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O님한테서 좀 색다른 기계화 지배물을 받았습니다.
신체나 의식을 개조당하는 묘사가 아주 디테일해서, 완전 취향 저격이네요.
(참고로, 이 작품은 KEBO님께 html 파일로 전달받았습니다.)
『2003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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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는 여전히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졸업 여행으로 온 유럽의 어느 나라. 그녀들은 저렴한 가격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사진이 가득한 팸플릿에 홀려 이곳까지 왔다.
끼에에엑— 끼에에엑—
새인지, 아니면 어떤 짐승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해보지만, 알 턱이 없었다.
(가이드 말 좀 잘 들을걸….)
미사키를 포함한 네 명의 여대생은 들뜬 마음으로 밤거리에 나섰다. 가이드는 치안이 좋지 않다며 만류했다. 실제로 최근 몇 건의 납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재미있어 보이는 장소를 억지로 물어냈고, 여럿이 함께 가면 무서울 게 없다며 호텔을 나섰다.
처음 들어간 가게에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들은 웃으며 거절하고 다음 가게로 향했는데, 사건은 그 도중에 일어났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가로등도 거의 없는 마을 외곽 길. 일본이었다면 경계했을 법한 어둠이었지만, 여행 중의 개방적인 기분이 그녀들의 경계심을 무디게 했다. 네 사람은 교성을 지르며 장난을 치며 걷고 있었다.
“꺄악!” 비명을 지른 것은 하루카였다.
“왜 그래?” 미사키 일행이 돌아보자 하루카가 목이나 머리 쪽을 미친 듯이 긁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어두워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번에는 마유미가 똑같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하루카는 신음하며 바닥에 엎드려 기어 다녔다.
“뭐야! 괜찮아?” 쿄코가 하루카에게 달려갔다. 그걸 본 미사키는 마유미 쪽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쿄코가 경악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게 뭐야!” 쿄코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하는 하루카의 뒷머리에서 무언가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미사키도 그 모습을 따라 마유미의 뒷머리를 살폈다.
“!” 마유미의 뒷머리에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벌레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기계였다. 주먹만 한 반구형 기계에서 방사형으로 뻗어 나온 짧은 다리들이 마유미의 뒷머리부터 목까지 움켜쥐고 있었다. 그 다리들은 마유미의 머릿속을 파고든 것처럼 보였다.
“마유미! 정신 차려!” 마유미의 신음이 멎었다. 동시에 몸부림치던 움직임도 멈췄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초점 없는 눈동자가 허공을 떠돌았다.
“야, 하루카!” 하루카 쪽도 마찬가지였다. 쿄코가 필사적으로 불렀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쿄코… 구급차 좀….” 미사키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하루카가 벌떡 일어났다.
“하루카?” 쿄코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하루카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마유미도 똑같이 일어섰다. 미사키는 쿄코의 심정을 뼈저리게 느꼈다. 마유미도 하루카도, 완전히 의지가 거세된 표정으로 힘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쿄코가 뒤를 쫓았다. 상황 파악이 안 된 미사키도 일단 뒤를 따랐다.
미사키와 쿄코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유미와 하루카는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으로 계속 들어갔다. 막으려 해도 왠지 두 사람의 힘이 너무 강해 금세 뿌리쳐지고 말았다.
“제발… 둘 다 멈춰….” 미사키는 울먹였다.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이 멈춰 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사키와 쿄코의 팔을 낚아챘다.
“뭐 하는 거야!” 미사키와 쿄코가 경악했다.
“이 인간, 컨트롤, 신체, 이미.” 마유미의 입에서 억양 없는, 맥락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미사키 일행이 저항했다. 하지만 마유미와 하루카는 믿기지 않는 괴력으로 두 사람을 뒤에서 결박했다.
“무의미, 곧, 저항, 당신, 지배.”
어둠 속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유미와 하루카의 뒷머리에 붙어 있던 그 벌레 같은 기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결박당한 두 사람의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싫어! 싫어어!” 비명을 지르는 두 사람. 기계는 순식간에 목덜미를 타고 올라가 뒷목에 달라붙었다.
