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마의 오디션
재개발이 한창인 제7부도심, 그중에서도 유독 높게 솟아오른 전면 유리 마천루…
오늘 이곳, 메탈 로보틱스 본사에서는 어떤 심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로봇 제조 판매사로서는 국내 굴지인 이 회사가 야심 차게 발표할 신제품의 이미지 걸 오디션이었다.
평소라면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바쁘게 오갈 본사 홀은, 묘령의 여성 모델들이 핑크색 레오타드를 입고 독특한 긴장감을 뿜어내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하나같이 늘씬하게 뻗은 팔다리에,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이들뿐이다.
―――인간형 작업 로봇이 일반 승용차 가격대까지 내려온 지도 꽤 지난 요즘.
어느 분야에서나 작업을 보조하는 전용 로봇이 보급된 가운데, 메탈 로보틱스 사는 그동안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며 업계를 리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라이벌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에 시장에 투입된다고 소문난 것이 바로, 기존에는 각각 단독 제품이었던 ‘가정 내 작업용’과 ‘유저의 성욕 처리용’ 기능을 합친 복합형 신형 안드로이드였다. 한 대만으로도 각각의 성능이 기존 제품을 훨씬 웃돌고, 외관 또한 슈퍼 리얼 타입에 버금가는 섬세함을 갖췄으면서도 저가격이라는 전략 상품.
그 신제품…… 코드네임 ‘돌 슬레이브(Doll Slave)’라 불리는 신형 로봇은 아직 실제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소문대로의 물건이 출시된다면 현재의 시장 판도를 크게 뒤집을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타사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로보틱스 사 역시 이번 신형에 사운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홍보 규모도 전례 없이 거대해서, 과거와 비교해도 자릿수가 다른 광고비가 투입될 예정이라 한다. 전국을 도는 대규모 이벤트 캐러밴과 화려한 전속 이미지 걸, 그리고 그녀들에 의해 각지에서 공개될 신형 로봇…
몇 안 되는 이미지 걸 자리에 발탁되기만 하면 개런티나 지명도 상승 등 모델로서 얻을 이득은 헤아릴 수 없기에, 이번 오디션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함의 극치를 달렸다. 이미 2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서류 심사에서 걸러진 상태다.
오늘 2차 심사에 참가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선택된 각 기획사의 정예 유망주들이며, TV 프로그램이나 CF에서 본 얼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오전에 치러진 2차 심사에서는 몇 명씩 묶어 집단 면접을 진행했고, 경력과 실적을 고려해 인원은 다시 수십 명으로 좁혀졌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부터 시작될 3차 심사를 위해, 임시 대기실이 된 회의실에는 엄선된 모델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화장대 앞에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와중, 유독 눈에 띄는 서늘한 눈매의 슬렌더 미녀.
그녀의 이름은 혼조 유미코… 이번 오디션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인기 모델 중 한 명이었다. 이미 심야 방송 등에서 고정 출연 경험이 있어 그쪽 업계에서는 인지도도 꽤 높다.
“유미코 선배!”
유미코가 한숨 돌리며 옆을 보자, 젊은 여자가 곁에 앉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미유키도 2차 통과했구나? 잘됐다, 축하해!”
그녀는 같은 소속사 후배인 타카라베 미유키였다. 미유키는 모델치고는 다소 아담하지만, 귀여운 매력으로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었다. 유미코는 이 붙임성 좋은 후배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선배 조언 덕분에 면접도 잘 넘겼어요! …그나저나 선배, 3차 심사 자유 연기는 뭐로 하실 거예요? 역시 자신 있는 모던 발레인가요?”
“응, 맞아. 미유키는 늘 하던 일본 무용?”
“음~ 이번엔 재즈댄스라고 적었어요. 상품 종류를 생각해서요. 근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사람은 잠시 3차 면접을 위한 전략을 이것저것 짜냈다.
“…그런데 선배, 아까 들었는데… 3차 심사에 스도 레이카도 남았대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이는 미유키. 콧잔등을 찌푸리며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짓는 게 우습다.
“어머, 그래… 뭐, 딱히 레이카 씨가 있어도 상관없잖아.”
유미코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지만, 속내 복잡했다. 그도 그럴 게, 스도 레이카라는 여자는 유미코와는 다른 모델 에이전시 소속으로, 말하자면 라이벌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유미코와 레이카는 업계 입문 시기도 비슷해서인지 예전부터 오디션 등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레이카는 이름처럼 화려한 걸 좋아하고 공격적인 성격인데, 그런 캐릭터가 역효과를 내서 유미코에게 일감을 뺏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현재는 일의 급에서 적잖은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그 때문에 눈엣가시인 유미코를 향한 레이카의 견제는 날로 심해졌고, 특히 최근의 태도에는 그 유미코조차 질려버릴 지경이었다.
“아까도 저 째려보더라고요! 아직도 그 여자, 선배 때문에 TV 고정 잘렸다고 생각하나 봐요…”
“분명 기분 탓일 거야. 서로 각자 열심히 하자.”
입을 삐죽거리는 미유키를 유미코는 상냥하게 달래며 슬그머니 시계를 보았다. 슬슬 3차 심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아, 벌써 시간이네. 그럼 먼저 갈게.”
파이팅! 하는 응원을 받으며 의자에 걸쳐뒀던 점퍼를 어깨에 걸친 유미코는 대기실을 나섰다.
개인 면접이 진행되는 3차 심사장은 대기실 위층이었다.
2차 통과자들에게는 미리 대략적인 실시 시간이 통보되었고, 순차적으로 회장으로 이동해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있었다. 유미코는 집단 면접 때 입었던 레오타드 차림 그대로 엘리베이터 홀에 홀로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코 씨! 여기 계셨군요. 드디어 만났네, 한참 찾았어요~”
“아… 카, 카시와기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여긴 어쩐 일로?”
등 뒤에 서 있던 건 카시와기 다이사쿠라는, 예전에 모 대형 광고 대행사에 근무했던 유미코의 지인이었다. 안경을 쓴 중키에 배가 약간 나온, 경박해 보이는 타입의 남자. 고생을 안 했는지 얼핏 보면 동안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유미코는 신인 모델 시절부터 그와 몇 번이나 일을 같이한 사이지만, 카시와기는 처음부터 유미코에게 꽤나 집착하며 클라이언트라는 입장을 이용해 끈질기게 추파를 던지고 교제를 은근히 강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공과 사의 구분을 철저히 하는 유미코에게 카시와기는 그 끈적거리는 성격이나 외모나 정말이지 딱 질색인 상대였다.
결국 카시와기가 스토커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게 되자, 사태를 심각하게 본 모델 에이전시 측에서 ‘소중한 탤런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다’며 대행사 쪽에 잘 이야기해 무마시킨 사정이 있었다. 그 이후로 카시와기와 유미코가 일을 같이할 기회도 줄어들었고, 관계도 점차 소원해졌는데…
그 카시와기가 웬일인지 눈앞에 있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덜컥 겁이 난 유미코는 하이힐 신은 발이 꼬일 뻔하며 황급히 목례를 했다. 카시와기가 한 발 다가오자, 힐을 신은 유미코가 그보다 조금 더 컸다.
“너무하네 유미코 씨, 나 여기 로보틱스로 이직했다고 전에 말했잖아요! 섭섭하게…”
“그, 그랬던가요, 죄송해요.”
여전한 저 능글맞은 미소에 유미코는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그러고 보니… 문득 그가 예전에 뒤풀이 자리에서 “우리 부모님이 메탈 로보틱스 주주야”라고 자랑스레 떠벌리던 게 기억났다. 또 모델 에이전시 쪽으로도 얼마 전 카시와기가 광고 대행사를 퇴사하고 어딘가로 이직했다는 인사 엽서가 왔던 것 같기도 하고… 워낙 관심 없는 이야기라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당황하는 유미코에게 카시와기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명함을 건넨다. 명함에는 거창한 직함이 박혀 있었다.
“전 말이죠, 지금 여기 로보틱스 사에서 기획부장 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신제품 캠페인 총괄하는 것도 사실 저고, 오늘 오디션에는 3차 면접부터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고요.”
“그거 참, 출세하셨네요, 축하드려요…”
의기양양하게 웃는 카시와기에게 유미코는 최대한의 영업용 미소를 보냈다. 그걸 본 카시와기는 흥분한 듯 더욱 말을 쏟아냈다.
“뭐 실제로 이미지 걸을 누구로 할지 최종 판단에는 제 의견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요… 아차, 물론 아는 사이인 유미코 씨라고 해서 봐주진 않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심사는 공평하게!”
“물론이죠, 저도 뽑힐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아하하하하,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두 사람의 건조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아니, 늘 TV 심야 방송은 전부 녹화해두니까 브라운관 너머로는 뵙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그런데 어때요, 오늘 감은 좀 오나요?”
히죽히죽 칠칠치 못한 얼굴로 카시와기는 레오타드 차림의 유미코를 핥듯이 위아래로 훑어본다.
“네… 덕분에… 어떻게든 2차 심사는 통과해서…”
유미코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카시와기의 무례한 품평 시선을 피하듯 걸치고 있던 점퍼를 여몄다.
“안 되죠, 전 심사위원인데 그런 멋없는 재킷으로 가리다니. 제대로 벗어주세요.”
“네…?! 하, 하지만…”
유미코는 순간 당황했지만, 카시와기가 자신만만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재킷을 벗었다.
“아, 알겠습니다… 자, 자요… 보세요.”
재킷 아래로 드러난 것은 핑크색 레오타드에 감싸인, 균형 잡힌 완벽한 보디였다. 이 조형미를 코앞에서 보고는 그 카시와기도 꿀꺽하고 천박한 목 넘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재킷은, 그래, 바닥에 두고… 손은 양옆에 딱 붙이고, 그래… 차렷 자세로. 그대로 한 바퀴 돌아봐요.”
살짝 근육이 잡힌 등이나 톡 튀어나온 엉덩이를 무심코 만지고 싶은 걸 꾹 참는 카시와기.
“…음, 역시 유미코 씨는 훌륭해. 다음은 양팔을 머리 뒤로 돌리고. 다리를 좀 더, 마음껏 벌려봐요…”
“이, 이렇게요…?”
유미코는 시키는 대로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팔을 요염하게 머리 뒤로 돌렸다. 그라비아 화보처럼 포즈를 취하는 유미코의 몸을, 카시와기는 지시를 핑계 삼아 몇 번이고 터치해댔다.
“피부가 곱네요… 스타일도 좋고. 가슴을 더 펴고, 그래, 예술적인 보디라인이야. 근데 가슴은 좀 볼륨이 부족한가? 와하하.”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시선 강간을 당하니 발가벗고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유미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도 없어 그저 묵묵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카시와기는 유미코의 레오타드 차림을 충분히 감상하고는 기분 좋게 자리를 떴다. 남겨진 건 피로감에 털썩 힘이 풀린 유미코뿐이었다.
‘(안 돼… 중요한 면접 전에 이런 일로… 마음을 다잡아야 해…!)’
완전히 페이스가 흐트러진 유미코였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고 면접장 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로 나가자 방 앞에는 의자가 몇 개 놓여 있고, 4명 정도의 2차 통과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미코가 도착함과 동시에 안에서 면접을 마친 여자가 나오고, 교대로 다음 여자가 들어갔다.
“12번, 재팬 모델 매니지먼트 소속, O무라 O코, 들어갑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실내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유미코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진행 요원의 목소리에 번쩍 눈을 뜬 유미코는 결심을 굳히고 일어나 면접실로 걸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그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또렷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20번, 비너스 에이전시 소속, 혼조 유미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면접실 내부는 널찍하고 삭막한 방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회의실 정면에 간소한 무대와 가로로 긴 간이 테이블이 놓여 있고, 거기에 앉은 몇 명의 심사위원과 곁에 선 젊은 진행 요원 한 명이 유미코를 주시하고 있다. 그들 뒤에는 큰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참가자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심사위원은 5명, 남성 4명에 여성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뜨거운 시선에서 진지함이 여기까지 전해져 왔다.
유미코는 또각또각 경쾌하게 중앙까지 걸어간 뒤, 허리에 손을 얹고 모델 포즈로 멈춰 섰다.
“그럼… 혼조 유미코 씨, 자기소개부터 부탁합니다.”
진행 요원의 지시에 “네!” 하고 웃으며 대답하고 자기 어필을 시작하는 유미코. 키와 스리 사이즈 데이터부터 시작해 학창 시절 리듬체조 경험이 있다는 것, 자유 발표 종목 등을 이야기하고 무대 경험이나 TV 출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대로 무대 위에서 빙그르르 돌며 전신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준다. 일본인 같지 않게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다리와, 아담하지만 맵시 있게 솟은 가슴, 매력적으로 튀어나온 풍만한 힙 라인… 여전히 완벽한 프로포션에 심사위원들의 눈은 못 박힌 듯 고정되었고, 한 명은 무심코 숨을 삼켰다. 과연 유명 모델의 관록이랄까.
질의응답 도중, 유미코는 쓱 실내를 둘러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상하네, 카시와기 씨가 안 보여…)’
방금 전 거창하게 떠들고 사라졌으니 당연히 심사석에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는 사이 질의응답이 끝나 유미코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유 연기인 모던 발레로 넘어갔다. 긴 팔다리를 우아하게 움직이며 하이힐을 신은 불안정한 상태 그대로 제자리에서 한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려 유연성을 어필한다.
‘(…자기가 이벤트 책임자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나? …여전히 엉터리 같은 남자네…)’
직전에 쓸데없는 압박이나 주고, 실컷 눈요기나 해대더니 정작 심사와는 무관하다니…! 카시와기의 그 뻔뻔함에 온화한 유미코도 드물게 분개했지만, 결코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춤을 소화해 나갔다.
춤도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긴 두 다리를 180도 세로로 찢어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붙인 포즈를 취한 유미코에게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말을 걸었다.
“몸이 유연하군요. 이력서를 보니 리듬체조 말고 기계체조 경험도 있네요.”
“네, 학창 시절에 조금 배웠지만 사정이 있어 그만뒀습니다.”
“그걸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군요. 잠깐 앞으로 나와서 해보시겠습니까?”
딱히 의심 없이 유미코는 “네” 하고 대답하며 단상을 내려와 앞으로 나갔다.
“…그 위치면 됩니다. 거기서 물구나무서세요.”
“네? 무, 물구나무요?”
“네, 물구나무요. 못합니까?”
“아, 아뇨… 하겠습니다.”
유미코는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재빨리 물구나무를 섰다. 균형 잡힌 완벽한 도립이었다.
“다음은… 그대로 좌우로, 양다리를 벌려보세요. 유연성을 보고 싶습니다.”
“다리…를… 벌리라고요?”
“네, 이건 이미지 걸 선발에 관련된 중요한 심사 기준입니다. 정 무리라면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 유미코는 짧은 판단 끝에 천천히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어, 어떻습니까…”
2m 정도 높이의 육체 조각상이 예술품 같은 두 개의 곡선 다리를 천천히 균형을 잡으며 딱 ‘T’자 모양까지 내리고는 거기서 정지한다. 발군의 프로포션을 가진 미녀가 홀로 방 안에서 레오타드 차림 그대로 물구나무서서 다리를 찢고 있는 모습은, 설령 오디션 면접이라 해도 일종의 기이한 광경이었다. 주위에 정장 차림의 인간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더더욱.
유미코의 전신 근육은 긴장하고, 얇은 피부 표면에는 근육의 요철이 도드라져 육체 표본 같은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곁에서 봐도 그녀가 힘겨워하는 건 일목요연했다.
“힘들어 보이네요. 쓰러지지 않게 우리가 잡아주죠.”
“네? 아뇨, 괜찮습니… 으윽! 앗, 아, 아아아…”
양쪽 심사위원에게 갑자기 그 가느다란 발목을 잡힌 유미코는 좌우로 억지로 다리가 당겨지며 신음했다. 지금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던 사타구니가 한계까지 벌어진다. 은밀한 곳을 가린 얇고 부실한 레오타드 천도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그 중심에 있는 유미코의 치부는 부끄러운 돌기나 윤곽이 훤히 드러났다.
심사위원들도 너무나 에로틱한 정경에 무심코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릴 뻔했다.
“각선미가 죽이네, 역시 유명 모델다워.”
“이번 신형 로봇한테 이벤트에서 똑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대로 심사위원들은 유미코의 최상급 보디를 마음껏 감상하며 제멋대로 감상을 지껄이고, 거리낌 없이 그녀의 배나 다리를 만져대기도 했다. 이 육체 유린은 1분 넘게 이어졌고, 유미코의 근육이 한계에 다다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심사위원들은 잡고 있던 발목을 놓아주었다. 갑작스러운 해방에 지지대를 잃고 균형이 무너진 유미코는 심사위원들 앞에 개구리처럼 엎드린 도게자 포즈로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헉헉거리며 어깨로 숨을 쉬는 유미코.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 후에 의무실에서 간단한 건강 체크 문진을 받으세요. 끝나면 면접은 모두 종료입니다. 그대로 대기실로 돌아가 옷 갈아입고 기다리세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비틀비틀 일어선 유미코는 겨우겨우 목례를 했다. 물구나무 수평 다리 찢기는 꽤나 체력을 소모한 듯했지만, 어쨌든 면접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미코는 방을 나섰다.
유미코가 열심히 면접을 보고 있던 바로 그때…
거기서 두 방 정도 떨어진 별실의 캄캄한 실내에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대형 모니터 빛을 앞에 두고 두 남자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막 그 화면에 비치고 있는 건 매혹적인 유미코의 다리 찢기 물구나무서기다. 거꾸로 된 생생한 육체 조각상을 바라보며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중얼거린다.
“대단하네요… 저렇게 시키는 대로 뭐든 포즈를 취하는 겁니까?”
“뭐, 오디션이니까… 저 정도 요구라면 하겠지, 쟤라면.”
씨익 웃으며 대답하는 건 문제의 카시와기 다이사쿠다.
“하지만… 과연 육감적인 좋은 몸매를 하고 있네요. 허리둘레나 골반도 풍만하고, 확실히 이번 계획에는 딱일지도.”
카시와기 옆에 선 흰 가운의 인물은 야마우치 타쿠야, 메탈 로보틱스 사 제3개발부 부장을 맡고 있었다. 마른 장신에 젊은 기술자다운 풍모가 신경질적인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수염이 거뭇하게 자란 턱을 연신 쓰다듬으며 유미코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면접실에서 조금 떨어진 이 방에 진을 치고 기자재를 잔뜩 들여와 동시간대에 진행되는 오디션을 몰래카메라로 중계 중이었다. 카메라는 방 벽에 있는 매직미러 뒤나 천장 조명 기구 등 외에도 심사위원 자신의 안경에도 초소형 카메라를 심어두어, 오디션 상황을 이 방에서 낱낱이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유미코의 면접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유미코의 면접도 끝나고 별도 모니터에 다음 참가자가 비치자, 카시와기는 인컴 마이크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연락했다.
“이제 됐어, 수고했다. 통상 심사로 돌아가.”
카시와기의 말을 듣고 화면에 비친 심사위원은 안경다리에 손을 얹어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유미코에게 다리 찢기 물구나무를 시킨 것도 사실 카시와기의 요청이었던 모양이다.
한편, 유미코의 행선지를 쫓던 야마우치는 의무실에 설치한 별도 카메라에 그녀가 비치는 걸 보았다.
“오, 의무실에 왔군.”
씨익 웃으며 다시 마이크로 지시를 보내는 야마우치.
“좋아, 피곤해 보인다느니 적당히 둘러대고 ‘그 주사’를 놔버려…”
그의 지시에 따라 의무실 여의사가 유미코를 반강제로 설득해 침대에 눕히고 링거 준비를 시작하는 게 보인다.
“…좋아, 다소 의심하더라도 꽂아버리면 우리 세상이지.”
“이걸로 어떻게든 준비는 맞출 수 있겠군.”
침대 위에서 불안한 듯 링거를 맞는 유미코의 모습을 모니터 너머로 지켜보는 야마우치와 카시와기. 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모니터 저편에서는 누워 있는 유미코가 지나치게 큰 링거 병을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카시와기 다이사쿠는 유미코에게 평판은 최악이었지만, 외모와 달리 업무 실력은 보증수표였고 의외로 야심가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야마우치 타쿠야 역시 젊은 나이에 중요 직책에 오를 만큼 실력을 겸비한 천재형 기술자다.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묘하게 죽이 잘 맞았고, 같은 회사에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큰 프로젝트를 몇 번이나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항상 검은 의혹이 따라다녔다…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보통 사람이라면 주저할 만한 일도 간단히 도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버리는 타입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카시와기가 기획부, 야마우치가 개발부의 각 부장에 취임한 기세를 몰아 어떤 악행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유미코는 자신에게 드리우는 검은 먹구름을 현재로선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링거를 통해 한 방울 한 방울 자신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 액체가 자신을 어떤 운명으로 떨어뜨릴지 알 턱이 없었다.
제2장 아르바이트의 덫
"그럼 합격자를 발표하겠습니다. …6번, 9번, 18번, 26번, 40번 분, 이상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전원의 면접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선정 회의가 열렸고, 그날 안으로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주최 측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번호가 호명되자, 대기실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자그마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감스럽게도 유미코의 번호는 불리지 않았지만, 미유키는 합격했고, 그 외에 그 스도 레이카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합격자들은 기쁨에 젖어 주최 측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고, 탈락한 이들은 말없이 서둘러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선배… 아쉬워요. 붙는다면 무조건 선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후, 어쩔 수 없지 뭐. 미유키야말로 이 기회 꽉 잡아서 열심히 해!"
유미코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슬픈 듯 고개를 숙인 미유키를 배웅했다. 그러고는 덩그러니 혼자 남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유키한테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 일이 안 들어오면 이번 달은 정말 빡빡한데….)'
유미코의 속내는 복잡했다. 사실 그녀에게는 이번 로보틱스 측에서 이미지 걸로 내정되어 있으니 꼭 해달라는 언질이 있었고, 그 때문에 모델 에이전시 측에서도 향후 스케줄을 일부러 비워두고 조정했던 터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딴판이었다. 내일부터 당장 수입이 급감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마도 에이전시에 부탁해서 단발성 일감을 우선적으로 잡아달라고 하고, 모자라면 저금을 깨서… 어떻게든 다음 큰 건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유미코는 멍하니 생각에 잠긴 채, 우울한 표정으로 복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로비로 내려선 유미코가 웅성거리는 인파 속으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남자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혼조 유미코 씨 맞으시죠? 방금 오디션에 참가하셨던…."
가볍게 숨을 고르며 말을 건네는 남자는 정장 차림에 듬성듬성 수염이 난, 낯선 장신의 사내였다.
"네… 저기, 누구시죠?"
고개를 갸웃하며 얼굴을 쳐다보는 유미코에게, 남자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메탈 로보틱스사 제3개발부 본부장 야마우치 타쿠야'라고 적혀 있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일과 관련해서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없을까요? 유미코 씨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딱히 수상한 느낌은 들지 않았기에, 유미코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1층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웨이트리스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나자, 야마우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실은 말이죠, 유미코 씨가 꼭 좀 해주셨으면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요."
"네, 어떤 아르바이트인가요…."
테이블 위에 손을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유미코 앞에서, 야마우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음, 아까 명함 드린 대로 저는 이 회사 개발부에 있습니다만. 그런데 화제를 좀 돌려서, 이번 이미지 걸 모집과 관련해서 어떤 신제품인지 알고 계셨습니까?"
"아, 네… 분명, 가사 도우미로도 쓸 수 있고, 밤 시중도 들 수 있는 양용 로봇이라는 얘기였는데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로봇 말이죠, 기본적으로 남성용이거든요. 물론 여성도 쓸 수는 있습니다만, 뭐랄까, 외관이 여성형 로봇이라서요."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여성용 남성형 로봇도 투입하자는 안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데이터를 채취할 여성이 부족한 실정이라서요."
"아아."
…야마우치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로보틱스사는 혼자 사는 외로운 여성을 타깃으로 남성형 안드로이드를 투입하고 싶지만, 예민한 여성의 밤 시중을 드는 로봇을 만들자니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그래서 유미코에게 부디 성감 데이터를 채취하게 해줄 수 없겠냐는 제안이었다.
"남자의 성욕 처리라는 건 어떤 의미에선 단순하거든요. 극단적으로 말해 구멍만 있으면 충분합니다만… 이게 여성의 경우라면 여러 가지 미묘한 요소가 얽혀서 간단치가 않아요. 여자분들은 무드를 중요시하고, 예민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임상 데이터가 필요한 겁니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유미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그쪽 회사에서 로봇을 상대로 섹스하라는 건가요?"
"아뇨! 아뇨, 아뇨, 아닙니다. 밤에 주무실 때, 이 헤드밴드를…."
