한 얼굴이야♥ 루리♥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랬으니 이대로 끝장내 버리자♥”
“네, 루비 언니♥…… 자, 주인님♥ 루리 일행을 좀 더 【좋아】해 주세요♥ 【좋아】♥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자, 주인님♥ 좀 더 루비 일행의 포로가 되어줘♥ 【좋아】해♥ 【너무 좋아】해♥ 주인님♥ 【좋아】♥ 【조~~~아】♥……♥”
“아♥ 오♥ 좋아♥ 둘 다 조아♥ 히야앗♥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아……♥”
움직이는 동안에도 좌우에서 주입되는 루리와 루비의 【좋아】. 그에 반응하여 이제 의식하기도 전에 내 입에서도 【좋아】가 새어 나온다. 전신을 질주하는 【좋아】의 쾌감과 성기에 전해지는 손바닥의 쾌감. 만져지지도 않고 쿠퍼액을 흘리던 성기가 두 가지 쾌감에 노출되어 오랫동안 버틸 리도 없었고, 정액이 요도를 타고 올라온다.
“아♥ 주인님♥ 벌써 사정할 것 같네요♥ 스스로 루리 일행의 손에 고추를 앞뒤로 흔들어대면서…… 귓가에서 【좋아】라고 잔뜩 속삭여지니 참을 수 없으시죠?♥”
“괜찮아요♥ 주인님♥ 사정할 때까지 【좋아】라고 속삭여 드릴 테니까요♥ 【좋아】 【좋아】 【좋아】♥ 주인님은 【좋아】라고 속삭여지는 걸 【너무 좋아】해♥ 속삭여지면 기분이 좋아져버려♥ 지금까지 몇 배나 더 기분이 좋아져버려♥”
“【좋아】♥ 【너무 좋아】해요♥ 【좋아】♥ 【좋아좋아】♥ 주인님은 【좋아】라고 속삭여지면 기분이 좋아져버려♥ 지금까지 느낀 어떤 쾌락보다, 최고의 쾌락보다 【좋아】라고 속삭여지는 쾌락 쪽이 더 기분 좋아♥ 【좋아】라고 속삭여진 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엉망진창으로 전신을 애무당하는 것처럼 기분 좋아♥ 【좋아】는 기분 좋아♥”
“기분 좋은 건 【좋아】♥ 【좋아】는 기분 좋아♥ 이제 지성도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제대로 된 사고 같은 건 할 수 없는 주인님도 이제 외우셨죠?♥ 그럼 이걸로 끝장을……♥ 그 말로 끝장을 내드릴게요♥”
“루리 일행에게 져버려♥”
“루비 일행에게 져버려♥”
“자♥”
“자자♥”
“자아……♥”
“자~~~~아……♥”
““주인님, 【너어무 좋아해】……♥♥♥””
도퓨♥ 도푸도푸도푸퓨르르윽……♥
“히, 아, 아아아아……♥♥♥”
그것이 방아쇠였다. 【좋아】로 뇌 속이 다 녹아버리고, 두 사람의 손바닥에 스스로 성기를 문질러대며 두 사람의 속삭임을 마지막으로 내 인내심은 한계를 맞이했다.
지금까지의 참 보이스와는 명확히 다른 쾌감. 마치 온몸이 성기처럼 민감해진 것처럼, 달콤한 속삭임만으로 전신이 범해지며 사정했다.
멈추지 않는 사정. 끝나지 않는 쾌감. 두 메이드의 악마 같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백탁액을 계속 흘려보냈다.
“사정하느라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마왕성에서의 사정, 기분 좋으셨나요?♥”
“물어볼 필요도 없겠죠♥ 기분 좋으셨죠, 주인님♥ 아니면 용사님, 이라고 부르는 게 나으려나?♥”
얼마나 사정하고 있었을까. 얼마나 그 쾌감에 잠겨 있었을까. 두 메이드의 그런 말에 문득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용사였다. 이곳은 마왕성이었다. 왜 그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지. 왜 이런, 나는 적에게 사정당하고 있는 거지. 마비당해 있었다고는 해도, 봉인당해 있었다고는 해도…… 이런…….
“어쩔 수 없죠♥ 왜냐하면 주인님, 마비도 봉인도 풀린 줄도 모를 정도로 루리 일행에게 빠져 있었잖아요♥”
“하, 에……? 풀려, 있다고……?”