(아파….) 따끔한 통증이 미사키의 목덜미를 스쳤다. 하지만 통증은 그것뿐이었다. 마유미가 팔을 놓아준 것도 미사키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
통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목덜미부터 서서히 몸이 마비되어 갔다. 동시에 목덜미를 통해 무언가 따뜻한 것이 그녀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아… 아아아아….”
그녀는 깨달았다. 마유미 일행의 신음은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황홀경이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시야 밖에서 쿄코도 똑같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마유미와 하루카가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안 돼….)
미사키의 안에서 황홀감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 순간 미사키의 눈에 텅 빈 하루카의 표정이 들어왔다.
(싫어어어어!)
황홀감에 몸을 맡기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이성이 이겨냈다. 미사키는 온 힘을 다해 목에서 그 기계를 뜯어냈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기계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쿄코.” 바닥을 기며 쿄코 쪽을 바라보는 미사키. 쓰러진 쿄코는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런 쿄코를 짊어지려는 하루카와 마유미.
“그만해… 제발….”
통증 덕분에 서서히 몸의 감각이 돌아왔다. 미사키는 일어나서 하루카와 마유미를 쫓으려 했지만, 돌아보는 그녀들의 표정을 보고 멈춰 섰다.
(…!)
표정이라곤 전혀 없는 그 얼굴에 뒷걸음질 치는 미사키.
“으아아아아!”
미사키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곳에서 도망쳤다.
얼마나 걸었는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어느새 몸은 찰과상투성이고 옷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반쯤 망가진 펌프스는 간신히 발에 붙어 있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뒷목의 통증만이 그녀를 간신히 제정신으로 붙들고 있었다. 그 끔찍한 유혹이 지금도 몸에 남아 있었다.
(그대로 몸을 맡겼더라면….)
하루카와 마유미의 표정을 떠올리며 미사키는 소름이 돋았다. 의지라곤 전혀 없는 텅 빈 눈동자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하늘에는 달이 빛나고 있었다. 한기가 느껴졌다. 어느새 시계도 잃어버렸다. 시간도 장소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숲속에서 죽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앞쪽에 붉은 직선 광선이 보였다.
(레이저? 왜 여기에?)
미사키는 무심코 일어섰다. 그것은 이 대자연 속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빛이었다. 그것이 손전등 불빛처럼 가끔 앞쪽에서 흔들렸다.
(누가 있는 건가… 하지만 왜….)
그 빛이 갑자기 그녀의 몸을 포착했다. 가슴팍에 붉은 점이 찍혔다. 그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고개를 드는 미사키. 그녀를 향해 어떤 형체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요….”
미사키는 당황하며 말을 걸었지만, 상대는 대답도 없이 다가오기만 했다. 그리고 달빛에 그 모습이 드러났을 때,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뒷걸음질 치는 미사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은 젊은 여자처럼 보였다. 전신을 광택이 나는 금속 같은 옷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 하지만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니 정교하게 만들어진 금속 부품들이 여성의 실루엣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목 윗부분만 살아있는 인간처럼 보였다. 그것 역시 하루카 일행처럼 완전히 무표정했다.
“시… 싫어….”
벌벌 떠는 미사키. 그것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손에 든 총 같은 것을 미사키에게 겨누더니 가차 없이 쐈다. 미사키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푸른 광선을 슬로 모션처럼 지켜봤다.
“아….”
전신이 저려왔다. 미사키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미사키… 정신 차려….”
누군가 흔드는 바람에 눈을 떴다.
“쿄코… 쿄코!” 미사키는 무심코 매달렸다.
“쿄코, 무사했구나.”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눈을 뜨니까 여기였어. 하지만 하루카 일행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깨어나서 좀 있으니까 미사키가 실려 왔어.”
“여긴 어디야?”
“몰라. 하지만 갇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
쿄코는 의외로 침착했다. 그 말에 미사키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곳은 5미터 사방 정도 되는 넓이의 방이었다. 벽 위의 창문 같은 곳이 하얗게 빛나며 조명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벽 한가운데에는 문 같은 것이 있었지만 어떻게 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한 명 더 있었어. 현지인 여자애 같았는데, 미사키랑 교대하듯이 끌려갔어.”
“끌려갔다니….”