야마우치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하얀 천 같은 헤드밴드 형태의 기재와 페니스를 본뜬 바이브레이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마침 주문한 커피를 가져온 웨이트리스가 테이블 위에서 시선을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유미코는 조금 부끄러웠다.
멀어지는 웨이트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마우치는 말을 이었다.
"댁에서 주무실 때 이 헤드밴드를 쓰시고, 이쪽 바이브레이터를 질 내에 삽입해 주시면 됩니다. 이게 주무시는 동안 진동하면서 그때의 오르가슴 데이터를 뇌파로 측정해 본사 컴퓨터로 전송하는 방식이거든요."
"…이거, 좀 자세히 봐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헤드밴드와 바이브레이터를 집어 들고 꼼꼼히 살펴보는 유미코.
"댁에 무선 LAN 중계 포인트는 있습니까? 요즘은 보통 다들 있으시죠. 그 헤드밴드는 스위치를 켜면 알아서 링크되고 자동으로 통신 설정을 잡으니까 번거로울 건 없습니다. 시간도 착용자가 잠든 걸 감지해서 1, 2시간 정도만 측정하니까 생활에 지장은 없고요. 장치가 작동하는 건 거의 눈치채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얻어진 데이터는 개인 정보와 분리해서 이용하고, 엄중하게 관리합니다."
"…그걸 얼마나 계속해야 하나요?"
"글쎄요, 1주에서 2주 정도…입니다. 만약 수락해 주신다면 선금으로 지금 여기서 60만 엔을 지불하겠습니다."
"유, 60만 엔이요?"
별로 내키지 않아 하던 유미코는 보수 액수를 듣자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습니다, 60만 엔. 물론 사무실을 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정도는 드려야 지원하는 여성분이 없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야마우치는 슬픈 듯 먼 곳을 바라보며 웃었다.
"게다가 유미코 씨 같은 톱 모델의 데이터는 여러 의미로 귀중하니까, 다른 분들보다 더 얹어드리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답변을 재촉해서 죄송합니다만, 준비 문제도 있고 해서… 가능하면 여기서 즉답을 주셨으면 합니다만…."
…유미코는 다소 고민했지만, 결국 금전적인 사정에 굴복해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간단한 계약서(얻어진 데이터를 상품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내용 등)에 서명하고, 기재와 제법 두툼한 돈다발이 든 봉투를 건네받았다.
"자세한 이용 방법은 매뉴얼이 동봉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언제 시작하셔도 좋지만,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면 반드시 최소 1주일은 계속해 주셔야 합니다. 기재는 번거로우시겠지만 끝나면 반납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르바이트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뭔데요?"
"당사 로봇용으로 의장권을 양도해 주실 생각 없으십니까?"
의장권…이라는 건 상품인 안드로이드에 유미코의 외모를 쓰게 해달라는 뜻이었다.
로봇 기업이 판매하는 리얼 타입 인간형 로봇에는 목적에 따른 다양한 외관 타입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은 계약을 통해 외관 사용 허락을 얻어 스캔한 실존 인물의 형상을 조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로봇화할 때 다소 수정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지만, 모델이 유난히 아름답거나 유명인일 경우 등에는 별도 계약을 맺고 그대로 사용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
이는 완벽한 파츠를 조합해 만든 가상의 존재보다, 실존하는 미남미녀의 미묘한 불균형이 오히려 유저 만족도가 높다는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음… 저… 거기까지는 좀…."
"그렇습니까… 뭐 모델이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그렇죠. 앞으로의 일에 지장이 있을 테니까요."
죄송합니다,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유미코에게 야마우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뇨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델분들도 젊을 때 초상권을 팔고 편하게 은퇴하는 분들이 늘고 있거든요. 유미코 씨 정도의 인기 모델이라면 무변경 사용 허가까지 합쳐서 2, 3천만 엔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혹시 마음 바뀌시면 연락 주세요."
"네, 생각해 볼게요."
그렇게 유미코는 야마우치와 작별을 고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메탈 로보틱스 본사를 뒤로했다―――
"그래서 말이야! 급하게 알바를 하게 됐어! 좀 수상쩍은 일이긴 한데(웃음), 그래도 심야 2주에 60만 엔이면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날 집으로 돌아온 유미코는 밤에 걸려온 미유키의 전화에 의기양양하게 떠들어댔다.
"…응, 응… 맞아. 사무실에는 비밀로 해줘(웃음). 아, 그리고 의장권을 넘기지 않겠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건 거절했어. 난 아직 모델 계속할 생각이고… 응, 요즘은 이름 알리고 나서 의장권으로 한밑천 잡는 사람도 있다더라."
유미코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꽤 오랫동안 통화한 모양이다.
"아, 미유키, 내일 일찍 나가야 하지 않아? …그래, 슬슬 끊자. 그럼 잘 자-"
휴대전화를 끊은 유미코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일어나 잘 준비를 시작했다. 이윽고 받아온 예의 그 기재 세트를 들고 침대로 돌아와 내용물을 꺼냈다.
"…자,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해 볼까!"
유미코는 설명서를 읽으며 헤드밴드에서 뻗어 나온 코드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켠 뒤 머리에 써보았다. 헤드밴드는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 있어 럭비 헤드기어처럼 착용한 채 자도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삐삐삐삐… 작은 전자음이 울리고 빨간색 인디케이터가 깜빡이더니 이내 녹색 READY 표시로 바뀌었다. 아마 무선 LAN과의 자동 링크가 성공한 모양이다.
'(다음은 이거지….)'
유미코는 천천히 바이브레이터를 꺼내 동봉된 로션을 꼼꼼히 발라 충분히 적셨다. 그리고 다리를 벌려 팬티를 내리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왼손으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다.
'(으음… 으….)'
최근 애인과 헤어지고 한동안 뜸했던 유미코의 계곡은 받아들일 태세가 갖춰지는 것도 빨랐다. 오른손으로 꼼꼼하게 틈새를 바이브레이터로 훑자, 금세 갈라진 틈에서 부끄러운 액체가 배어 나왔다.
'(응… 으… 앗… 하으… 굵, 굵어….)'
그대로 푹, 푹, 유미코는 오른손으로 바이브레이터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길고 좁은 질도는 비교적 큰 사이즈의 바이브레이터를 힘들이지 않고 삼키더니 큐, 큐, 하고 조여댔다. 왠지 묘한 기분이었다.
'(이… 이런 기분으론 잠 못 잘지도… 후후후….)'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미코는 침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하루의 피로는 빠르게 그녀를 꿈나라로 유혹해 갔다.
유미코가 평온하게 숨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잠시 후….
――그녀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로보틱스 본사 빌딩 연구실 안.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알람 호출음.
"…! 오, 피험자가 잠든 모양이군."
"헤드밴드, 통신 접속 완료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진동 체크 완료했습니다."
실내가 술렁이는 이곳은 메탈 로보틱스 본사 지하에 있는 제3개발부.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열중하던 연구원 몇 명이 일제히 한 대의 모니터 앞으로 몰려들었다.
"부장님, 바로 시작할까요?"
"아니, 아직 잠이 얕아. 뇌파 레벨이 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서두르는 부하를 제지하며 야마우치 타쿠야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전원이 숨을 죽였다.
"…좋아, 이제 됐어. 나노머신 링크를 개시하게."
"나노머신 링크, 개시합니다."
야마우치의 명령에 부하가 컴퓨터 콘솔을 타타탁 조작한다. 이윽고 모니터에 비친 인간 형태의 프레임 안 전신에 파란 광점이 하나둘 찍히기 시작했다.
"나노머신 링크 완료… 다음은 두부로 이동."
추가 조작으로 전신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파란 광점이 인간 맵의 머리 위치로 모여든다.
"좋아, 바이브레이터 진동도 시작하지. 동시에 뇌 개조 프로그램도 실행."
"바이브레이터 미세 진동 개시합니다."
"뇌 개조 프로그램, 스타트합니다."
야마우치의 지시로 인간 맵 머리에 모인 파란 광점이 차례차례 붉게 변하고, 수많은 작은 문자와 0%라고 적힌 컬러 바가 표시되었다. 한편, 인간 맵의 가랑이 부분에 있는 바이브레이터 표시도 붉게 변한다.
화면의 컬러 바 숫자가 무서운 기세로 100%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부하가 중얼거렸다.
"…지금쯤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요?"
"음몽이라도 꾸고 있지 않을까. 몸은 맘대로 안 움직이는데 바이브레이터가 격렬하게 음부에서 진동하고 있으니까, 뭐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낀다 해도 꽤나 괴로울 거야. 뭐 그전에 뇌 개조가 끝나서 자잘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야마우치와 부하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바로 같은 시각, 유미코의 집에서는 그녀가 침대 위에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온몸에서 땀을 뿜어내며 부들부들 잘게 경련을 반복하는 육체. 눈물과 침이 멈추지 않는다. 가랑이 사이 팬티는 애액으로 흠뻑 젖었고,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은 밖에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미코 본인은 눈을 부릅뜬 채 차려 자세로 굳어 있었다. 머리에 쓴 헤드밴드의 인디케이터가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다.
'(으… 아… 왜 이래… 내, 몸이….)'
유미코는 자신의 질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바이브레이터의 강렬한 진동에 얕은 잠에서 갑자기 두들겨 맞듯 깨어난 것이다. 만약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거나 쓰러져 버렸을 게 분명했다. 아르바이트라지만 마치 강간이라도 당하는 듯한 참기 힘든 고통에 도저히 계속할 수 없어서 일단 바이브를 빼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바이브레이터를 멈추기는커녕 의식이 흐릿해진다…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심하다. 머릿속을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감촉이 습격해 사고조차 가로막힌다.
'(싫어… 뭐야… 이, 술에 떡이 됐을 때 같은 기분 나쁨은… 토할 것 같아… 누가… 살려… 줘….)'
정신과는 반대로 육체는 억지로 절정으로 치달았고, 유미코는 가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더니… 의식이 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돌 슬레이브(Doll Slave)…』
그리고 쾌감의 여운에 젖을 새도 없이 바이브레이터는 더 큰 진동을 억지로 밀어 넣는다. 어느새 유미코는 두통도 잊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처럼 고기 항아리를 규칙적으로 조이고, 남근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밀어내며 탐욕스럽게 쾌락을 탐했다.
그런 행위가 반복되는 사이, 유미코는 자신이 가랑이에 박힌 고기 막대기를 조여 쾌락을 주기만 하는 '도구'가 된 듯한, 오직 그것만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 행복한 듯한 기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질을 쥐어짤 때마다 명령에 따르는 행위가 쾌락으로 뇌에 피드백되어, 더욱더 섹스 머신으로서 세련되어져 가는 감각….
…그녀의 운명의 문은 이제 막 열렸을 뿐이다. 유미코의 고락은 이후 밤새도록 계속된다.
짹짹, 짹… 밖에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아름다운 얼굴에 받으며 유미코는 가늘게 눈을 떴다.
"…응… 으음…."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나 오른손으로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바스락, 쓰고 있던 헤드밴드에 손이 닿자 그녀는 말없이 머리에서 아무렇게나 벗어버렸다. 그리고 그걸 대충 던져놓고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유미코는 가랑이에 박힌 바이브를 뽑아냈다. 입고 있던 팬티가 말라붙은 애액으로 빳빳해져 있다.
"……후우…."
…어젯밤엔 뭔가 끔찍하게 잠을 설친 기억이 있는데 도무지 생각나질 않는다. 오늘 아침은 저혈압인 자신답지 않게 머리가 묘하게 맑았다.
'(자, 일어나야지… 오늘은 사무실에 얼굴 비친 다음에 로보틱스의 야마우치 씨를 만날 예정이었지….)'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아침을 가볍게 때운 뒤, 척척 채비를 마치고 옷장을 열었다.
"……………."
유미코는 무의식중에 속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어 옷장 문에 달린 거울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포즈를 취했다. 일본인 같지 않은 쭉 뻗은 지체가 비친다.
한동안 마네킹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거울을 응시하던 유미코였지만, 양손으로 아래에서부터 전신을 훑어 올리고 가슴을 받쳐 올리더니, 이어서 그녀가 옷장에서 꺼낸 것은 평소 일할 때 말고는 좀처럼 입지 않는, 가슴이 훤히 파인 초미니 레드 원피스였다. 그 옷을 속옷도 입지 않고 곧바로 맨살 위에 입어버리는 유미코.
모델처럼 서서 빙그르르 전신을 훑어본다. 요즘 날이 풀렸다지만 아무래도 이 옷차림으로 밖을 돌아다니면 그야말로…라고 누구나 생각할 차림새지만, …화장대에서 공들여 화장을 마친 유미코는 검은색 스트랩 하이힐을 신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요염한 원피스 차림으로 모델 워킹을 하는 유미코의 모습은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브라 상태라 유두 돌기가 희미하게 도드라지고 자그마한 가슴이 흔들린다. 허벅지 위쪽까지밖에 오지 않는 치마 길이는 성큼성큼 걸을 때마다 말려 올라가 음모가 보일락 말락 할 지경이다. 남자들은 눈이 못 박히고 여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와중에, 유미코만은 최면술에 걸린 듯 멍한 시선으로 걷고 있다.
그날 유미코는 오전 중에 소속사 볼일을 마치고 오후가 되면 다시 로보틱스 본사 빌딩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처음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유미코의 과도한 노출 의상에 다들 기겁했지만, 그녀는 전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사무실을 나온 뒤 유미코가 이동을 위해 전철에 타자, 그 길고 허리 높은 각선미와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또다시 주위 시선이 집중된다.
"스타일 죽이네, 저 여자. 모델인가?"
"화려하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어라, 혼조 유미코 아냐?"
"엥? 그게 누군데."
전철 안 승객들이 멀찍이서 그녀를 관찰한다. 개중에는 유미코를 알아보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찍는 놈들도 있었지만, 정작 유미코는 주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먼 곳을 응시한 채 조각상처럼 서 있다.
덜컹, 덜컹, 흔들림이 계속되고 환승역에 전철이 정차하자 순식간에 승객이 늘어나 유미코가 탄 칸에도 수많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밀려 들어왔다.
다시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고 유미코 주변이 비좁아졌다고 생각한 순간… 불현듯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에 기묘한 감촉을 느꼈다.
'(…아아…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어…….)'
치한… 일본 전철에서는 여성 전용 칸이 생길 정도로 흔한 범죄지만, 평소라면 치한의 팔을 비틀어버릴 정도는 하고도 남을 유미코가 오늘따라 전혀 무방비하게 행위를 허락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불순한 의도를 눈치챈 유미코는 양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더니, 마음껏 하라는 듯 양팔을 손잡이에 올려버렸다.
처음엔 조심스럽던 치한의 손이 점차 대담하게 엉덩이를 훑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자 더욱 손을 앞쪽으로 미끄러뜨려 왔다.
'(……응…… …으음… 으후우…….)'
유미코의 원피스는 어느새 주위 승객들에 의해 골반 언저리까지 걷어 올려져 있었다. 몇 개의 손이 그녀의 하반신을 더듬고, 매끄러운 솜털을 쓰다듬고, 엉덩이 살을 주무르고, 앞뒤 구멍에 격렬하게 손가락을 쑤셔 넣는다. 유미코는 가련한 여름방학 곤충 채집 표본처럼 쩍벌 자세로 팔다리를 벌린 채 당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유미코 자신도 그 매혹적인 하반신의 구멍은 금세 젖어 들어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예쁜 얼굴은 홍조를 띠고 숨이 거칠어지며 신음이 새어 나오고, 부들부들 떨면서도 눈은 부릅뜬 채였다. 남자들이 겹겹이 둘러싼 중심에서 새빨간 미녀의 모습이 흔들림에 맞춰 보일락 말락 한다.
정면에 있던 키 작은 남자가 유미코의 구멍에 손가락 두 개를 넣었을 때, 그녀는 쾌감에 쿵, 쿵, 하이힐로 발을 구랐다. 큐우! 하고 조여든 구멍이 탐욕스럽게 체내로 손가락을 더 끌어들이려 하자, 그는 생각했다.
'(이 여자, 아무래도 진짜 치녀가 틀림없어….)'
주위 치한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거 사양할 것도 없겠다 싶어 아래뿐만 아니라 위쪽의 두 부드러운 둔덕에도 손을 뻗으려던 순간, 전철은 다음 역에 멈췄고 불현듯 제정신이 든 유미코는 황급히 치마를 내리며 소리쳤다.
"…앗, 어, 내려요! 죄송합니다, 내립니다…."
억지로 농락에서 벗어나 전철을 내리는 유미코. 뒤에 남은 치한들은 반쯤 어이없다는 듯, 반쯤 아쉽다는 듯 그녀를 배웅했다.
제3장 리모컨 인형
"(…아아… 이상해… 몸이… 뜨거워…)"
오늘 아침부터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유미코는 난생처음 겪는 육체의 노골적인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발정 난 암캐처럼 하반신이 욱신거리고 쑤셔댔다. 사실, 방금 전 전철 안에서의 추태도 혐오스럽기는커녕, 오히려 그 화려한 유혹에 무릎 꿇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반신을 훤히 드러낸 채 농락당했으면서도, 고작 전철에서 책 한 권 읽은 정도의 감흥밖에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라니. 아니, 오히려 누군가가 꽃잎을 더 거칠게 휘저어 주었으면, 솔직히 말해 남자의 그 물건이 갖고 싶어 미치겠다… 그런 생각에 눈이 절로 풀려버린다.
본래 성에 관해서라면 결벽증에 가까웠던 유미코는, 스스로의 천박한 상상에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틀비틀, 몽유병 환자 같은 걸음걸이로 유미코가 메탈 로보틱스 본사 빌딩에 도착했을 때, 시계바늘은 이미 오후를 넘기고 있었다.
빌딩 안으로 들어서서 1층 로비로 향하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웬일인지 카시와기 다이사쿠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카시와기 곁에 유미코가 서자, 그 부조화가 한층 더 두드러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대로군요, 유미코 씨. 자, 이쪽으로 오시죠."
"? 저기… 전 오늘 제3개발부의 야마우치 씨를 뵈러…"
"네, 물론 듣고 있습니다. 야마우치에게는 제가 미리 얘기해 두었으니, 자, 어서요."
카시와기의 안내를 받아 유미코는 임원용 직통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도중에 서 있던 빌딩 경비원조차 유미코의 색기 넘치는 자태를 눈으로 쫓았다. 30층으로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 카시와기는 여전히 음흉한 시선을 숨기지도 않은 채 유미코의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대며 탐욕스럽게 핥아댔다.
"오늘은 꽤 과감한 차림이시군요. 여전히 곡선미가 끝내줍니다."
"고마워요… 칭찬해 주시니 기쁘네요…"
유미코는 슬쩍 카시와기를 쳐다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만큼의 혐오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목적 층에 멈추자, 카시와기가 잽싸게 먼저 내려 유미코를 안내했다.
"자, 들어오시죠. 여긴 제 전용실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시와기는 자신의 기획부 부장실로 유미코를 불러들였다. 널찍한 실내에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와 관엽식물들이 늘어서 있고, 안쪽 중앙에는 중후한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30층 높이의 전망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미국 영화에나 나올 법한, 회사 임원의 집무실 이미지랄까.
"이번에 제 직함에서 '대리'가 빠지고, 기획부를 맡게 되었습니다. 뭐, 지금 진행 중인 기획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지만, 거의 내정된 거나 다름없어서…"
"축하드려요. 이런 넓은 방을 받다니, 부럽네요."
역시 대기업이라 그런지 꽤나 혜택받은 환경을 제공하는구나… 유미코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유리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차와 사람들이 콩알처럼 작게 보였다.
한차례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시선을 돌린 유미코는, 쓱 훑어본 실내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싶었는데, 이유를 알겠어. 아직 안 들여놓은 건가…?)"
유미코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카시와기가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네, 네에… 저기, 책상에 의자가 없는 게 좀 이상해서요…"
번듯한 책상이 있는 것에 비해, 카시와기가 앉을 의자가 없다. 확실히 이런 중역실에는 소위 '사장 의자', '부장 의자'라 불리는, 지위와 권력의 상징으로서 문자 그대로 '의자'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본래 의자가 놓여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파는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유미코의 지적에 카시와기는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아, 제 의자 말입니까? 아니, 의자는 말이죠, 이미 와 있습니다. 이 방에요."
"네? 어디에요? 안 보이는데요…"
"아니 아니,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갖고 싶어 했던 의자가 말이죠."
카시와기의 눈에 서린 둔탁한 광채에 묘한 불안감을 느낀 유미코는 무의식중에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카시와기가 하얀 리모컨 같은 장치를 꺼내 유미코를 향했을 때, 그녀의 의식은 돌연 툭 끊어지며 깊은 암흑 속으로 추락했다.
――카시와기는 조심스럽게 유미코 앞으로 다가갔다.
유미코는 마치 시간을 빼앗긴 동화 속 공주님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굳힌 채 그 자리에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미동조차 없는 그 모습은 쇼 비즈니스계의 일류 판토마임 연기자 같았다. 카시와기는 그녀의 얼굴 앞에서 손을 휘휘 저어보고, 유미코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확인했다.
카시와기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하얀 리모컨을 빤히 쳐다보았다.
"(드디어, 드디어 이 날이 현실이 되었구나…)"
그는 천천히 리모컨을 유미코에게 겨누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스틱을 조작했다.
그에 맞춰 유미코는 마치 무선 조종 인형처럼 천천히 차려 자세를 취했다. 그대로 하이힐을 신은 다리가 스르르 미끄러지듯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뒤로 돈 채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다음으로 단정한 옆얼굴을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고, 팔을 크게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그 와중에도 유미코의 가슴은 얕은 호흡으로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카시와기는 한바탕 동작을 즐긴 뒤, 그녀를 가까이 오게 하여 루주가 발린 입술에 손을 댔다. 부드러운 감촉이 카시와기의 손끝에 남았다. 정기를 잃은 그 눈동자에서, 유미코가 지금 완전히 카시와기의 지배하에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크크크… 이제부터 넌 내 소유물로서 평생을 살게 될 거야.)"
악마적인 미소를 띤 카시와기 앞에서, 유미코는 그저 미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같은 시각, 로보틱스 본사 지하 플로어에서는 기술부장 야마우치 타쿠야가 PC 앞에서 묵묵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벗고 콧잔등을 집어 눈의 피로를 푼 그는, 슬쩍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슬슬 끝났을 때인가…)"
그는 부하 직원에게 한마디 던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카시와기의 집무실로 향했다.
고속 엘리베이터가 소리 없이 멈추고, 차임벨과 함께 스르르 문이 열렸다. 두툼한 카펫이 깔린, 쥐 죽은 듯 고요한 복도를 곧장 걸어가 '기획부장실'이라 적힌 문을 노크했다.
"…카시와기 부장님. 접니다, 야마우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아 자네인가, 들어오게."
대답에 응해 문을 열고 들어선 야마우치는 실내에 가득 찬 독특한 음란한 냄새에 코를 찡긋거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방을 둘러보니 정면 책상에 앉아 있는 카시와기 외에는 아무도 없다. 저쪽 소파 위에는 새빨간 원피스가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져 있었다. 카시와기는 와이셔츠 깃을 조금 풀어헤친 채,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혼죠 유미코 씨는요?"
야마우치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다가가자, 카시와기는 말없이 기쁜 듯 아래를 가리켰다. …카시와기가 가리킨 곳을 보고, 야마우치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시와기가 걸터앉아 있던 것은 의자가 아니라, 알몸으로 네발로 엎드려 있는 유미코였던 것이다. 그녀는 무표정한 채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카시와기의 무게를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었다.
"어떤가? 내 육변기 의자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카시와기는 유미코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가락이 풍만한 두 엉덩이 사이의 민감한 곳에 닿자, 유미코는 움찔하며 가련한 반응을 보였지만, 곧바로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버티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아직 살아있는 몸이니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알았어, 알았다고."
기가 막힌 야마우치가 타이르자, 카시와기는 그렇게 대답하며 유미코의 등에서 마지못해 일어났다.
카시와기는 야마우치 옆까지 걸어오더니, 곧바로 주머니에서 꺼낸 리모컨을 조작해 유미코를 그 자리에 똑바로 세웠다. 네발로 엎드려 있다 일어선 유미코의 전신은 피부 표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번들거렸고, 요염한 밀랍 인형을 연상케 했다.
알몸으로 선 새하얀 사타구니에는 유일하게, 하이레그 수영복을 입을 일이 많은 모델답게, 우아하게 다듬어진 검은 음모가 습기를 머금고 반짝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유미코의 나체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카시와기와 야마우치였지만, 잠시 후 유미코의 사타구니 살주름 사이에서 주르륵… 하고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사후의 하얀 체액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알아챈 카시와기는 '아차!' 싶은 듯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다가가 정성스레 닦아내기 시작했다. 사타구니 주름을 닦이는 유미코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닦기 편하도록 다리를 벌렸다.