“당연하죠♥ 왜냐하면 주인님, 허리를 비비 꼬며 반응하거나 고추를 손에 문질러댔잖아요♥ 그만큼 움직이면서 마비가 풀린 것도 모르다니……? 너무 바보가 되셨네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쾌감에 녹아 힘이 빠져 있었기 때문일까? 이런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쌍둥이에게 빠져 있었던 건가? 아니, 그래도 이런 간단한 사실을 모를 리가…….
“어쩔 수 없죠, 루비 언니♥ 왜냐하면 주인님을 바보로 만든 건 저희잖아요♥”
“맞아 루리♥ 루비가 너무 심하게 했나 봐♥ 죄송해요 주인님♥ 루비 일행이 주인님의 지성, 녹여버렸는데♥”
“……에, 아……?”
방금 루리는 뭐라고 했지? 바보로 만들었다? 지성을 녹였다? 루비와 루리가? 나를? 어떻게? 애초에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쿠훗♥ 상상보다 더 바보가 되셨네요♥ 주인님♥ 그럼…… 주인님께 문제 낼게요♥ 9+6은 몇일까요?♥”
“9+6이야? 주인님♥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 설마 틀리지는 않겠지?♥”
당연하지,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때 나는 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할 터였다. 바로 대답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고를 돌리려 하자 갑자기 사고를 방해하듯 루리와 루비의 망상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계산을 방해하듯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보여주며 귀엽게 윙크하는 루리. 이쪽을 바보 취급하는 듯한 미소를 띠며 메이드복을 헤치고 가슴 골을 보여주는 루비. 기억에 그런 그녀들은 없는데 뇌 속의 루리와 루비가 사고를 방해한다.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쨌든 문제에 답해야 한다.
어라. 9 더하기 6. 즉 아까처럼 나누면 돼서. 루리의 팬티♥ 아니야. 그러니까 6을. 어라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루비의 가슴♥ 아니야. 어라 뭘 더하고 뭘 어쩌더라. 9 더하기, 아♥ 거기, 약한 곳♥ 안 돼♥ 집중해야 해♥ 어쨌든 더해야 해♥ 9랑, 어라♥ 루리 안 돼♥ 팬티 그런 식으로 보여주면 안 돼♥ 아냐♥ 멋대로 상상하면 안 돼♥ 9랑…… 아♥ 루비 그만해♥ 가슴 얼굴에 밀어붙이지 마♥ 아, 니야♥ 그런 거 망상할 때가 아냐♥ 어쨌든 9를 더하면 되는 거야♥ 9에 9를 더하면♥ 어라♥
“시, 십, 팔……?♥”
“푸흡♥ 전혀 틀렸어요♥ 주인님♥ 9+6, 답은 15랍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를 틀리다니♥ 게다가 뭘 상상하고 있었던 걸까?♥ 또 고추 커져 버려서……♥”
“에, 아, 아아아……♥”
지적당한 대로 사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성기는 아플 정도로 발기해 있었다. 그런 망상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하다. 문제는 그런 뻔한 문제를 틀렸다는 것. 그리고 생각하려 하면 할수록 마치 뇌가 그것을 방해하듯 음란한 망상을 멈출 수 없게 된 것. 이래서는 정말로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서, 설마.”
“쿠훗♥ 주인님도 눈치채신 모양이네요♥ 그래요♥ 주인님은…… 루리 일행의 이 혀로…… 레……♥…… 정말로 바보가 되어버린 거예요♥”
“자, 주인님의 귀를 범하던 루비 일행의 혀……♥ 좀 더 보세요, 괜찮아요♥ 이 혀가…… 주인님의 지성을…… 아……♥ 핥아 녹여버린 거랍니다……♥”
“히, 이이이이이……♥ 어, 째서……♥”
입을 콰악 벌리고 혀를 낼름거리며 보여주는 두 사람. 단지 그뿐인데 그것을 본 순간 귓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해방되었을 터인데. 귀를 빨리고 있는 감각이 되살아나 사라지지 않는다. 구츄구츄 외설적인 물소리가 뇌 내에서 반향한다. 사라지지 않는다. 귀를 손으로 막아도 음란한 음색과 촉촉한 혀의 부드러운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점점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아무것도 당하지 않고 있는데. 아무것도 당하지 않고 있을 터인데.