“몰라. 그 사람들… 아니, 사람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미사키는 떠올렸다. 인간의 형상을 한, 인간이 아닌 것….
“쿄코, 저거 뭐라고 생각해?”
“미사키도 봤어?”
“응….”
“저거 말이지….” 쿄코도 말을 흐렸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말하자면 인형일까. 뭐, 움직이긴 하지만.”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묘하게 안도하는 미사키.
“그보다 실루엣은 완전히 인간이잖아. 근데 자세히 보면 팔꿈치나 어깨 같은 데가 연결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맞아, 그 번쩍거리는 거.”
“경면 가공이라고 하던가, 그런 거.”
한번 말을 꺼내자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대화를 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달래고 있었다.
“그래서.”
“응.”
“결국 뭐야, 저거.”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유미랑 하루카는….”
“어떻게 된 걸까. 설마, 아니겠지.”
다시 입을 다무는 두 사람. 미사키의 뇌리에는 그 ‘경면 가공’ 여자들의 표정이 박혀 있었다. 그 완전한 무표정. 그리고 하루카와 마유미도 완전히 똑같은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벽 중앙의 문이 사라지듯 열렸다. 무심코 방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는 두 사람. 문 너머에서 천천히,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여자 두 명이 들어왔다. 그 ‘경면 가공’ 여자들이다. 그중 한 명은 미사키가 맞았던 그 총을 들고 있었다.
“뭐야….” 간신히 목소리를 내는 쿄코. 그에 반응했는지 총을 들지 않은 쪽이 쿄코를 보며 말했다.
“나와, 당신.”
경면 가공의 여자들은 목 위로는 완전히 살아있는 사람 같았지만, 그 아래는 다시 봐도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얀 조명이 그녀들의 몸, 아니 바디에 반사되고 있었다. 목 위는 금발의 백인이다.
“나,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쿄코는 공포를 억누르며 대꾸했다.
“당신은 동화, 부적합이므로, 개선 후, 허브에 접속, 동화.”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마치 기계음처럼 단어를 이어 붙이는 금발의 경면체에게 쿄코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경면체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총을 든 다른 한 명이 쿄코에게 총을 겨누며 뻣뻣하게 방을 나가라고 재촉했다. 쿄코는 주저하며 일어섰다.
“쿄코….”
“미사키… 개, 괜찮을 거야, 분명히….” 쿄코는 스스로를 다독이듯 말했다. 문 너머에는 튜브 모양의 회랑이 이어져 있었다. 쿄코는 그곳을 걷도록 강요받았다.
“하, 하루카랑 마유미는 어떻게 됐어!” 필사적으로 미사키가 쥐어짜듯 물었다. 총을 들지 않은 쪽이 돌아봤다.
“하루카, 유닛은, 완료, 동화, 이미, 셀화, 마유미 유닛, 완료한다, 곧, 동화 후, 셀화, 접속.”
“동화니 셀화니 그게 무슨….”
“필요 없다, 걱정, 곧, 알게 된다, 당신, 동화.”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문이 닫혔다. 문 너머로 들리는 쿄코의 울음소리와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더니 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미사키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주 긴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했지만, 의외로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느 때처럼 갑자기 문이 열렸다. 들어온 자를 보고 미사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나와.” 하루카, 아니 하루카였던 것은 완전히 무표정하게 말했다. 목 위는 하루카 그대로인데, 목 아래는 광택이 나는 금속질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팔다리 관절과 허리 부분에는 구형 부품이 들어가 각 파츠를 연결하고 있었다.
“하루카, 맞지?” 벽에 달라붙듯 뒷걸음질 치며 말하는 미사키. 금속질 몸이 되었음에도 그 실루엣조차 하루카 그 자체로 보였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하루카 유닛이 무표정한 채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사키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미사키도 메탈리칸트가 된다.”
“메탈리, 칸트?” 미사키는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하루카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하루카가 아니었다.
“우리는 메탈리칸트.”
“그게 뭔데….”
“곧 이해하게 돼.”
미사키의 눈앞으로 하루카 유닛이 다가왔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 바디를 만져보는 미사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메탈리칸트에 동화됐어. 미사키도 동화되면 알게 돼. 메탈리칸트는 나이자 모든 것.”