유미코의 사타구니를 닦으며, 카시와기는 방금 전 꿈만 같았던 정사의 한때를 떠올렸다…
――인형이 된 유미코를 만진 카시와기는 마치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여자 몸에 손만 대도 사정해 버릴 것 같은 환희에 몸을 떨었다. 유미코의 드러난 몸을 애무하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힘껏 껴안아, 지금까지 오랫동안 품어왔던 일방적인 정념을 모조리 그 가녀린 몸에 쏟아부어 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대로 유미코를 마네킹 인형처럼 책상 옆까지 들어 옮겨 반쯤 기대게 한 뒤, 발목을 잡고 긴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Y'자 포즈를 취하게 된 유미코의 노팬티 원피스 아래쪽은 금세 치마가 말려 올라가 사타구니가 훤히 드러났다.
이 눈앞의 하반신, 엉덩이와 보지의 살집, 볼륨감은 또 어떤가! 이런 수치스러운 포즈를 취하고도 이 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살며시 손바닥으로 살주름을 건드려 보니 이미 꽤나 괴롭힘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오는 도중에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짓을 당한 모양이다… 카시와기는 참지 못하고 매혹적인 고기 항아리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유미코의 구멍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큐! 큐! 하고 절묘한 압력으로 조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지나치게 무표정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 무반응함이 아름다워 보였다.
다음 순간, 카시와기는 이성을 잃고 유미코를 덮쳤고,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다.
"…장, 부장님! 카시와기 부장님!"
야마우치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상념에서 깨어난 카시와기는 허둥지둥 유미코에게서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야마우치는 한숨 돌린 뒤 카시와기에게 말했다.
"자… 부장님 볼일도 끝난 것 같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아아, 일단 오랜 소원은 풀었어. 고맙네. 정말 고마워."
카시와기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야마우치에게 몇 번이나 감사를 표했다.
"그나저나 어땠습니까? 유미코 양의 속 사정은."
"그게, 상상 이상의 절품이었어! …안쪽도 깊고, 전체가 꽉 조여오는 게 강렬해서 부끄럽지만 순식간에 가버렸네. 그녀가 '명기'라는 소문은 예전 직장에서도 돌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실제로 그럴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놀랐어… 청어알 천장이라고 하나? 대단하더군."
"조임이 좋은 건 아마 체조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직업상 스포츠센터에도 다녔던 것 같고, 이 하반신 단련 상태를 보면 납득이 가죠. …어쨌든 이번 계획에 딱 맞는 '섹스 머신' 후보라는 얘깁니다."
"섹스 머신이라니 듣기 거북하군… 어디까지나 실험 대상자라고 해주게."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천천히 야마우치가 가운 주머니에서 카시와기가 가진 것과 같은 모델의 리모컨을 꺼내 유미코를 향해 조작했다. 움찔, 하고 고개가 뒤로 젖혀진 그녀는 한 번 깊게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여, 여긴… 어디…"
의식을 되찾은 유미코는 잠시 알몸인 채로 서 있었지만, 점차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깨닫고 패닉에 빠졌다.
"꺄, 아, 아악!!! 나, 나, 왜? 알몸이야! 싫어, 알몸, 싫어! 싫어어어!"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러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어째서? 나, 움직일 수가 없어! 이런 꼴로!"
"진정하게, 유미코 군. 자네는 말이야, 우리가 건 '최면술' 때문에 지금 우리 말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최면술!?" 유미코는 말문이 막혔다.
"…자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사무실에 퇴사 의사를 전했을 텐데… 이제부터 자네는 모델을 그만두고 우리 회사의 신형 로봇 모델이 되는 거야."
"이, 이전에 초상권 얘기는 거절했을 텐데요… 전 지금 일을 그만둘 생각 없습니다!"
"우리가 포기를 잘 몰라서 말이지. 혼죠 유미코는 대외적으로는 초상권을 팔고 모델도 은퇴해서 고향에 내려간 걸로 되어 있어. 어차피 자네는 우리 말대로 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
"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요? 이건 엄연한 범죄예요! 당신들을 고소할 거야!"
반쯤 미쳐서 울부짖는 유미코를 앞에 두고,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서로를 쳐다보며 기가 막히다는 듯 대꾸했다.
"고소? 우리를? …재밌군, 할 수 있으면 해봐. 하지만 그전에, 자네 오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뭔가 이상하다고 못 느꼈나? 우린 최면술로 언제든지 자네한테 무슨 짓이든 시킬 수 있어. 지금 당장 이대로 밖으로 나가 스트리킹을 시킬 수도 있고, TV 생방송에 난입해서 자위 쇼를 하게 만들 수도 있지. 모델 일은커녕 평생 그늘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 그럴 각오가 있다면 경찰이든 뭐든 달려가 보시지, 마음대로 해!"
잔혹한 야마우치의 말에, 기가 센 유미코조차 반박할 말을 잃고 묵묵히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납득하신 것 같군요. 뭐, 새로운 인생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먼저 본인의 가재도구랑 재산을 전부 처분해 두세요. 그리고 만약을 위해 당신의 정신에 약간의 제한을 걸어두겠습니다."
야마우치는 천천히 유미코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대고 무언가 조작을 한 뒤, 귓가에 대고 외쳤다.
"'가련한 살아있는 인형이여, 잠들어라!'"
"……………"
야마우치가 내뱉은 키워드에 따라 유미코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더니 지극히 차분한 톤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인격 컨트롤 프로그램을 정지하고, 의사 인격 모드로 이행합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계획은 이미 자네 뇌에 보내뒀다. 계획 파일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행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유미코는 초점 없는 눈으로 기계적으로 뒤로 돌아, 벗어 던져져 있던 옷을 주워 입고는 방을 나갔다.
"최면술…이라니, 자네…"
사라져가는 유미코를 눈으로 쫓으며 어이없어하는 카시와기에게 야마우치가 대답했다.
"아직 그녀의 뇌는 개조 중이라 너무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게 좋아요. 자기가 이미 반쯤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면 쇼크가 너무 크니까요."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건가?"
"이제부터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사회생활 흔적을 지우면서, 매일 비는 시간에 여기 들러 개조 전 밑 작업을 받게 될 겁니다. 겉으로는 신형 로봇용 3D 데이터를 채취한다는 명목으로요. 전신 제모랑, 글쎄요… 가슴이 우아하긴 한데 조금 더 키우게 될 것 같네요."
"그거 기대되는군."
"부장님 기대는 적당히 하시죠. 어차피 모든 게 끝난 뒤 그녀의 소유권은 부장님한테 있으니까요. 아무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생체 뇌를 전자 두뇌로 교체하고, 내장을 뜯어고치고, 나노 스킨으로 덮고… 본격적인 개조와 조교는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된 뒤가 아니면 무리라서요."
"그녀가 실종된 뒤의 사후 처리나 입 맞추기, 고향 본가에 손쓰는 건 내가 해두지."
"네, 맡기겠습니다. '돌 슬레이브' 프로토타입 마감까지 시간이 별로 없어요. 바빠지겠네요."
고층 빌딩 숲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비너스 에이전시에서는 타카라베 미유키가 평소와 달리 격렬하게 사무실 사장에게 대들고 있었다.
"선배가 사무실을 그만둔다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다, 다른 사무실로 이적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닌 모양이야… 뭐라더라, 고향으로 돌아간다더군. 나도 말렸지만 워낙 본인 결심이 확고해서…"
미유키와 유미코가 소속된 사무실 사장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미안한 듯 대답했다.
"말도 안 돼… 선배가 그만두다니…"
"마음은 알아. 자네는 유미코 군을 동경해서 이 세계에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너무 억지 부리면 안 돼. 그녀에겐 그녀만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무슨 사정인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가정 사정이라고 하더군. 너무 깊게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어."
흥분한 미유키를 어떻게든 달래보려 사장은 진땀을 뺐다.
"…선배, 고향 가서 뭐 하려는 걸까요…"
"응? 아, 메탈 로보틱스 사에 자기 의장권을 팔았다고 하더군. 꽤 큰 액수에 팔린 모양이니 그걸 밑천으로 무슨 사업이라도 시작하려나, 아니면 고향에서 맞선이라도 보려는 거 아닐까."
"의장권을 팔았다니, 정말이에요?!"
"으악, 깜짝이야. 그렇게 들었을 뿐이라니까! 우리 사무실에도 로열티 일부가 입금됐으니 틀림없어. 로보틱스 관련 얘기라면 미유키 양이 더 잘 알지 않아? 뭐 들은 거 없어?"
"설마… 선배는 얘기는 있었지만 거절하겠다고 했었는데…"
미유키는 유미코가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유미코와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온갖 장래의 꿈을 이야기했던 사이다. 게다가 전날 통화에서도 그런 기색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한시라도 빨리 유미코에게 진의를 따져 물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미유키였지만, 그녀도 최근 이미지 걸 일이 바빠 생각처럼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웬일인지 유미코의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스케줄을 조정해 사무실에는 가능한 한 얼굴을 비추려 노력한 미유키였다.
그 보람이 있어 며칠 뒤, 미유키는 유미코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른 참에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선배! 선배!"
"어머, 미유키, 오랜만이네."
유미코는 마치 그만두는 게 자신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미유키에게 인사했다.
"선배, 모델 그만둔다는 게 정말이에요!? 다시 생각해주세요! 나중에 여배우로서 같이 영화 찍자고 약속했잖아요!"
거의 울상이 되어 미유키는 호소했다.
하지만 유미코의 결심은 확고한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유키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미안해, 이미 결정된 일이야. 난 안타깝게도 도중에 리타이어하지만, 미유키는 분명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내 몫까지 힘내."
"하지만… 하지만…"
미유키는 어떻게든 유미코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내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설득을 포기해 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유미코의 새로운 인생에 행운이 가득하길 비는 것 말고는 지금의 미유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안정되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 송별회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며 짐을 챙겨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가는 유미코. 그런 그녀를 미유키는 홀로 사무실 현관까지 배웅했다.
거기서 문득, 미유키는 생각난 듯 마음에 걸리던 의문을 던져보았다.
"…선배, 로보틱스에 의장권 팔았다는 거 진짜예요?"
"응, 진짜야. 나도 지금은 로보틱스 본사에 매일 다니면서 전신 치수를 재고 있어. 어쩌면 미유키랑 본사 빌딩에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네. 나, 혹은 나랑 똑 닮은 로봇이랑…"
미소 지으며 떠나가는 유미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유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를 위화감에 불안해지는 것이었다.
제4장 프로토타입의 첫선
인기 모델 혼조 유미코의 은퇴는 특정 팬층에게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역시나 아직 마이너한 탤런트였던 탓인지 세간의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1년만 지나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그녀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다만 현재 미유키와 함께 일하고 있는 스도 레이카만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래, 아쉽네. 좀 더 뼈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딱 한 마디만 중얼거렸지만, 의외로 쓸쓸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역시 그녀에게 있어 라이벌이었던 유미코의 은퇴는 여러모로 감회가 남달랐던 걸까.
유미코가 업계를 떠난 뒤, 미유키는 허전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이미지 걸 활동에 매진했다. 물론 캐러밴이 시작되기 전까지 상품 지식부터 이벤트 댄스 안무까지 외울 게 산더미라 우울해할 틈 따위는 없었지만.
그렇게 날이 가고 이벤트 캐러밴 준비도 착착 진행되어 이미지 걸들의 결속도 다져지는 와중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신제품 '돌 슬레이브'는 좀처럼 실물을 드러내지 않았다. 발표 타이밍에 맞춘 기업 비밀 유지와 프로토타입 개발 난항 때문이라는 게 로보틱스 측의 설명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물이 가장 필요한 단체 댄스 연습 때는 '돌 슬레이브' 포지션에 동사의 댄스 전용 로봇이 대타로 투입되어 안무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돌 슬레이브'가 완성되면 안무 데이터를 전송해 바로 다른 이미지 걸들과 합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그날, 미유키는 로보틱스 본사 지하 운동 홀에서 발표 이벤트 댄스 연습으로 한바탕 땀을 흘린 뒤, 스도 레이카와 둘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레이카와는 그 이후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지 걸 코스튬 차림으로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는 그녀들 곁으로 카시와기가 지나갔다. 그는 캠페인 총책임자라 이미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어 미유키 일행과는 구면이었다.
"여어, 두 사람 다 수고가 많네. 쉬는 중인가?"
싱글벙글 웃으며 방으로 들어온 카시와기에게 인사를 하려 일어선 미유키와 레이카는, 그의 뒤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처음엔 마네킹인가 싶었지만, 그곳에는 우윳빛 피부를 한 전라의 여성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키가 크고 스타일이 좋았으며, 묵직하게 처진 가슴 앞쪽에는 핑크빛 유두가 꼿꼿이 솟아 있었다. 엉덩이도 풍만하게 솟아올랐고, 길게 뻗은 다리 끝의 잘록한 발목에는 유일하게 하얀 하이힐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특히 위화감이 느껴진 건 전신의 털이 말끔히 밀려 있다는 점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은커녕 눈썹조차 없었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치구 역시 매끈하게 제모되어 있었다.
멍하니 있던 두 사람이 여자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그 단정한 이목구비가 낯이 익었다. 경악하는 미유키와 레이카.
미소 지으며 정면을 응시하는 미녀는 화장기가 없어 순간 헷갈렸지만, 틀림없는 혼조 유미코 본인이었다.
"유…… 유미코…… 선배……?"
겨우 레이카가 말을 짜내자, 알몸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저는 혼조 유미코. 지금 로봇 외관의 3D 데이터를 채취하는 중이에요. 대머리라 미안해요.』
머리카락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나 싶었지만, 미유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선배, 그, 그 가슴은 어떻게 된 거예요?"
『아아, 이거? 좀 볼륨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서 급하게 가슴 확대 수술을 했어. 크고 좋지? 방금도 본사 각 층을 돌면서 여러 분들께 보여드렸는데, 다들 훌륭하다고 칭찬해 주셨어.』
유미코는 기쁜 듯 웃으며 양손으로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들어 올리고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었다.
"다, 당신, 이런 꼴을 하고 부끄럽지도 않아?"
『우후후, 사실 나, 지금까지 숨겨왔지만…… 실은 말이야, 극도의 노출증 환자야. 내 몸을 누군가가 봐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뜨거워지거든. 오늘도 내가 먼저 부탁해서 알몸으로 데리고 다녀달라고 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유미코의 모습은, 예전의 고지식했던 그녀를 아는 두 사람에게는 지독하게 질 나쁜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푸, 푸후, 푸하하, 푸하하하하!"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카시와기를 보며 미유키와 레이카는 저도 모르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가 다시 그를 쳐다봤다.
"이야~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사실 이건 유미코 씨가 아니라 제작 중인 '돌 슬레이브' 프로토타입이야."
"에에엣!?"
카시와기의 말에 미유키 일행은 즉시 유미코, 아니 '돌 슬레이브'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돌 슬레이브'는 짐짓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이거…… 진짜 로봇이에요? ……엄청 리얼해……."
"핫핫하, 자네 선배인 혼조 유미코 씨의 외형을 그대로 스캔해서 만든 인형이라 엄청 닮았지? 나중에 외관은 좀 더 로봇답게 조정하겠지만, 지금은 그 과정 중에 데려온 거야."
카시와기의 설명을 듣고 레이카와 미유키는 점차 진정되었다. 확실히 눈앞의 '돌 슬레이브'는 사람치고는 피부가 플라스틱으로 굳힌 것처럼 지나치게 번들거렸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전라로 돌아다니는 등 제정신인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먼저 미유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매끄러운 피부에 손을 대고 쓰다듬었다. 이어 레이카도 거리낌 없이 그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몸을 만져진 '돌 슬레이브'는 안타까운 듯 몸부림치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견뎌냈다.
"가벼운 장난이었는데…… 미안하군. 자, 이게 리모컨이야. 한번 조작해 봐."
리모컨을 받아 든 미유키는 배운 대로 조이스틱을 기울여 보았다. 그러자 '돌 슬레이브'는 미소 띤 얼굴 그대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만세 포즈를 취했다.
"정말이네…… 뒤돌아 있어도 제대로 조작되네요. 진짜 로봇인가 봐."
"나도 해볼래!"
미유키의 리모컨을 뺏어 든 레이카가 이번에는 '돌 슬레이브'를 점프시켜 보았다. 웃는 얼굴로 몇 번이고 펄쩍펄쩍 뛰는 '돌 슬레이브'의 거대한 가슴은 마치 다른 생물처럼 출렁출렁 물결쳤다.
그렇게 미유키와 레이카는 한동안 '돌 슬레이브'를 조작했지만, 적당히 가지고 노는 사이에 '돌 슬레이브'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달리게 하거나 전라로 팔굽혀펴기를 계속 시키자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고 동작이 점점 둔해졌다.
"……로봇도 지치나요?"
"그, 그야 생체 부품을 많이 썼으니까. ……섬세한 로봇이기도 하고, 슬슬 돌아갈 시간이라 이만 가볼게."
"잠깐만요…… 이거 진짜 로봇 맞아요?"
갑작스러운 레이카의 날카로운 지적에 카시와기는 저도 모르게 당황하고 말았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하하하, 인간일 리가 없잖아."
카시와기의 말은 듣지도 않고 레이카는 팔짱을 낀 채 '돌 슬레이브'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따져 물었다.
"당신, 사실은 유미코 씨 본인 아니야? 나, 이래 봬도 그녀랑 알고 지낸 지 꽤 됐어. 애초에 살아있는 알몸의 인간이랑 차이를 모르겠는데! 목이라도 떼어낼 수 있다면 모를까."
『저, 정말이에요, 레이카 씨. 저는 로봇 '돌 슬레이브'입니다.』
불쑥 서늘한 목소리로 '돌 슬레이브'가 입을 열었다.
"……레이카? 당신,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그, 그건……』
"이미지 걸 멤버들 이름은 전원 입력해 뒀거든!"
황급히 수습하려는 카시와기였지만 이미 늦었다. '돌 슬레이브'는 명백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레이카는 카시와기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더니, 홱 시선을 돌려 정면의 알몸 인형에게 다가갔다.
"방금 동요했지…… 눈동자가 흔들렸어."
울 것 같은 얼굴로 카시와기를 힐끔거리는 '돌 슬레이브' 앞에서 레이카는 짓궂게 웃었다.
"그래…… 만약 네가 진짜 로봇이라고 우긴다면, 어떤 부끄러운 짓이라도 할 수 있겠지……."
……'돌 슬레이브'…… 아니, 혼조 유미코는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표정을 억눌렀다.
"일단 여기서 네발로 엎드려. 그리고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해."
레이카의 불손한 명령에도 유미코는 사태가 커지는 게 두려웠는지 순순히 따랐다. 커다란 가슴 끝을 바닥에 대고 시키는 대로 네발로 엎드려 쭈뼛쭈뼛 엉덩이를 내미는 유미코. 레이카는 하이힐 앞코를 들이밀더니 쑥 하고 유미코의 엉덩이를 세게 들어 올렸다. 갑작스러운 힘에 유미코는 고꾸라지며 얼굴을 바닥에 찧었고, 그녀의 은밀한 곳은 높이 치켜들려졌다.
"그대로…… 무릎 꿇지 말고 힐 신고 똑바로 서. 후후후……, 중요한 부분이 훤히 보이네…… 어머! 이건 뭐지?"
『아앗! 으으…… 마, 만지지 마세요……』
레이카는 유미코의 보지 위, 국화 꽃봉오리에 골프공만 한 둥근 무언가가 박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았다. 항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그것은 쉽게 빠지지 않도록 유미코의 직장에 단단히 물려 있었다.
"그건 항문 확장용 애널 플러그야. 그녀가 앞으로 똥구멍으로도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전 준비지."
카시와기의 설명에 레이카는 묘하게 기뻐 보였다.
"이런 마개까지 꽂고 있다니…… 놀라운걸! ……네가 직접 요구한 거야?"
『아, 아닙니…… 아, 아니요, 저는 로봇이니까 스스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수상한데…… 확인해 주겠어. 다음은 그 자세 그대로 오른손으로 거기를 더 벌려서 안쪽까지 보여줘."
아무리 그래도 직접 벌려서 보여주는 건…… 명령에 주저하는 유미코. 하지만 레이카는 눈을 번들거리며 가학적으로 소리쳤다.
"못 하겠어? 못 하겠다면 역시 넌 진짜…… 주간지에라도 재미있게 제보해 줄까?"
『아니요, 하겠습니다.』
유미코는 각오를 다지고 덜덜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사타구니로 뻗어, 볼품없는 쩍벌 자세로 명령대로 성기를 벌려 안쪽까지 공기에 노출시켰다. 털 한 올 없는 사타구니 중심의 예쁜 핑크빛 살벽이 드러나자 뒤에서 지켜보던 카시와기도 미유키도 그 음란함에 숨을 삼켰다. 쩍 벌어진 보지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고, 그것이 유미코의 수치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자, 보라고! 똥구멍에 이물을 쑤셔 박고 느끼고 있잖아!"
『아…… 아냐…… 앗…… 핫…… 하아아……』
"어머? 너 우는 거야? 하지만 야한 물이 넘쳐서 홍수가 난 걸 보면 꽤 느끼고 있나 보네. 노출증이라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르겠어. 제정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젖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자기가 시켜놓고 마치 변태라도 보는 듯한 태도로 레이카가 깔깔거렸다.
"……그럼, 그래, 마지막은 그대로 물구나무서서 다리를 수평으로 벌려 봐. 거기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릴 수 있다면 널 로봇으로 인정해 줄 수도 있어."
이제 돌이킬 수 없어…… 할 수밖에 없어……! ……결심을 굳힌 유미코는 시키는 대로 한 번 슬프게 눈을 감고, 흉한 엉덩이를 드러낸 자세에서 단숨에 자랑스러운 몸매를 거꾸로 세워 물구나무를 섰다. 체조 경험자인 유미코에게 물구나무서기는 간단한 기술이었지만, 예전 오디션 때처럼 레오타드를 입고 했던 것과는 달리 전라로 하는 부끄러움은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으…… 아…… 나는…… 나는 로봇…… 인형이야…… 부끄럽지…… 않아……)』
유미코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은 인형이라고 되뇌며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극한의 수치심과 싸웠다. 이 이상 다리를 벌리는 짓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아…… 부끄러워……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
조각처럼 희미하게 복근이 드러난 하반신과 그에 이어진 매끈한 두 다리가 마침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서 복잡한 형상의 살주름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은 숨이 멎을 듯한 구경거리였다. 핑크빛 균열이 완전히 열리자 아까의 네발 기기 자세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유미코의 젖은 살단지 깊은 곳까지 훤히 드러났다.
그때까지 잠자코 레이카의 행동을 지켜보던 카시와기는 유미코의 전라 개각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체면도 잊고 하반신을 끌어안고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더니, 살단지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안을 휘젓는 질척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고, 거꾸로 서 있던 유미코도 돌발적인 재난에 긴 다리를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싫다고 몸부림쳤다. 카시와기는 저항하는 유미코를 억지로 짓누르며 가운뎃손가락을 들락날락거리고 손바닥을 몇 번이나 뒤집어 질 내의 오돌토돌한 돌기가 모인 G스팟을 계속 자극했다.
『읏, 으아아…… 그만, 그만하세요, 카시와기 씨! 그만!』
부들부들 팔을 떨며 필사적으로 물구나무를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카시와기의 손가락 기술에서 벗어나려 했던 유미코였지만, 이미 충분히 몸이 농락당한 상태라 그대로 절정으로 치닫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여기서 가버릴 수는 없어…… 여기서 가버리면 난 진짜 리얼돌이 되어버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할 말을 잃은 레이카와 미유키가 지켜보는 가운데, ……참고 또 참아왔던 유미코도 저항이 무색하게 결국 발가락을 힐 속에서 경련시키며 한계가 찾아왔다.
『으, 으오오, 흐오오오오오오오옷!!』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른 유미코는 전신을 'Y'자 모양으로 경련시키며 다리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흔들며 절정하는 추태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쾌락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바닥에 털썩 무너져 내리는 인형.
……바닥에 칠칠치 못하게 몸을 뉘인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유미코에게, 복잡한 표정으로 레이카는 경멸 어린 말을 던졌다.
"아무래도 로봇이라는 건 사실인가 보네. 내가 아는 유미코 씨는 도저히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더 이상 이런 쇼를 봤다간 나까지 이상해질 것 같아. 이제 일하러 가죠, 미유키 씨."