“주인님의 지성을 핥아 녹일 때…… 듬뿍 루리 일행의 음독 타액을 주인님의 뇌수에 스며들게 해버렸으니까요♥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주인님의 뇌수는 더 루리 일행에게 유린당하고 싶어서 음란한 기억을 재현해버리게 된 거예요♥”
“루비 일행의 음독이 스며들면 스며들수록 야한 짓을 당하고 싶어질 뿐만 아니라, 야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야한 짓을 해준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헤롱헤롱해져 버려서, 결국에는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답니다……♥”
“말하자면 주인님은 바보가 된 데다 자신의 뇌수에게 배신당해버린 거예요♥ 가뜩이나 머리가 나~~빠졌는데, 생각을 하려 하면 할수록 뇌수는 멋대로 음란한 망상을 시작해버리고……♥”
“야한 유혹을 당하면 조금이라도 그 쾌락을 환각이나 환청, 환촉이라는 형태로 재현해버려요……♥ 무엇보다 주인님의 뇌수는 이미 루비 일행에게 헤롱헤롱해서 주인님의 의지보다 루비 일행의 명령을 우선하게 된답니다……♥”
“그런 야한 뇌수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런 구제 불능인 뇌수로 변해버린 거야♥”
그럴 수가.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일 텐데,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두 사람을, 루리 쨩과 루비 쨩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 멈추지 않고 야한 망상을 멈출 수가 없어서. 안 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었을 텐데. 방금 전까지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기억해낼 수가 없어. 기억해내려 할수록 망상이 멈추지 않아.
안 돼. 큰일이야. 어떻게든 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어. 무언가, 무언가 수를 써야……♥
“딴생각하고 있나요? 안 돼요♥ 주인님은 이대로 루리 일행의 인형이 되는 거니까요♥”
“의미 없는 생각 하고 있어? 무의미해♥ 주인님은 이제부터 루비 일행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가 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다시 두 사람의 입이 귓가로 다가온다. 입을 살짝 벌리는 물소리. 그 미세한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콤한 숨결. 그것만으로 내 사고는 다시 하얗게 변하고. 공포에 온몸에 힘을 준다. 온다.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할 작정이다. 견뎌야 해. 견디고, 그리고………
““【조~~~아】♥ ♥ ♥ ♥””
도푸…… 도쿠도쿠도쿠도퓨우우우……♥
“헤, 아, 아아아아앗!!??♥♥♥”
다음 순간 나는 사정했다. 아니, 사정하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져지지도 않았는데 내 성기는 정액을 쏟아냈다. 영문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했던 건 고작 몇 초. 그 뒤 뒤늦게 습격해온 것은 압도적인 쾌락이었다. 귀가. 뇌가. 전신이. 마치 쾌락이라는 꿀에 몸 안팎을 동시에 절여버린 듯한, 달콤하고 기분 좋고 행복한 감각이 폭력적일 정도로 밀려들어 왔다.
“기억하시나요? 주인님♥ 주인님은…… 【좋아】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하게 돼♥ 주인님은 【좋아】라고 속삭여지면 기분이 좋아져버려♥ 지금까지 느꼈던 어떤 쾌락보다 최고의 쾌락보다 【좋아】라고 속삭여지는 쾌락 쪽이 더 기분 좋아♥”
“루리와 루비의 손에 뿌쥭뿌쥭 쌀 때의 속삭임……♥ 사정 직전의 뇌수에 똑똑히 새겨 드렸으니까요♥ 주인님을 배신한 뇌수 씨는 루비 일행의 그 분부를 잘 지키고 있어……♥ 【좋아】하는 저희를 위해서 지키고 있어♥”
“그리고 주인님이 지금까지 느낀 쾌락 중에 최고의 쾌락이란…… 사정의 쾌락이죠?♥ 그러니까 주인님은 【좋아】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만으로 사정할 때의 쾌감이 전신을 덮쳐서…… 사정해버리는 거예요♥”
“아, 그래도 아까 손으로 느낀 절정보다 기분 좋은 【좋아】의 절정을 맛봐 버렸으니 다음 【좋아】의 절정은 훨씬 더 기분 좋아질 거야♥ 【좋아】라고 속삭여지는 것만으로 몇 번이고 절정……♥ 이런 게 【좋아】하는 거지? 주인님♥”
“아♥ 아♥ 아♥ 아♥”
몇 번이나 절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의 말을 이해할 여유도 없다. 그녀들이 【좋아】라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절정하고, 행복감에 뇌가 타버리고, 애모로 이성이 썩어가고, 절정의 쾌감으로 사정한다. 참으려고 힘을 줘도 사정하는 순간에는 멋대로 힘이 풀리고, 사고를 돌리려 하면 루리와 루비의 망상이 환영이 되어 덮쳐온다.