하루카 유닛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미사키는 겁에 질려 물었다.
“쿄코랑… 마유미는….”
잠시 침묵 후 하루카 유닛이 답했다.
“쿄코 유닛은 현재 페이즈 1. 진척률 70%. 마유미 유닛은 현재 동화 처리 중. 접속 완료, 동화율 88%.”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답변이 기계적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미사키 차례야.” 그것은 미사키에게 사형 선고처럼 들렸다.
“싫어….”
저항하는 미사키의 팔을 하루카 유닛과 새로 나타난 또 다른 ‘메탈리칸트’가 붙잡았다.
“제발… 그만해….”
“두려워할 필요 없어. 곧 미사키의 과거 따위 무의미한 것이 돼.”
문 밖은 긴 회랑이었다. 미사키는 그 회랑을 통해 연행되었다.
회랑 끝의 문이 열리자 그곳은 여러 기계가 늘어선 방이었다. 마침 방 중앙에 있는 원통형 투명 캡슐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축 늘어진 알몸의 여자가 두 구의 메탈리칸트에 의해 실려 나오고 있었다.
“쿄코!” 미사키가 무심코 소리쳤다. 쿄코는 기진맥진했는지 초점 없는 눈을 가늘게 뜨고, 힘없는 표정으로 시키는 대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대에 묶여갔다.
“마유미 유닛의 동화가 완료됐어.”
하루카 유닛이 미사키에게 말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벽에 박힌 여러 캡슐 중 하나에서 푸른 액체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의 메탈리칸트 입에서 굵은 튜브 같은 것이 뽑혀 나가자, 그것은 분명 마유미의 얼굴이었다. 마유미는 하루카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채, 목 아래는 실루엣만 마유미일 뿐 몸은 광택 나는 금속질이었고 관절마다 구형 부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캡슐이 사라지듯 열리자 마유미 유닛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안에서 걸어 나와 미사키 쪽으로 향했다.
“마, 유… 미.”
마유미 유닛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미사키에게 다가왔다.
“마유미! 마유미 맞지!” 미사키는 마유미 유닛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마유미 유닛은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하루카 유닛과 함께 미사키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 너머로 대에 묶인 쿄코의 머리에 알루미늄 호일 같은 것이 머리를 완전히 덮도록 씌워졌다.
“쿄코한테 뭐 하는 거야….”
“쿄코 유닛, 페이즈 2 기동 중.” 하루카 유닛이 답했다. 미사키는 깨달았다. 미사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아마 하루카 유닛의 역할인 모양이다. 아까부터 미사키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전부 하루카 유닛이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쿄코의 측두부에 양쪽에서 금속 암에 달린 패드 같은 것이 밀착되었고, 이마에도 조금 작은 패드가 붙었다. 그리고 금속 암의 뿌리 부분에 있는 기계가 낮은 웅웅 소리를 내며 청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아아….”
“쿄코!”
눈을 부릅뜨고 몸을 뒤로 젖히는 쿄코를 보며 미사키는 비명을 질렀다. 쿄코는 한동안 신음하며 괴로워했지만, 이내 그 움직임이 변하는 것을 미사키는 눈치챘다.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던 움직임이 점차 규칙적인, 말하자면 딱딱 끊어지는 움직임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움직임이 멈추자 쿄코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완전히 무표정한 채 죽은 듯이 경직됐다. 그런 쿄코에게 또 다른 암 두 개가 다가왔다. 거기엔 호스 같은 것이 연결되어 있었고 끝부분은 노즐처럼 보였다.
그 암 중 하나가 얼굴로 다가오자 쿄코는 마치 공장의 기계처럼 무심하게 입을 벌렸다.
(무언가를 먹이는 거야?)
미사키의 예상대로 암이 입안으로 삽입되었다. 동시에 또 다른 암 하나가 쿄코의 엉덩이 뒤쪽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팔을 붙잡힌 채 미사키가 하루카 유닛에게 겁에 질려 물었다. 하루카 유닛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페이즈 2, 쿄코 유닛 개체 내 정화 프로세스. 어시밀레이트 파지(Assimilate Phage)에 대한 저항 인자의 파괴, 치환, 제거, 배출.”