그렇게 말하고 레이카는 휴게실을 나갔고, 퍼뜩 정신을 차린 미유키도 허둥지둥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모습을 실눈으로 쫓으며, 유미코는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제5장 육인형의 정체
인적이 드문 지하 복도를 레이카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운동 홀 앞에서 멈춰 선 그녀는 거칠게 보안 체크 기기의 인증 플레이트를 내리치고는 표시 램프를 노려보았다. 뒤이어 미유키가 타타탁 달려왔다.
..."돌 슬레이브"의 추태를 목격한 레이카는 한동안 짜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 섹스 로봇이 예전 라이벌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왠지 용서가 안 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레이카는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유미코를 꽤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잡고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듣자 하니 당사자는 승리자의 여유를 부리며 모델을 은퇴하고, 탤런트로서의 지명도를 살려 꽤 짭짤한 재산을 챙겨 고향에 틀어박혀 버렸다고 하지 않는가. 모처럼 이번 오디션 승리로 유미코보다 우위에 섰는데, 라이벌은 이미 없는 것이다. 켜켜이 쌓인 울분을 풀 곳을 레이카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전 여흥으로 "돌 슬레이브"를 좀 심하게 괴롭힌 건 그런 감정 때문이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상대는 로봇이고, 저 유미코를 쏙 빼닮은 인형을 실컷 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써먹어야겠다고 레이카는 생각했다.
홀에는 몇 명의 이미지 걸들이 이미 와 있었지만, 안무 선생님은 아직인 듯했다. 뚱한 표정으로 워밍업을 시작하는 레이카에게 미유키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레이카 씨는 저 인형이 유미코 선배라고 정말 생각하신 거예요?"
미유키의 쭈뼛거리는, 눈치를 살피는 듯한 태도에 레이카는 기가 막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너야말로 저게 혼죠 유미코 본인이라고 생각한 거야? 저건 실리콘으로 만든 변태 로봇이야. 설마 그런 짓을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할 인간이 있을 리도 없고, 억지로 시켰다면 그건 범죄야."
시원스러운 레이카의 대답에 미유키는 안도한 듯 웃었다.
"그렇죠... 저도 저건 유미코 선배를 닮은, 어디까지나 로봇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로봇 기술의 진보가 엄청나니까.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멀리서 보면 인간으로 착각할 만한 인형을 과거에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고, 게다가 로보틱스가 사운을 걸고 있잖아. 너무 닮은 수준이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겠지."
"하지만 아까는 레이카 씨가 정말 저 인형을 유미코 선배라고 의심하는 줄 알았어요."
"아니야. ...왠지 저 인형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유미코 씨가 생각나서 점점 화가 났을 뿐이야. 게다가 저 '돌 슬레이브'라는 로봇은 남성용 섹스 로봇이잖아? 계약서에도 기재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이미지 걸의 일에는 당연히 저런 '유사 플레이'도 포함되어 있는 거야. 마침 잘됐다 싶어서 예행연습을 겸해 본 거지."
예행연습이라는 단어가 꽂혔는지 미유키는 까르르 웃었다.
"그래도 엄청 리얼한 로봇이었고, 전 진짜 유미코 선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가짜 같지만, 말투나 반응 같은 건 꽤 닮았더라..."
"네! 눈치채셨어요? 가슴의 점 위치까지 똑같다니까요."
"..............."
"..............."
"...정말?"
"네, 그 밖에도 자잘한 피부의 이것저것, 자세히 보면 볼수록 선배 그대로라서."
"...저기 미유키 씨. 하나 묻고 싶은데, 유미코 씨 고향 연락처 알아?"
"아뇨, 그게 저도 몰라서 곤란해요. 사무소 사장님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예전 휴대전화도 해지해 버린 것 같고, 지금 선배랑은 연락이 안 돼요... 죄송해요."
"...그래............"
...레이카와 미유키는 말없이 한동안 스트레칭을 반복했지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레이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홀 출입구로 향했다.
"무, 무슨 일이에요? 레이카 씨!"
"잠깐 휴게실에 물건을 두고 와서 가지러 갈게. 안무 선생님한테는 조금 늦는다고 말해 줘!"
말을 남기고 레이카는 휴게실로 달려갔다.
'(설마 저런 부끄러운 짓을 유미코 씨가 할 리는 없겠지만...)'
레이카는 왔던 복도를 되돌아가며 자신의 말을 되새겼다.
'(만약 그녀가 정말 혼죠 유미코 본인이었다고 가정하고... 측정 후 알몸으로 걷고 있는 걸 우연히 마주쳐서, 엉겁결에 거짓말을 하고 입을 맞춘 거라면? 하지만 왜? 설마 저 카시와기 부장과 유미코가 애인 관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리놀륨의 딱딱한 바닥은 힐 소리를 반사해 버린다. 휴게실에 가까워질수록 레이카는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다.
'(아니면 카시와기에게 뭔가 약점을 잡혀서 그녀가 관계를 강요당하고 있었다면? 그녀는 옛날부터 카시와기를 끔찍이 싫어했을 텐데... 어느 쪽이든 뭔가 비밀이 있어, 반드시...)'
미심쩍은 부분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레이카는 자판기 불빛이 새어 나오는 휴게실 앞에서 귀를 기울였다.
방금 전까지 레이카와 미유키가 있던 휴게실에서 흑흑 흐느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해... 너무해요... 저런 짓을 시키다니...』
유미코는 전라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계속 울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1시간쯤 전에 수술실에서 눈을 떴다.
"...좋아, 깨워."
"네, 전기 충격 가합니다."
파직!
『...............여, 여기는...?』
천장의 조명이 눈에 들어온 유미코는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며 주위를 살폈다. 왠지 가슴이 묵직하다.
'(무거워... 뭔가 올려져 있는 건가...)'
유미코가 무의식중에 가슴에 손을 대자 예상 밖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거대한 로켓 같은 커다란 두 유방이 자신의 가슴에 우뚝 솟아 있었던 것이다. 놀라서 머리를 조금 들어 아래를 보는 유미코.
그러자 작은 산 같은 가슴 사이로 보이는 자신의 발끝에 카시와기의 히죽거리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와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황급히 일어나 무거운 가슴과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리는 유미코. 가슴을 만져 보니, 아담하지만 예쁜 모양으로 은근히 자부심을 가졌던 가슴이 머리 나빠 보이는 그라비아 아이돌 수준으로 천박하게 확대되어 있었다. 가슴뿐만 아니라 사타구니에도 위화감이 있다. 손가락으로 골짜기를 더듬던 유미코는 사타구니에 나 있던 털이 전부 없는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 아아! 내, 내 털이... 없어...』
"보지털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눈썹도 밀어 버렸어."
카시와기의 지적에 유미코는 흠칫하며 자신의 머리를 만져 보았지만, 확실히 말대로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이 전부 제거되어 비구니처럼 삭발되어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자신은 왜 이런 꼴을...
"이제 와서 손으로 가려 봤자 늦었어. 난 이미 유미코 군의 몸을 구석구석 감상했으니까."
가벼운 어조로 말하는 카시와기를 유미코는 쏘아보았다.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여러 가지, 했지. ...자, 자기 보지나 머리를 잘 만져 봐. 모공이 전부 막혀서 매끈매끈해졌지? 전신을 영구 제모하고 피부에 특수 처리를 해 뒀어. 젖통도 크게 키워 봤는데 어때?"
유미코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망연자실했다. 피부 표면은 오일을 바른 듯 미끄러워 마치 플라스틱 같았다.
"엉덩이에도 애널 플러그를 끼워 뒀어. 일단 말해 두는데, 혼자서는 못 빼니까."
말을 듣고서야 엉덩이 구멍에 위화감을 느낀 유미코가 천천히 항문으로 손을 뻗자 확실히 마개가 끼워져 있었다. 애널 플러그는 그리 크지 않지만 길게 안쪽까지 삽입된 느낌이 들었고, 전혀 빠질 기미가 없었다.
침대 위에서 절망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새파랗게 질린 유미코에게 카시와기는 냉정하게 고했다.
"상황 파악은 됐지? 그럼 앉아 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이제부터 자네는 위층으로 인사 돌러 갈 거니까."
『인사라니요?』
"로보틱스 각 부서 책임자를 만나서 자네를 '돌 슬레이브'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거야."
『프... 프로토타입? 이, 이런 차림으로?』
카시와기에게 팔을 잡힌 유미코는 기겁하며 저항했다.
필사적으로 싫다고 버둥거리는 유미코에게 질린 카시와기가 타이르듯 말했다.
"지금 자네는 어디서 봐도 훌륭한 인형으로 통할 거야. 잘만 로봇인 척하면 절대 안 들켜."
『그,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싫어요!』
"...너무 저항하면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데..."
천천히 주머니에서 유미코용 리모컨을 꺼낸 카시와기는 그녀를 향해 조작을 했다. 즉시 유미코는 저항하던 힘을 풀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분한 듯 입술을 깨무는 유미코.
『내, 내 몸을 이런 꼴로 만들어 놓고! ...원래대로 돌려놔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은 고작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자네는 천천히 전신을 개조당하게 될 거라고."
『무, 무슨 영문 모를 소릴 하는 거예요...? 날 어떻게 할 셈이야?...』
유미코는 애써 강한 척했지만, 카시와기의 소름 끼치는 히죽거리는 얼굴에 항의의 논조는 점차 약해져 갔다.
마치 마네킹처럼 침대 옆에 하얀 하이힐만 신은 채 서 있는 유미코는 왠지 자신이 몹시 비참하게 느껴졌다.
『아아... 부끄러워... 적어도 뭔가 옷을... 위에 걸칠 거라도 주세요...』
"어차피 벗게 될 텐데, 그럴 바엔 처음부터 알몸인 게 낫지. 뭐, 지금 시간엔 직원이 별로 없는 부서니까 운이 좋으면 최소한의 부끄러움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유미코는 로보틱스 사내를 방금 전까지 카시와기에게 알몸으로 끌려다녔던 것이다. 물론 프로토타입 '돌 슬레이브'로서 말이다. 부서 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직원들의 주목이 쏠렸고, 수치 고문 속에서 유미코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로봇을 연기해 냈다. 직원들이 유미코의 정체를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후 지하 제3개발부로 돌아가는 도중 휴게실을 지나갈 때 미유키와 레이카의 모습을 본 카시와기는 급히 두 사람 앞에 유미코를 끌고 나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무, 무리예요, 절대 들킬 거예요! 안, 안 돼...』
"자네 연기력은 꽤 괜찮아. 역시 배우 지망생이라 그런지 안 들켰잖아. 괜찮아, 완벽하게 노출광 로봇을 연기해 내면 저 두 사람도 설마 네가 진짜 혼죠 유미코라고는 생각 못 할 거야. 자, 와!"
『앗, 앗 저 두 사람 앞은 봐 줘요...』
...그리고 유미코는 예전 후배와 라이벌에게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재미 삼아 사내를 전라로 끌려다니고 휴게실에서 더한 치욕에 젖은 유미코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 카시와기도 다소 반성했는지 그녀를 지켜보며 서 있다. 유미코는 두 지인 앞에서 힘껏 '돌 슬레이브'를 연기해 냈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카도 미유키도 알고 지낸 지 오래된 만큼 지금은 속였어도 나중에 의심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이런 줄타기를 계속해야 하는 걸까... 빨리 신체 데이터를 다 채취하고 몸을 원래대로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유미코는 간절히 바랐다.
"...이제 그만 울어. 슬슬 돌아간다."
적당히 귀찮아졌는지 카시와기는 리모컨을 써서 유미코를 강제로 일으켜 세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차려 자세를 취하는 유미코는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저, 언제까지 로봇인 척해야 해요?』
"그건... 지금부터 연구실로 돌아갈 테니까 거기서 들으면 돼."
"역시! 그 로봇, 유미코 씨 본인이었구나!?"
그때 휴게실로 질풍처럼 뛰어 들어온 레이카가 날카로운 어조로 외쳤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유미코는 멍해졌고, 카시와기는 경악하여 말을 잃었다.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레이카의 얼굴, 새파랗게 질린 카시와기의 표정... 그리고 차려 자세 그대로 눈만 불안하게 글썽이며 레이카와 카시와기를 번갈아 쳐다보는 유미코...
세 사람 각자의 속내를 품은 채 휴게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메탈 로보틱스 본사 빌딩 지하에는 중규모 운동용 홀이 있어 평소에는 직원들의 레크리에이션 등에 자주 이용된다. '돌 슬레이브' 캠페인 댄스 연습도 외부 비공개가 원칙이라 이 장소가 대관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홀 옆에는 자판기가 늘어선 휴게실이 딸려 있어 근무 시간 후에는 실내에서 담소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거기서 복도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이곳은 지상~지하 1층까지의 메인 엘리베이터와 달리 지하 2층보다 아래층에 있는 제1~제3개발부로 직행하는 전용 설비다. 통상 개발 섹션에 들어가려면 이곳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고 보안도 엄격해서 임원조차 허가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그런 연구원밖에 다니지 않을 법한 어두운 복도를 카시와기와 레이카, 그리고 전라의 유미코는 걷고 있었다.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모델 워킹을 하는 유미코를 뒤에서 빤히 보던 레이카가 치켜뜬 눈으로 놀린다.
"이런 상태에서도 우아하게 걷네, 유미코 씨."
『...마, 말하지 마...』
복도 끝에서 카시와기가 자신의 ID 카드를 사용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동안에도 알몸인 채 딱 멈춰 선 유미코에게 레이카는 흥미진진하다.
"정말 마네킹 인형이 서 있는 것 같네... 모델 그만두고 이렇게까지 몸을 손대고... 가슴 확대까지 하다니, 그렇게 권리금이 매력적이었어?"
『아, 아니야!...』
"워워, 레이카 씨.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너무 그녀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자, 엘리베이터 왔습니다, 타요 타."
띵! 포오오옹 큐우우웅...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목적 층을 말하자 천장에서 합성음이 흘러나온다.
『체크 개시합니다... 제3개발부 보안 시스템 승원 2명 로봇 1체 ...확인 완료... 문이 열립니다』
수십 초 이동 후 문이 열리고 무기질적인 복도로 이어지는 넓은 연구실이 나타났다.
실내에는 대량의 기자재와 복잡한 장치, 대형 기계가 늘어서 있고 두세 명의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열심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이 카시와기 일행을 알아차리고 손을 멈추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제3개발부 부장 야마우치 타쿠야다.
"안 그래도 호출하려던 참이었어요. 슬슬 제3공정으로 넘어갈 거니까 너무 끌고 다니지 마시고..."
야마우치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레이카의 모습을 보고 뚫어지게 쳐다보며 놀랐다. 그리고 곧바로 카시와기를 끌고 가 작은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저기, 왜 외부인이 있는 겁니까?!)"
"(외부인이라니... 저 여자는 이미지 걸 중 한 명이야. 스도 레이카라고.)"
"(그거야 알죠! 그렇다고...)"
당황하며 힐끔힐끔 레이카를 보는 야마우치를 진정시키며 카시와기는 귓속말했다.
"(...괜찮다니까. 저 아가씨, 레이카 군이라면 내가 예전부터 잘 알아. 게다가 캠페인 걸 중에도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협력자는 꼭 필요했어. 어차피 기회를 봐서 이쪽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는데 좀 빨라졌을 뿐이야, 맡겨 둬.)"
"(...............)"
카시와기의 말에 야마우치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두 분, 다 큰 어른이 소곤소곤 무슨 밀담을 나누시는 거야?"
레이카가 팔짱을 끼고 카시와기와 야마우치 쪽으로 다가온다. 두 남자는 눈을 힐끔 교환하며 그 자리를 얼버무렸다.
"아니 그게... 레이카 씨. 실은 당신에게 꼭 해 두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제6장 끔찍한 계획
콘솔 앞 연구원의 조작에 따라 세로로 놓여 있던 거대한 원통형 투명 캡슐이 웅웅거리며 천천히 움직이더니, 90도로 기울어져 눕혀졌다.
성인 한 명이 꼿꼿이 서서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공간. 연구원 몇 놈에게 들려 짐짝처럼 처박힌 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유미코였다. 입에는 산소 호스가 물려 있다. 뚜껑이 닫히고 캡슐이 다시 세로로 세워지자, 쿠구구… 하는 굉음과 함께 안으로 무색투명한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둥둥 떠오르는 유미코의 꼴은 영락없이 포르말린에 절여진 시체 표본이다.
마치 잠에 취한 듯 몽롱한 표정으로 액체 속에서 흔들리는 인형 같은 모습을 보며, 야마우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껄였다.
"저건 지금 세척 중인 겁니다. 카시와기 부장님이 워낙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험하게 굴리신 모양이라서요."
비꼬는 말투에 카시와기가 헛기침을 했다.
내부 세척을 위해 캡슐 안 유미코의 가랑이 사이로 세척용 튜브가 쑥 뻗어 나가는 게 보였다.
그 꼬라지를 지켜보던 레이카가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유미코 씨, 귀사에 의장권을 팔았다고 들었어요. 전신 제모도 했다고 하던데… 역시 세척하고 나서 그녀의 '본'을 뜨려는 건가요?"
그녀의 단순한 의문을 야마우치는 코웃음 치며 부정했다.
"아닙니다. …지금 유미코 씨의 몸을 '돌 슬레이브'로 개조하는 중이거든요."
"유미코 군 자신이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본인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지."
야마우치와 카시와기가 너무나 태연하게 내뱉는 바람에, 처음에 레이카는 무슨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파이프 안에서의 세척이 끝나고 내부 배수와 건조까지 마친 뒤 캡슐에서 꺼내진 유미코.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창백한 몰골은, 이제 정말 익사체나 다름없었다. 그 참혹한 꼴에 놀란 레이카가 야마우치에게 다급히 물었다.
"저… 정말로, 그녀를, 그녀 자신을 로, 로봇으로 만들 셈인가요? 그런 일이 현실에서…"
"물론 위법 행위죠. 하지만 현재의 세뇌 기술과 사이보그 기술에 의한 육체 개조를 조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벌리는 야마우치에게서 일반인과 학자의 감각 차이 같은 기괴함을 느낀 레이카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애써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
"…이미 완전히 로봇인 건가요? 유미코 씨는…"
"지금은 뇌의 3분의 1과 내장 일부, 그리고 피부 표층 코팅이 끝났으니 전체의 40% 정도려나."
야마우치는 딱히 죄책감도 없이 담담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하는 얼굴이시군요. 애초에 이번 사태는 우리 회사의 신제품 개발에 사고가 생긴 게 발단입니다."
이어서 카시와기가 떠올리기조차 싫다는 듯 씹어뱉듯 말했다.
"…처음엔 제1개발부가 차기 주력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개발팀이 글쎄 부서째로 타사에 스카우트되어 버렸지 뭔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기획부나 선전부에도 영향이 갈 만큼 엄청난 혼란이었어. 부득이하게 제2개발부가 진행 중이던 작업을 중단하면서까지 남은 흔적을 긁어모아 계획을 인계받았지만, 이게 영…"
"뭐, 그 난장판 덕분에 제가 톱으로 앉을 제3개발부 신설을 상층부에 쑤셔 넣는 데 성공했죠. 그 뒤엔 제3개발부가 제2를 제치고 로보틱스에 걸맞은 신제품을 개발하면… 되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무리였습니다. 애초에 제1개발부에 있다가 남은 떨거지들과 신입 연구원, 그리고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어쨌든 땜빵이라도 뭔가 날조해 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카시와기에게 어떤 계획을 제안한 겁니다."
"그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땐 정말 놀랐지. 설마 살아있는 인간을 로봇으로 개조하려 들 줄이야. 그러고 보니 자네 졸업 논문이 『나노머신 개조에 의한 생체 로봇 변환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하여』였지."
카시와기가 야마우치 쪽을 쳐다보자, 그는 씨익 한순간 웃으며 유미코 쪽을 가리켰다.
"제 논문에서도 장애물은 윤리적인 문제뿐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만… 유미코 씨에겐 미안하지만, 이 기회에 이론을 실천해 보기로 한 겁니다. 마인드 컨트롤보다 훨씬 강력한, 뇌 개조에 의한 노예 인형 개발을 말이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거든요. 우리도, 그녀도."
세척이 끝난 유미코는 연구원들의 끈적한 전신 체크를 받은 뒤, 그들의 손에 의해 수술대 위로 옮겨졌다. 엎드려 놓인 유미코의 민머리 뒤통수에 연구원 하나가 굵은 주사바늘을 푹 찔러 넣었다.
주사가 뽑히고 다른 연구원이 콘솔을 조작하자, 유미코는 신음하기 시작했다.
『…으… 으으윽…… 아파… 아파요…』
괴로운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유미코의 뒤통수에, 마치 CG 영화의 특수효과처럼 순식간에 구멍 몇 개가 뻥 뚫렸다. 구멍 안쪽에는 분홍색 무언가가 엿보인다. 주위에는 나사 구멍도 나 있어 영락없는 접속 단자 꼴이다.
동시에 수술대 베개 부분에서 못 같은 커다란 금속 단자가 솟아올랐다.
연구원들은 유미코를 홱 뒤집어 눕히더니, 그 단자에 그녀의 뒤통수를 억지로 쳐박았다.
『아! 아, 아그윽, 끄그극…』
…형언할 수 없는 기분 나쁜 소리를 토해내며 유미코는 흰자위를 까뒤집고 기절했다. 그 옆에서 마우스를 슥슥 움직이는 연구원. …이윽고 콘솔 화면에는 수많은 문자가 흘러가고, "현재 설치된 인격 컨트롤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기본 제어 소프트웨어를 전송하시겠습니까?"라는 창이 떴다.
딸깍, 하는 마우스 클릭 소리에 맞춰 유미코의 전신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주위 연구원들은 유미코의 사지를 각각 잡아당겨 손목, 발목, 그리고 목을 족쇄로 수술대에 차례차례 고정해 나갔다.
그녀는 딱 '土' 자 모양으로 사지가 결박되어, 부끄러운 부분이고 뭐고 훤히 드러난 꼴이 되었다.
"뇌 프로그램 덮어쓰기가 시작된 모양이군요…"
구속된 유미코 곁으로 야마우치와 카시와기, 그리고 레이카가 흥미롭다는 듯 다가왔다.
"후후후, 아기 같네… 이런 식으로 당신의 은밀한 곳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유미코의 매끈한 가랑이 사이를 들여다보며 비웃는 레이카. 연구실의 서늘한 기온에 노출되어, 그곳 한가운데서 껍질을 뒤집어쓴 채 떨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본 레이카는, 그걸 부드럽게 까뒤집어 집어 올리고는 유미코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 걸 확인하며 재미있어했다.
별로 쓰지 않아 옅은 분홍색인 크레바스 아래로 눈을 돌리자, 거기엔 휴게실에서 봤던 애널 플러그가 여전히 박혀 있다. 애널 플러그를 만지작거려도 유미코는 이미 무표정한 채 미세하게 진동하는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유미코 씨를 이런 식으로 로봇으로 개조한 뒤엔 어떻게 할 건가요? 누군가에게 팔아버리나요?"
레이카의 말에 야마우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아닙니다. 그래선 단품 하나 팔고 끝나버리죠. …유미코 씨는 신형 로봇의 프로토타입이 될 겁니다. 그녀의 몸을 기계화하고 차례차례 복제 가능한 매체로 변환해서, 장차 대량 생산할 때의 모형으로 삼을 겁니다. 우수한 제어 프로그램을 가진 로봇을 1부터 개발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뭐 우리가 안 해도 어딘가 로봇 기업이 언젠가는 하겠지. 아니,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카시와기의 살벌한 대사에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잠시 후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야마우치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살아있는 인간을 나노머신으로 개조해 로봇으로 만들고, 그걸 양산품의 베이스로 삼는다… 이 아이디어, 그렇게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최신형 로봇에는 인간의 부분 클론을 사용한 생체 부품 비율이 늘고 있으니까요. 다만, 실제로 호적 있는 인간을 통째로 로봇으로 변환하는 건 사상 최초의 시도겠죠."
"대놓고 발표할 수 없는 게 유감이군."
그렇게 말하며 야마우치와 카시와기는 와하하 웃어젖혔다.
"그 최초의 로봇 변환이라는 영예를 안은 게 여기 누워 있는 여자라는 거군요."
레이카가 비꼬듯 말하자, 야마우치가 다소 자기변명하듯 대답했다.
"아니 뭐, 저야 처음엔 개조할 인간은 누구라도 상관없었어요. 세상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법적으로 몸을 파는 케이스도 많고, 성형 기술을 병용하면 어느 정도까진 어떻게든 되니까요. 다만 카시와기 부장님이…"
"야마우치의 계획을 듣고, 그럴 거면 차라리 가능한 한 미녀를 타깃으로 삼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 직업상 수많은 모델이나 탤런트를 봐왔지만, 저런 인형처럼 새침한 여자를 어떤 명령이라도 듣는 문자 그대로의 섹스 인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하고 말이야. 아, 레이카 씨,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그래서 어쨌든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유미코 군을 점찍었다는 거지."