좋아. 행복해. 좋아. 좋아. 좋아. 행복해. 좋아.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너무 좋아.
나라는 무언가가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나라는 존재를 루리 쨩과 루비 쨩이 마음대로 덮어씌워 간다.
“이제부터 주인님은 루리 일행의 부탁을 거역할 수 없어요♥ 어떤 부탁이라도 【좋아】하는 루리 일행을 위해서 따르게 된답니다♥”
“이제부터 주인님은 루비 일행을 향한 애모가 사라지지 않아요♥ 어떤 때라도 루비 일행을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 넘쳐나게 된답니다♥”
“인간 따위 지키지 마세요♥ 주인님은 루리 일행을 지키는 히어로님♥ 【너무 좋아】하는 여동생을 지키는 건 당연하니까요, 그쵸?♥”
“주인님에게 있어 적은 인간♥ 마왕님이 주인님의 적일 리 없으니까요, 그쵸?♥ 【너무 좋아】하는 루비 일행의 주인이신 마왕님이 적일 리 없잖아요♥”
“【좋아】하는 만큼 【좋아】로 덧씌워져 버리네요♥ 그래도 【너무 좋아】하는 루리 일행에게 형편 좋은 바보가 될 수 있는 거, 기분 좋으시죠?♥”
“【좋아】로 절정하는 동안 【좋아】로 가득한 뇌수 개조를 당하는 거 기분 좋죠?♥ 【너무 좋아】하는 루비 일행의 인형이 될 수 있는 거, 행복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좀 더 【좋아】해줘♥ 자, 좀 더 야한 루리 일행을 망상해 주세요♥ 손키스로 매료시키거나 팬티 노출로 매료시키는 루리 일행을 망상하며 더 【좋아】하게 돼요♥”
“그러니까 좀 더 【좋아】하게 되렴♥ 좀 더 음란한 루비 일행을 상상해봐♥ 윙크로 매료시키거나 가슴을 보여주며 파후파후 해주는 루비 일행을 상상하며 더 【좋아】하게 되렴♥”
“아……♥ 아……♥ 아……♥”
의식이 멀어져 간다. 무한 절정과 좋아좋아 세뇌로 내 의식이 재작성되어 간다. 분명 지금 의식을 놓으면 나는 더 이상 나로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평생 연심에 갇혀 두 사람의 장난감이 될 것이다. 패배하는 것이다. 인류를 배신하고 분명 마왕군에게 이용당하는 노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루리 쨩과 루비 쨩이 주는 행복감 말고는, 기분 좋음 말고는, 좋아한다는 기분 말고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쏟아져 들어오는 마성적인 쾌락을 나는 그저 계속 받아들였다.
“【좋아】♥”
“주인님, 【좋아】해요♥”
“【좋아】해요, 주인님♥”
“그러니까 좀 더 【좋아】하게 되렴.”
“【조~~~아】♥”
“【좋아】♥”
“【좋아】하게 돼라♥”
“【좋아좋아】♥”
““【너어무 좋아해】……♥♥♥””
“그러니까……” “자아……”
“인류를 배신하고 사정해줘♥ 【너무 좋아】하는 주인님……♥”
“루비 일행의 바보 같은 인형이 되렴♥ 【너무 좋아】하는 주인님……♥”
“…………♥”
***
그 후.
쥬에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자는 없다.
마왕군에 쳐들어간 용사는 그곳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용사의 길을 열기 위해 밖에서 싸우던 이들도, 후에 보내진 원군도 모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쥬에스가 마왕에게 졌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죽었다라는 의견은 실상 적었다.
마왕군에게 붙잡혔다고 생각하는 자.
마왕군에게 봉인되었다고 고찰하는 자.
마왕군에게 입은 상처를 어딘가에서 치유하고 있기를 바라는 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용사 쥬에스는 죽지 않았다고 아직 한 줄기 희망에 매달리는 자가 많았다.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국가들을 멸망시키고 있는 것이 마족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용사 쥬에스가 지금도 마왕성에 스스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사람들이 의지하는 용사 쥬에스는 쌍둥이 메이드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바치며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