“어시밀레이트 파지?”
“어시밀레이트 파지 주입에 의해 휴먼 유닛을 개체 내에서 개조하여 메탈리칸트에 동화시킨다.”
“개조라니….”
“우리는 메탈리칸트. 마스터 브레인의 의지에 의해 휴먼 유닛을 동화한다.”
미사키가 하루카 유닛의 말을 이해하느라 애쓰는 사이, 쿄코의 입에 삽입된 암의 호스가 쿄코 안으로 무언가를 보내기 시작했다. 쿄코는 삽입될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무표정한 채 목구멍만 꿀꺽거리며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하반신에 꽂힌 호스 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쿄코… 뭐 하는 거야….” 미사키가 중얼거렸다. 미사키의 눈에는 쿄코가 주입되는 것을 스스로 삼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쿄코 유닛의 개체 동작은 컨트롤러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하루카 유닛이 묻지도 않은 말에 답했다. 반면 마유미 유닛은 아까부터 미사키의 팔을 붙잡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루카 유닛도 움직이는 건 입뿐이고 나머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윽고 주입이 끝났는지 쿄코의 입에서 암이 빠져나갔다. 힘없이 벌어진 입에서 액체 두세 방울이 침처럼 흘러내렸다. 눈은 여전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입이 갑자기 닫혔다. 잠시 후 하반신의 암도 빠졌다. 미사키의 눈에는 쿄코의 몸이 시작 전보다 조금 더 창백해진 것처럼 보였다.
머리의 패드가 제거됐다. 쿄코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돌아왔다. 동시에 이번에는 푸른 광선이 쿄코의 몸에 쏟아졌다.
“개체 내 저항 인자율, 40%에서 1% 미만으로 감소. 페이즈 2 종료.”
광선 조사가 끝나자 쿄코의 몸이 풀려났다. 하지만 쿄코는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쿄코.” 미사키가 불렀다. 하지만 쿄코는 반응하지 않았다. 잠꼬대처럼 무언가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사키 유닛, 페이즈 1 레디.” 마유미 유닛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동시에 미사키는 방 중앙, 아까 쿄코가 나왔던 캡슐 쪽으로 끌려갔다.
“싫어… 제발….”
미사키는 ‘미사키 유닛’이라는 말에 소름이 돋아 저항했지만, 메탈리칸트 두 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사키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나는… 브레인… 메탈리… 칸트… 마스터….”
쿄코의 목소리였다. 쿄코는 멍한 얼굴로 몇 번이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미사키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쿄코 외에도 벽에 박힌 여러 캡슐 안에는 역시 ‘동화’되는 중인 여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이제야 그것을 목격한 미사키는 자신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자신도 곧 쿄코처럼 무언가를 주입당하고, 마유미나 하루카처럼 ‘메탈리칸트’가 될 것이다.
방 중앙의 원형 장치 한가운데에 세워지자 위에서 원통형 투명 튜브 같은 벽이 내려와 미사키를 가두었다. 낮은 소리와 함께 발밑의 원형 바닥이 빛나기 시작했다. 미사키는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시야는 온통 초록색으로 변했다.
머리 위에서 초록색 광선이 조사되어 미사키의 몸을 감쌌다. 전신에 열기를 느끼는 동시에 그녀가 입고 있던 누더기 같은 옷들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몸을 비틀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얗게 빛나던 옷이 서서히 사라지듯 투명해졌다. 아니, 실제로 사라지고 있었다. 겉옷이 소멸하고 속옷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마저 소멸해 그녀는 알몸이 되었다.
“시… 싫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몸이 무언가에 짓눌린 듯 부동자세를 취했다.
시야 구석에서 쿄코가 대에서 내려와 손을 잡힌 채 벽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알루미늄 호일 같은 커버는 벗겨졌고, 검은 머리카락이 쿄코의 하얀 나신 위로 흩날렸다. 쿄코는 순종적으로 손을 잡힌 채 벽에 박힌 캡슐 안에 섰다. 위쪽에서 굵은 튜브 같은 것이 내려와 쿄코의 입에 물려짐과 동시에 캡슐이 닫혔고, 푸른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쿄코도….)