유미코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밑작업에는 엄청난 준비와 시간이 필요했다고 열변을 토하는 두 사람.
"결국 '돌 슬레이브' 캠페인을 미끼로 후보자를 꾀어내려고 계획해서,"
"그녀 입장에선 자기가 선전해야 할 상품 오디션이 사실은 자기를 상품으로 만드는 함정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겠지만, 유미코 씨에겐 집단 오디션이 있던 날 건강검진이라 속이고 소량의 나노머신 약제를 주사했습니다. 이건 인터넷을 통한 원격 조작이 가능해서, 투여된 인간의 뇌수를 분자 레벨에서 전자두뇌로 변환하거든요. 아르바이트라고 속여서 개조용 헤드밴드를 쓰게 하고, 본인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룻밤 만에…"
"뇌를 기계로 바꿔버리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니…"
새파랗게 질려 입술을 깨무는 레이카에게 야마우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네, 물론 나노머신에 걸려 있는 국가 프로텍트는 불법으로 풀었지만요. 웬만한 연구실 아니면 그런 설비 자체가 없기도 하고… 게다가 이 나노머신에 의한 뇌 개조는 누구에게나 유효한 건 아닙니다. 개조용 효소에 민감한 유전 형질 보유자라고 해서, 비교적 한정된 소질이라…"
"전문적인 이야기를 해봤자 우린 하나도 못 알아듣네. 분명 병원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서 조사했었지?"
"네, 그래서 운 좋게도… 아니, 유미코 씨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혼죠 유미코라는 소재가 우리 계획에 딱 맞는 최고의 육체라는 게 판명된 겁니다. 알았을 땐 저도 모르게 쾌재를 불렀죠."
그렇게 말하며 야마우치는 작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들의 잔혹한 음모가 이야기되는 사이, 유미코의 뇌 프로그램 덮어쓰기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그렇게 뇌 개조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게 된 다음엔, 그녀 스스로 신변 정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미코 군에게 모델을 그만두게 하는 건 지금 생각해도 참 힘들었지."
"다소 강압적으로 유미코 씨가 자발적으로 은퇴한 걸로 하고, 고향 쪽에도 손을 써서… 가까운 시일 내에 그녀는 실종 처리될 겁니다… 그 이후엔 조금씩 그녀의 사이보그화 처치를 진행해 나갔죠."
"사이보그?"
"네, 사이보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로봇은 아니죠. 우리 목적은 '최고의 살아있는 리얼돌'을 만드는 거라, 전부 기계로 바꿔버려선 굳이 살아있는 인간을 쓰는 의미가 없거든요.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참고 출품작으로 일반 공개해도 로봇 상품으로 통할 아슬아슬한 레벨로 만들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프로토타입으로서지만요."
"선행 발표회나 바이어 대상 로봇 쇼 등에서 신제품 발표 때 실제로 시장에 풀리는 제품보다 오버스펙인 출품작을 전시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다소의 허세는 용납된다고나 할까… 정규 양산품과 너무 동떨어지면 거짓말이 되어버리니까, 그 부분 절묘하게 조절해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어필하고 타사를 견제하는 것도 이번 계획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완전히 꼭두각시 인형이 된 건 아니군요."
"살아있는 몸인 편이 좋은 부분도 많으니까요. 일단 어디가 개조된 부분이냐 하면…"
설명을 계속하며 야마우치는 누워 있는 유미코의 아랫배를 손으로 훑었다.
"먼저 소화기관을 간소화했습니다. 지금의 그녀는 매일 소량의 이유식과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졌죠. 그리고… 레이카 씨, 잠깐 그 애널 플러그 좀 뽑아주시겠습니까? 이제 빠질 겁니다."
"네? 아, 네…"
레이카가 유미코의 항문을 왼손 손가락으로 벌리고, 오른손으로 깊숙이 박힌 애널 플러그를 몸 안에서 천천히 잡아당겼다. 전체가 드러난 희고 긴 특이한 형상의 플러그는 체온으로 따끈따끈하게 데워져 있었다.
"냄새 한번 맡아보세요… 어때요?"
"………어머, 아무 냄새도 안 나네요."
"네, 지금 유미코 씨는 배설을 하지 않습니다. 오줌은 싸지만… 아, 애널 플러그는 다시 안 넣으셔도 됩니다."
레이카는 애널 플러그를 내려놓고 유미코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젠 배설조차 필요 없게 되어버렸구나, 유미코 씨…"
"어쨌든 살아있는 인간을 로봇이라고 우겨서 우리 신제품으로 발표할 거니까요. 어설픈 개조로는 들통나 버리니 철저하게 인형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만에 하나 들통날 경우엔 뭐, 메탈 로보틱스 사 자체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만큼 제재를 받겠죠."
야마우치는 설명을 끊고 턱을 까딱하며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고개를 끄덕인 연구원이 수술대 위쪽에서 끝에 원형 톱이 달린 암(arm)을 끌어내렸다. 끼이잉 하는 고주파음을 실내에 울리며 기세 좋게 고속 회전을 시작한 블레이드 부분을, 그들은 천천히 유미코의 허벅지에 갖다 댔다.
"꺄아아아아악!"
레이카는 충격적인 광경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블레이드가 파고드는데도 유미코의 다리에서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마치 고무를 자르는 듯한 느낌으로 순식간에 절단되는 허벅지.
잘려 나간 모양 좋은 각선미가 툭, 하고 수술대에 떨어지자 연구원은 곧바로 반대쪽 다리도 똑같이 자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유미코 자신도 그 꼴을, 말없이 눈만 희번덕거린 채 자기 몸이 잘려 나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피가… 안 나네요…"
망연자실한 레이카의 말에 야마우치가 대답했다.
"유미코 씨의 몸은 이제 몸통 부분에만 혈액이 순환하고 있거든요. 이미 체내의 상당 부분이 인공 근육이나 인공 뼈 같은 기계 부품으로 변환 완료된 상태입니다."
"나노머신을 꽤 대량 투여해서 내장도 변환했으니, 지금 유미코 군은 껍데기만 남은 거나 마찬가지야."
"혈액이라고 해도 하얀 인공 혈액이고요."
그렇게 떠드는 사이에 유미코의 팔과 다리는 팔꿈치 위, 무릎 위 위치에서 모조리 잘려 나가 버렸다.
인견(人犬) 꼴이 된 유미코는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팔다리 절단면에는 뒤통수에 난 접속 단자와 비슷한 구멍이 몇 개나 나란히 뚫려 있었고, 잘려 나간 팔다리는 엄중하게 케이스에 보관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저 팔다리는 조형 부서로 넘겨져서 양산 파츠를 만들 때 기준이 될 겁니다."
옮겨지는 팔다리를 세 사람은 말없이 배웅했다.
몸통만 남은 유미코 옆으로 이번엔 대차에 뭔가가 실려 왔다. 대차 위에는 투명 소재로 된 전신 타이즈 같은 '옷'과 페니스를 본뜬 거대한 바이브레이터 두 개. 그리고 20cm 정도 되는 실리콘제 원통형 부품 하나가 놓여 있었다.
목의 구속이 풀리고 뒤통수에 연결된 바늘 같은 단자에서 머리가 뽑힌 유미코는, 연구원들이 달려들어 먼저 이 '옷'을 입혔다. 다소 작은 사이즈의 '옷'을 억지로 뒤집어쓴 피부 표면이, 투명 비닐을 꽉꽉 늘려 씌운 것처럼 한층 더 번들거렸다.
'옷'의 형상은 딱 코르셋처럼 입체적으로 유미코의 몸을 조여 정돈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그녀의 가슴은 크게 앞으로 솟구치고 허리는 잘록하게 조여졌으며, 엉덩이는 보정 속옷을 입은 것처럼 탱글하게 치켜올라갔다. 얼굴 부분에는 눈, 코, 입에 구멍이 미리 뚫려 있어 호흡에는 지장이 없다.
"예쁘네… 마치 도자기 토르소 같아."
"이 투명 소재는 '나노스킨'이라고 해서 나노머신으로 만든 코팅용 소재입니다. 전압을 걸면 미리 특수 처리한 인간의 피부에 침투해 그대로 모공을 완전히 막고, 피부째 영구히 실리콘계 소재로 변환시켜 버리죠."
나노스킨을 입고 가슴과 엉덩이 위치가 제대로 잡힌 유미코의 몸은 다시 한번 확인을 위해 수술대에 눕혀졌다. 민머리에 팔다리 없는 그녀는 가짜 인형 같은 외관이면서도 천천히 호흡으로 가슴이 오르내리고, 가랑이 사이에는 생생한 성기가 노출되어 에로틱한 위태로움이 돋보였다. 불안한 눈동자가 연신 움직이고 있다.
"자, 다음은 좀 그녀에겐 힘들 겁니다."
연구원이 거대한 바이브레이터를 집어 들자, 유미코는 이번엔 엎드린 자세가 되어 네발로 기는 꼴로 잘린 팔다리가 침대 구멍에 고정되어 버렸다. 연구원 전원의 눈앞에 그녀의 은밀한 구멍과 항문이 노출되고, 보지가 쩍 하니 나노스킨 너머로 벌어져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그 꽃잎 중앙에 위치한 질 구멍에 바이브레이터를 투명 소재 위에서 들이대고 억지로 체내에 삽입했다. 유미코는 말없이 읍… 하고 표정을 굳히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앗… 왠지 유미코 씨, 엄청 괴로워 보여… 후후후…"
부들부들 떨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유미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바이브레이터가 그녀 안으로 우지끈 소리를 내며 파고들어 갔다. 그에 따라 투명 소재는 바이브레이터 형태에 맞춰 거기서부터 질 안으로 쭉 늘어나는 것이었다. 이걸로 질 내벽에도 나노스킨이 달라붙게 된 셈이다. 나노스킨으로 가공된 표면은 항균·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므로 기본적으로 성병 걱정은 없다는 거다.
유미코의 체내에 바이브레이터가 3분의 2 정도 박힌 시점에서, 연구원은 한술 더 떠 그녀의 질 안을 탐색하듯 꾹꾹 바이브로 쑤셔대기 시작했다.
"저건 자궁구를 찾고 있는 겁니다. 우테루스 섹스라는 놈이죠."
"우테루스 섹스?"
야마우치의 설명에 레이카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지만, 연구원이 마치 화장실 배수관 막힌 걸 뚫어뻥으로 뚫는 것처럼 휘저어대자 이윽고 유미코의 눈이 크게 떠지고, 거기서 쑥 하고 한 단계 더 깊이 꽂혀 체내에 거대한 바이브레이터가 파묻혀 버렸다. 몽롱해져 눈의 초점이 흐려지는 유미코는 신경도 안 쓰고, 또 하나의 바이브레이터도 이번엔 항문 쪽으로 쑤셔 박혔다.
애널 플러그 확장 덕분인지 삽입은 스무스했지만, 연구원 몇 놈에게 억지로 눌린 채 앞뒤 구멍에 윤활유도 없이 삽입당하는 건 아무리 그녀라도 한계를 넘어선 모양이었다.
그래도 유미코의 풍만한 몸뚱이는 그토록 굵고 거대한 바이브레이터를 완전히 두 개나 삼켜버렸다.
앞뒤 구멍에 박힌 바이브를 연구원들이 몇 번이나 확인차 쑤셔 넣으며 마치 도구 취급당하는 유미코의 꼴을 보고, 레이카는 저도 모르게 가랑이가 젖어 드는 걸 느꼈다. 아무리 볼륨 있는 하반신이라 해도 저런 거대하고 굵은 바이브가 앞뒤로 두 개나… 게다가 저 괴로워 보이는 유미코 씨의 눈동자 색깔… 아아, 더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
레이카가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이번엔 유미코는 볼을 잡혀 입을 크게 벌리게 되고, 대차 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작은 실리콘제 원통형 부품을 입안에 억지로 처박히고 있었다. 숨쉬기 힘든지 괴로운 듯 버둥거리는 유미코.
이렇게 입과 질, 그리고 항문을 모두 틀어막히고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도구로 개조되는 불쌍한 인형은, 마지막 마무리로 보지 부분에 해당하는 나노스킨에 작은 구멍 몇 개가 뚫리는 공작을 당했다. 분명 요도나 애액이 나오는 곳이 틀림없으리라.
이제 유미코를 살아있는 인간 취급하는 놈은 여기 아무도 없는 것이다.
제7장 절규하는 인형
유미코의 몸은 마지막 밑작업을 끝낸 뒤, 근처 구속대로 옮겨졌다. 구속대는 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녀는 기둥 사이에 매달린 꼴로 그 풍만한 보디를 다시, 이번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듯 ‘土’ 자 형태로 결박당했다.
연구원들의 손에 의해 가랑이 사이로 삐져나온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와 뒤통수, 팔다리의 절단면에 수많은 케이블이 연결되었고, 유두와 배꼽에도 푹, 푹, 튜브가 꽂힌 모습은 이제 인간이라기보다 개발 중인 로봇이라 부르는 편이 훨씬 어울리는 자태였다.
“야마우치 부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연구원들은 완료 보고를 마치고 안쪽 콘솔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에 남은 것은 야마우치와 카시와기, 그리고 레이카뿐이었다. 야마우치는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실내의 모두를 향해 연설을 시작했다.
“…연구원 여러분, 카시와기 부장님,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혼죠 유미코가 ‘돌 슬레이브’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왔습니다. 제어된 사이보그 뇌와 전신을 코팅하는 나노 스킨, 그리고 유두와 배꼽을 통해 체내로 주입되는 나노 머신 용액이 하나로 결실을 맺어, 세 개의 구멍 모두가 최고의, 궁극의 생체 섹스 머신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훌륭해.” 카시와기가 눈을 반짝였다.
“…변환 후에는 그녀의 기간 파츠가 양산 시의 모형이 될 테니, 극히 낮은 토털 코스트로 고성능 로봇이 완성되는 셈이죠. 뭐, 현행 기술로는 양산품이 오리지널의 50%만 품질을 재현해도 감지덕지겠지만, 그래도 종래의 제품과는 천지 차이라고 보증할 수 있습니다.”
“‘변환’이 끝나면 유미코 씨는 인간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리나요?”
레이카의 질문에 야마우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사실 말이죠, 아까도 잠깐 얘기했지만 유미코 씨의 뇌는 거듭된 나노 머신 변환으로 전자 두뇌화가 촉진되고 있습니다만, 그녀의 오래된 기억을 관장하는 일부는 여전히 전자 두뇌와 깊게 얽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즉 그녀는 지금도 원래의 인격이나 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야마우치는 유미코의 목 뒤로 손을 돌려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불쌍한 살아있는 인형이여, 눈을 뜨고 주인에게 복종하라!’ …후후후, 어떠십니까, 유미코 씨. 지금 기분은?”
놀란 카시와기와 레이카가 일제히 유미코를 주목했다. 두 사람의 눈에, 눈동자에 점차 힘을 되찾아가는 유미코가 비쳤다.
『…다… 당신들은… 악…』
몹시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가 유미코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구강 내에 끼워진 부품 탓에 제대로 발성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유미코는 “당신들은 악마야”라고 말하려 했지만, 말은 오열에 묻혀버렸다.
『아아… 괴로워… 괴로워… 제, 제발… 나를, 원래대로, 원래대로 돌려줘…』
유미코는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재난을 전부 듣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통곡하며 분노하고, 분개하고, 애원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었으리라.
“…놀랐네, 쟤 아직 의식이 있었어?”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레이카가 야마우치에게 물었다.
“네, 컨트롤 하에 있는 동안에도 기본적으로 유미코 씨에게는 아침의 선잠 같은 상태로 항상 자의식이 있습니다. 완전히 지워버리면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게 되니까요. 게다가 그녀의 원래 뇌에는 ‘돌 슬레이브’가 된 후에도 여러 가지 일이… 예를 들면 로봇으로서의 기초 동작이나 일반 상식, 섹스 기술 등을… 원래 기억을 제어 프로그램에서 불러오는 형태로 하는 편이 새로 1부터 프로그램을 짜는 것보다 편하거든요. 언젠가는 동작 패턴을 모션 캡처 식으로 프로그램화하겠지만요.”
야마우치는 그렇게 대답하며 유미코의 가랑이에 끼워진 앞뒤의 바이브를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흔들었다.
『아윽! 시, 싫어, 만, 만지지 마!』
“보세요, 그녀의 뇌는 색정광의 그것에 가깝게 조정되어 있으니까,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더 야한 반응을 해주겠죠.”
의식이 돌아온 것과 동시에 감각도 돌아온 것일까, 유미코는 비명을 지르며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격렬하게 비틀었다.
『로봇이 되다니, 싫어! 제, 제발, 다시 생각해 줘!』
“시끄럽네, 얼른 인격도 지워버리는 게 낫지 않아?”
울음소리와 비명에 질렸는지 레이카는 짜증을 내며 유미코의 유두를 비틀어 올렸다.
『아파! 그만해!』
“그건 뭐… 언젠가 볼일이 끝나면 만일의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뇌를 태워버려서 전부 소거할 예정입니다만.”
『…지, 지워? 뇌를 태워버려? 내, 내 의식을 지운다고?! 싫어… 그만해! 돌아갈 수 없게 돼!』
자신의 인격마저 지워지고 도구로서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다는 공포에 유미코는 몸을 떨었다.
“단순한 도구가 되는 편이 행복할지도 몰라? 유미코 씨.”
“그렇죠, 어쨌든 빠른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안 돼! 인격은 지우지 말아줘!”
레이카와 야마우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카시와기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내가 쟤를 로봇화 대상으로 고른 건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 알잖아. 인격이 남아 있지 않으면 재미없어, 그녀를 소유하는 즐거움이 없다고. 게다가 프로토타입이니까 다소 인간미가 남아 있어도 상관없을 텐데.”
“하지만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위험해.”
『제발… 거, 거역하거나 하지 않을게요… 지우지 말아 주세요…』
“일단 심층 의식에 락을 걸어뒀으니 비밀을 폭로당하거나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만….”
잠시 세 사람은 인형의, 혼죠 유미코로서의 기억 처우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의논했지만, 결국 지우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결론이 났고, 유미코는 일단 안도했다.
…유미코 씨의 기억 건은 제쳐두고…라며 야마우치는 한 박자 쉰 뒤 화제를 바꿔 레이카 쪽을 향해 말을 꺼냈다.
“자, 이게 지금까지의 전말입니다. 그래서 부탁인데, 레이카 씨는 부디 ‘돌 슬레이브’의 정체는 마음에 묻어두시고, 이 프로젝트가 잘 되도록,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래그래, 얘기가 길어졌지만 본론은 그거였어. 사정은 우리 회사의 존망과도 관련되어 있으니까, 서로의 행복을 위해 자네도 이쪽 편에서 같이 하지 않겠나. 만약 비밀을 지켜준다면 사무소 경유로 지불하는 개런티와는 별도로 5배의 금액을 입막음료로 직접 자네에게 매달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어때?”
고압적이지도 않고 저자세로 나오는 것도 아니며, 또한 중대 범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가벼움으로 야마우치와 카시와기는 레이카에게 제안했다.
……잠시 생각하던 레이카였지만, 장난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왠지 완전히 저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거 엄연한 범죄잖아요, 저한테 범죄의 한패가 되라는 속셈? 저는 모델 동료인 유미코 씨를 라이벌로서 존경하던 입장이라고요?”
『레이카 씨… 도와줘…』
유미코가 가냘픈 목소리로 호소했다.
“게다가 만약 거절하면 이번엔 저도 똑같이 로봇으로 만들 셈인가요?”
허리에 손을 얹고 남자들을 노려보는 레이카에 대해 야마우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웃었다.
“…후후훗, 여기 오고 나서 당신의 태도를 보는 한, 도저히 본심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야마우치의 태도에 레이카도 빵 터졌다. 그녀의 마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하하하하…! …OK, 좋아. 나도 유미코 씨한테는 여러모로 앙금이 있었고, 그녀 일은 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가 있어. 응, 당신들한테 어울려 줄게. 돈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 같고.
…다만, 하나만 부탁이랄까, 조건이 있어.”
“조건…?”
나락으로 떨어진 얼굴의 유미코와 웃는 표정을 한 남자들을 앞에 두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레이카는 빙글 돌아 유미코의 등 뒤로 가서 십자가에 매달린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유미코 씨는 이제부터 시판될 ‘돌 슬레이브’와 겉보기엔 똑같은 모습이 되는 거죠?”
“네, 물론입니다. 이벤트 캐러밴에도 대동시킬 거고요.”
“어때, ‘돌 슬레이브’ 발표랑 양산이 궤도에 오르고 그녀의 역할이 끝나면, 이 인형 나한테 주지 않을래?”
“아, 안 돼! 그건 안 돼! 쟤는 내가 갖기로 정해져 있으니까!”
레이카의 조건 제시에 카시와기는 과장되게 화를 내며 반대하고는 유미코의 몸을 뒤에서 껴안았다.
“이건 나만의 비밀 인형이야, 나만의… 나만의….”
카시와기가 유미코의 커다란 가슴과 가랑이에 뒤에서 손을 돌려 주무르며 기분을 내고 있자, 레이카도 그 튀어나온 가슴 끝에 있는 유두를 집어 잡아당겼다.
“이런 훌륭한 장난감, 독차지하는 건 좋지 않아. 조금 정도는 빌려줘도 되잖아!”
『아… 으… 그, 그만해… 싫어… 제발…』
결국 레이카는 카시와기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유미코를 자유롭게 빌려 쓸 권리를 승낙받았다. 카시와기는 처음엔 꽤 떫어했지만, 유미코를 컨트롤하는 리모컨의 제어 우선권을 레이카보다 상위로 한다는 조건으로 그럭저럭 납득했다.
『…다, 당신들, 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의 몸을 자신 이외의 자들이 멋대로 주고받는 것을 유미코는 슬픈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이제 자신은 영원히 그들의 도구로서 부려질 수밖에 없는 건가… 어느새 눈물도 말라버려 있었다.
레이카를 동료로 끌어들이고, 드디어 유미코의 인간으로서의 인생 마지막 때가 찾아왔다.
야마우치는 다른 두 사람에게 인형에서 떨어지도록 재촉하고, 벽에 붙어 있는 ‘고압 위험’이라 적힌 대형 스위치를 잡고는,
“그럼, 갑니다. 3, 2, 1, ON!”
힘껏 아래로 당겨 내렸다.
가공!… 묵직하고 금속적인 전환음이 주위에 울려 퍼지고, 부부부… 하고 귀에 간신히 들릴 정도의 중저음이 발바닥에서부터 점차 커져갔다. 그 진동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의 크기가 된 순간, 마침내 유미코의 몸은 떨리고 표면에서는 작은 스파크가 파직! 파직! 하고 튀기 시작했다.
『으… 으아… 싫어… 뭔가… 오, 오오오오오…』
유미코가 말을 뱉음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일곱 빛깔로 빛나며 표면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셀룰로이드 같은 피부 표면은 오일을 바른 듯 번들거리고, 그에 맞춰 부르르… 하고 흔들린 고깃덩어리가 점점 형상 변화를 일으켜갔다. 유두와 배꼽에 꽂힌 튜브에서 나노 머신 용액이 속속 체내로 보내지고 있는 것이 시각적으로 뚜렷이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가랑이에 심어진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체내에서 모양을 바꾸고 있는 듯했다. 상당한 고통에 유미코는 날뛰었지만, 전신은 단단히 구속되어 있었고 애초에 그녀에게는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가 없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케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전압의 인디케이터 표시가 점점 커지고, 그녀의 절규는 더욱 커졌다. 이 고문과도 같은 초기 과정에서 바이브레이터가 체내에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하며 유미코의 육호(肉壺)는 남성을 기쁘게 하기에 이상적인 형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섹스 머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점차 유미코의 몸은 여성스러운 풍만함에서 완전한 인공물의 형상으로 변모를 이루어갔다.
『앗, 앗, 아아아아아! 차, 차라리, 죽여줘! 죽여줘어!!』
유미코는 자신이 샌드백이 되어 수많은 격투가에게 얻어맞고 걷어차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입에 장치된 원통형 파츠는 이미 구강과 일체화되어 혀나 이빨도 성기로서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 구성 물질 자체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체 감각에서 한 번 끊어진 뇌에, 새롭게 전자적인 센서의 감각이 하나, 또 하나 뇌 깊숙이 연결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에게 새롭게 끓어오른 감정은 섹스 머신으로서의 자신의 행복이었다.
“…이거 좋은 구경거리네.”
‘土’ 자 형태로 구속되어 전류와 바이브의 고문을 계속 받는 유미코를 보며 레이카는 옅은 웃음을 띠고 말했다.