미사키는 전혀 자유가 없는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몸의 감각이 사라져 갔다. 목 아래는 미사키에게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쿄코보다 앞쪽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카 유닛이 조작반으로 보이는 곳을 만지고 있었다. 갑자기 고통과 함께 눈앞에 불꽃이 튀는 듯했다.
(아아아아악!)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를 둘러싼 에너지 필드가 몸을 완전히 구속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미사키는 머릿속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끔찍한 감촉을 느꼈다.
(우리는 메탈리칸트)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 그 고통을 덜어보려 해도 몸을 비틀거나 머리를 감싸 쥘 수조차 없었다.
(동화하라 동화하라 동화하라….)
(저항을 멈춰라 저항을 멈춰라 저항을 멈춰라….)
(메탈리칸트 메탈리칸트 메탈리칸트….)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셀화하라 셀화하라 셀화하라….)
“!!!!!!”
머릿속에 자신이 아닌 수많은 목소리가 뇌를 휘젓듯 꽂혔다.
(그만해….)
자신의 생각조차 꽂히는 목소리에 지워졌다. 깜빡일 수 없는 눈을 통해 그 목소리와 동시에 시각적으로 기묘한 기하학적 패턴이 전송되었다. 서서히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어느덧 익숙한 목소리가 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메탈리칸트)
(아… 니야….)
그것은 억양은 없었지만 분명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마음속으로 부정하려 했지만 그 목소리는 가차 없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동화를 받아들입니다)
(셀화를 받아들입니다)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보다 또렷하게 들려옴에 따라 고통은 쾌감으로, 나아가 황홀감으로 변해갔다.
(저항하지 않습니다)
(아… 니….)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저항하려는 의지는 서서히 옅어지고, 황홀감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메탈리칸트를 받아들입니다)
(마스터 브레인에 따릅니다)
이윽고 저항 의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메탈리칸트)
“나는… 메탈리… 칸트.” 미사키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렇게 말했다.
“동화를… 받아… 들입니다.”
“마스터… 브레인에… 따릅니다.”
갑자기 몸을 구속하던 힘이 사라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나는 메탈리… 아니야….”
제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젓는 미사키. 그 옆에서 마유미 유닛이 기계를 조작했다. 미사키의 몸이 이번에는 청백색 광선에 휩싸였다. 자유를 잃지는 않았지만 전신이 몹시 나른해 스스로 움직일 기력이 생기지 않았다.
“개체 내 무형 저항 인자율, 60%에서 1% 미만으로 감소. 페이즈 1 종료.”
하루카 유닛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의 투명한 벽이 올라가고 캡슐이 열렸다. 미사키는 ‘페이즈 1’이 끝났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력은 있어도 무언가를 하려는 기력이 전혀 솟지 않았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벽의 캡슐 안에 푸른 액체에 잠긴 쿄코의 모습이 보였다. 쿄코의 모습은 변하기 시작했다. 몸 곳곳에 빛나는 부분이 나타나고 있었다.
(쿄코도 이제….) 미사키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아마 아까 방에 들어왔을 때의 쿄코와 같은 상태일 것이라는 점도 이해했다. 그런 미사키를 양옆에서 하루카 유닛과 마유미 유닛이 들어 올렸다. 미사키는 쿄코의 심정을 뼈저리게 이해했다. 이제 저항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반쯤 체념한 상태로 미사키는 시키는 대로 대에 묶였다. 저항하려 해도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가랑이를 약간 벌리고 팔도 몸통에서 조금 떨어진 자세로 미사키는 대에 고정되었다. 머리에 그 알루미늄 호일 같은 것이 씌워졌다. 아무래도 샤워 캡 같은 모양이었다. 미사키의 머리카락도 그 안에 쏙 들어갔고, 귀 앞쪽과 이마 아래쪽만 노출되었다.
“페이즈 2 기동.”
기계적인 마유미 유닛의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 위쪽에서 천천히 그 암이 내려왔다. 그리고 미사키의 머리를 움켜쥐듯 양 측두부와 이마에 패드가 밀착되었다. 쿄코 때와 마찬가지로 금속 암 뿌리의 기계가 낮은 웅웅 소리를 내며 청백색으로 빛났다.
“앗….”
미사키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냈다. 머리 전체에 페이즈 1과는 다른 감촉이 침투했다. 그것은 약간의 통증을 동반했지만 왠지 모르게 아주 기분 좋은 감촉이었다. 팔다리가 제멋대로 경련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패드로부터 거대한 파동이 밀려 들어왔다.
(!!!!!!!)
황홀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눈앞에 암이 나타나자 입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졌다. 입안으로 암이 삽입되었다. 하나하나의 동작이 일일이 그녀에게 황홀감을 주었다. 시키는 대로 되는 것이 그녀에게 쾌감이 되어갔다. 암에서 무언가 걸쭉한 액체가 흘러 들어왔을 때도 의지와 상관없이 그것을 삼켰다. 이상하게도 괴롭지 않았다. 몸 안이 그 액체로 채워져 갔다. 온몸이 가득 찼을 때, 이번에는 항문에 또 다른 암이 삽입되어 무언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나른함이 항문을 통해 빨려 나가고 황홀감만이 전신을 채웠다. 뇌에는 패드로부터 일정한 신호가 전달되어 그녀의 의식을 개조해 나갔다. 몸에서 어시밀레이트 파지의 저항 인자로 간주되는 물질이 분해되어 배출되었다.
(마스터 브레인에 따릅니다)
(나는 메탈리칸트)
(개체명, 미사키 유닛)
거대한 파동과 함께 의식 속에 새겨지는 단어들. 그녀는 더 이상 미사키가 아니었다. 그녀의 의식은 미사키가 아닌 미사키 유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처치가 끝나고 암이 빠져나갔다. 머리의 패드가 제거됨과 동시에 이번에는 푸른 광선이 미사키의 몸에 쏟아졌다.
“개체 내 저항 인자율, 25%에서 1% 미만으로 감소. 페이즈 2 종료.”
마유미 유닛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하루카 유닛이 나타나 미사키를 대에서 풀어주고 손을 잡았다. 미사키는 마유미 유닛에게 손을 잡힌 채 일어섰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에서 알루미늄 호일 커버가 벗겨져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벽에 매립된 캡슐이 열리고 그 안에 세워졌다. 옆 캡슐에서는 역시 쿄코 유닛이 멍한 눈을 뜬 채 동화 처리를 받고 있었다. 어시밀레이트 파지가 주입된 육체는 이미 70% 정도 메탈리움으로 변환되어, 겉으로는 왼쪽 어깨와 엉덩이 부근만 남은 상태였다. 곧 그녀도 허브에 접속되어 셀이 될 것이다.
위에서 내려온 튜브가 입안으로 삽입되었다. 여기서부터 어시밀레이트 파지와 메탈리움 젤이 미사키의 체내로 주입된다. 체내에 들어온 어시밀레이트 파지는 미사키의 세포를 메탈리움 젤과 결합시켜 메탈리움으로 변환하고, 메탈리칸트로서의 파츠로 개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유기물은 땀샘 등을 통해 배출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메탈 리퀴드가 캡슐 안에 채워졌다.
캡슐이 닫혔다. 미사키는 이제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메탈리칸트로 동화될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그녀는 메탈리칸트로서 허브에 접속되어, 셀의 하나로서 마스터 브레인의 의지를 실행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었다.
캡슐 안은 메탈 리퀴드로 가득 찼다. 그리고 튜브를 통해 어시밀레이트 파지와 메탈리움 젤이 주입되었다. 미사키는 아무 의심 없이 그것을 삼켰다. 온몸에서 무언가 녹아내리는 듯한 감촉을 느꼈다. 불필요한 유기물이 배출되고 있었다.
손끝이, 발끝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을 호소했다. 그것은 메탈리움 파츠가 된 감각이었다. 인간의 것보다 예민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나며 행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신호. 그것이 미사키의 뇌로 전달되었다. 그 감각은 서서히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윽고 목 아래의 모든 것이 경면 가공처럼 빛나는 메탈리움 세포로 변환되었고, 목 윗부분의 개조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은 전부 메탈리움 파츠로 변환되었고, 관절이었던 부분에는 특수 파츠가 조립되어 인간과 동일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하복부의, 인간의 생식 시스템이 있던 공간에는 헌터 프로브 생산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입으로 투입한 소재를 여기서 메탈리움 변환하여 헌터 프로브를 생산한다. 헌터 프로브는 새로운 동화 대상자를 포획하는 데 사용된다.