“유미코 씨의 개조는 어느 정도면 끝나?”
“내일 아침까지는 걸릴 겁니다.”
“어? 그, 그럼 쟤는 계속 밤새도록 이 상태인 거야? 아하, 아하하하!”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레이카가 간신히 진정을 되찾고 말했다.
“아- 웃겨. 유미코 씨가 로봇이 될 때까지 보고 있을까 했는데, 그럼 시간이 너무 걸리겠네. 일단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올게.”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방에 오기 위한 ID 카드는 발급해 두죠.”
야마우치와 카시와기에게 인사를 건네고 레이카는 연구실을 뒤로했다.
레이카가 지하 개발실을 나와 전용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가 지하 1층 운동용 홀로 돌아오자, 이미 다른 이미지 걸들과 안무가 선생님이 리허설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안무가 선생님은 카시와기에게 전화로 “레이카는 다른 일로 늦는다”고 연락을 받은 모양인지, 그녀는 바로 연습에 합류했다.
“레이카 씨, 꽤 늦었네요. 잊은 물건 말고 무슨 일 있었어요?”
잠깐 쉴 때 다른 이미지 걸들이 그렇게 묻자 레이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대답했다.
“우후후, 실은 귀여운 인형이랑 놀고 있었어.”
그렇게 대답하는 레이카의 말에 주위에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8장 섹스돌 수행
레이카가 계획에 합류하고 며칠 뒤, 개조를 마친 유미코의 본격적인 조교가 시작되었다.
이미지 걸 업무를 마친 레이카는 동료들의 권유도 뿌리치고, 오늘도 제3개발부 연구실로 향했다. 카시와기에게 받은 전용 ID 카드를 찍고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 그녀는 다시 유미코가 기다리는 지하 플로어에 도착했다.
연구실 문을 열자 이미 선객이 와 있었다. 카시와기가 유미코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레이카가 온 줄도 모르는지, 칠칠치 못하게 풀린 얼굴을 감추지도 않은 채 가랑이 사이에 유미코의 머리통을 처박고, 질펀하게 펠라치오를 받으며 즐기고 있었다.
개조가 끝난 유미코의 몸은 인간이었을 때보다 한 단계 더 실리콘 인형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는 은백색에 시안 빛이 감도는 인공 모발이 자라나 있었고, 뒤통수에는 천장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다.
절단된 양팔과 다리에는 원래 형태와 똑같으면서도 유연하게 변형되는 인공 의수와 의족이 대신 달려 있었다. 코팅 전이라 표면이 은색으로 번쩍였다. 유미코는 아직 그게 익숙지 않은지, 손발의 움직임이 삐걱거렸다.
"으으... 좋아, 좀 더 빨아들이듯이..."
『네에, 이, 이렇게마림미까』
유미코가 볼을 홀쭉하게 만들며 페니스를 격렬하게 빨아들이자, 칠칠치 못한 얼굴이 더욱 풀어헤쳐진 카시와기는 참지 못하고 유미코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몇 번이나 허리를 털어댔다.
"으, 으, 조, 좋아, 싼다, 전부, 마셔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시와기는 유미코의 머리를 잡아당겨 입을 벌리게 하고는, 하얀 욕망의 액체를 쏟아부었다. 유미코는 멍한 눈을 한 채, 그 모든 것을 입으로 받아냈다.
"크크크, 꽤 능숙해졌군... 앗, 레, 레이카 군, 와 있었나..."
잔뜩 이라마치오를 시키고 만족한 카시와기는, 어느새 팔짱을 끼고 곁에 서 있던 레이카를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바지춤을 짤그락거리며 겸연쩍은 듯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레이카는 뼈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쑥맥도 아니고. 게다가 유미코 씨가 앞으로 섹스 인형으로서 전국을 돌 때, 그런 행위 하나하나에 매번 꺄악꺄악 소란 피울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낮의 이벤트 캐러밴과는 별도로, 지역 도매상들을 초청한 야간 파티라든가, 이런 행위를 눈앞에서 보여주는 케이스는 늘어나겠지. 당연히 자네들도 술 시중 정도는 들어줘야 할 테고..."
"네, 다른 캠페인 걸들에게도 잘 말해두죠."
그렇게 말하며 레이카는 카시와기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유미코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어때요, 유미코 씨 입맛은."
"뭔가 최고 최고 소리만 해대는 것 같지만... 그건 정말, 최고라는 말 한마디로 족해...! 그녀의 입은 거의 보지랑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그 전용으로 특화 개조되어 있으니까. 자, '유미', 입 벌려. 네 음란한 입안을 보여드려라."
'유미'라고 불린 유미코는 말없이 자신의 입을 벌려 레이카에게 보여주었다. 입을 벌리자 치아가 안으로 쑥 들어가고, 완전히 여성의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구멍과 부드럽고 오돌토돌한 돌기가 돋아난 혀가 타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유미는 원래 그렇게 펠라 테크닉이 뛰어난 여자가 아니었어. 그래서 전용 펠라치오 제어 프로그램을 오늘 아침 완성해서, 그녀의 뇌에 전송하고 지금 막 테스트해 본 참이야."
카시와기는 유미코의 머리에 연결된 케이블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설명했다.
"제어용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덮어쓰면, 유미의 옛 기억이 사라져 버린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녀는 싫어하지만."
그 말에 말없이 눈을 내리깔는 유미코.
"어머, 그거 안됐네요. 하지만 오늘은 저도 이것저것 덮어씌울 생각으로 왔는걸요."
슬픈 듯 한 번 레이카 쪽을 쳐다본 유미코는, 그 표정을 보고 다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유미코 씨... 아니, 유미. 거기 서세요."
양손을 허리에 짚은 레이카가 명령하자, 유미코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색 팔다리는 유미코의 원래 팔다리를 본떠 만든 의체다. 매끄럽게 빛을 반사하는 그것은 보는 이에게 SF적인 인상을 주었다.
"...대답 정도는 하지 그래? 건방진 태도를 보이면 기억을 소거해 버릴 거야."
『죄... 죄송합니다, 레이카 님.』
유미코의 다소 비브라토가 섞인 전자적인 대답에 만족한 레이카는 유미코 주위를 거닐며 기쁜 듯이 말했다.
"뭐 됐어. 오늘은 말이야, 당신한테 멋진 액세서리를 가져왔어. ...이거, 뭔지 알겠어?"
레이카가 엄지와 검지로 집어 눈앞에 들어 보인 것은 지름 몇 센티미터의 가느다란 금속 링이었다.
『...피어스, 인가요?』
"그래, 이걸로 당신 몸을 더 장식해 줄까 해. 아까 야마우치 씨한테도 허락받고 왔어."
피어스를 어디에 다는 건지 반응이 영 시원찮던 유미코였지만, 다음 순간 크게 동요했다.
『앗, 아, 아파...! 무, 무슨 짓을...』
레이카는 피어스를 든 반대쪽 손으로 유미코의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세게 비틀어 올렸다.
"후후후, 이건 유두 피어스야! 이대로 푹 찔러서 두 번 다시 빠지지 않게 해 줄게."
앗,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등 뒤에서는 카시와기가 억누르고, 유미코의 가슴 끝은 링 피어스가 관통해 버렸다.
묵직하게 매달려 빛나는 링에, 카시와기가 재빨리 용접을 했다. 지지... 지지지... 하고 완전히 고리가 닫힌 후, 레이카가 링을 위아래로 잡아당기며 가슴이 흉하게 일그러지는 꼴을 마음껏 즐겼다.
『(아아... 이런...)』
"아하하! 잘 어울리잖아! 근데, 이걸로 끝이 아니야. 유미, 'Chair 모드', 브리지!"
소리 높여 웃은 레이카는 유미코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Chair 모드란 그 자리에서 브리지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이었다.
유미코에게는 원래 카시와기의 취미로, 'Chair 모드'... 네발로 기거나 브리지 자세를 취해 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포즈를 잡게 하는 강제 프로그램이 맨 처음 단계에서 설치되어 있었다.
예전 부장실에서 처음 네발로 기었을 때의 유미코는 산 몸이라 장시간 자세 유지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팔다리와 골격이 완전히 기계화되어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고 의자로서 이용될 수 있다.
유미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그녀의 몸은 즉시 'Chair 모드'에 반응해 전라의 아름다운 지체를 아낌없이 벌리고 그 자리에서 브리지 자세를 취했다. 끝에 피어스가 박힌 큰 가슴이 보기 좋게 위를 향해 솟아올랐다.
"카시와기 씨, 상반신 쪽에 앉아 주시겠어요?"
레이카의 지시에 따라 카시와기는 유미코를 타넘고, 유미코의 하반신을 바라보며 상반신 쪽에 앉았다. 마침 가슴이 쿠션이 되어 착석감은 각별했다. 무거운 카시와기의 체중에도 굴하지 않고 유미코는 의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유미, 다음은 다리를 벌려. 가랑이를 내밀어서 둔덕이 더 잘 보이게."
지시대로 크게 다리를 벌리는 유미코. 보지가 벌어지며 털 없는 살 주름의 틈새와 끝부분의 클리토리스가 드러났다.
"유미, 하반신 통각을 차단해.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소중한 부분을 다치게 되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이카는 주머니에서 작은 커터를 꺼냈다.
카시와기는 레이카가 옅은 미소를 띠며 하는 짓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녀는 유미코의 클리토리스를 감싸고 있는 포피를 깨끗하게 잘라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볼록하게 숨 쉬는, 붉은 기를 띤 민감한 돌기의 뿌리에 링 피어스를 사정없이 관통시켰다. 오히려 여자라서 더 과감한 솜씨였다.
그 후 유두 피어스와 마찬가지로 용접될 때까지,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천장을 올려다보던 유미코는 눈치채지 못한 채였다.
"...자, 이제 됐어. 'Chair 모드', 해제. 통각도 되돌리고 일어서."
레이카의 명령에 따라 몸을 일으키려던 유미코는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를 깨닫고 무심코 가랑이에 손을 갖다 댔다.
『(무, 무슨 감각이... 설마...)』
유미코는 하반신을 응시하며 굳어버렸다. 그곳에는 늘 보던 자신의 가랑이는 없고, 코뿔소 뿔처럼 껍질이 벗겨진 분홍색 돌기가 금속 링에 관통된 채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순간, 민감한 부분이 링의 무게로 아래로 당겨지고, 게다가 허벅지 살에 쓸리며 격렬하고도 간질거리는 둔통이 그녀를 덮쳤다.
『아, 아아아..., 무, 무슨 짓을...!』
클리토리스 관통 자극은 예상 이상이라, 마치 온몸에 두 배의 중력이 걸린 것처럼 유미코를 엉거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다리를 약간 벌린 꼴로 쭈그린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고 레이카는 손끝에 있는 가죽을 보여주며 비웃었다.
"이게 네 콩알을 감싸고 있던 껍질이야. 기념으로 가져갈까?"
『너, 너무해...』
"자, 모처럼 멋진 몸이 됐는데 언제까지 쭈그리고 있을 거야? 허리 펴!"
레이카의 냉혹한 명령에 유미코는 반감을 가졌지만, 즉시 뇌에 깊게 얽힌 제어망은 유미코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다. 가장 민감한 부분에 금속 고리가 끼워진 통증과 점차 강해지는 감미로운 자극을 참으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굴욕을 견디면서... 몹시 볼품없는 쩍벌 자세로 유미코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거봐! 그런 엉거주춤한 자세는 안 돼! 똑바로 서서 가슴이랑 가랑이를 활짝 펴라고!"
『으으... 네, 네에, 부디 봐주세요...』
레이카의 지시로 유미코는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고, 다리를 좌우로 조금 벌려 포즈를 취했다. 모델 시절의 두 배는 될법한 풍만한 가슴 끝에는 은색 링이 묵직하게 매달려 있고, 솟아오른 불두덩에는 털 한 올 없이 그 아래로 클리토리스 링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 기이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카시와기는 예전 모델 시절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유미코의 모습에 미칠 듯한 피학미가 겹쳐져 자신의 가랑이가 다시 빳빳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레이카는 1미터 정도 길이의 체인을 꺼내 가볍게 휘두르며 기분 좋은 듯했다.
"좋은 자세네! ...사실 링을 달면 이 체인을 유두나 클리토리스 링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테니 오늘은 봐줄게. 아니면 지금이라도 기억을 지우는 게 나을까? 그러면 아프다거나 힘들다거나 느낄 것도 없이, 순종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불쌍한 도구가 될 수 있을 텐데?"
『아니요... 레이카 님, 괜찮습니다...』
"그래? 사양할 것 없는데. 그럼 지금부터 네 뇌에 추가 프로그램을 입력해서, 링에 당겨질 때의 통증과 쾌감을 각각 배로 느끼게 해 줄 테니까."
『그, 그런! 그만... 두세요! 더 이상 이상한 프로그램은 넣지 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유미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카는 손을 들어 콘솔에 앉은 연구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연구원이 마우스를 조작하자 유미코는 매달린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목을 홱 젖혔다.
『으! 으아아아...... 머리에, 머리에 뭔가 들어와아......』
유미코는 꼼짝도 못한 채 바들바들 경련하고 있었지만, 뒤통수에 연결된 케이블로부터 프로그램 전송이 완료되자 털썩, 하고 고개를 앞으로 떨구더니 다시 비틀비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작동하는 것 같네, 유미코 씨."
유미코는 레이카가 본명을 불러도 머릿속이 멍해서 자신의 성조차 몹시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유·미·코...?』
"아, 맞다, 이름은 유미였지. 유미, 좀 시험해 볼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카는 유미코의 클리토리스 링에 손가락을 걸고 다소 거칠게 잡아당겼다.
『햣흥!!』
유미코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엉뚱한 소리를 질렀지만, 강렬한 통증과 동시에 몸으로 느껴지는, 뇌를 뒤흔드는 전례 없는 쾌락에 레이카가 링을 조작하는 대로 요염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링이 비틀릴 때마다 위아래 입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눈을 까뒤집으며, 거의 치매 환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로 그녀는 흐트러졌다.
『아, 아, 아, 더, 더 해줘...』
레이카는 유미코의 반응을 즐기며 유두의 링 피어스도 함께 잡아당겼다. 그럴 때마다 『앙!』 『햣!』 하고 다소 과장되게 싫어하는 척하면서도, 꼭두각시 인형처럼 기쁜 듯이 허리를 돌려대는 유미코.
『아아악, 어째서? 이렇게, 기분 좋은 거야?...』
"그건 네가 변태에 한 걸음 다가갔기 때문이야. 변태 로봇 유미 씨."
양손으로 섹스 로봇의 중요 부위에 연결된 링을 가지고 놀며, 그녀의 표변에 레이카는 만족스러워했다.
샤아아아아아... 거듭되는 자극에 유미코의 무릎이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느슨해진 가랑이에서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긴 방뇨가 되어 발밑에 투명한 오줌 웅덩이를 만들었다.
일련의 유희를 곁에서 지켜보던 카시와기는 참지 못하고 다가가 소리쳤다.
"이, 이번엔 나도 쓰게 해 줘!"
카시와기는 흥분해서 근처 침대까지 유미코의 손을 억지로 끌고 갔다.
『(...이번엔, 나한테, 뭘 시키려는 거야...)』
카시와기는 안달 난 듯 옷을 벗고 스스로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웠다.
"자, 이번엔 기승위 테스트다. 내 위에 올라타서 스스로 넣는 거야."
유미코가 카시와기의 가랑이로 눈을 돌리자, 검게 성난 물건이 천장을 향해 젖혀져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혐오감을 드러낸 유미코였지만, 머뭇거리는 머릿속에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이라는 강한 강박 관념과 불쾌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윽... 큭... 큭...』
유미코는 태엽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움직임을 멈추기도 하면서, 하이힐 신은 한쪽 발을 카시와기 옆에 걸치고 오토바이에 타듯 크게 다리를 돌려 그의 가랑이 위에 올라서서 카시와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유미코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거나 둔하고 무거워진 것을 레이카는 놓치지 않았다.
"...갑자기 동작이 뚝뚝 끊기네, 무슨 일일까?"
"아아, 그건 아마 유미는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않은 걸 거야. 아까 펠라치오 때도 꽤 망설이는 것 같았으니까."
누워 있던 카시와기는 메마른 웃음을 보였다. 유미코의 인격을 남겨두는 건 전자두뇌 교육에는 유리했지만, 섹스 로봇으로서는 이럴 때 방해만 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유미코는 이제 단순한 인형, 저항은 미미할 뿐이다.
『(아아... 이런 천박한 꼴로, 스스로 연결되다니...)』
부잣집 아가씨로 자란 유미코에게 스스로 페니스를 향해 몸을 가라앉히는 행위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주저할 때마다 뇌내에는 의사 신호가 보내져, 점차 카시와기의 페니스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없는 행복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시간문제다. 천천히 유미코는 허리를 낮추고 카시와기의 페니스를 손가락으로 눌러 분홍색 균열에 대고 살며시 밀어 넣었다. 카시와기는 부드러운 손가락 감촉에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수줍어하는 얼굴을 즐기며 아래에서 거대한 가슴을 크게 움켜쥐었다. 유미코의 질 내부는 복잡한 형상을 하고 있어 좁고 따뜻했다.
카시와기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훌륭해, 특히 수줍어하는 표정이 정말 좋군... 기승위 때는 항상 수줍어하도록 프로그래밍해 둘까."
카시와기의 요청에 안쪽에 앉아 있던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안쪽까지 카시와기를 받아들인 유미코는 이번에는 무릎을 양손으로 잡으며 매끄럽게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 유미코의 몸은 언제든 요청이 있으면 바로 애액이 넘쳐흐르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앗, 앗, 앗, 아아... 으으...』
질척질척 음란한 결합음이 커지고 유미코도 느끼는지 고개를 홱홱 젖히며 하얀 목덜미를 몇 번이나 보여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하 피스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찰나, 카시와기가 연구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자네! 미안하지만 어제 준비해 놓고 안 썼던 기승위용 프로그램, 다시 꺼낼 수 있나?"
기승위용 프로그램... 그 이름을 들은 유미코는 경악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 그런, 어제 그 프로그램은 안 넣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치만 너는 혼자만 즐기고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잖아. 너는 리얼돌이라고?"
『아니... 저, 열심히 할 테니까, 더 이상 프로그램 같은 건 넣지 마세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허리를 흔드는 유미코에게 레이카가 쐐기를 박았다.
"너, 매번 이쪽에서 하는 일에 거역하다니 로봇으로서 자각이 부족하네. ...역시 인격은 지워야겠어."
『거, 거역할 생각은... 더, 더 기분 좋게 해 드릴 테니까, 제발......... 갸악』
레이카 쪽을 향하던 유미코는 갑자기 또 경련을 일으키며 비큭! 하고 천장을 우러러보았다. 연구원이 유미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위용 프로그램 설치를 시작한 것이리라, 그녀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온몸이 경직되었다.
『아아... 또... 기억이... 더 이상, 그만해...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버려어어...』
유미코는 어쩌지도 못한 채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입을 벌리고 눈을 까뒤집었다. 섹스 패턴 프로그램은 대량의 메모리 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질 조임 방식이나 펠라치오, 후배위나 대면 좌위 같은 테크닉이 입력될 때마다 그녀의 옛 소중한 추억이 덮어씌워져 사라져 가는 것이다.
―――프로그램 설치가 종료되고, 유미코는 눈이 풀린 채 대기 상태로 돌아왔다.
"끝난 모양이군, 유미. 그럼 계속해 줘."
『네, 카시와기 님.』
간결한 대답과 함께 유미코는 중단했던 허리 놀림을 부드럽게 재개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점차 크게... 꿈틀거리듯 카시와기의 페니스를 감싸 안은 하반신은 새로 성형된 살 주름 구조를 십분 활용해 내벽의 돌기로 남자의 성감을 극한으로 자극했다. 참지 못하고 절정에 다다를 뻔한 카시와기는 쌀 뻔했지만, 아슬아슬한 직전에 갑자기 움직임이 느려지며 다시 절정감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페니스가 작아지자 또다시 살 주름은 부드럽게 그것을 조여 올리며 다시 절정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좋을 대로 쾌감을 조종당한 카시와기는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몇 번이나 파도에 농락당해 침을 질질 흘리는 그의 황홀한 표정이 새로운 프로그램의 위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유미코 쪽은 거대한 가슴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몸을 자유롭게 놀리며 만지게 하면서도,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을 반복하며 페니스를 기쁘게 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 봉사하고 있었다.
이윽고 카시와기에게 드디어 마지막 파도가 온 것을 깨달은 유미코는 전심전력을 다해 카시와기 자체를 짜냈다.
"으... 으오... 으오오오우오우오우........."
체내의 모든 것이 빨려 나가는 듯한 착각 속에서 카시와기는 백탁액을 유미코 안에 방출했다. 반면 유미코는 자신은 절정을 맞이하는 일 없이 도구에 철저하며 질 안에 카시와기의 모든 것을 받아냈다. 행위가 끝나자 일어서서 미끈하게 자신의 구멍에서 페니스를 빼내고, 쭈그린 자세 그대로 유미코는 대기 상태로 돌아갔다.
『...기승위가 종료되었습니다. 주인님, 체내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비데 사용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훌륭하네, 여성용 봉사 프로그램 쪽도 부디 추가해 줄 수 있을까?"
자초지종을 지켜보던 레이카는 대기 중인 무표정한 유미코의 옆얼굴을 보며, 살아있는 섹스 머신이 되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깊은 충족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유미의 이미지 걸 연습 합류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9장 돌슬레이브 유미
매일같이 이어지는 혹독한 연습 덕분에 이벤트 기획안도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고, 제품 지식 강습회도 얼추 마무리되어 이미지 걸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싹틀 무렵이었다.
드디어 그녀들에게 '돌슬레이브'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금까지 썼던 대체용 댄스 로봇으로도 연습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역시 완성품과 직접 합을 맞춰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본 무대에 오르기 전, 반드시 프로토타입으로 합동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건 관계자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도입 당일, 안무가 선생님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스도 레이카와 타카라베 미유키를 포함한 이미지 걸 5명, 그리고 책임자인 카시와기가 일찌감치 운동 홀에 집결해 있었다.
물론 그들 외의 외부인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원칙적으로 비공개인 극비 시연회였다. 모두가 공장에서 갓 롤아웃된 프로토타입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개발부 부장 야마우치의 손에 이끌려 대차에 실린 골판지 상자 두 개가 방 중앙에 놓였다. 무게가 꽤 나가는지 들어 올리는 데 장정 몇 명의 손이 필요했다.
찌익, 거칠게 테이프를 뜯어내고 상자를 열자 전자제품 특유의 냄새가 확 풍겨왔고, 완충재 사이로 팔다리가 없는 살구색 몸통이 드러났다. 이미지 걸들이 앞다투어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게 우리 회사의 신제품, '돌슬레이브'입니다."
카시와기의 말과 함께 상자에서 꺼내진 '돌슬레이브'가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로 쿵, 하고 올려졌다. 잠든 듯 눈을 감고 있는 그 인형은 푸른빛이 감도는 은발에 잡티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 떡 벌어진 골반과 풍만한 하체, 잘록한 허리와 거대한 가슴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토르소였다. 연분홍빛 유두와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에는 피어싱 링이 박혀 있었고, 팔과 다리의 절단면에는 커넥터로 보이는 부품이 달려 있었다.
"목 뒤에 메인 전원 스위치가 있습니다. 자, 켜보시죠."
야마우치의 지시에 따라 한 멤버가 '돌슬레이브'의 목 뒤로 손을 뻗자, 큐우웅― 하는 전자 기기 특유의 부팅음이 울렸다. 눈이 번쩍 뜨이고 몇 번 깜빡이더니, '돌슬레이브'가 입을 열었다. 눈동자는 인형의 유리구슬처럼 반질반질했고, 가끔 동공 깊은 곳에서 심전도 같은 전기 신호가 찌르르 흘러갔다.
『전원 투입 확인, 시스템을 기동합니다. 기능 체크 개시……… 팔다리가 접속되지 않았습니다,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말했어!" "…의외로 발음이 좀 새네." 이미지 걸들이 웅성거렸다.
"팔다리 연결은 일단 미뤄두고, 몸을 좀 만져보세요."
카시와기의 제안에 이미지 걸들은 쭈뼛쭈뼛 '돌슬레이브'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으, 으아으… 앙… 아앙…』
'돌슬레이브'가 참지 못하고 콧소리 섞인 교성을 흘리며 몸을 애벌레처럼 비틀자, 기존 로봇의 이미지와는 딴판인 그 생생한 반응에 멤버들은 깔깔대며 일제히 손을 뗐다.
"우와, 대박." "반응이 왜 이래!" "징그러워!"