목 윗부분에 사용되는 메탈리움은 어시밀레이트 파지에 의해 특수 처리를 거쳐, 외견상 인간의 세포와 구분이 가지 않도록 재구축되었다. 그 개조는 당연히 뇌에도 미쳤다. 뇌신경 세포는 전기 신호 패턴을 보존한 채 메탈리움 세포로 변환되었고, 개체 고유의 사고 패턴이나 기억도 유지되었다. 변환 완료 후, 정수리 체내에 링크 시스템이 형성되어 허브와 접속되었다. 유지된 기억과 사고 패턴은 그곳을 통해 마스터 브레인으로 흡수되었다. 이번 미사키 유닛 등 4명의 인간으로부터 흡수한 데이터 덕분에 메탈리칸트는 극동 일부 지역의 언어 능력을 얻었다. 이로써 극동 방면에서의 메탈리칸트 활동이 가능해졌다.
캡슐이 열렸다. 미사키 유닛은 마스터 브레인으로부터 허브인 쿄코 유닛을 통해 행동이 결정된다. 당장의 행동은 동화 후의 작동 체크와 유지보수였다. 미사키 유닛은 쿄코 유닛과 함께 회랑을 빠져나와 유지보수 룸으로 들어갔다. 룸에 늘어선 수많은 캡슐. 그중 70% 정도에 각각 메탈리칸트가 수용되어 있었다. 미사키 유닛과 쿄코 유닛도 그중 하나에 각각 수용되었다.
번화가….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뒷목에 주먹만 한 벌레 같은 기계가 달라붙은 여자가 멍한 눈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낡은 상가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최근 이 근처에서는 여러 명의 젊은 여성이 실종되었지만, 그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동화 대상자 이외의 사람이 눈치챌 경우, 신속하게 포착하여 소거하는 프로그램이 마스터 브레인 안에 준비되어 있었다. 붙잡힌 자에게는 딜리트 파지(Delete Phage)라 불리는 기계 세포가 주입되어, 유기 세포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해 버린다.
여자와 교대하듯 그 벌레 같은 기계, 헌터 프로브가 건물 안에서 나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또 다른 동화 대상을 탐색하기 위해….
허브로 재개조된 쿄코 유닛을 비롯한 네 구의 메탈리칸트는 이미 극동의 섬나라 한구석에 새로운 시설을 구축하고, 매일 착착 메탈리칸트를 증식시키고 있었다.
미사키 유닛들의 메모리 안에는 마스터 브레인에 대한 데이터도 링크를 통해 기억되어 있다. 과거 큰 전쟁에서 패배한 지배자를 섬기던 남자가 메탈리칸트를 개발했다는 것. 그 목적은 원래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젊고 건강한 여성을 순종적인 기계 병사로 개조하려던 것이었으나, 개발 도중 목적이 크게 뒤틀려 남자가 스스로를 개조해 마스터 브레인이 되었다는 것….
이제 마스터 브레인의 목적은 가능한 한 메탈리칸트를 늘리는 것뿐이다. 물론 방해하는 자들은 제거하면서…. 남자가 스스로를 개조했을 때 데이터 전송 오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실행하는 것이 셀인 그녀들의 사명이었다.
“유우코 유닛 동화 처리 중… 접속 완료, 동화율 82%.”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미사키 유닛이 억양 없이 발음했다. 캡슐 안에 메탈 리퀴드에 잠긴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거의 메탈리칸트가 되어버린 채….
오늘은 3구의 개체를 포획했고, 그중 1구의 동화가 완료되었다. 유우코 유닛을 포함해 남은 2구는 처리 중이었다. 둘 다 저항 인자가 크지 않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사키 유닛들은 마스터 브레인에 링크되어 전송되는 신호에 따라 묵묵히 동화 작업을 계속했다.
<끝>
※ 이 이야기는 모두 픽션이며, 등장인물 및 기타 모든 사항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