멀찍이서 지켜보던 레이카가 다소 엄한 목소리로 멤버들을 다그쳤다.
"다들 호들갑 떨지 마. 이건 우리가 선전해야 할 중요한 상품이라고. 빨리 익숙해지려면 더 과감하게 만져봐야지."
레이카는 리더답게, 특히 뒤쪽에서 우물쭈물하던 미유키를 콕 집어 강하게 말했다.
"자, 미유키 씨도 거기 서 있지 말고 얼른 만져봐요."
"네, 네… 넵!…"
레이카의 가벼운 질책에 미유키는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돌슬레이브'에게 다가갔다.
미유키가 소극적인 이유는 그 '돌슬레이브'의 생김새가 예전에 자신이 존경했던 선배 모델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인형의 모델인 이상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친언니나 다름없는 존재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행위는 미유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어 몇 번이고 망설이며 손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인형이 불쑥 입을 열었다.
『부디 신경 쓰지 말고, 사양 말고 만져주세요. 미유키 님.』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미유키는 화들짝 놀라 '돌슬레이브'를 쳐다보았다.
"!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야…?"
『그, 그건… 저기…』
레이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인형엔 미리 이미지 걸 이름이 전부 등록되어 있어. 당연한 거잖아."
『네, 네에, 맞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제 몸을 시험해 주세요.』
순간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레이카는 인형의 클리토리스에 연결된 링을 힘껏 잡아당겼다.
『이히야아아아아악!』
같은 여자로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고통에 주위 멤버들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레이카는 태연하게 재촉했다.
"괜찮아, 표정을 좀 봐."
자세히 보니, 훤히 드러난 클리토리스 아래의 갈라진 틈에서 애액이 넘칠 듯 흘러나오고 있었고, '돌슬레이브'는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흐으으… 크, 클리토리스를, 그렇게 하면… 너무… 기분 좋아요…』
"봐, 이 장난감은 이렇게 쓰는 거야. 좀 거칠게 다뤄주는 편이 더 좋아한다고."
미유키를 제외한 이미지 걸들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 같이 달려들어 '돌슬레이브'를 짓누르고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연결된 세 개의 링을 사방으로 잡아당기며 마음껏 가지고 놀았다.
『아햐아, 잇, 이… 좋아… 더… 더… 당겨줘…』
'돌슬레이브'는 농락당하는 대로 감미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눈의 초점은 흐려지고,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쩍 벌린 채 허리를 활처럼 휘어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천박하기 짝이 없는 치녀 같은 모습에 주위 사람들도 할 말을 잃었고, 미유키조차 이름을 불렸을 때 스쳤던 '설마 선배 본인은 아니겠지…?' 하는 희미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버릴 정도였다.
'돌슬레이브'가 몸통을 실컷 유린당하는 동안,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역할을 분담해 다른 상자에 포장되어 있던 '돌슬레이브'용 팔다리를 준비했다. 꺼내서 조명에 비춰보니 크롬 도금된 매끄러운 곡선이 아름답게 빛났다.
"자, 미안하지만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팔다리를 부착해야 해서요."
몸이 달아올라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돌슬레이브'에게 차례차례 팔다리가 연결되었다.
『…오른팔 접속, 왼팔 접, 왼, 오른다리 접속을 확인했습니다. 사지 접속 체크 중… OK. 직립 자세로 대기합니다.』
양손의 손가락이 하나하나, 마치 피아노를 치듯 빠르게 움직이고, 힐이 달린 발이 빙글빙글 회전하더니, 드디어 인간형으로 완성된 '돌슬레이브'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서서 차렷 자세를 취한 뒤 다시금 인사를 건넸다. 원래 키가 크고 늘씬한 체형인 데다 힐 높이까지 더해지니 그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우뚝 솟아 보였다.
『여러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메탈 로보틱스 사에서 개발한 신형 안드로이드 KX 시리즈, '돌슬레이브' 프로토타입입니다. 선행 시작 형번은 KX-2000-01α, 애칭은 'YUMMY'입니다. 저를 '유미'라고 불러주세요.』
'유미'라는 이름에 미유키만이 흠칫 놀라는 가운데, 다른 이미지 걸들은 스스럼없이 앞으로의 파트너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유미." "잘 부탁해, 유미." "잘해보자!"
"유미는 몇 살이야?"
『제 나이는 모든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완성품이 된 후, 약 1주일입니다.』
"키랑 몸무게, 쓰리 사이즈는?"
『네, 전고는 힐 포함 176cm, 중량은 70kg, 쓰리 사이즈는 100-58-87입니다.』
"유미. 유미는 왜 이름이 유미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미는 정말로 자신이 왜 유미라고 불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마음 깊은 곳, 자신의 인격이 깃든 기억 영역이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고 애매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인사가 끝나자 야마우치는 근처 단말기에서 케이블을 끌어와 유미의 뒤통수에 연결하고 콘솔을 조작했다.
"지금부터 유미한테 댄스 안무 데이터를 전송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주게."
유미는 덜컥, 덜컥 하고 인형처럼 고개를 두세 번 움직이더니 입을 벌리고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설치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윽고 전송이 완료되고 야마우치의 OK 사인을 받은 이미지 걸들은 곧바로 첫 전체 연습에 돌입했다.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무대 정해진 위치에 대기하는 그녀들.
…리드미컬한 BGM이 흐르자 각자 포즈를 잡고 있던 멤버들이 발로 몇 번 박자를 맞춘 뒤, 튕겨 나가듯 춤을 시작했다. 훈련된 늘씬한 아가씨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하는 모습은 가까이서 보니 꽤나 압도적이라,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도 단순한 관객이 되어 춤을 즐겼다.
그리고 중앙에서 춤추던 레이카가 팟 하고 몸을 숙이자, 뒤에서 유미가 똑같은 안무를 맞추며 튀어 나갔다.
유미는 그 거대한 가슴을 매혹적으로 흔들며 대담하게 약동했다. 본 무대에서는 유미도 유니폼을 입고 춤추겠지만, 레이카의 지시로 지금은 알몸 상태로 춤추고 있었다. 유미는 심층 의식에 희미하게 남은 자아와 이성 때문에 알몸 댄스라는 기행에 수치심으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명령을 거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랑이 사이에서 애액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는 체념 속에 춤을 계속했다.
――춤이 끝나고, 유미는 알몸인 채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땀은 흘리지 않지만 온몸이 번들거렸고, 팔을 축 늘어뜨린 직립 자세로 몸을 가리지도 않은 채 서 있었다.
"…로봇인데 숨이 차요?"
"아아, 유미는 프로토타입이라 생체 부품이 많거든. 자, 한 번 더 가보자."
그렇게 오늘은 실제 이벤트에서 진행될 순서를 모두 체크하고, 유미를 포함한 시연까지 마쳐 사실상 지금까지의 연습을 총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묵묵히 명령에 따르는 유미의 모습을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중요했던 댄스 전체 리허설도 끝나고, 한숨 돌린 이미지 걸 멤버들은 휴식을 취했다.
"유미, 'Chair 모드', 브리지!"
『알겠습니다.』
레이카의 명령에 유미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재빨리 브리지 자세를 취했다.
"자, 다들 사양 말고 유미 위에 앉아봐. 이 인형은 의자로도 쓸 수 있거든."
음료수를 든 세 명의 멤버들은 쭈뼛거리며 유미의 양 허벅지와 얼굴 부분에 걸터앉았다. 성인 여성 세 명의 무게를 지탱하면서도 유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미유키만은 앉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레이카 양, 슬슬 그걸 나눠주는 게 어떤가?"
"아, 맞다. 깜빡했네. 다들 받아."
그렇게 말하며 레이카는 방 구석에 두었던 개인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와, 멤버들에게 작은 하얀색 리모컨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것은 카시와기 일행이 가지고 있는, 유미를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의 간이 버전이었다.
"이건 유미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이야. 웬만한 건 직접 말로 명령하면 유미가 실행하지만, 그 외에도 리모컨을 쓰면 단순 조작이 가능해. 매뉴얼도 같이 줄 테니까 나중에 읽어봐."
흥미로운 듯 리모컨과 매뉴얼을 훑어보는 이미지 걸들.
"그나저나… 지금까지 유미가 완성이 안 돼서 결정 못 한 게 있었잖아. 지금 그거 상의 좀 하려고."
"? 결정 못 한 거요? 뭐예요, 레이카 언니?" "뭔데?" "뭐였더라?"
레이카는 전원을 둘러보고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야간 이벤트 안무 말이야."
"아―" "아아." "그거 있었지 참." 멤버들이 입을 모아 끄덕였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춤은 전부 이벤트나 취재진 등 일반 관객을 위한 것이었다. 상품이 가정용 작업 로봇 겸 섹스 돌 로봇인 이상, 그 외에도 섹스 기능을 시연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미지 걸들이 직접 야한 짓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각 지방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 기념 파티 등에서는 안무를 조금 수정하고, 장차 폴 댄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쇼 요소를 추가해 유미에게 에로티시즘을 연출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건 대체용 댄스 로봇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술 들어가면 짓궂게 구는 손님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마음의 준비는 해둬. 섹스는 전부 유미 몫이니까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되지만, 파티 손님에 따라서는 꽤 충격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충격적이라니, 뭐가요?"
"눈앞에서 유미랑 아저씨들이 갑자기 떡치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
"……………" 한 멤버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뭐, 그런 파티에는 나 혼자 가거나, 아니면 한 명 정도만 데려가는 걸로 협상해 뒀으니까 안심해."
레이카의 말에 다른 멤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어린애가 아니라도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그나저나 레이카는 참 든든한 사람이라고, 미유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 슬슬 휴식 끝. 다 같이 유미한테 어떤 야한 포즈를 시킬지 생각해보자. 저기 있는 아저씨 두 분한테는 변태 바이어 역할 좀 해달라고 하고."
갑작스러운 지명에 방구석에서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던 카시와기와 야마우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유미는 이미지 걸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나……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문득 정신이 든 것처럼, 알몸으로 서 있다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무의식중에 가슴이나 가랑이를 가리려고 손이 움직였다.
하지만 즉시 의식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몸을 가리지 마라. 더 드러내라. 더 깊은 곳까지 보여줘라……』
그 명령에 따르자 말로 다 할 수 없는 노출의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고, 가랑이에서 찔끔 애액이 배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방금 전과는 반대로, 몸을 가리려는 행위에 오히려 혐오감을 느끼도록 의식이 강렬하게 덮어씌워져 갔다.
(그래…… 맞아…… 난 섹스를 위한 장난감…… 이름은, 유, 미……)
유미는 아까 자신의 이름 유래를 들었을 때를 떠올리려 애썼다.
(내 본명은…… 유…… 유미코…… 유미코……였어…… 성은…… 뭐였더라……)
(원래 로봇인 나한테 성 따위가 필요할 리가…… 아니야…… 난 인간이야! 인간…… 인간일…… 텐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려 할 때마다, 굳히려던 사고가 뇌에 깊숙이 유착된 컨트롤 장치에서 보내는 전자적 자극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그래도 억지로 생각을 짜 맞추려 발버둥 쳐봐도 다시 방해가 반복될 뿐이었다.
……점점, 지쳐간다…… 복잡한 건 일일이 생각 안 해도, 나한테는 더 즐겁고 기분 좋은 역할이 있잖아……
"유미, 이 물 마셔. 전부 다."
갑작스러운 명령에 퍼뜩 정신을 차린 유미는 레이카가 내미는 미네랄워터 병을 허둥지둥 받아 들었다. 500ml 병을 양손으로 쥐고 단숨에 들이키자, 이어서 미유키가 스포츠음료 두 병을 안고 대기하고 있었다.
"저, 저기…… 이것도 드세요…… 둘 다 마시래요."
"알겠습니다. 고마워, 미유키."
유미의 대답에 미유키는 순간 뭔가 말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삼키고는 결국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왜 저를 '미유키'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글쎄, 왜일까. 미안해, 정말 모르겠어……"
유미는 입을 반쯤 벌린 채 기억의 실마리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실례되는 호칭을 써서 죄송합니다. 미유키 님."
대답하는 유미는 완전히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기에, 미유키도 더 이상 캐묻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럼 유미, 이리 와! 당장 시작할 거야. 말로 설명할 테니까 한 번에 외워."
"네, 레이카 님."
유미는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또각또각 힐 소리를 울리며 그녀들 곁으로 걸어갔다.
"너만을 위한 야간 접대용 댄스가 정해졌어. ……알겠니? 기본 진행은 낮이랑 똑같지만, 부분적으로 바뀌는 곳이 있어."
"네, 이해했습니다."
"우선 술이 들어가는 파티 때는 지금처럼 항상 알몸으로 춤출 것. 가슴은 의식해서 흔들어. 대기 중에 스텝 밟는 부분에서는 다리를 좀 벌리고 허리를 돌려서 가랑이 피어싱을 어필해. 자, 말한 대로 해봐."
레이카의 지시에 따라 그 자리에서 유미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알몸인 채 미소를 흩뿌리며, 가슴을 출렁출렁 격렬하게 흔들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허리를 음란하게 돌렸다. 그 움직임은 여느 로봇 제품과 달리 모터 소리도 나지 않고 인간적이며 매끄러운 동작인 데다, 성기의 요염함은 진짜 이상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인간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거기서 스톱!"
갑작스러운 레이카의 호령에 유미는 억지로 동작을 멈췄다. 로봇 주제에 숨을 헐떡이며 쩍벌 자세로 멈춰 서 있는 유미에게, 레이카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유미, 다음은 그대로 오줌 싸."
제10장 완전 소거, 그리고 피로연으로
"방, 방뇨라니요!"
유미는 제 귀를 의심했다. 방뇨라니, 여기서 배설 행위를 하라는 명령인가?
"……저기, 레이카 님. 방뇨라니, 무슨 뜻입니까?"
노예 로봇 주제에 주인의 명령에 토를 다는 게 거슬렸는지, 레이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어머, 못 알아들었어? 오줌 싸라고. 그 자리에서, 그 자세 그대로."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게 아닌 모양이다.
"괜찮아, 네 오줌은 인간 거랑 달라서 그냥 맹물만 나오니까."
레이카가 뒤를 돌아보며 '그렇죠?'라는 눈빛을 보내자, 야마우치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잔말 말고 싸. 남자들 중에는 여자의 방뇨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 특히 너 같은 미인이 선 채로 시원하게 오줌을 갈겨주면, 이런 수상쩍은 이벤트에선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라고. 자, 빨리!"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유미는 어쩔 수 없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했다.
(아아…… 결국, 이런 꼴로 사람들 앞에서 오줌을 싸는 게, 나야……?)
각오를 다지고 하반신에 힘을 주어 보았지만, 의지와는 반대로 오줌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뭐 해? 빨리 싸라니까."
"그게…… 으으…… 안 나와요…… 안 나온다고요……."
"시치미 떼시겠다? 변명은 안 통 해."
레이카는 짜증을 내며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재빨리 '방뇨' 커맨드를 실행했다.
움찔!
유미는 자세를 유지한 채 신호를 수신했지만, 덜덜 떨기만 할 뿐 여전히 배뇨의 기미는 전혀 없었다.
"……무, 무리예요…… 용서해주세요……."
눈물로 호소하는 유미를 보며 다른 이미지 걸들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레이카는 신경질적으로 버튼을 연타했지만, 유미는 그 자리에서 다리를 벌린 채 경련하며 서 있을 뿐이었다.
"잠깐 레이카 씨, 이쪽으로……!"
사태를 지켜보던 카시와기와 야마우치가 레이카를 불러냈고, 세 사람은 방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소곤거리며 의논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명령을 거역하다니…….)"
"(그건…… 아마도 미세하게 남은 유미코 씨의 이성이, 완강하게 마지막 선을 넘는 걸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마지막 선?)"
"(그녀 안에서 소변을 줄줄 흘리는 행위에 대해 뭔가 트라우마에 가까운 거부감이 있고, 그게 완강하게 실행을 막고 있는 겁니다.)"
"(……그럼 어떡해?)"
"(정신적인 부분이니까요…… 역시 그녀의 기억을 백지상태로 완전 소거해서, 완전히 초기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카시와기가 큰 소리로 반대했다.
"안 돼! 난 반대하……."
"(……목소리가 커!)"
"(………아, 안 돼, 반대야. 방금 저 유미코 씨의 수치심을 봤잖아? 저게 없으면 굳이 그녀를, 의지가 있는 인간을 리얼돌로 만든 의미가 없어. 그냥 치녀가 오줌 싸는 걸 봐도 흥분 따윈 안 된다고!)"
"(하지만 매번 이렇게 명령이 거부당하면, 중요한 순간에 펑크가 날 거야. 저게 본방이었다면 끝장이라고.)"
"(……………)"
"(……수치심 반응은 프로그램적으로 어떻게든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초기화하면 지금까지 그녀에게 입력한 프로그램도 전부 날아가는 거 아니야?)"
"(그건 괜찮을 겁니다. 오히려 자아는 순수한 프로그램 실행 기계로서는 방해만 될 뿐이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의논한 끝에, 세 사람의 의지는 '소거 불가피'라는 방향으로 굳어졌다.
치욕에 젖은 자세 그대로 기다리는 유미와 그녀를 둘러싼 이미지 걸들에게 레이카 일행이 돌아왔다.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유미에게, 레이카는 담담한 어조로 통보했다.
"……방금 카시와기 씨랑 좀 상의했어. 그래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유미, 네 뇌를 완전 초기화할 거야."
"읏!?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네 두뇌에 있는, 프로그램 이외의 쓸데없는 것들을 전부 지워버리겠다는 뜻이야."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얼버무렸지만, 자아가 지워진다는 것을 깨달은 유미는 경악했다.
"……제발, 그것만은 용서해주세요! 명령이라면 뭐든지 따를 테니까요!"
새파랗게 질려 레이카에게 애원하는 유미의 필사적인 형상에 주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특히 이미지 걸들은 유미의 인간 냄새 나는 절박함이나, 명령 거부까지 해가며 매달리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듯했다. 이런 로봇은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당연히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명령을 거역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넌 로봇이야, 인간이 쓰는 도구라고. 세탁기나 청소기가 쓸 때마다 '못 하겠어요', '이건 싫어요' 하고 일일이 주인한테 대들면 일이 되겠니?"
"……그런, 전 로봇……."
전 로봇이 아니에요, 인간이라고요! 라고 외치려 했지만, 유미의 뇌는 그 발언을 강제 금지 처리로 차단했다.
"……아무튼 최종 판단은 전원 동의로 결정하기로 했어. 다들 유미의 리모컨 꺼내."
레이카의 지시로 카시와기와 야마우치, 그리고 이미지 걸들이 모여 각자 손에 하얀 리모컨을 꺼내 들었다.
"메뉴 옵션에 '전체 초기화' 커맨드가 있을 거야. 이 제안에 동의하는 사람은 그 커맨드를 선택해줘. 여기 있는 전원의 찬성을 얻으면 유미의 초기화는 실행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카는 재빨리 엄지손가락을 놀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버튼을 꾹 눌렀다. 리모컨에서 삐삐삐…… 하는 전자음이 흘러나오고, 작은 액정 화면에 '전체 초기화·실행…… (실행에는 앞으로 6명의 동의가 필요합니다)'라는 문자가 표시되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너도 그 편이 행복할 테니까."
"아…… 제발…… 사라지고 싶지 않아…… 싫어…… 무서워……."
유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레이카를 쳐다보고, 카시와기 일행에게도 구원을 요청했지만, 그들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유감이지만 나 혼자 반대해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애초에 전 완전 소거에 찬성했고요."
아아…… 절망하는 유미의 눈앞에서 잔혹하게도 초기화가 선택되어 간다.
"……잘 모르겠지만, 일에 지장이 생기는 건 곤란하고."
"그렇지."
"미안해요."
세 명의 이미지 걸도 미안해하면서도, 그러나 너무나 쉽게 초기화에 동의해 버렸다.
남은 건 미유키뿐이다. 유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쓰러지듯 미유키에게 매달렸다.
"제발……! 지우지 마…… 미유키, 부탁이야……."
마치 유미코 본인이 호소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미유키는 곤혹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레이카뿐만 아니라 다른 전원도 미유키가 버튼을 누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 혼자 다른 멤버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없어, 미유키도 슬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유미 씨……."
……미유키가 마지막 리모컨 조작을 마치자, 유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뒤로 젖히더니 무릎을 꿇고 격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짧은 경련이 끝난 후 털썩 고개를 떨구었고, 다시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두 눈동자는 깊은 숲속 호수 같은 정적을 머금고 있었다.
그곳에 방금 전까지 보이던 의지의 빛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유미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전체 초기화, 완료했습니다. 지시를 바랍니다."
……알몸으로 서 있는 유미는 방금 전까지와는 무언가가 달랐다. 인상이 확 바뀌어 인간다운 온기가 몽땅 빠져나간 듯했다. 모두 말없이, 각기 다른 기대를 품고 차가운 인형을 응시하고 있다.
레이카는 눈앞에 서 있는 인형이 과거 라이벌로서 쓴맛을 보게 했던 존재의 변해버린 모습임을 새삼 떠올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미소 지었다.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던 시절의 혼죠 유미코. 그 유미코가 뇌에서 자아를 삭제당하고 세뇌당한 끝에, 그저 섹스 머신으로 개조된 모습으로 눈앞에 있다. 그녀를 불쌍히 여기는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가학적인 환희가 전신을 짜릿하게 만들었고,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자 레이카는 피가 역류할 정도의 기대와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중변소처럼 취급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레이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모든 원흉인 카시와기에게도 눈앞의 인형은 그야말로 오랜 꿈이 구현된 모습이었다.
일방적으로 연정을 품고 완강하게 거절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사모했던…… 그것이 비뚤어진 형태로나마 마침내 결실을 맺어, 궁극적인 방법으로 소유욕을 채우게 된 것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어쩌면 평범하게 연애하는 것보다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진심으로 생각하기까지 했다.
표면은 특수 소재로 코팅되어 있지만, 얇은 막 한 장 건너 속은 유미코 그 자체다. 기억이 지워졌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행동 기준도 유미코 그 자체다. 가랑이 사이에 숨겨진, 언젠가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했을 자궁도 지금은 페니스를 기쁘게 할 도구로 전락했다. 이 성인형으로 다시 태어난 유미코가 앞으로 전국을 끌려다니며 어떤 능욕을 당할지…… 앞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드디어 '돌스레이브'는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의 때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혼죠 유미코라는 개인은 영원히 사라지고, 그 육체만이 최상의 생체 기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자, 유미. 그 자리에서 방뇨해."
"알겠습니다. 부디 봐주십시오."
다음 순간, 유미는 그 풍만한 하반신을 벌리고 시원하게 오줌을 뿜어냈다――
"오오옷! 훌륭해!"
"화려한 연출이구만!"
원형 대좌 중앙에서 유미의 아름다운 보디가 빛을 반사하며 요염하게 빛나고 있다.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 손만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나머지 팔과 다리를 활짝 벌려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대좌는 천천히 회전하며 알몸을 아낌없이 주위에 피로하고 있다.
천박한 목소리로 웃고 있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나이 지긋한 남성들뿐이었다.
이곳은 지하 행사장…… 어둑한 간접 조명으로 채색되어 독특한 무드가 넘쳐흐르는 이곳은 메탈 로보틱스 본사의 전용 지하 살롱이었다. 웬만한 고급 클럽 못지않은 설비를 갖추고 임시 요리사나 웨이터도 대기하며, 주로 중역들을 위한 프로모션이나 회사 기밀 접대 등에 이용되고 있다.
유미가 이미지 걸들 앞에서 방뇨한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오늘. 드디어 양산 체제에 도달한 '돌스레이브'의, 사장 이하 중역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비적인 첫 피로연이 열린 날이다.
그동안 개발을 재촉해 온 상층부로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사였고, 실제로 눈앞에서 작동하는 '둘스레이브'를 보니 역시 감회가 남달라 고급 술을 입으로 가져가는 속도도 자연스레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는 다시 유미의 춤이 시작되고 있었다. 회전을 멈춘 유미가 그대로 등 뒤로 넘어가 브리지 자세로 온몸을 아름답게 젖히고, 다리를 크게 벌려 착지한다.
하반신의 풍만한 조형에서, 중앙에 쩍 갈라진 분홍색 균열, 노출된 클리토리스와 그것을 꿰뚫은 링이 흔들린다. 웃는 얼굴로 개각 포즈를 취한 유미는 자신의 깊은 곳까지 전부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고기 통로를 한 손가락으로 눌러 벌렸다.
드러난 질 안에서는 끈적하게 애액이 흘러내려 음란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녀는 클리토리스 링에 손가락을 걸고, 비공에 손가락을 몇 개나 쑤셔 넣어 찔꺽찔꺽 비와이한 물소리를 흩뿌리며 자위를 시작한 것이다. 제정신인 중역이라면 분개해서 퇴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다행히 완전히 취기가 오른 장년, 숙년의 신사들에게는 대호평인 듯하다.
유미는 요염한 눈동자로 윙크를 뿌리며 업템포 BGM에 맞춰 댄스 피로를 이어간다. 화려한 도약과 스텝, 음악에 딱 맞는 리듬감과 그에 맞춰 흔들리는 육체적인 질감은, 요즘 로봇 댄스에는 익숙한 중역들의 눈에도 꽤 신선하게 비친 모양이다. 이 유연한 움직임은 기존 기계로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하리라.
마지막으로 중앙 대좌로 종종걸음으로 돌아온 유미는 웃는 얼굴로 물구나무를 서서 언제나처럼 미각을 좌우 180도 수평 개각으로 벌렸다. 훌륭한 'T'자 전신 표현은 그녀의 궁극적인 육체미를 표현하는 항례의 결정적 포즈였다.
그리고 중심의 비오에서 분수처럼 최후의 방뇨를 보여주며 관객을 열광시키고 스테이지는 종료되었다.
춤이 끝나고 무대 옆에서 걸어 나온 유미가 중역들의 자리에 서자, 그들은 순식간에 그녀를 에워쌌다.
"호오! 이게 '돌스레이브'인가…… 정말 그 가격에 낼 수 있는 건가?"
"생각보다 훨씬 인간미가 있어. 피부가 치밀하군…… 솔직히 말해서 이건 사랑스럽다고 생각되네."
"나도 한 대 갖고 싶어졌어."
긴장한 표정으로 대기하던 카시와기와 야마우치 콤비는 사장과 중역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황송해하면서도 하나하나 정중하게 대답해 나갔다. 그러자 기술직 출신 임원이 한 가지 요청을 입에 올렸다.
"미안하지만, 유미의 전자두뇌를 좀 보여주겠나?"
그 요청에 카시와기는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유미의 전자두뇌는 유미코의 생체 뇌수를 강제로 나노머신 변환한 사이보그 뇌라, 아는 사람이 보면 비정상 그 자체인 물건이다.
……하지만 야마우치는 딱히 당황한 기색도 없이 선선히 응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유미, 거기 무릎 꿇고 대기해."
"알겠습니다."
유미가 알아듣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자, 야마우치는 꺼낸 리모컨을 그녀에게 향하고 조작했다. 즉시 유미는 턱을 당기고 머리카락이 달린 두부를 쪼개진 코코넛처럼 쩍 개방해, 내부에 있는 전자두뇌 유닛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삐삐삐삐삐…… 티타늄 껍질에 싸인 전자두뇌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호오…… 이건 우리 회사의 KRB-09 타입이군. 제9세대 양산형의…… 아니, 개량형인 09R인가?"
"맞습니다. 09R의 용량을 4배화한 09RX입니다. '둘스레이브'에는 이걸 탑재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과연, 뭐 아까 움직임을 보면 용량이 많은 건 일목요연하군. 자네에겐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네, 힘써주게."
"감사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야마우치는 유미의 머리를 닫았다.
자초지종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카시와기는 곧바로 야마우치에게 소곤거리며 따져 물었다.
"야, 언제 전자두뇌를 양산품으로 바꿔치기했어?"
"어라, 말 안 했나요? 오늘 피로연에서는 처음부터 오리지널 유미의 사이보그 뇌를 완전 카피한 선행 양산품을 쓸 생각이었거든요. 물론 보디는 오리지널이니까 손색없고요."
"그랬던 건가…… 확실히 아까 같은 사태는 상정했어야 마땅하고…… 그래도 못 들어서 식겁했잖아."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럼 오리지널 뇌는 지금 어쩌고 있어?"
"오리지널은 지금 ○○현 공장으로 보내서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카피 원본으로 해석 중입니다."
"그래………."
카시와기는 공장에서 해석되고 있을 유미코의 뇌를 떠올리며 몽상에 잠겼다.
그들이 살롱 구석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는데, 취기가 오른 중역 한 명이 기분 좋은 얼굴로 다가왔다.
"……이야, 자네들,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줬구만! 매스컴 취재도 슬슬 들어오기 시작할 거야!"
"네, 선전은 대대적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맡겨만 둬! 으하하!"
호탕하게 웃더니 중역은 갑자기 히죽거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건 그렇고, 슬슬 본론인 유미의 '테스트'로 넘어가고 싶은데……."
"아, 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리모컨은 이쪽으로 드릴게요."
"미안하네, 아무튼 사장님부터 하게 해줘. 아주 못 기다리겠다는 눈치니까. ……아직도 정정하시다니까, 저 양반은."
"무슨 소리야! 난 아직 환갑 전이라고!"
멀리서 듣고 있던 사장이 고함을 치자, 취기도 돕고 해서 일동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중역들에게 둘러싸인 중앙에서 유미는 미소 지으며 요염하게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를 취하고, 거대한 가슴을 양손으로 애무하며 끌어안은 채 애교와 미성을 주위에 뿌리고 있었다. 꿀꺽하고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우후후…… 그럼 여러분, 부디 제 몸을 오늘은 마음껏 자유롭게 써주세요. 입이랑 가슴이랑 아래쪽 보지, 애널, 전부 자신 있어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마음에 드시는 구멍을 골라보세요."
차례차례 위에서부터 가늘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려가더니 낼름 혀를 내미는 유미.
"그럼, 그 매력적인 입으로 해볼까."
"네…… 알겠습니다…… 천국으로 보내드릴게요, 사장님……."
그렇게 말하며 유미는 루주를 바른 입을 성기 모양으로 벌리면서, 사랑스러운 시선을 상대의 눈에서 치켜뜬 채 떼지 않고 천천히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밀어 서서히 상대의 물건을 입에 머금어 갔다.
에필로그
그로부터 1년 후.
메탈 로보틱스 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획기적인 신제품, 『돌슬레이브』 시리즈는 기존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과 미친 가성비로 대박을 터뜨렸다. 실로 오랜만에 터진 메가 히트 상품이었다.
전국의 생산 공장은 연일 풀가동하며 물량을 찍어내느라 비명을 질러댔다. 『두르슬레이브』 홍보를 위한 전국 투어 역시 대성공이었고, 미유키를 비롯한 이미지 걸들의 인지도도 떡상했다. 덕분에 그녀들은 각자 한 단계 더 도약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카시와기와 야마우치, 두 사람 역시 사장상을 거머쥐며 사내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당분간은 탄탄대로였다.
오늘도 카시와기는 집무실 의자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문득 시계를 올려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엉덩이를 떼자, 그 밑에서 카시와기의 전용 의자 노릇을 하던 오리지널 유미의 모습이 드러났다. 등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높이 치켜들어,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로 푹신한 쿠션을 만들어내는 소파 자세였다.
대략 1년 전, 유미는 전자두뇌화된 뇌를 비롯해 모든 부품이 산산조각 분해되어 각지 공장으로 흩어졌었다. 복제품 생산을 위한 샘플로 잠시 맡겨졌던 것이다. 양산 체제가 갖춰지고 다시 조립되어 돌아온 후에는 전국 투어에 동행하며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고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밤마다 열리는 관계자 전용 비밀 파티에서도 인기 폭발이었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풀 메인터넌스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혹사당했다.
그리고 모든 이벤트가 끝난 뒤, 드디어 카시와기 전용 비서 겸 노예 로봇으로서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부부부부……. 갑자기 의자 자세를 하고 있던 유미의 입에서 전자 호출음이 울렸다.
"카시와기 님, 손님께서 로비에 도착하셨습니다. 금일 14시 약속이신 오가와라 님이십니다."
"알았어. 이쪽으로 모셔."
"알겠습니다. 접수처에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카시와기가 유미 위에서 완전히 비켜서자, 유미도 기계적인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성이 싱글벙글 웃으며 집무실로 들어왔다.
"여어, 너무 일찍 왔나? 좀이 쑤셔서 회사에서 일찍 나와버렸지 뭔가."
"아뇨, 충분합니다. 딱 좋은 시간이에요. 오가와라 씨, 잘 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가와라 님."
"음, 유미도 건강해 보이는구먼."
오가와라라 불린 남자가 카시와기와 친근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다시 유미의 입에서 호출음이 흘러나왔다.
"말씀 도중 죄송합니다. 카시와기 님, 타카라베 미유키 님께서 방금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좋아, 그녀도 이쪽으로 들여보내."
사내 네트워크를 구사하며 말없이 통신 상태로 들어가는 유미를 보며, 오가와라가 부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유미는 여전히 끝내주는군. 옷 속을 못 보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원하신다면 여기서 옷을 벗을까요?"
"아니 아니, 이제 곧 젊은 처자가 올 텐데. 사양하지."
씨익 웃으며 과장되게 손사래를 치는 오가와라. 잠시 후 타카라베 미유키가 방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응접용 소파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곁에 서 있던 유미는 말없이 탕비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카시와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미유키 씨. 이쪽은 처음 뵙죠? 로즈 식품 부장님이신 오가와라 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가와라라고 합니다. 타카라베 미유키 씨의 활약은 익히 봐왔습니다."
로즈 식품 공업이라면 손에 꼽히는 대기업이었다. 명함을 건네받은 미유키는 황송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1년 전과는 달리 제법 성숙한 티가 나는 미유키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며칠 전 모델 에이전시로부터 자세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일 때문에 이곳으로 가라는 통보만 받았던 터라, 내심 불안했던 것이다.
카시와기는 그런 점까지 배려해 그녀의 불안을 덜어주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실은 이번 로즈의 신제품 캠페인과 관련해서, 오가와라 씨가 미유키 씨에게 일을 의뢰하고 싶어 하십니다."
카시와기와 오가와라의 말에 따르면, 로즈의 자회사인 로즈 화장품에서 조만간 실시할 신작 캠페인의 이미지 캐릭터로 미유키를 꼭 기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년 『돌슬레이브』 이벤트를 본 오가와라가 미유키를 눈여겨봤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카시와기를 통해 오늘 직접 면담하며 감을 잡고 싶다는 얘기였다.
개요를 듣자 미유키의 긴장이 좀 풀렸는지, 세 사람의 대화는 술술 풀려나갔다. 결국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여전히 불분명했지만, 제안 자체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 미유키는 대략 승낙했고, 이후 소속사에 정식으로 의뢰해 세부 계약 사항을 정하기로 결론지었다.
얘기도 잘 마무리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누는 세 사람.
그때 커피를 내오기 위해 유미가 다가왔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커피를 서빙하는 비서 로봇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린 순간, 갑자기 유미의 입에서 메일 착신음이 울렸다.
"카시와기 님, 메일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콘솔에서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니, 거기서 읽어줘."
"알겠습니다. 제3개발부 야마우치 님의 메일입니다. 예의 그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시급히 와달라고 하십니다."
"……그래? 거참, 고맙군."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카시와기가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10분 정도만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귀한 손님을 두고 나가려니 면목이 없습니다만……."
"아아,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내 사정으로 방해하고 있는 거니까. 미유키 씨랑 얘기하고 있을 테니 늦어도 상관없네."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럼 뒷일은 유미에게 맡길 테니까."
카시와기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서둘러 방을 나갔다. 남겨진 건 오가와라와 미유키, 그리고 로봇뿐이었다.
서빙하던 손을 멈추고 메일을 보고했던 유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능숙하게 커피잔을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미유키는 냉큼 잔에 입을 대며, 오랜만에 보는 유미의 옆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미유키 씨는 유미랑 투어 때 같이 다녔나?"
오가와라가 미유키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건넸다.
"네, 처음 만난 게 1년쯤 전이고, 그 뒤로 반년 넘게 같이 지냈죠. ……동고동락한 사이라 그런지 엄청 그립네요."
"젊은 아가씨한테는 1년이 길긴 하지……. 이 아저씨는 1년 정도로는 그리움 같은 거 못 느껴."
오가와라의 농담에 미유키가 까르르 웃었다.
"……그나저나 유미는 정말 훌륭한 로봇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네, 정말 미인이고, 마치 사람 같아요."
"나도 꼭 유미를 한 대 장만하고 싶은데, 이게 참 쉽지가 않아서……."
"인기 상품이니까요. ……그래도 카시와기 씨한테 부탁하면 금방 한 대 빼주지 않을까요?"
"아니 아니, 시판품 말고, 이, 이 프로토타입이 갖고 싶은 거야. 이건 가게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랑은 달라."
"그건…… 확실히 그런 얘기는 들리더라고요……."
미유키도 동의했듯, 시판되는 양산형 유미도 충분히 고성능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프로토타입 유미가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건 전직 이미지 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몇 번이나 직접 카시와기 군한테 이 유미를 넘겨달라고 사정했는데…… 고급 스포츠카 한 대 값을 불러도 도통 고개를 끄덕여주질 않아서 말이야……."
"카시와기 씨가 유미한테 의외로 집착하시나 봐요."
"그런데 말이지, 드디어 며칠 전 나한테도, 이 유미는 아니지만 다른 프로토타입 『돌슬레이브』를…… 하이그레이드라고 부른다던데, 그걸 한 대 넘겨주기로 얘기가 됐어."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프로토타입 유미의 진가는 써본 사람 아니면 모르지. 지금부터 아주 기대가 커."
그렇게 말하며 오가와라는 탕비실에 쟁반을 두고 다시 이쪽으로 돌아온 유미를 음흉한 미소로 쳐다봤다.
"그런데…… 화장실 좀 다녀오고 싶은데……."
갑자기 벌떡 일어난 오가와라는 두리번거리며 방을 나가려 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오가와라 님. 카시와기 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이 방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응?" 하며 뒤를 돌아본 오가와라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굳어버렸다. 아무리 돌려봐도 굳게 잠긴 문손잡이는 헛돌기만 할 뿐이었다.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오가와라.
"……왜, 왜 안 열리는 거야?"
"죄송합니다. 당사 보안 규정상, 내빈께서는 당사 직원이 동석하지 않은 경우 지상 20층 이상의 방을 출입하실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건 곤란해. 사람한테는 생리 현상이라는 게 있단 말이다."
오가와라는 사색이 되어 손잡이를 덜컥거렸다.
"……실례지만 오가와라 님, 용변은 큰 쪽입니까, 작은 쪽입니까?"
"……그, 그건…… 오, 오줌인데."
허둥지둥 대답하는 오가와라 앞으로 유미가 한 발짝 다가서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살짝 들어 입을 열었다.
"오가와라 님, 소변은 부디 제 입안에 싸주십시오."
아무리 오가와라라도 유미의 이런 대응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 유미,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은…… 여기 타카라베 씨도 있는데?"
"저는 공중변소입니다. 부디 사양 말고 오가와라 님의 물건을 넣어 볼일을 봐주십시오. 참으면 건강에 해롭고, 만에 하나 지리기라도 하면 제가 카시와기 님께 질책을 받게 됩니다."
오가와라가 미유키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녀는 난처한 듯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황급히 대답했다.
"……하, 하세요, 오가와라 씨. 전 뒤돌아보고 있을 테니까요."
"……………."
……잠시 주저하던 오가와라였지만, 이내 결심한 듯 바지 지퍼를 내리고 거기서 물건을 꺼냈다. 미유키는 저만치 떨어져 귀를 막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정면에 무릎 꿇은 유미는 텅 빈 눈동자로, 그저 단순한 대상물로서 오가와라의 사타구니를 응시하고 있었다. 유미 가까이로 몇 걸음 다가간 오가와라가 천천히 반쯤 선 페니스를 들이밀자, 유미는 부드러운 혀와 입안으로 그것을 감싸 안았다.
"………."
희미한 신음 소리와 함께 오가와라의 방뇨가 시작되었다. 오줌을 모조리 받아 마시는 유미의 목구멍이 꿀꺽꿀꺽 격렬하게 요동쳤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수십 초간 변기가 되어주던 유미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 핥아먹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오가와라 님. 오가와라 님은 염분을 조금 줄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 그래, 고맙다……."
민망한 듯 소파로 돌아온 오가와라였지만, 문득 맞은편의 미유키를 보니 그녀 역시 이쪽을 외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처음에는 방금 전 오줌 사건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미유키도 스커트 속에서 끊임없이 다리를 비비 꼬고 있었다……. 감이 온 오가와라가 미유키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유키 씨, 자네도…… 혹시 화장실 가고 싶은 거 아닌가?"
그 말을 들은 미유키는 펄쩍 뛰며 부정했다.
"아, 아니에요! 전 별로……."
하지만 오가와라의 말을 들은 유미 역시 미유키 곁으로 다가갔다.
"정말입니까? 미유키 님. 확실히 당신의 안면 표면 온도나 심박수에 이상이 감지됩니다. 만약 요의가 있으시다면, 부디 오가와라 님처럼 저에게……."
"괜찮아요, 정말로!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미유키였지만, 그 행동이 오히려 그녀의 요의를 들키게 만드는 꼴이 되었다. 여자의 신체 구조상 오줌 참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어느새 식은땀을 흘리며 미유키는 가느다란 다리를 꼬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유미는 예상 밖의 강경 수단을 썼다.
"미유키 님은 참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대되고 있군요. 카시와기 님 부재중 집을 지키는 입장으로서, 여기서 그런 고통을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한 발짝 다가선 유미는 미유키의 손목을 낚아채고 자세를 낮추더니, 스커트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려 했다.
"어서 제 안에 싸주십시오. 제가 직접 미유키 님의 배출구에 입을 대겠습니다."
"시, 싫어! 하지 마!"
두 사람…… 아니 인간과 로봇은 마치 캣파이트라도 하듯 손목을 잡고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그 꼴을 옆에서 지켜보던 오가와라는 신이 나서 유미를 거들었다.
"거봐, 미유키 씨. 나도 쪽팔린 꼴 보였는데 자네도 사양 말고 해버려. 참으면 몸에 안 좋아."
"싫어요! 하지 마요! 이거 놔……!"
"오가와라 님, 협조 감사합니다."
가녀린 양팔을 뒤에서 오가와라에게 붙잡힌 미유키는 오줌 참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결국 유미에게 다리까지 제압당하고 팬티에 손길을 허락하고 말았다. 미유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지만, 남자의 완력과 그보다 더한 로봇의 파워를 당해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스커트 속 정위치에 있던 속옷이 발목까지 끌려 내려갔다.
"아, 앗, 아―― 안 돼!"
유미는 능숙하게 미유키의 다리에서 팬티를 빼내더니, 미유키의 오금에 손을 넣어 그녀의 허벅지를 억지로 쩍 벌렸다.
"시, 시러어――, 안 돼! 거긴……."
유미는 스커트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미유키의 수풀 우거진 사타구니, 볼록하게 솟아오른 요도구에 작게 오므린 앵두 같은 입술을 찰싹 갖다 댔다. 오가와라에게 강제로 만세 자세를 당한 채 양 허벅지를 붙잡혀 하반신을 완전히 장악당한 미유키는, 유미가 녹아내릴 듯한 혀 놀림으로 공략해오자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 나, 나와……."
유미가 아랫배를 꾹 누르며 츄릅츄릅 빨아들이기 시작한 순간, 결국 미유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댐을 터뜨렸다. 콸콸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오줌을 꿀꺽꿀꺽 들이마시는 유미.
이윽고 방출이 멈추고, 정성스레 보지 안을 혀로 깨끗이 핥아낸 유미는 팬티를 얌전히 입혀주고 일어나, 미유키의 몸에서 한 발짝 물러나 정중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미유키 님은 매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계시군요."
미유키는 넋이 나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서둘러 방으로 돌아온 카시와기는 실내의 미묘한 공기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걸려서…… 응? 여러분,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니, 별일 아니야. 방 난방이 좀 센 것 같아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실내 온도를 2도 낮추겠습니다."
봉투를 든 카시와기는 표정이 굳어 있는 미유키를 힐끔 보며 방으로 들어와,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는 오가와라 곁에 섰다.
"……? 뭐 좋습니다. 그럼 미유키 씨, 오늘 용건은 이걸로 끝났습니다만…… 오늘 밤, 이 봉투에 든 기기를 잘 때 머리에 쓰고 주무셨으면 합니다."
미유키가 건네받은 봉투를 들여다보니, 안에는 하얀 헤어밴드 같은 기기가 들어 있었다.
"……이건?"
"네, 인터넷 연결이 되는 건강 진단용 기기입니다. 자는 동안 심박수나 뇌파 같은 걸 편안한 상태에서 자동으로 검사해 주는 물건이죠……. 로즈 오디션 전에 꼭 필요해서 그러니,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 버섯처럼 생긴 하얀 통은 뭐죠?"
"아아, 그거요. 그건 중계 장치인데…… 헤어밴드를 쓸 때는 반드시 곁에 두셔야 합니다. 사용법은 동봉된 설명서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잘 읽어보세요."
"알겠습니다."
미유키는 봉투를 받아 들고 오가와라와 카시와기에게 꾸벅 인사한 뒤 총총히 사라졌다.
……그녀가 방을 나간 후, 오가와라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저게 내 비서 로봇이 될 년인가…… 좀 너무 마른 것 같기도 한데, 제법 괜찮은걸."
"네, 한 달 정도 걸리겠지만, 공들여 조교해서 만족하실 만한 상품으로 만들어 드리죠. 그쪽은 그녀의 실종 계획,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음,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그쪽 전문가한테 맡겨놨어. 얘기는 다 끝났네."
음모에 일단락을 짓고, 카시와기는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아까는 아주 잘하시던데요. 저도 별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습니다."
"아아, 설마 우리 커피에 즉효성 이뇨제가 들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아무리 그 년이라도 눈치 못 챘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오가와라는 시선을 유미에게로 옮겼다.
"……내 오줌을 유미 목구멍에 쏟아부을 때는 오랜만에 흥분되더군. 이게 1년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미녀 모델이었다니, 자네한테 사정을 듣고도 한동안은 믿기지가 않았어."
오가와라가 손을 대자, 유미는 그에게 아양을 떨듯 부드럽게 엎드려 바닥을 기었다. 정면에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밀며 조각상처럼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그녀의 전신을, 오가와라는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미모는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프로토타입 유미를 안아본 손님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녀를 탐내니까요…… 배덕적인 소유욕과 안전한 섹스 노예로서 말이죠. 하지만 유미는 전 세계에 딱 이 한 대뿐입니다. 특별히 개인적인 지인들에게만 빌려드리고 있습니다만……."
"자네도 쓰고 있고, 그 밖에도 구멍 동서가 수두룩할 거 아냐? 그 놈들한테서 예약이 빗발치니 이건 뭐 넘버원 창녀 수준이야! 요즘은 유미 빌리기도 하늘의 별 따기더만."
"네…… 그래서 워낙 요청이 많다 보니, 믿을 수 있는 단골손님 한정으로 프로토타입과 동등하게 인체 개조를 시술한 특주 인형을 하이그레이드 판으로 팔게 된 겁니다."
"……거기엔 『원재료』가 필요하다, 이거군."
눈에 탐욕스러운 웃음을 띠는 오가와라에게, 카시와기는 짐짓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꾸했다.
"네, 여러모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만. 저 타카라베 미유키라는 여자도 원래는 차점 개조 후보자였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유미처럼 좀 더 볼륨감 있는 쪽이 좋긴 한데…… 뭐, 욕심부리자면 끝이 없겠지."
"걱정 마세요. 원하신다면 유미 이상의 거유 몸매로 개조해 드리죠."
카시와기가 눈짓을 보내자, 신호를 받은 유미는 요염하게 오가와라에게 몸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켜, 양팔로 가슴을 모으고 미소 지었다.
"오가와라 님, 오늘 밤도 저를 쓰시겠습니까?"
"아니…… 아쉽지만 오늘은 자네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여기서 좀 놀다 가지."
그러자 유미가 팔을 교차시켜 옷자락을 잡더니, 훌러덩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었다. 출렁! 하고 거유가 흔들리며 매끈한 보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무릎걸음으로 유미는 오가와라에게 다가갔다.
"아…… 앙, 유미는, 유미는 오가와라 님의 자지가 제일 좋아요…… 아까도 맛있게 마셨습니다……."
"그래? 오냐오냐, 나도 같은 마음이다. 아주 듬뿍 귀여워해 주마."
격렬하게 유미를 소파에 넘어뜨리는 오가와라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전에, 카시와기는 방을 나섰다. 이 집무실이 접대용으로 쓰이는 건 늘 있는 일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남자의 배 밑에 깔려 짓눌리면서, 머릿속에서 뇌내 마약을 펑펑 터뜨리며 유미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청초하고 지적인 미녀 모델은, 몸도 마음도 봉사 전용 섹스 돌로 전락하여 오늘도 애달픈 신음 소리를 방 안에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